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53)
신의 천적, 회귀하다 153화
100. 천뢰(2)
“모두 모였나.”
“네. 형님.”
“네. 주인님.”
서영우와 박나은을 필두로.
시현이 소내섬에 모은 일행을 바라봤다.
회귀 전부터 시현의 동료였던, 지금 현재 권속을 제외하고 시현이 가장 믿는 존재인 천유리.
이곳을 총괄하며 행정 업무를 봐주는 서지혜.
시현의 권속으로 그를 절대 배신할 수 없는 서영우, 박나은, 오크쟌, 다콘.
뛰어난 제작 스킬을 가지고 있는 오영일, 오인수 쌍둥이.
이제는 다시 한 가족이 된 장도현, 김현지, 장희수까지.
어느새 시현이 데리고 있는 ‘주요 일행’만 해도 벌써 11명이었다.
아직 다콘을 장도현, 장희수와 마주치게 할 수 없었기에.
그녀가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걸 확인한 후.
시현이 입을 열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다음에 올 재앙은 21부터 25번째 재앙이 통합되어 진행됩니다. 참여도 자유고요.”
“참여가 자유라면…….”
“네. 원하지 않는 사람은 참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동안은 안전할 테고요. 물론 다음 재앙에서 나오는 질 좋은 스킬, 아이템 등은 얻기 힘들겠지만.”
그렇게 말한 시현이 대한민국이 그려진 지도를 가리켰다.
“하지만 메시지를 들어서 아실 거예요. 이젠 대한민국 전체가 통합되었다는 걸. 그래서 우리 모두가 다음 재앙을 진행할 순 없습니다.”
시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은 전부가 통합되었다.
이제 이들이 신경 써야 할 인간 플레이어들은 서울, 경기뿐이 아니었다.
물론 아래쪽에 있는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등은 거리도 있고 중간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있기에 당장 신경을 쓰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지만.
강원도는 달랐다.
“그래서 지금 인원을 나눌 겁니다. 이곳에 남아서 강원도를 견제하고 박살 낼 인물들과. 다음 재앙인 아이언 메이즈로 갈 인물들을 말이죠.”
강원도.
이곳의 플레이어들은 열한 번째 재앙, 엔트를 극복하는 데에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원도에 뛰어난 플레이어가 없어서도 있었지만.
지역 특성상 산과 나무가 너무 많았기에 엔트들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게 훨씬 컸다.
열한 번째 재앙을 극복하는 데 실패한 강원도 지역은 그 후로도 엔트의 ‘정화숲’을 파괴할 수 없었고.
다음 재앙, 워 비틀을 상대하는 데 훨씬 더 힘들어졌다.
열세 번째 재앙인 자이언트 호넷들이 왔을 땐 모든 인간 플레이어가 멸망해 버렸고.
그렇게 스무 번째 재앙, ‘세계수 수호자’가 올 때까지 엘프를 비롯한 곤충 마수들에게 완전히 장악당한 상태였다.
‘강원도에 있는 엘프 놈들은 내가 없는 동안 하남에 있는 세계수를 노릴거야. 1장로 위즈덤비어드에게 아이템들을 뜯어냈으니 내가 아이언 메이즈로 간다는 사실도 알고 있겠지.’
그래서 누군가는 이곳에 남아 본진을 지켜야 했다.
이곳은 시현이 없다면 엘프 장로를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으니까.
“일단 이곳에 확정적으로 남는 사람(?)들부터 말해보죠. 우선 영우, 박나은, 오크쟌은 확정.”
“난 미로로 가고 싶다. 주인. 오랜만에 드워프들의 미로를 박살 내는 쾌감이 있단 말이지.”
“불가능해. 이 셋은 ‘인간’이 아니라 메인 퀘스트를 받을 수 없으니까.”
“그런…….”
시현의 말에 세 권속이 서로를 쳐다봤다.
“나도 빠질게. 이 몸으로 미로를 돌파하는 건 무리니까.”
“네. 지혜 누님이야 그렇다 치고. 나머지는…….”
“전 갈래요!”
“안 돼.”
“그럴 순 없어.”
김현지와 장도현이 손을 번쩍 든 장희수를 동시에 말렸다.
“여기서 안전하게 있어.”
“아직 어리잖아.”
“나. 안 어리다고!”
장희수가 두 팔을 허리에 올린 후, 입술을 삐죽였다.
“그리고 마수들이 몰려오는데 어리고 안 어리고가 어딨어! 나도 빨리 강해져야…….”
“시현 씨, 죄송하지만 저희도 여기 있겠습니다.”
“네…… 아무래도 희수를 돌봐야 할 것 같아서요.”
이해할 수 있다는 듯.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천유리, 오영일, 오인수였다.
“음…… 저희는 여기서.”
“건물과 아이템을 제작하면서 서포트에 집중하겠습니다.”
“저희는 마수들을 잡는 것보단 아이템을 만들거나 건축하는 게 경험치가 더 잘 오르니까요.”
예상한 바였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천유리, 한 명뿐이었다.
“전 갈게요. 저도 얼른 강해지고 싶어서요.”
“그럼 아이언 메이즈로 가는 플레이어는 이렇게 둘이네요.”
시현을 본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의 회의는 여기까지. 제가 없어도 이곳을 잘 부탁드립니다.”
***
아이언 메이즈까지 남은 시간 고작 25일.
시현은 그동안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사실 이미 어느 정도의 준비는 끝내긴 했지만.’
엘프 1장로, 위즈덤비어즈에게서 얻은 세 아이템만 있으면 미로에서 얻을 보상을 상당 부분 획득할 수 있기에.
사실 더 이상의 준비는 많은 의미가 없었다.
‘길 찾는 방법도 마련했으니.’
키비시스가 흡수한 아이템, ‘북극성의 잔해(E)’로는 드워프들의 미로에서 길을 찾는 건 어림도 없었지만.
시현에겐 다른 수단도 있으니 걱정은 없었다.
그래서 시현이 하고 있는 일은 하나.
퍼어억!
천유리를 ‘키워주는’ 것이었다.
***
[스물한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10일.]“천유리 씨. 이걸론 한창 부족합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당하고만 계실 겁니까? 벌써 15일째인데.”
남양주 어딘가.
시현이 이전에 ‘천뢰(EX)’를 발동시켜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곳.
시현은 천총운검을 든 채 이곳에서 천유리와 대련을 하고 있었다.
아니, 대련이라기엔 어느 한쪽만 너무 크게 다친 상황이었다.
“크흐흑……!”
천유리 주변으로 냉기가 몰아치더니.
몸 주변으로 수십 개의 냉기 화살이 생성되었다.
파파팟!
이내 시현의 주변을 노리고 쏘아지는 얼음 화살에.
천총운검을 가볍게 휘두른 시현이 천유리에게 다가갔다.
시현은 천총운검의 힘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사용하는 힘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 스탯과 검술뿐.
심지어 천총운검도 날 면이 아닌, 뒤쪽의 뭉툭한 곳으로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현을 상대하는 천유리의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시현이 도 뒷면으로 몽둥이 찜질하듯 구타하고 있었으니까.
“적은 천유리 씨가 마법사라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아이언 메이즈는 정령의 움직임과 힘 자체를 없애 버리는 함정도 가지고 있어요. 특히 하급 정령은.”
“육체적인 능력은 꾸준히 키우셔야 합니다. 그게 안 된다면 마법으로 ‘근접전’이라도 어느 정도 펼칠 수 있어야 하죠.”
천유리의 온몸에 멍이 들고, 뼈가 몇 번이고 부러지고, 입가에선 피가 흘러내렸다.
시현의 손속이 점점 더 매섭게 몰아치는 반면.
천유리는 그저 방어 일변도였다. 시현을 향해 직접 공격하는 일이 없었다.
공격이라고 해봤자 주변을 얼리거나 불태워 접근을 막는 것뿐.
하지만 이런 애매한 공격으로는 경험 많은 시현을 막을 수 없었다.
아이언 메이즈.
드워프들이 건설한 그 거대한 미로에 떨어질 때.
플레이어들은 말 그대로 ‘무작위’ 장소로 배치되기 때문이었다.
즉, 천유리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시현이 지켜줄 수 없는 상황.
시현과 가까운 곳에 있다면 몰라도, 그가 없는 곳에서도 알아서 잘 살아남을 수 있게 어느 정도 대비는 되어야 했다.
‘그리고 미로같이 좁은 곳에선 마법사가 제 힘을 발휘할 수 없어. 상대는 캐스팅할 시간도 주지 않을뿐더러…… 강력한 마법이 좁은 곳에서 터지면 본인도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까.’
이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계속해 천유리와 근접전을 펼치며, 그녀가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근접 전투를 겪게 하는 것뿐이었다.
“흐으윽…….”
극도의 생명력, 마력 고갈과 근접 전투에.
천유리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살면서 이런 전투를 한 번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첫 번째 대재앙 ‘그린 스웜’에선 시현을 대신해 두 마리의 군단장을 상대로 시간을 끌기도 했고.
세 번째 대재앙 ‘퀸즈 스웜’에서는 군단장급 벌레를.
네 번째 대재앙 ‘세계수 수호자’에서는 장로, 플레어링을 상대하기도 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상대가 ‘이시현’이라는 점이었다.
“아이언 메이즈에선 어떤 마수가 나올지 모릅니다. 절 죽일 각오로 마법을 발동하세요.”
“하지만 시현 씨…….”
‘제가 어떻게 감히 시현 씨를’이라는 말을 억지로 삼키며.
천유리가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또 시작인가…….’
천유리를 본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점은 회귀 전과 똑같았다.
‘회귀 전에도 나를 비롯한 동료들을 죽자고 공격하진 못했지. 맨날 죽일 듯 검이나 주먹을 휘두르던 종천, 아담과는 달리 말이야. 은근히 잔정이 많단 말이야.’
홀로 중얼거리던 시현이 천총운검을 뒤집었다.
이제 등이 아닌 날.
여차하면 ‘실수로라도’ 천유리를 죽여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도 이러긴 싫지만.’
시현이 마른침을 삼켰다.
‘아이언 메이즈엔 뭐가 있을지 모른다. 천유리의 마인드부터 뜯어고쳐야겠어. 그래…… 목숨을 잃을 거란 생각을 들게 해야 고쳐지겠지.’
“제가 말씀드렸죠? 아이언 메이즈는 제가 가진 벼락 같은 속성 마법으로 이뤄진 함정부터…… 도플갱어 같은 마수도 있다고.”
“제 얼굴과 힘을 가지고 있는 도플갱어가 나와 천유리 씨를 공격해도 가만히 있으실 겁니까?”
“하지만 전 차이점을…… 도플갱어와 시현 씨를 구분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서요.”
“차이점을 알아도 정말로 공격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도플갱어들은 천유리 씨의 기억을 읽고 행동하니까.”
시현은 이미 천총운검의 힘을 끌어올리며 자신을 죽이려는 상황.
“이번엔 막는 걸로 모자랄 거예요. 저한테 반격 안 하면 정말로 죽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한계에 몰려 있는 천유리였지만.
지금 시현의 말이 거짓이나 허세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사아아아!
그렇게 시현의 천총운검이 천유리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고.
천유리가 세운 불과 얼음 방벽을 모조리 잘라내며 목이 실선이 그어졌다.
‘아, 안 돼…….’
그렇게 천유리의 눈이 뒤집혔다.
이시현.
그는 재앙이 터짐과 동시에 그녀를 옥죄며 죽음으로 내몰았던 부정한 특성 ‘냉혈(A)’을 무려 SS급 아이템을 사용해 치료해 줬을 뿐 아니라.
여태까지 재앙을 함께 돌파하며 전우애를 쌓았고.
서로 장난치고 요리하고, 여행하면서 쌓은 추억도 많았다.
그뿐인가?
하나뿐인 가족인 아버지와 화해도 주선해 주지 않았던가?
시현은 남자에겐 관심도 없었던 천유리에게 있어 첫사랑이었으며.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자, 전장을 함께 헤쳐온 전우고, 앞으로도 함께해야 할 동료였다.
단순히 하나의 관계로만 설명할 수 없는, 지금 천유리의 우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
그게 이시현이었다.
천유리의 입장에선 그런 시현을 공격할 순 없었다.
물론 그녀도 알고 있었다.
지금 시현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수련은커녕,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유리는 끝끝내 ‘자신의 의지’로는 시현을 공격할 수 없었다.
“으으으…… 으으…….”
화르르륵.
[크아아아아아!]‘이건?’
순간 천유리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화염에.
시현의 두 다리가 얼어붙었다.
-위험하다! 인간!
메헨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아이템, ‘밤의 장막(C)’이 어둠을 통과합니다.]시현은 [밤걸음>을 이용하면서까지 그녀의 공격을 피한 상태였다.
쿤달라가 가진 [정신 면역>이 없었다면 그대로 몸이 굳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화르르르르르륵!
저기서 천유리가 내뿜고 있는 ‘브레스’를 정면으로 맞았을 것이다.
‘저 정도 위력이면 아무리 나라도 많이 위험해.’
시현이 식은땀을 흘렸다.
‘용…… 용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천유리의 얼굴 중 절반이 붉은 비늘로 뒤덮여 있고.
한쪽 눈은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쉽게 끝나진 않을 거 같네. 잠자는 용은 건드리지 않는 법인데 말이야.
“그러게.”
그 모습을 본 시현의 왼손에 금빛 스파크가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쉽진 않겠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