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55)
신의 천적, 회귀하다 155화
101. 용암 호수(2)
‘이 사람이 가장 강하다.’
‘이 사람 옆에 붙어 있거나 지시만 잘 따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많이 살아남으면 살아남을수록 보상이 커지니 우릴 해칠 명분도, 이유도 없겠지.’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플레이어들이 시현의 말을 따랐다.
이들이 재앙을 진행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가장 강한’ 플레이어의 말을 듣는 게 살아남을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가 하는 말은 신기하게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지휘를 하는 데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전사, 기사 등 탱커 계열은 가장 앞에서 용암 호수에서 튀어나오는 마수들을 베세요. 정 안 되면 밀쳐내기라도 하고요. 마법사나 궁수들은 되도록 가장 상성이 좋은 냉기 속성을 사용해 주면 좋습니다.”
시현의 명령에 따라 플레이어들은 마그마 피쉬를 잘 막을 수 있었다.
물론 시현이 말한 내용은 정석에 가까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언어’가 통해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점.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홀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명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차이점을 보였다.
[마그마 피쉬를 처치하였습니다.] [21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마그마 피쉬를 처치하였습니다.]…….
천총운검이 혈풍을 일으키니 마그마 피쉬들이 전부 밀려 나가기 시작했다.
‘할 만한데?’
‘……인정하긴 싫지만 저 보랏빛 코트 동양인 덕분이야.’
‘혼자 거의 다 잡아대고 있는 데에도 계속해 유지하고 있어.’
‘마력 수치가 대체 몇이나 되는 거지? 저 정도 유지력을 보이려면 어림잡아 700 이상인가?’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시현이 있음으로써 단 한 명도 죽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들의 얼굴엔 희망의 불씨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 이대로만 가면.’
‘모두가 살 수 있어.’
콰드득!
그렇게 각자 포지션에 맞게 역할을 수행하며 버티고 있던 중.
[서브 퀘스트 종료까지 남은 시간: 2시간 30분.] [경고! 마그마 피쉬가 물러납니다!] [경고! 용암 호수의 지배자들이 인간 플레이어들의 냄새를 맡았습니다.]키르르르.
키르륵.
플레이어들을 죽일 듯 날아오르던 마그마 피쉬들이 더 이상 달려들지 않았다.
심지어 섬으로 올라온 녀석들도 몸을 비틀어 용암 호수 아래로 도망칠 정도였다.
“이게 무슨……?”
“지배자라고?”
“옵니다.”
당황한 플레이어들 사이로.
시현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거기. 기사 플레이어분.”
“……나?”
시현의 말에 맨 앞, 시현의 옆에서 활약하고 있던 기사 플레이어 ‘아서’가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켰다.
“제가 강력한 스킬을 쓸 때까지 시간 좀 끌어주세요.”
“알았다.”
시현이 미리 봐놨던 플레이어, 영국의 하이 랭커 ‘아서’.
신성력으로 빛나는 새하얀 갑옷을 걸친 그가 양손으로 쥔 대검은.
시현에게 있어 더없이 익숙한 무기였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가?’
엑스칼리버.
회귀 전, 시현이 선택했던 검이었다.
***
쿠구구궁…….
시현의 주변으로 검은 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천뢰.
시현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킬이지만.
아직은 이를 발동하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내가 해내야 한다.’
시현이 지목한 플레이어, 아서가 마른침을 삼킨 후.
영어로 명령했다.
“대열을 갖춰라.”
시현의 말처럼 뇌에 쏙쏙 박히진 않더라도, 만국 공통어인 영어였기에.
플레이어들은 다가올 마수에 대비해 대열을 갖췄다.
그리고.
촤아아아!
해일과도 같은 용암 파도를 일으키며.
용암 호수에서 거대한 도마뱀 형태를 한 마수가 튀어나왔다.
“으아아아!”
“뭐, 뭐야 이건!”
마그마 드레이크(Magma Drake).
도마뱀 형태를 한 저 마수는 아주 극소량이지만 무려 ‘용족’의 피를 이어받은 존재로.
용암에서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강력한 열기를 가진 마수였다.
콰아아아앙!
“크흑!”
“버텨!”
고작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내 섬에 발을 디뎠을 뿐인데.
섬 전체가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막아!”
그래도 힘을 합친 플레이어들은 어찌저찌 버틸 수 있었다.
[스킬, ‘기사의 맹세(A)’를 발동합니다.] [주변 플레이어들의 피해 중 50%를 대신 받는 대신, 받는 모든 피해량이 20% 감소합니다.] [스킬, …….]아서의 몸 주변으로 휘황찬란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오더니.
강력한 방어 스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스킬, ‘기사의 빛(S)’을 발동합니다.]일정 대미지를 받았을 경우 발동할 수 있는 ‘기사의 빛(S)’ 스킬까지 발동하니.
아서가 양손으로 들고 있던 엑스칼리버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브리트니!”
“오케이!”
뒤에 있던 아서의 동료, 브리트니가 시기적절하게 걸어준 ‘얼음검(A)’ 덕분에.
아서의 무기엔 일시적으로 냉기 속성도 추가된 상황.
그 덕분에 마그마 드레이크의 팔 한쪽에 구멍이 뚫리며, 그대로 뜯겨 나갔다.
“크워어어어어어어!”
“어?”
“도망가?”
포효와 함께 물러나는 녀석을 보며.
플레이어들이 환호했다.
“그럴 줄 알았지.”
“별것도 아닌 게!”
“이시현! 이시현! 이시현!”
“아서! 아서!”
그렇게 플레이어들이 환희에 찬 그때.
아서가 표정을 굳히며 손을 들었다.
“아직.”
“……?”
“이시현이 스킬 캐스팅을 멈추지 않았어. 퀘스트가 완료됐다는 메시지도 안 떴…….”
“크워어어어어어!”
아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
화강암 섬 주변으로 마그마 드레이크‘들’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
“이, 이럴 수가…….”
팔이 잘린 녀석이 데려온 동료는 무려 아홉.
꾸드드득…….
심지어 팔이 잘려 나간 녀석도 용암의 열기를 흡수하니.
그 팔을 그대로 재생시켰다.
화르르륵!
단순히 걸어오는 것만으로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열기가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마법사들을 지켜!”
“사제! 사제는 없나?”
“젠장!”
10마리로 늘어난 마그마 드레이크들은 별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피부에 용암을 두른 채 플레이어들을 후려칠 뿐.
하지만 앞발, 꼬리 등으로 후려치는 것만으로도 플레이어들은 최소 중상을 입고 날아가 처박혔다.
“크아아악!”
[‘상태 이상: 화상’에 걸렸습니다.] [‘상태 이상: 화상’에 걸렸습니다.]…….
육중한 공격에 맞지 않더라도.
마그마 드레이크들의 피부 근처에 노출된 것만으로 인간의 연약한 피부는 녹아내리기 일쑤였다.
시현을 제외한 49명의 플레이어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중 가장 위기에 몰린 건 예상외로 아서였다.
“브리트니!”
“……알았어!”
아서의 외침에 브리트니가 재빨리 날아 아서 옆으로 왔다.
아서왕의 계약자, 아서.
멀린의 계약자, 브리트니.
첫 번째 재앙부터 같이해 온 둘은.
‘단둘이서’ 마그마 드레이크 하나를 상대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젠장…….’
아까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깐 무려 49명의 플레이어가 달라붙어 한 마리를 상대한 덕분에 쉽게 물리칠 수 있었지만.
지금 상대하고 있는 건 단둘.
제각각 무리를 지어 마그마 드레이크를 한 마리씩 상대하고 있는 나머지 플레이어들과 달리 인원이 너무 적었다.
‘단번엔 아니더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는 오만이 아닌 자신감이었다.
아서의 랭킹은 영국 5위.
그것도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전부 통합된 최근 랭킹이 반영된 것이었다.
그런 그조차 마그마 드레이크를 상대로는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심지어 녀석이 상처 입고 디버프 범벅이 된 상태여도 말이다.
‘기사의 맹세를 사용한 내 물리 저항은 300, 마법 속성 저항은 200에 달하는데…… 그럼에도 이런 대미지라니.’
아서가 이를 깨물었다.
탱킹에 특화된 아서의 방어력만큼은 영국 랭킹 1위를 웃도는 수치였으나.
이마저도 버티기 부족했다.
‘브리트니가 냉기 마법을 사용해 주었는데도 이렇다니…….’
얼핏 보면 전설 속에 나오는 드래곤과 같은 크기를 가진 마그마 드레이크 앞에선.
브리트니가 냉기 속성 버프를 걸어 새파랗게 빛나는 아서의 엑스칼리버도 힘없이 튕겨 나갈 뿐이었다.
카아아아앙!
이윽고 마그마 드레이크에게 부딪친 아서의 대검을 타고.
짜릿한 충격이 전해져 왔다.
‘무슨…… 강철도 아니고.’
차라리 녀석의 피부가 강철인 게 나았다.
그랬다면 푸른빛을 내뿜고 있는 아서의 대검에 의해 완전히 갈라졌을 테니까.
“크워어어어어어!”
이내 마그마 드레이크의 입이 열리더니.
그곳에서 새빨간 용암이 흘러나왔다.
“꺄아악!”
그리고 이에 직격당한 브리트니가 정신을 잃고 저 멀리 날아갔다.
“브리트니!”
파앗!
영국 랭킹 3위인 그녀라도 아무런 대비 없이 용암에 처박히면 죽음을 면치 못했기에.
아서는 재빨리 달려 그녀를 끌어안았다.
풀 플레이트 아머를 걸친 전형적인 기사치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움직임이었다.
‘끝인가…….’
몸을 날린 자신의 위로 덮쳐오는 마그마 드레이크의 앞발을 보며.
아서가 한 손으론 대검을 방패처럼 세우고.
한 손으론 브리트니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어떻게든 동료는 지키려는 의지에서였다.
하지만 상황은 최악이었다.
기적이 일어나 마그마 드레이크가 죽는다 쳐도 용암에 빠진 채론 얼마 버틸 수 없었다.
성기사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그라고 해도 힐과 베리어를 유지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으니까.
‘운도 지지리 없지…….’
그렇게 중얼거린 아서가 눈을 질끈 감았다.
‘하필 제일 먼저 떨어진 곳이 발 디딜 틈도 없는 용암인 데다가, 저 강력한 괴물들까지 있다니……. 다른 곳도 이렇게 난이도가 높은 건가? 이곳으로 오지 말걸…….’
모든 걸 포기한 채 눈을 감은 그때.
카아아앙!
“잘 버텼어요.”
어느새 다가온 시현이 천총운검을 휘둘러 마그마 드레이크의 앞발을 튕겨냈다.
‘무슨 힘이…… 힘 스탯이 100을 넘기기라도 했나?’
하지만 진정으로 놀라운 건 시현의 근력 따위가 아니었다.
파지지지직…….
검은 벼락.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검은 스파크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이제 저한테 맡기고, 플레이어들을 한군데로 모아주세요.”
“다, 다들 모여!”
아서가 재빨리 소리친 덕분에.
그 전부터 기회를 보던 47명의 플레이어들이 한곳으로 모였다.
“크워어어어!”
“크아아아아!”
다소 움직임이 느린 마그마 드레이크들이 이를 눈치채고 달려들었지만.
“늦었어.”
그들이 볼 수 있는 건 입꼬리를 올린 시현.
그리고.
[스킬, ‘천뢰(EX)’를 발동합니다.]번쩍!
온 세상을 뒤덮는 검은 벼락뿐이었다.
***
천뢰(天雷).
번개의 극에 다다른 신만이 펼칠 수 있는 이 ‘권능’에 가까운 스킬이.
용암 호수 전체를 뒤덮었다.
“크아아아아아아!”
“키요오오오오오!”
아서처럼 눈치 빠른 플레이어, 혹은 마그마 드레이크로부터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던 플레이어들은.
시현의 경고 덕분에 전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마그마 드레이크들이 시현의 검은 천뢰를 우산처럼 막아준 덕분이었다.
‘역시…… 아직은 약해.’
무려 마기의 절반을 사용한 시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시현이 지금 사용한 천뢰는 그 어떤 스킬보다 강력했다.
단순 위력으로만 따져도 아스트라페와 라이트닝 티어를 합한 것의 5배 이상이었고.
부정한 심판이 주던 디버프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였다.
‘그래도…….’
그래도 다른 신들의 천뢰를 봤던 시현은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천뢰 자체의 위력은 강력해. 그나마 아스트라페와 연계해서 더욱 강력해졌지. 문제는 내 지능 스탯과 마기 스탯이야.’
스윽.
‘이건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문제니 당장 뭘 할 순 없겠어.’
하지만 시현이 가진 천뢰의 진짜 힘은 그 위력과 파괴력이 아니었다.
저주, 디버프.
그렇게 강력하다 알려져 있는 마그마 드레이크들의 피부가 얼어붙고, 썩어들고, 녹아내리고 있었다.
녀석들이 가진 단순 ‘신체 능력’은 대재앙 때 나오는 군단장급이었기 때문에 한 번에 죽진 않았지만.
“반격 시작이다.”
[[혈식검>을 발동합니다.]시현이 요리하기엔 적당히 연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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