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60)
신의 천적, 회귀하다 160화
103. 체인지 스테이션(2)
트레인 스테이션.
이곳엔 태양이 비치지 않아 낮과 밤이 존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토석인들은 스파르토이처럼 밥을 먹지도, 자지도 않는 인공생명체들.
녀석들은 ‘광물’만 있으면 동력으로 움직일 수 있었기에.
낮과 밤의 구분이 없었다.
“주인님.”
“으음…….”
“주인님. 아침이에요.”
암막 커튼을 거두며.
다콘이 시현을 깨웠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나?”
“네. 조명은 계속 켜져 있지만 시간은 흐르니까요. 현재 시각은 오전 7시입니다.”
“그래. 넌 잘 잤냐? 가살이는?”
“네. 전 잘 잤어요. 그리고 가살이는…… 주인님 머리 위에 있어요.”
“꾸르르…….(좀 더 잘래…….)”
“귀여운 녀석.”
피식 웃은 시현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얘도 깨워.”
“네. 가살아…… 가살아?”
“꾸르르르…….”
그렇게 가살을 흔들어 깨우는 다콘을 뒤로하고 시현은 거실로 나왔다.
파앗!
이내 시현의 말과 함께.
거실에 한눈에 담기도 힘든 거대한 화면이 튀어나왔다.
[아이템, ‘스테이션 통행증(E)’ 보유 여부가 확인되었습니다.] [환영합니다. 타락왕 이시현 님. 원하시는 기능을 선택해 주세요.] [▶식사] [▶음료]……
[▶퀘스트 목록]토석인들이 시스템과 제휴해 만든 이 기능은.
스테이션 통행증과 포인트만 있다면 정말 ‘못 할 게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
우선 아이스 아메리카노 몇 잔을 시킨 후.
시현은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퀘스트 목록]을 터치했다.
[퀘스트 목록으로 이동합니다.] [주의! 한 번에 한 퀘스트만 진행 가능합니다.] [현재 가진 ‘스테이션 통행증(E)’으로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 목록을 제시합니다.] [전철을 청소해 줘!> [▶상세 내용을 보려면 터치] [광물 채굴> [▶상세 내용을 보려면 터치]…….
수많은 퀘스트 목록이 드러났다.
회귀 전, 시현은 이곳에서 똑같이 퀘스트를 클리어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순서로, 어떻게 클리어해야 가장 효율적일지 알고 있었다.
“주인님. 가살이 깨웠어요.”
“잘했어.”
가살을 품에 안은 다콘이 시현의 옆으로 와 조심스럽게 앉았다.
“서브 퀘스트엔 보상이 적혀 있지 않아. 하지만 같은 일, 혹은 더 쉬운 일을 하더라도 보상을 미친 듯이 많이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심지어 이런 일들을 하면 명성도 훨씬 많이 올라가 스테이션 통행증도 빠르게 승격시킬 수 있지.”
“그런 게 있나요?”
“있지. ‘토석인’들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면 돼.”
“아……!”
다콘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브 퀘스트의 목록은 다양했다.
그중 토석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처리한다면 그들이 좋아할 건 자명했다.
‘토석인이라 해서 만능은 아니니까.’
그렇게 감탄하는 다콘에게 시현이 말을 이어나갔다.
“이 조건을 다 충족하면서 어렵기까지 하면 금상첨화겠지. 너도 저기 있는 퀘스트 터치하고 받아.”
“알았어요. 주인님.”
[서브 퀘스트, [전철을 청소해 줘!>를 획득하였습니다.] [서브 퀘스트: 전철을 청소해 줘!>▶목표: ‘체인지 스테이션’이 관리하는 전철 청소.
▶보상: 스테이션 통행증 곧바로 승격.
▶추가 보상: ???
▶실패 시: 스테이션 통행증 명성 하락.
서브 퀘스트, [전철을 청소해 줘!>.
눈에 보이는 뚜렷한 보상은 없었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지.’
‘스테이션 통행증(E)’을 D등급으로 승격시키기 위해선 원래 10개의 서브 퀘스트를 깨야 한다.
하지만 [전철을 청소해 줘!> 퀘스트를 깨면 곧바로 승격.
‘스테이션 통행증(E)’으로 깰 수 있는 서브 퀘스트 중 제대로 된 보상이 없다는 걸 감안하면.
이게 빠르고 효율적이었다.
‘물론 원래라면 서브 퀘스트 10개는커녕 14개 정도 깰 정도로 오래 걸리는 퀘스트지만.’
씨익.
“이 녀석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다콘에게서 가살을 건네받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꾸릉?(나?)”
***
쿠구구…… 쿠구…… 쿠구…….
여느 지하철에서 들리는 소리와 함께.
시현은 다콘과 함께 체인지 스테이션 역에서 한 전철에 올라탔다.
[전철을 청소해 줘!>의 퀘스트 내용은 말 그대로 ‘청소’.유일한 승객이라 볼 수 있는 드워프들이 타고 있지 않을 때 실행하면 되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네.”
청동 계급의 토석인 하나의 안내를 받아 전철 안으로 들어온 후.
시현이 천총운검을 어깨에 올렸다.
“주인님, 청소하는 데 그 검이 필요하나요?”
“혹시 모르니까.”
“혹시 모르다니 그게 무슨…….”
“쌔애애액!”
다콘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
거대한 전철 구석구석에서 무언가 스멀스멀 삐져나왔다.
“저건?”
그걸 본 다콘의 눈이 커졌다.
“아이언 스네이크?”
아이언 스네이크(Iron Snake).
드워프들이 토석인 이전에 만들어놓은 ‘채굴용 마수’였다.
“하지만 이 마수들은 원래 전철 안으로 못 들어오잖아요.”
다콘은 아이언 스네이크를 알고 있었다.
지하 3층까지 내려가 봤기에 녀석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했던 것이다.
“전철이 멈춰 있을 땐 달라. 녀석들이 이렇게 가끔 올라오지.”
“토석인들이 녀석들을 처리하는 거 아니었어요?”
“맞지. 하지만 녀석들한테 있어서 이건 애매한 문제야.”
“애매하다뇨?”
“청동 계급의 토석인들이 강한 건 알고 있지? 근데 유독 저 아이언 스네이크들에겐 힘을 못 쓴단 말이야.”
그 말에 다콘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동 계급의 토석인들은 확실히 한국 랭킹 1,000위 안에 들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독 아이언 스네이크 앞에 서면 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언 스네이크.
녀석들이 가진 독 때문이었다.
“아이언 스네이크의 독은 인간 같은 생물체에겐 효과가 없죠. 하지만 흙이나 광물을 빠르게 부식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말 그대로야.”
앞서 말했다시피 아이언 스네이크는 드워프들이 ‘채굴용’으로 만든 인공생명체.
빠르게 흙을 부식시키고, 쓸데없는 광물을 녹여 ‘원하는 광물’만 획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존재들이다.
그런 만큼 흙과 광물로 되어 있는 토석인들과는 상성이 매우 좋았다.
‘아이언 스네이크가 10마리쯤이면 모를까. 그 이상으로 달려들면 제아무리 토석인이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누군가는 지하철 청소를 해야 했기에.
청동 계급 토석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은 계급 토석인들이 나서면 특유의 강함으로 아이언 스네이크들을 쓸어버릴 수 있겠지만.
그 계급부턴 드워프를 보좌하고 전철 부품을 손봐야 했기에, 그 개체 수가 별로 없었다.
“은 계급이 나서자니 인력이 부족하고. 청동 계급이 나서자니 목숨을 걸어야 하지. 그래서.”
시현이 품 안에 있던 가살을 아래로 내려놓았다.
“인간들에게 맡기기 딱이라 생각하는 거야.”
“그런…….”
“뭐. 드워프들의 욕심으로 그 ‘강력한 우두머리’를 만들어냈으니 통제를 벗어난 것도 이해는 가지.”
씨익.
“부탁한다. 가살아.”
“꾸름!(이번엔 특별히 도와주지!).”
가살이 아장아장 앞으로 걸어 나갔다.
“취애애액!”
아이언 스네이크들이 가살을 보고 달려들었다.
콰드득!
그리고 녀석들의 송곳니가 가살의 피부에 닿은 그 순간.
카앙!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니 녀석들의 송곳니가 그대로 부러져 나갔다.
“취애액?”
“취애액!”
“꾸르릉!(까불기는!)”
이내 가살이 코를 휘둘렀다.
파아아악!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나며.
아이언 스네이크들이 한두 마리씩 터져 나갔다.
와그작.
그리고 가살은 그런 아이언 스네이크를 너무 자연스럽게 먹어대고 있었다.
[펫, ‘가살’이 아이언 스네이크를 처치하였습니다.] [22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경험치가…….]…….
“와…….”
그 모습을 본 다콘이 순수한 감탄을 내뱉었다.
‘단순 펫이라 생각했는데.’
아이언 스네이크는 토석인들에게만 강력한 건 아니었다.
질 좋은 철로 이뤄져 있는 녀석들의 몸은 어지간한 날붙이로는 흠집도 안 날 만큼 단단했고.
그 움직임도 눈으로 좇기 힘들 만큼 빨랐다.
그뿐인가?
녀석들이 내뿜는 독은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는 무기와 방어구를 녹여 버리기 일쑤였다.
대부분의 무기와 방어구는 광물로 되어 있었으니까.
‘꽤나 강력했던 나와 다른 하이 엘프들도 녀석들 하나를 잡는 데 20분이 걸렸어. 그 수가 많아질수록 처리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래서 나중엔 마주치자마자 도망쳤었지.’
다콘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데 저 펫은 대체…….’
불가살이(不可殺伊).
철을 먹는 신수.
다콘은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적어도 철이나 광물과 관련된 적들은 가살에게 어떤 피해도 입힐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걸로 이뤄진 것들은 가살의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었다.
“가자.”
그렇게 시현과 다콘은 가만히 걷기만 해도 아이언 스네이크를 쓸어버릴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먹성이 좋은 가살이 계속해 아이언 스네이크들을 먹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
[믿을 수 없습니다! 체인지 스테이션의 전철 중 하나를 완벽하게 청소하였습니다.] [‘완벽한 청소’로 인해 추가 명성치를 획득합니다.]콰드드득!
마지막 아이언 스네이크를 먹음과 동시에.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크워어어어!(끝이다!)”
그리고 어느새 코끼리만큼 덩치가 커진 가살이 시현에게 달려왔다.
철을 먹으면 먹을수록 몸이 커지는 불가살이 특성 덕분이었다.
“야! 토해내고 와!”
“꾸르릉…….(까칠하긴…….)”
매정해 보일 수 있지만, 시현의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었다.
저 덩치에 깔리면 꽤나 고생할 수 있었으니까.
꿀렁꿀렁.
이내 가살의 입에서 무언가가 쏟아져 나왔다.
“이건?”
광물에 문외한인 다콘이 보기에도 최상급 품질을 가지고 있는 철이었다.
“당연하지.”
키비시스를 열어 그 철들을 챙기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가살이는 신수야. 이 녀석 몸에서 소화된 철은 최고 등급 품질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지.”
시현은 가살을 타락시키지 않았기에.
이 철엔 극소량이지만 무려 신성력이 흐르고 있기도 했다.
“설마…….”
“그래. 토석인들은 품질 좋은 광물, 특히 ‘아이언 트레인’의 재료가 되는 철에 환장하지.”
“이걸 파실 생각이시군요.”
“일부는 남겨두고. 오영일, 오인수가 이런 재료를 좋아하니까.”
단순히 아이언 스네이크를 ‘청소’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걸 다시 되팔 생각까지 하는 시현을 보며 다콘이 고개를 저었다.
‘지독하다. 지독해.’
“뭐야? 그 태도는.”
“아, 아니에요. 주인님.”
“꾸르르르…….”
이내 다시 몸을 줄인 가살을 안으며 시현이 고개를 돌렸다.
“[전철을 청소해 줘!> 퀘스트는 전철 하나만 청소해도 클리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보상을 덥석 받아버릴 순 없지. 자, 다콘. 이제 밥값 할 차례다.”
“바, 밥값이라뇨?”
“너에게 임무를 주겠어.”
시현이 다른 전철로 이동하며 웃었다.
“넌 아이언 스네이크가 특히 많은 전철들을 뒤져서 나에게 정보를 물어와. 운행 안 하는 전철들은 조명이 다 꺼져 있으니 파악하기 쉬울 거야.”
“…….”
체인지 스테이션을 거치는 전철의 개수만 32개.
이것들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피곤한 일이었다.
특히나 드워프들이 타는 이 전철들은 그 크기가 인간들의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거대하지 않는가?
“알았어요.”
하지만 다콘은 시현의 권속.
그의 명령을 거부할 순 없었다.
“자. 그럼.”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청소 좀 해보자고.”
그렇게 다콘이 정보를 물어오고, 아이언 스네이크를 유인한 뒤.
가살이 아이언 스네이크를 맛있게 먹는 동안.
시현은 관리, 감독을 한다는 명분으로 팔짱을 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멍하니 있을 생각은 없었다.
‘토석인들이 운영하는 이곳, 트레인 메이즈에선 시스템상의 상점에서 팔지 않는 아이템들이 있지.’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상점 목록을 하나하나 뒤졌다.
그중에선 지하 1층, 트레인 메이즈에서 쓸 만한 아이템뿐 아니라, 다음 미로에서도 쓸 만한 아이템이 많았다.
[믿을 수 없습니다! 체인지 스테이션의 전철 중 하나를 완벽하게 청소하였습니다.] [‘완벽한 청소’로 인해 추가 명성치를 획득합니다.]‘좋아.’
그렇게 예상한 것보다도 빠르게 모든 청소를 마치며.
시현이 발걸음을 옮겼다.
“가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