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62)
신의 천적, 회귀하다 162화
104. 개인 퀘스트(2)
“……대차게도 뜯어가는구만.”
“투자입니다. 투자! 어차피 제가 메두사 잡아오면 몇 배로 돌려드릴 텐데요, 뭐.”
“개인적으로는 따서 갚는다는 말을 잘 믿진 않지만…….”
졸지에 상당한 재화와 정보를 뜯긴 토석인, 코시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믿겠네. 그럼.”
“알겠습니다.”
***
지이잉.
“오셨어요, 주인님?”
“오냐.”
“꾸르릉!(밥 줘라!)”
오자마자 키비시스를 열어 철로 된 E급 아이템 몇 개를 던져준 후.
시현은 코시오에게서 받은 여러 ‘투자’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시현이 요구해 첫 번째로 얻은 투자는 바로 ‘메두사에 대한 정보’였다.
원래는 역장, 혹은 금강석 계급 토석인들만 알고 있는 고급 정보였지만.
상대를 알면 더 편하게 잡을 수 있을 거란 시현의 말에 설득당했던 것이다.
[메두사(트레인 메이즈)]▶트레인 메이즈에 존재하는 메두사는 드워프들이 만든 아이언 스네이크의 정점이자 여왕이다.
그녀를 보좌하는 두 자매, 스테노와 에우뤼알레를 포함해 ‘아이언 고르곤’이라고도 불리며…….
‘정보를 보니 확실하네.’
시현이 마른침을 삼켰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메두사다.’
메두사(Μέδουσα).
정보를 보아하니 그 옆엔 그녀의 자매인 스테노(Σθενώ)와 에우뤼알레(Εὐρυάλη)도 있는 듯했다.
‘혼자선 절대 무리겠어.’
메두사만 어떻게 일대일로 상대하는 것도 무린데.
강력한 힘을 가진 두 마수가 옆에 있다면 시현 혼자의 힘으론 무리였다.
물론 고르곤 세 자매가 과거의 힘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시현 혼자선커녕, 이곳에 모인 모든 인간 플레이어와 토석인들이 달려들었어도 순식간에 몰살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랬다면 진작 트레인 메이즈 전체를 집어삼켰겠지.’
드워프들이 만든 고르곤 세 자매의 진실은 이러했다.
인간의 몸으로는 가장 높은 신격인 ‘상급신’의 지위를 받은 영웅, ‘페르세우스’.
드워프들은 그의 아내인 안드로메다를 위한 목걸이를 주었다.
그리고 그 목걸이는 프레이야나 아프로디테 정도의 여신들이 낄 법한 아름답고 화려한 장신구였기에.
페르세우스는 그 대가로 드워프들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주었다.
페르세우스 또한 시현이 현재 사용하는 아이템, ‘키비시스’를 사용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후, 드워프들은 스테노와 에우뤼알레의 사체까지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고.
신격을 가진 이 세 개의 마수들을 재료로 최초의 ‘아이언 스네이크’를 만들어내었다.
“오만했네.”
제아무리 죽은 것들이라지만 신격을 가진 마수들을 기계화시켜 부려먹을 생각을 하다니.
오만했으며, 안일한 생각이었다.
‘결말이야 뻔하지.’
시현의 예상대로, 부활한 메두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생의 기억을 모두 되찾았고.
나머지 두 자매를 비롯한 모든 아이언 스네이크들을 이끌고 지하 1층으로 숨어들었다.
‘드워프들이 애초에 토석인들을 만든 것도 메두사가 무서워서였어. 전철 따위가 필요하다기보단 말이지.’
드워프들이 트레인 메이즈를 설치하고 다른 이종족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한 이유?
‘혹시라도’ 자신들을 대신해 메두사를 잡아줄 존재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 때문이었다.
‘그래서 재앙 시스템하고도 손잡아 제휴한 거네.’
메두사에 관한 정보는 회귀 전에도 몰랐던 것이었기에.
시현은 흥미로운 눈으로 그녀에 대한 정보를 살폈다.
‘회귀 전엔 그냥 서브 퀘스트만 깨고 넘어가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이건 생각보다 더…….’
그렇게 메두사의 정보를 전부 살핀 후.
이제는 고기도 야무지게 먹어대는 다콘과 메헨, 철을 씹어 먹는 가살과 식사를 마친 뒤.
시현은 코시오에게서 얻은 두 번째 투자를 확인했다.
[스테이션 통행증(B)]……
[B등급 특수 효과>1) 이제 4개의 의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2) 이제 체인지 스테이션뿐 아니라, 전철을 타고 다른 역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시현의 부탁으로 코시오는 스테이션 통행증을 곧바로 B등급으로 상승시켜 주었다.
B등급에 달하는 스테이션 통행증은 어느새 백금으로 변해 반짝거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A등급으로 올려달라 하고 싶었지만…….’
코시오의 말에 따르면.
역장의 권한으로도 통행증을 승격시킬 수 있는 건 1단계뿐.
그것도 B등급이 된 통행증에는 불가능했다.
‘하긴 통행증은 체인지 스테이션만이 아니라 모든 스테이션에서 적용 가능하니까.’
하지만 이걸로도 만족스러웠다.
이젠 [개인 퀘스트: 메두사 처치>를 제외하고도 3개의 퀘스트를 받아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었으며.
필요하다면 체인지 스테이션뿐 아니라 다른 스테이션으로 가 퀘스트를 진행할 수도 있었다.
“밥들은 다 먹었냐?”
“느에.”
-다 먹었다. 인간.
“꾸릉!(난 아직!)”
“그럼 슬슬 움직이자.”
가살을 거꾸로 들어 털어낸 뒤.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가살아. 넌 어차피 배 터지게 먹을 텐데 뭐.”
“꾸르르르!(이거 놔!)”
***
[퀘스트 목록으로 이동합니다.] [현재 아이템, ‘스테이션 통행증(B)’이 ‘백금 계급’입니다. 이제 4개의 퀘스트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가진 ‘스테이션 통행증(B)’으로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 목록을 제시합니다.]…….
토석인들이 만들어놓은 기능을 한껏 사용해.
시현은 수많은 퀘스트를 한꺼번에 처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전철을 청소해 줘!> 퀘스트는 주기적으로 진행했다.
아이언 스네이크들은 청소를 해도 해도 전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었기에.
[전철을 청소해 줘!> 퀘스트는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내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돼.’
시현이 선택한 방법은 ‘간단한 꼼수’였다.
다콘에게 가살을 맡기기만 하면 되었다.
다콘이 어둠 속에 쌓인 전철을 돌아다니며 아이언 스네이크를 찾고, 가살은 그 아이언 스네이크들을 전부 먹어치웠다.
굳이 시현이 없더라도 가살은 철로 된 마수들의 천적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다칠 염려는 없었다.
다콘은 아이언 스네이크의 위치를 찾고 처리는 가살에게 전부 맡겨놨기에.
[전철을 청소해 줘!> 퀘스트에 대한 보상은 시현이 독식하고 있었다.가살은 다콘의 펫이 아니라 시현의 펫이었으니까.
‘옛날 모바일 게임에 있었던 자동 사냥과 다를 게 없지.’
[믿을 수 없습니다! 전철을 완벽히 청소하였습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전철을 완벽히 청소하였습니다!]그 결과, 시현이 다른 곳에 있더라도 이런 메시지가 계속해 울려왔다.
[전철을 청소해 줘!> 퀘스트는 별다른 보상을 주지는 않았지만.통행증의 승격에 필요한 명성을 많이 올려주는 퀘스트였기에.
빼먹을 순 없었다.
시현은 이렇게 두 개의 퀘스트는 고정으로 박아놓은 채.
다른 서브 퀘스트들을 해치웠다.
그 종류는 다양했다.
전철이나 시설 중 고장 난 부분을 고쳐주는 것부터 시작해.
무거운 짐을 빠르게 옮겨주는 것.
그 외에 지하 1층의 미개척지를 미리 탐사하는 것부터, 위험한 곳으로 가는 드워프들을 호위하는 것.
이따금씩 나타나는 ‘우두머리급 아이언 스네이크’를 사냥하는 것까지.
다양한 신의 아이템들뿐 아니라.
키비시스에 온갖 재료를 가지고 있는 시현의 입장에선 못 깰 게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1개월, 30일이 지났고.
이제 ‘체인지 스테이션’에도 인간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타락왕 이시현?”
“그게 누군데?”
“나 들어본 적 있어. 엘리시움에서 말이야…….”
“한국? 그 작은 나라의 플레이어가 벌써 그런 명성을 쌓았다고?”
그렇게 다른 플레이어들이 뭐라 하든지 말든지.
시현은 꾸준히, 그리고 철저히 서브 퀘스트들을 클리어하고 보상과 포인트를 쓸어 담았다.
***
쿠구구구구구!
“피해요!”
“개구멍은 이쪽입니다!”
지하 1층, 트레인 메이즈의 한 구역.
‘미로는 생각보다도 훨씬 위험한 곳이구나.’
수많은 흙과 재, 그을음 등에도 전혀 때 묻지 않은 하얀 로브를 펄럭이며.
한 여성이 개구멍에서 빠져나왔다.
“괜찮으세요, 천유리 씨?”
“다치진 않으셨습니까?”
“네. 다행히…….”
용암 호수에서부터 인연을 이어온 여러 플레이어들과 협동해 살아남은 덕분에.
무사히 이곳, 트레인 메이즈까지 올 수 있었다.
사실, 천유리의 미로 탐험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시현의 말대로 서브 퀘스트, [용암 호수>를 진행하던 중 갑작스럽게 엘프 장로, 람미아가 찾아온 게 그 시작이었다.
‘그래도 그땐 시현 씨가 말한 마그마 드레이크가 없었어서 다행이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버텨야 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곤 하지만 단 한 명도 죽지 않고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었으니까.
상대의 열기를 뺏어 냉기를 강화시키는 능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서브 퀘스트가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그 후로 고립된 용암 호수에서 1시간 동안 살아남은 건 기적이었다.
“저희의 은인이신데요.”
“맞아요. 유리 씨가 아니었다면 저희 모두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용암 호수에서 살아남은 30명.
이들은 힘을 합쳐 어떻게든 레드 엘프들에게서 벗어났고.
50마리의 생물을 죽인 덕분에 재빨리 트레인 메이즈로 도망칠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시시각각 바뀌는 아이언 메이즈의 지형, 첫 번째 재앙 당시 나왔던 마수들,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레드 엘프, 다크 엘프 때문에 이제 남은 인원은 고작 10명이었지만.
‘그나마 엘프들이 지하 1층까지는 쫓아오지 못해서 다행이야.’
그렇게 중얼거린 천유리가 플레이어들을 확인했다.
다행히 이번에도 전부 개구멍에 숨어들어 목숨을 건진 상황.
‘이제 시현 씨가 말씀해주신 대로 역을 찾아야 해.’
하지만 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전철은 소리나 진동을 제외한 어떤 예고도 없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인간 플레이어들에겐 계속해 아이언 스네이크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광물이나 전철에만 관심 있는 녀석들은, 평소라면 인간이 지나가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테지만.
현재 ‘무언가’에 의해 들쑤셔지고 있는 상황.
감각과 성질이 예민해져 지나가던 인간 플레이어들을 습격하는 일이 종종 생겨났다.
쿠구구구구…….
“후…….”
그렇게 또 한 번 아이언 스네이크들을 얼려 처리하고, 개구멍에 숨어 있으니.
또 하나의 전철이 지나갔다.
‘응?’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 사람들…….’
이번에 나가려는 인간 플레이어들은 이전과는 달랐다.
뭔가 급박해 보이는 태도.
‘마치 이곳에서 빨리 나가지 않으면 전부 죽을 수도 있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것 같아.’
두 사람의 표정에 드러나는 급박함과 절박함, 그리고 식은땀 등이 느껴졌다.
그리고 천유리의 머릿속으로, 시현이 남겼던 ‘가장 중요한 말’이 떠올랐다.
‘천유리 씨. 아무도 믿지 마세요.’
‘이미 내가 나가기엔 늦은 상황…… 그렇다면.’
[스킬, ‘얼음 피부(C)’을 발동합니다.] [스킬, ‘냉기 강화(C)’를 발동합니다.]천유리는 ‘얼음 피부(C)’를 사용해 자신의 몸 주변으로 얼음 속성의 방어막을 형성했고.
‘냉기 강화(C)’ 스킬까지 사용해 물리, 마법 저항을 높였다.
아니나 다를까?
콰아아아앙!
다른 두 플레이어들이 나가자마자 천유리가 있던 개구멍에 용암이 차오르더니,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젠장!”
“우리까지 죽일 셈이었냐? 빌어먹을 새끼들아?”
“안 죽었잖아. 그러면 된 거지.”
“타이밍이 예술이었어.”
까맣게 타버린 채 시커먼 연기만 내뿜는 개구멍을 보며.
중국의 여성 플레이어, 위통이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계약대로 저 얼음 마녀를 처치했으니 우린 레드 엘프와…….”
하지만 그녀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콰드드드득!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개구멍에서 얼음으로 이뤄진 손이 나오더니.
그대로 탈출했던 플레이어 중 하나의 머리를 잡아 터뜨렸기 때문이었다.
‘……당했어? 검사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내가 눈치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위통이 미처 움직일 틈도 없이.
사아아아!
“크아아아악!”
탈출했던 또 다른 플레이어가 완전히 얼어붙어 생을 마감했다.
자신을 노린 것도 아닌데 느껴지는 살벌한 냉기에.
위통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대비해! 얼음 마녀가 안 죽었다!”
“젠장! 힘 다 빼놓은 거 아니었어?”
“일부러 아이언 스네이크도 그 여자가 거의 다 잡게 했잖아!”
‘맞아……. 그리고 식량도 일부러 그 여자만 몰래 안 줬지. 그런데 어떻게…….’
위통이 마른침을 삼켰다.
‘아직도 저런 힘을? 분명 쓰러지기 직전일 텐데?’
“뭐라는 거야? 중국말인가?”
카아아아앙!
이내 냉기와 함께 개구멍이 완전히 얼어붙고, 터지며.
하얀 로브와 은발을 펄럭이는 천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아무도 믿으면 안 됐는데 말이야.”
“다, 다들 공격해!”
그렇게 위통을 필두로.
남은 7명의 인간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천유리를 향해 쏘아져 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