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65)
신의 천적, 회귀하다 165화
105. 고르곤(2)
“제법인데?”
“……그쪽도.”
메두사가 움직이기를 대기하고 있는 동안.
종천은 비무광답게 계속해 몸을 풀길 원했고, 아서는 기사답게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둘은 코시오가 특별히 마련해 준 장비와 대련장에서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다.
“남자들이란…….”
“어떻게 보면 저 둘이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을걸요?”
“그러게요?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천유리와 브리트니는 유일한 동성에, 같은 마법사였기에, 빠르게 친해진 상태였다.
둘은 코시오의 지원 덕분에 여러 스킬북과 영단, 아이템 등을 얻어 한층 더 강력해지고 있었다.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멀린의 계약자, 브리트니.
그녀의 유일한 단점이 ‘파괴력이 떨어진다’라는 점이었는데.
천유리의 마력 응용과 스킬 활용도 등을 배워 그 단점을 약간이나마 보완하고 있었다.
반면 천유리의 단점은 파괴력‘만’ 뛰어나다는 점이었는데.
이는 그녀의 모든 마법이 공격 혹은 방어에만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 ‘방어’도 공격을 함으로써 상대 공격을 얼리거나 소멸시켜 버리는 방식이었기에.
‘다양한 마법’을 사용한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양한 마법을 가진 브리트니의 마력 응용과 스킬 활용도 등을 배워 그 단점을 약간이나마 보완하고 있었다.
즉, 서로가 붙어 마법에 대해 토론하면서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시키고 있었다.
이는 시현도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시너지였다.
‘확실히 역장 정도 되는 인물의 지원이 있으니까 좋네.’
토석인인 그는 무작정 아이템만 주는 드워프들과는 달리 이것저것 챙겨주었다.
다행히 전부 토석인의 언어를 사용하고, 시현은 [만물의 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었다.
‘하긴, 정말 메두사만 잡는다면 이 사람에게 있어선 엄청난 이득이니까.’
그리고 시현은 다시 한번 신들의 아이템을 살피고, 스탯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동안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시현이 집중한 건 주 스탯 올리기.
훗날 신의 아이템이 S급이 되어 이를 다루기 위함이었다.
‘스테이션엔 바깥에서 구할 수 없는 영약이 많이 있지. 그리고 그중 제일은…….’
씨익.
‘고르곤 세 자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영약이고.’
나머지 영약은 한낱 ‘재료’로 쓰일 만큼 말이다.
‘특히 메두사의 머리는…….’
“찾았네.”
그렇게 시현이 영약들을 보고 있을 때.
코시오가 대기 중이던 일행에게 ‘직접’ 찾아왔다.
“이시현. 자네가 예상한 대로야. ‘조인 스테이션’에 고르곤 세 자매가 나타났어!”
“그래요?”
시현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다른 네 플레이어들은 하나둘 준비하고 있었다.
시현이 ‘상황이 터지면 언제든 달려가야 한다’라고 말해놓은 덕분이었다.
“그럼 가볼까요?”
***
조인 스테이션.
트레인 메이즈 한가운데에 위치한, ‘모든’ 호선이 이어져 있는 역.
단순 규모로만 따지면 코시오와 시현이 있는 체인지 스테이션보다 거대했고, 그만큼 강한 토석인들도 많았다.
메두사는 시현의 예상대로 조인 스테이션을 먼저 공격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이 전략적 요충지니까.’
이곳을 점령하면 다른 역으로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철로가 나 있는 다른 역들 간의 보급을 막을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역장들이 서로 견제하느라 활발히 이뤄지진 않고 있었지만.
메두사가 이런 사실까지는 모르는 듯했다.
쿠구…… 쿠구…….
조인 스테이션으로 향하는 전철에 몸을 실은 채.
시현 일행은 각자 몸과 긴장을 풀고 있었다.
“그런데 역장님. 저희가 미리 합류해서 조인 스테이션에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메두사가 조인 스테이션을 점령한 이유를 들은 후.
아서가 코시오에게 물었다.
당연한 의문이었다.
굳이 공격받지 않는 체인지 스테이션에 대기하다가 조인 스테이션으로 갈 이유는 없었으니까.
“아니지. 메두사가 조인 스테이션을 점거할 가능성이 크다곤 해도 우리가 먼저 공격받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아서가 무어라 따지려는 그때.
시현이 아서의 어깨에 손을 올린 뒤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임무부터 처리하자고.”
“……알았어.”
‘코시오가 조인 스테이션을 도와주겠냐고.’
조인 스테이션의 역장은 코시오가 아닌 다른 거대 역에 충성하고 있는 토석인.
코시오의 입장에선 본인 ‘라인’이 아닌 다른 라인의 토석인을 살려줄 필요가 없었다.
‘혹시라도 우리가 고르곤 세 자매를 처치하면 그 틈을 타 조인 스테이션을 점거할 생각인 거야. 우리가 미리 합류해 있었다면 조인 스테이션의 역장이 살아남을 수도 있으니까.’
고르곤 세 자매가 처치된 후, 조인 스테이션의 역장이 살아 있다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역장이 있는 한 그 역의 소유권은 역장이 가지고 있고, 토석인들끼린 드워프의 허락 없이 서로 싸울 수 없었으니까.
‘그러면 빈집털이를 못 하지.’
코시오는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시현은 이미 그의 속내를 다 파악하고 있었다.
현재 그가 데리고 오는 토석인들도 고르곤 세 자매를 해치운 후 ‘빈집털이’를 위한 것일 뿐.
고르곤 세 자매와 아이언 스네이크들은 시현 일행이 잡아야만 했다.
코시오의 입장에선 시현 일행이 패배하고 죽어도 상관없었다.
그대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하긴, 아이언 스네이크도 제대로 처치할 수 없는 토석인들이 고르곤 세 자매를 상대하는 건 무리지.’
쿠구구구…….
아니나 다를까.
이내 도착한 조인 스테이션은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멀쩡한 것이라곤 역을 잇는 철로뿐.
나머지 건축물들은 고르곤 세 자매가 소환하고, 이끌고 있는 늪지대에 의해 파괴되고, 빨려 들어가는 중이었다.
[……전철? 이곳으로 오는 전철이 있다고?]츠즈즈즉.
시현이 탄 전철을 발견한 메두사가 눈을 빛냈다.
[가라.]취애애액!
메두사의 명령에 따라 크고 작은 아이언 스네이크들이 전철에 달라붙었다.
금속을 파고, 녹이는 데 일가견이 있는 녀석들이었기 때문에.
전철은 속절없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전원 후퇴! 최대한 방어만 해라!”
코시오가 소리쳤다.
그가 데리고 온 토석인들은 전부 금 계급 이상.
고르곤 세 자매라면 모를까, 달려드는 아이언 스네이크들을 상대로 ‘버티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
“아이언 바실리스크는 내가 맡는다! 금 계급은 일반 아이언 스네이크를, 백금 계급과 금강석 계급은 히드라 개체들을 막아!”
“네!”
“네!”
콰아아아앙!
그렇게 전철이 녹아내려 파괴되고 있을 때.
파앗!
누군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혈식검>을 발동합니다.]파아앗!
시현의 몸 주변으로 몰아치는 혈풍에 아이언 스네이크들의 몸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발견한 메두사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메두사뿐만이 아니었다.
스테노, 에우뤼알레도 만만치 않은 적이 나타남을 알고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계획대로!”
파앗!
시현의 뒤로 네 플레이어가 튀어나왔다.
종천은 홀로 스테노를.
나머지 셋은 에우뤼알레 앞에 섰다.
[멍청한 인간들이네요.]철 가면의 눈구멍 너머로 메두사의 두 눈이 호선을 그렸다.
[고작 다섯으로 우릴 잡겠다고요? 그 전에 전부 죽어버릴 겁니다.]사아아…….
다이아몬드로 된 메두사의 머리칼, 뱀들이 하나둘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메두사도 얼굴을 옥죄고 있던 철 가면을 벗었다.
이미 몸이 광물로 이뤄진 토석인들에겐 ‘상태 이상: 석화’가 통하지 않았지만.
상대가 인간인 이상 거리낄 건 없었다.
‘저 모습은?’
이내 메두사의 얼굴을 마주친 시현의 눈이 커졌다.
그녀의 모습이 더없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 아테나에게 저주를 받기 전엔 저렇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했었지.’
[죽으세요.]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메두사의 두 눈이 빛났다.
[경고! 강력한 ‘상태 이상: 석화’에 노출됩니다.]그렇게 두 눈을 마주친 순간.
메두사는 상대가 석화에 걸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럼 슬슬 다른 인간들도…….]우선 다른 인간들 또한 돌로 만든 뒤, 토석인들을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은 메두사는.
그대로 굳어 있는 시현을 지나쳤다.
겉보기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원래 메두사의 석화는 상대를 살아 있는 상태로 굳히는 것.
이제 녀석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게 메두사가 시현을 지나쳐 홀로 있는 종천에게 다가갔을 때.
‘이건?’
콰드드득!
땅바닥에선 손 모양을 한 촉수들이 나와 몸을 묶었고.
뒤에선 강력한 기운을 담은 무언가가 쏘아져 나왔다.
[크흑……!]가진 힘이 워낙 우수했기에, 촉수들을 힘으로 박살 낸 후.
메두사는 몸을 틀어 공격을 피했다.
그렇다고 해도 상대의 공격을 전부 피할 순 없었다.
서걱.
몇백 년 동안 허용한 적 없는 메두사의 등판에 기다란 검흔이 생겨나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검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이 무슨……?]“선빵필승. 모르냐?”
뒤돌아보니 방금 전 석화를 걸었던 인간, 이시현이 입꼬리를 올린 채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위험해.’
이 공격은 위험했다.
아무리 방심하고 있었다지만.
상대는 온 피부가 다이아몬드로 되어 있는 자신을 베었다.
이 말인즉, 상대에게 어지간한 공격은 통하지 않는 메두사의 피부를 뚫을 능력이 있다는 것.
휘리릭.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메두사가 볼품없이 바닥을 굴렀다.
[이런 미친…….]가까스로 공격은 피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상대의 공격은 끊이지가 않았다.
촉수들 중 일부는 계속해 메두사가 흘린 피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고.
그 사이로 들어온 시현은 계속해 검을 휘둘렀다.
[인간 주제에!]번뜩!
메두사가 다시 눈을 부라렸지만.
그뿐.
이제 연기는 끝났다는 듯 시현은 메두사의 눈을 보고서도 계속해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서걱!
메두사의 단단한 피부가 잘려 나가고, 흘리는 피가 점점 더 늘어났다.
그리고 그렇게 피를 흘리면 흘릴수록 천총운검에 서린 기운이 거세지고 있었다.
악순환.
메두사의 입장에선 악몽과도 같은, 끔찍한 악순환이었다.
[[혈식검>이 고르곤의 피를 흡입합니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흡수된 피로 피해량을 27% 상승시킵니다.] [아이템, ‘천총운검(C)’이 흡수된 고르곤의 피로 물리, 마법 관통을 5% 상승시킵니다.]메두사가 흘리는 피는 엄연한 신격이 흐르고 있는 고르곤의 피.
그런 만큼 같은 양의 피라도 천총운검이 강해지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상처가 회복되는 속도도 느려.’
메두사가 이를 악물었다.
[내가 아무리 약해졌다지만 이따위 인간에게…….]“너의 첫 죽음도 인간이 준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시끄럽다!]파아아앗!
이내 메두사의 마력이 담긴 눈빛이 시현에게 쏘아졌다.
이 정도 기운이 담긴 눈빛이면 능히 신이라도 굳힐 수 있었지만.
[경고! 강력한 ‘상태 이상: 석화’에 노출됩니다.] [아아템, ‘쿤달라(D)’가 정신을 밝힙니다.]시현은 여유롭게 눈빛을 마주하며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키야아아아아아!]‘멍청하긴. 이미 통하지 않는데 말이야.’
이내 상처를 입고 물러나는 메두사를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메두사가 사용하는 저주, [석화>는 강력한 상태 이상 효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상태 이상은 엄밀히 따지면 물리적인 영역이 아닌 ‘정신적인’ 영역.
메두사의 마력이 사람의 의식에 스며들어 모든 사고와 행동을 멈추게 해, 몸을 돌처럼 딱딱하게 만드는 원리였다.
그렇기에 쿤달라의 E등급 특수 효과, [정신 면역>으로 완벽하게 피할 수가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석화가 통하지 않는구나.]그렇다고 해도 메두사는 한때 신격을 획득했던 마수.
조금 방심하고 당황해 수세에 몰려 있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허무하게 당할 존재는 아니었다.
[……인간!]별안간 메두사의 몸이 커지더니.
그녀의 머리에 있던 금강색 뱀들이 시현을 향해 아가리를 벌리며 쏘아져 왔다.
하나하나가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었기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들이었다.
카아아앙!
그렇게 강화된 천총운검으로 메두사의 1차 공세를 막아낸 뒤.
뒤로 물러난 시현이 소리쳤다.
“다콘! 지금이다!”
시현의 외침과 동시에.
늪지대가 된 조인 스테이션 전체에 후끈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이 무슨?]화르르르르륵.
천장이 무너지고 용암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
씨익.
“지금부터 서로 싸워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