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67)
신의 천적, 회귀하다 167화
106. 힘의 고르곤, 스테노
[크흐흐흑…….]눈을 비추는 찬란한 태양에.
메두사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내가 눈을 감는다고?’
메두사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눈을 떴을 땐.
화르르륵…… 서걱!
그녀에게 있는 100개의 뱀 머리칼 중 하나가 잘려 나간 상태였다.
[이 무슨!]순간 당황한 메두사가 몸을 뒤로 뺐다.
‘열기로 약해진 틈을 타 뱀의 머리를 잘라 버렸어.’
메두사가 이를 갈았다.
‘……젠장! 그 빌어먹을 엘프 년 때문에!’
기묘한 일이었다.
상대는 인간에 불과했다.
눈만 마주쳐도 굳어버리고, 주먹이나 꼬리를 휘두르면 언제든지 박살 낼 수 있는 벌레와도 같은 존재.
그런 존재에게 자신의 소중한 머리칼 중 하나가 잘려 나가다니.
수치도 이런 수치가 없었다.
[키야아아아아아!]분노 어린 포효와 함께 메두사가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감히…… 감히!]메두사의 머리에 있는 100마리의 뱀은 단순한 머리카락이 아니다.
감정과 생각, 감각을 공유하는.
그녀의 자식과도 같은 존재들.
그런 뱀을 잘라냈으니 저렇게 흥분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수만 명을 죽여놓고 머리카락 하나 잘렸다고 흥분하긴.”
다만 이해와 다르게 시현은 메두사에게 이죽거릴 뿐이었다.
“그러니까 엘프 따위도 간신히 이기지!”
[닥쳐라! 악귀 같은 놈!]아니나 다를까.
머리끝까지 화가 난 메두사는 용암이고 뭐고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느라 안 그래도 녹아내린 녀석의 강철 피부가 살짝 더 녹아내리고 있었지만.
시현은 개의치 않고 거리를 벌릴 뿐이었다.
[비겁한 놈! 졸렬하게 싸우는구나!]“잡아보든가.”
‘시간은 내 편이 아니다.’
메두사가 초조해진 마음으로 시현에게 달려갔다.
주변에 드리운 보랏빛 밤.
람미아와 싸우던 도중에도 꾸준히 기운을 빨아들여 강해진 상대의 도.
게다가 주변 열기를 흡수해 점점 커지는 후광까지.
‘얼른 저 녀석을 죽여야 해!’
***
그렇게 메두사가 몸을 날려 상대를 죽이려 할 때.
나머지 일행 또한 고르곤들과 마주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나와 일대일 정면 승부를 하겠다고?]피식.
[어리석기 그지없구나. 인간.]“어리석은 건 너다. 마수.”
스르릉.
도를 빼어 들며.
종천이 잠시 눈을 감은 뒤, 떴다.
후우우우우웅!
그의 몸 주변으로 검은 음(陰)의 기운과 하얀 양(陽)의 기운이 휘몰아쳤다.
‘세상 만물의 이치는 순환, 곧 원을 그리며 나아가는 법. 죽음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죽음.’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문파를 떠올리며.
종천이 도로 원을 그렸다.
파앙!
이내 가공할 만한 기운이 종천의 주변으로 빠른 원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종천의 발이 용암 위에 떠 있는 잔해를 밟고.
종천의 몸이 상대에게 쏘아져 나갔다.
카아아아앙!
종천의 검술은 강력했다.
아직 모두를 제 것으로 만들진 못했지만, 모든 문파원들의 비기를 이어받았고.
틈만 나면 대련을 하며, 무수한 실전 경험이 있는 그의 실력은 부족한 힘으로도 강력한 힘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고, 능숙했다.
아직 나이가 30도 되지 않은 걸 감안하면.
무림은 물론, 중국 전체를 뒤져봐도 그만한 재능과 실력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캉! 캉! 캉!
자신이 역대 최고의 천재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종천의 검은 스테노를 쉴 새 없이 두드렸다.
반면, 스테노의 공격은 종천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현 소협이 그랬지. 절대 부딪치지 말라고.’
카앙!
‘그렇다면 한 대도 맞지 않고 상대를 죽여 버리면 그만.’
카아아아앙!
‘그런데 왜…….’
[죽어!]스테노의 주먹이 종천을 노리고 쏘아져 나왔다.
후우우우웅!
스치기만 해도 피부가 찢어지고, 뼈가 으스러질 것만 같은 그 위력에.
종천이 다급히 몸을 비틀었다.
[그럴 줄 알았지.]하지만 이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스테노가 머리칼을 내뿜었다.
‘뱀……!’
그동안 움직이지 않아 몰랐지만.
강철로 이뤄진 저 뱀들은 죽어 있는 게 아니었다.
스테노가 그저 끝까지 숨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대론…….’
다급히 검을 휘둘러 뱀들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뱀 하나하나에 실린 힘이 장난이 아니라 종천의 몸이 쭉 밀려났던 것이다.
‘저 밑은 위험해.’
이젠 고르곤 세 자매가 만든 늪지대 대신 용암이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었기에.
이대로 떨어지면 ‘화염저항의 룬’을 가지고 있더라도 무사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스킬, ‘제운종(B)’을 발동합니다.]팡!
제운종(梯雲縱)을 활용해 발에 마력을 집중해 중심을 잡고, 튀어 오른 뒤.
종천이 거리를 벌렸다.
‘본체도 아닌 머리카락의 힘이 이 정도라니.’
상대가 좋지 않았다.
“후……. 검술로 꺾어보려 했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군.”
그렇게 중얼거린 종천이 도를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곤 양손을 들어 올렸다.
“와라. 마수.”
[멍청한!]오히려 검을 집어넣는 종천의 모습을 본 스테노가 툭 튀어나온 어금니를 씰룩이며, 웃었다.
[인간 따위가 내 힘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무기도 쓰지 않고?]콰아아아아아아앙!
용암을 밟은 스테노가 그대로 종천에게 달려들었다.
‘힘’의 고르곤, ‘스테노’.
그녀는 다른 자매인 에우뤼알레의 속도도, 메두사의 지배력도 없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강점이 하나 있었다.
힘.
오로지 힘만으로 한때 신격까지 얻었던 그녀였기에.
정면 승부, 혹은 난타전엔 자신 있었다.
‘역시 빨라. 하지만.’
자신의 앞으로 달려드는 강력한 힘의 마수에도.
종천의 마음은 잔잔한 호수처럼 흔들림 없었다.
부동심(不動心).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차분한 마음이야말로.
종천이 배우고 수련하는 무당파의 근간이었으니.
[스킬, ‘태극기공(A)’을 발동합니다.]가장 안정적인 심법 중 하나인 태극기공(太極氣功)을 극성으로 발휘해 내공의 순환을 안정적으로 가다듬으니.
종천의 양손에 이전과는 다른 푸른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멍하니 있으면 감사히 죽여주마!]이내 스테노가 코앞까지 달려왔지만.
[스킬, ‘제운종(B)’을 발동합니다.]종천은 다시 한번 허공을 밟아 그 공격을 피했다.
[스킬, ‘면장(C)’을 발동합니다.]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종천은 제운종을 극성으로 발휘해 공중에 발을 디디면서도.
강력한 장법, 면장(綿掌)을 이용해 멀리서 스테노를 압박했다.
종천의 면장이 하필 레드 엘프들과 싸우며 약해진 부분을 때렸기에.
스테노의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다.
“스테노. 넌 힘이 강력한 마수지.”
종천이 씨익 웃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지금 그가 내뱉는 말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의 의미가 더욱 컸으니.
“동시에 힘‘만’ 강력한 마수라고. 누가 그러더군.”
그렇다.
스테노는 힘이 강력했지만, 다른 능력치는 전부 떨어졌다.
실제로 레드 엘프들과 싸울 때에도, 녀석들이 멀리서 공격하고 피하는 공략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미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크아아아아!]계속해 도망치며 장력만을 쏘아대는 종천을 보며.
스테노가 다시 땅을 박찼다.
후우우우웅!
빨랐다.
하지만 그 빠름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스테노는 단순히 ‘힘’을 이용해 튀어 오른 것이기 때문에.
녀석은 직선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종천이 제운종을 활용해 사선으로 몸을 피하며, 장력을 쏘아댄다면.
스테노의 입장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특히 공중에 떠 있는 동안은 완벽한 무방비 상태.
그저 종천이 쏘아대는 장력에 두드려 맞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거기에 경험이 많은 종천이 스테노의 단순한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을 리 없기 때문에.
그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도 스테노는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말이 안 돼.’
이내 계속해 몸을 피하는 종천을 노려보며.
스테노가 다시 한번 무력하게 추락했다.
‘마력이 무한하기라도 한 건가?’
스테노.
경험도 많고, 약점도 뚜렷한 마수였기에.
그녀 또한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를 감안하고 움직였다.
상대는 인간.
마력이 무한하기는커녕, 많은 존재도 아니었다.
그런데 마력을 이용해 허공을 밟는 스킬과 손에서 마력을 뿜어대는 스킬을 계속해 사용하면서도.
지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스테노의 상식으론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상대의 뒤에 생겨난 태극의 문양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마력 소모가 극심할 텐데.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마력을 사용하며 계속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동안의 모든 적들은 자신의 힘을 감당하지 못했다.
멀리서 때린다곤 해도 결국 마력이 바닥났기 때문이었다.
마력과 집중력이 바닥난 상태에선 직선으로 빠르게 튀어 오르는 스테노를 피할 수 없었고.
그렇게 손아귀에 잡힌 모든 적들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그런데…… 그런데 저 인간은…….’
꽈악!
[왜! 왜 네놈의 마력이 바닥나지 않는 거란 말이냐!]파아아아앙!
스테노가 뭐라 소리치든 말든.
또다시 종천의 장력이 스테노의 몸을 때렸다.
면면부절(綿綿不絶).
상대가 사용하는 마력은 끊길 듯 끊기지 않고 있었으며, 부드러웠다.
팡!팡!팡!팡!팡!팡!
스테노의 피부는 이제 거의 다 벗겨졌으며.
그녀가 자랑하던 주먹은 앙상한 뼈대만 드러낸 상태.
이제 전투를 지속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무당의 모든 무학은 상대를 압도하는 막대한 내력에서 나온다.’
종천이 잠시 시현을 쳐다봤다.
‘무림인도 아닌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 줄이야.’
[아이템, ‘키비시스(A)’로 인해 ‘마력 포션(A)’이 섭취됩니다.] [마력(내공)이 회복됩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로 인해 ‘마력 총량 증가 포션(A)’이 섭취됩니다.] [마력(내공)의 총량이 늘어납니다.]사실 종천이 끝없는 마력으로 상대를 괴롭힐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시현의 키비시스 덕분이었다.
키비시스가 계속해 마력 포션을 줘 내공이 회복되었을 뿐 아니라.
마력 총량 증가 포션으로 인해 내공의 최대치까지 늘어났다.
물론 마력 최대치가 늘어나는 건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키비시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쏟아붓듯 공격적으로 종천에게 포션을 쏟아부었기에.
종천의 마력(내공)은 끝을 모르고 확장되고, 회복되었다.
종천이 말한 대로 무당의 모든 무학은 상대를 압도하는 막대한 내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종천은 평소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
게다가 상대의 움직임이 너무 단순하고, 애초에 지쳐 있었기에.
이렇게 멀리서만 공격해도 충분했다.
파아아아앙!
종천이 쏘아낸 장력에 스테노가 이전과는 달리 굉장히 지친 모습으로 떨어져 나갔다.
‘지금이다.’
그 모습을 본 종천이 다시 도를 빼어 들었다.
스르르릉…….
동시에 막대해진 종천의 도에 푸르스름한 내력이 모여들었다.
[스킬, ‘태극검(S)’을 발동합니다.]종천의 몸에 있는 모든 내력이 모여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종천의 뒤에 있는 태극 문양이 주변 모든 양기와 음기를 흡수했고.
이내 그 모든 양기, 음기, 내력이 검으로 모여들었다.
사아아아아아……!
종천의 검이 원을 그렸다.
[말도 안…….] [믿을 수 없습니다! 힘의 고르곤 ‘스테노’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툭.
완벽한 형태의 원은 아니었지만.
지쳐 있는 스테노를 마무리하기엔 충분했다.
‘조금 아쉬웠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시현이 준 퀘스트의 목표는 스테노의 ‘머리’를 가져가는 것.
그 목표를 완수한 종천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코시오와 토석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