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69)
신의 천적, 회귀하다 169화
108. 백야
쿵.
시현의 후광에 있던 태양원반이 더욱 강력하게 타오르며.
조인 스테이션을 빛으로 가득 채웠다.
천유리, 종천, 아서, 브리트니는 무사히 고르곤의 목을 가지고 빠져나간 상황.
누가 휘말릴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화아아아…….
밤의 장막이 드리운 보랏빛 밤.
그 한가운데에서 태양원반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랏빛 어둠은 강력한 태양 빛과 함께 어우러져 밝은 배경을 만들어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총 100개의 눈을 떴습니다.] [마기가 500 상승합니다.] [아이템, ‘키비시스(A)’의 특수 효과를 발동합니다.]……
[100개의 눈: [마력 공장>이 시작됩니다.]쿠구구구구구구구구…….
시현의 몸과 주변 일대에 마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번뜩!
시현의 머리 위를 시작으로, 100개의 눈동자가 밤하늘을 밝게 물들여 나갔다.
그리고 그 눈동자 하나하나엔 솔로몬의 반지에 있는 육망성이 새겨져 있었다.
눈동자와 융합된 건 솔로몬의 반지뿐만이 아니었다.
키비시스의 눈동자 하나하나가 타락한 영광과 융합되어 개당 3개에서 5개 정도의 촉수를 움직이고 있었다.
까드드득…….
헤라의 눈동자, 바알제붑의 촉수, 닉스의 밤, 솔로몬의 육망성, 라의 태양.
거기에 곳곳에 스며들어 스파크를 일으키는 제우스의 벼락까지.
시현이 가진 신의 아이템들이 연계 효과를 일으켜 만들어낸 결계이자 세상.
백야(White Night).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
“시작이군.”
그 모습을 본 종천이 일행을 살폈다.
하얀 밤이 시작되면 고르곤의 머리고, 스테이션이고, 퀘스트고 뭐고.
반드시 도망가라는 시현의 말이 있었기에.
지금은 몸을 빼야 할 때였다.
두근두근.
‘강력하다.’
스테노 같은 신화 속 괴물을 마주쳤을 때에도 부동심을 유지했던 종천의 심장이 뛰었다.
멍청하게 움직이던 스테노 따위완 비교도 안 되는 마기와 힘.
새로운 세계.
당장에라도 자신의 모든 힘을 부딪쳐 보고 싶을 정도로 압도적이었지만.
지금은 목숨을 소중히 여겨야 할 때였다.
“아서 소협. 이제 움직일 수 있습니까?”
“미안. 힘이 쭉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네.”
“그럼 제가 좀 더 부축하겠소.”
“제가 길을 열게요.”
“부탁드리오. 천 소저.”
그렇게 아이언 스네이크들이 길을 막든지 말든지.
네 인간 플레이어들은 철로를 따라 몸을 피했다.
“안 가십니까?”
“……가야지.”
결과를 볼 수 없는 건 아쉬웠지만.
여기 있다간 무슨 일에 휘말릴지 몰랐기에.
코시오도 토석인들을 데리고 체인지 스테이션으로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시현…… 힘을 숨기고 있었어. 신수 하나와 특별한 검을 쓰는 줄로만 알았는데 말이야.’
꿀꺽.
‘저 녀석…… 신의 강탈자다.’
드워프들이 다른 토석인이 아닌 ‘역장’에게만 했던 명령.
그걸 수행할 때가 되었다.
***
파아아아앗!
자기 자신에게 걸어놓았던 석화를 푼 메두사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멸망’이었다.
[이게…… 무슨?]하얀 밤에서 펼쳐지는 멸망.
하늘에 떠 있는 99개의 눈동자는 촉수를 이용해 아이언 스네이크들을 모조리 찢어버리고, 삼켰다.
키비시스가 가진 100개의 눈동자 특수 효과, [마력 공장>.
이제 키비시스의 눈동자 하나하나는 개별적인 ‘자아’를 가지고 있으며.
시현의 명령과 각자의 판단에 따라 마기와 촉수, 솔로몬의 반지에 실린 지배력, 아스트라페를 이용해 적을 섬멸한다.
화르르르륵!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타락한 영광이 흡수하는 상대의 피는 천총운검을 강화시켰고, 열기와 에너지, 마력은 태양원반을 강화시켰다.
즉, 메두사가 이끌고 온 아이언 스네이크들과 머리가 없는 다른 두 고르곤들은.
이미 시현이 강해지는 ‘재료’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 이건?]메두사의 몸이 덜덜 떨렸다.
드워프들에게 머리가 넘어가 한낱 도구로 전락해 버리기 전.
그녀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페, 페르세우스……!’
미케네의 왕, 제우스의 아들, 타고난 반신(半神), 영웅.
페르세우스(Περσεύς).
하데스의 투구, 헤르메스의 낫과 신발, 헤라의 키비시스, 아테나의 방패 등을 이용해 메두사를 죽인 인물.
현재는 상급 신으로, 이젠 메두사가 복수의 칼날을 들이밀 수조차 없이 강력한 신격을 지니게 된 존재.
시현의 모습은 그를 연상케 했다.
‘그러고 보니 저 주머니는…….’
페르세우스가 사용했던 것보단 훨씬 강력한 기능을 보이고 있었지만.
확실했다.
저 주머니의 정체는 키비시스.
페르세우스가 자신의 목을 자른 뒤 넣었던 자루였다.
‘하지만…….’
이미 온몸의 피부가 금강석만큼 단단해진 메두사였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전투 의지가 그대로 꺾여 버렸다.
‘저건…… 저건 절대 못 이긴다.’
현재 상대의 강함은 페르세우스 이상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페르세우스는 신의 아이템을 다루기 위해 10년 넘게 수련했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해 아테나의 방패, 아이기스에 달린 거울에 의지했다.
그런데 이시현 저 인간은 달랐다.
페르세우스보다 더 많은 아이템을 다루는 건 물론.
그 활용도가 차원이 달랐다.
페르세우스는 단순히 용도에 따라 신의 무기를 썼지만.
시현은 신들의 아이템을 연계하고 섞어 더 강력한 위력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야.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모르겠지만 녀석에게 넘어간 신의 아이템들은 더 다양하고 강력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
꿀꺽.
‘원래보다…… 더!’
지금 지구 인간들의 ‘재앙’ 수준을 생각해 보면.
저들이 플레이어가 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꿀꺽.
‘신의 피가 절반 섞여 강력하게 시작하는 데미갓(demigod)보다 재능이 뛰어나다고? 사기를 쳐도 정도껏 쳐야지!’
이제 메두사는 상대를 ‘인간’으로 볼 수 없었다.
저 인간은 왕이자 적수.
다른 자매들과 아이언 스네이크들이 죽어 녀석에게 힘을 공급해 주는 한.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녀석이 내 힘을 모른단 거야.’
상대는 자신을 경계하고 있었다.
‘이때다!’
[키야아아아아아!]메두사가 자신을 바라보던 시현에게 포효했다.
그녀가 가진 가장 강력한 저주, 석화는 통하지 않았지만.
대신 메두사의 입에서 수만 개의 가시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츠즈즉.
시현의 입장에선 굳이 그 가시들을 맞을 이유가 없었기에.
간단히 뒤로 물러나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린 메두사는.
휘리리리릭.
온 힘을 다해 도망쳤다.
자신의 피부가 아무리 단단해졌다 할지라도.
지금 저 인간을 상대론 승리할 수 없었다.
차라리 자리를 피해 훗날을 도모하는 게 현실적이었다.
***
“……뭐야?”
순간 당황한 시현이 메두사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도망간다고? 그 메두사가?’
신화 내용에 따르면 메두사는 아테나의 신전에서 포세이돈과 부정을 저지르고.
신이 아끼는 영웅들의 머리를 면전에 대고 터뜨리는 흉포한 존재.
레드 엘프들을 상대하던 걸 보면 그 내용이 틀린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저렇게 다급하게 도망치다니.
이건 시현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녀석을 보내줄 생각은 없었다.
메두사의 머리가 필요하기도 했고.
녀석들 잡아야 코시오에게서 퀘스트 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퉁……!
시현이 발을 구르니.
그를 중심으로 태양이 움직이고, 백야가 이동했다.
“메헨.”
-좋아. 인간.
메헨은 시현의 부관과도 역할을 하며, 그의 명령을 눈동자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평소엔 불만이 많아 틱틱대는 녀석이었지만.
이렇게 진지한 상황에선 시현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
-눈동자들! 아이언 스네이크는 내버려 두고 메두사를 압박해라. 2번부터 12번은 전방을, 13번부터…….
메헨의 지시와 함께.
각자 자아를 가지게 된 눈동자들이 촉수로 메두사를 압박했다.
메두사의 속도는 회귀 후 시현이 만났던 그 어떤 마수보다 빨랐지만.
언니인 에우뤼알레만큼은 민첩하지 못하고, 비행의 권능이 없을뿐더러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메두사는 얼마 가지 못해 시현의 촉수에 몸이 칭칭 감겼다.
[아, 안 돼!]설마 저 멸망이 움직일 줄은 몰랐기에.
메두사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나보고 정정당당하게 싸우자면서. 왜 도망가는 거지?”
[…….]어차피 상대가 자신을 살려 보낼 생각이 없단 걸 파악한 메두사는.
다시 한번 시현을 향해 포효했다.
[키야아아아아!]저번과 같이 수만 개의 가시가 시현을 향해 쇄도했다.
[[혈식검>을 발동합니다.]시현이 천총운검을 휘둘러 가시를 쳐내고, 피하며.
메두사에게 달려나갔다.
그렇게 메두사의 주먹과 천총운검이 부딪치자.
카아아아아아앙!
달팽이관이 터져 나갈 듯 엄청난 소리가 울리더니.
주변 모든 것이 충격파에 휩싸였다.
제아무리 시현이 강해졌다 한들.
메두사는 두 언니와는 차원이 다른 지배자이자 여왕.
고르곤 중 유일하게 ‘중급’ 신의 격을 갖췄던 존재.
쉽사리 당해주진 않았다.
캉!캉!캉!캉!
메두사의 두 주먹과 시현의 천총운검이 어지러이 부딪쳤다.
메두사의 단단한 피부는 능히 천총운검의 예기를 버틸 수 있었지만.
문제는 천총운검의 특수 효과 중 물리, 마법 저항을 40% 관통(무시)한다라는 효과였다.
서걱…… 서걱!
즉, 메두사가 아무리 피부를 단단하게 만들어 물리 저항을 높인다 해도.
천총운검에게는 어느 정도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메두사는 양손을 바쁘게 놀려 천총운검을 어느 정도 막을 순 있었었지만.
그뿐.
시간은 시현의 편이었다.
원래라면 빠르게 회복되어야 할 몸도 회복 속도가 더디고.
시현의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금빛 벼락이 메두사의 상처를 비집고 들어왔다.
‘젠장……!’
반면 시현은 여유롭게 메두사의 공격을 막고, 반격하고 있는 상태.
시현은 툭툭 건드리기만 해도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는데.
메두사는 온 힘을 다해도 공격을 받아내는 게 고작이었다.
‘다시…… 다시 인간 따위에게 죽을 순 없어!’
그렇게 수세에 몰린 메두사가 마지막 한 수를 준비했다.
‘이 수를 쓰면 100일 동안 강제 휴면 상태에 들어가겠지만.’
으드득.
‘죽는 것보단 낫겠지.’
그렇게 메두사의 온몸이 금방이라도 갈라질 것처럼 금이 가고.
머리에 있는 뱀이 절반 이상 죽어 나갔을 때.
[키야아아아아!]메두사의 몸이 다시 한번 석화를 시작했다.
메두사가 가진 스킬, ‘자가석화(S)’.
몇 분 동안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지만, 그때 동안 물리, 마법 저항이 무려 999,000이나 올라간다.
사실상 무적 상태인 것이다.
이 상태에서 껍질을 깨고 나오면 메두사가 발동시키는 특수 효과에 따라 각기 다른 혜택과 이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얻는다.
이번에 메두사가 선택한 특수 효과는 [고르곤>.
1시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지속되고, 그 후엔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제로 석화되는 거대한 불이익이 있었지만.
특수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만큼은 다른 고르곤 두 자매, 스테노의 힘과 에우뤼알레의 민첩과 날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생명력, 마력이 전부 회복된다는 미친 혜택이 있었다.
[끝이다!]파아아아앙!
메두사의 주변으로 충격파가 뿜어져 나갔다.
[스킬, ‘자가석화(S)’를 발동합니다.]그렇게 시현을 밀어낸 후 자가 석화에 들어가려는 찰나.
번뜩!
백야에 있던 100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번뜩이더니, 메두사를 쳐다봤다.
‘이건?’
일제히 꽂히는 눈동자를 마주하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두사의 몸을 흐르는 마력이 꼬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키비시스의 20개의 눈 특수 효과, [마력 교란>.
이 덕분에 메두사의 자가 석화가 늦어졌고.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스며듭니다.] [아이템, ‘천총운검(C)’에 핏빛 폭풍이 모여듭니다.] [아이템, ‘태양원반(C)’이 스며듭니다.]시현의 천총운검에 번개, 바람, 화염 세 속성이 모여들고.
서걱.
그대로 메두사의 목에 실선이 그어졌다.
자가 석화가 진행되려는 찰나였기에 메두사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
그녀의 목에 그대로 실선이 그어졌고.
[인……간…….]“가라.”
툭.
그대로 메두사의 머리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