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7)
신의 천적, 회귀하다 017화
17. 가챠
“거래요?”
“네. 거래.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고 이득만 되는 거래.”
빙화여제(氷花女帝) 천유리.
플레이어가 되면서 얻은 고질병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동료였다.
‘죽음 직전엔 엄청난 힘을 보여주기도 했지.’
회귀 전의 시현은 지금과 달랐다.
지금은 모든 신의 정보를 알아 최적의 효율, 효과를 발휘하는 아이템들을 가져왔지만.
회귀 전엔 신들의 정보를 모르는 상태라 지금처럼 빠르게 강해지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귀 전, 시현보다 강한 플레이어는 없었다.
그가 괜히 신과의 싸움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게 아니다.
천유리는 그런 시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플레이어였다.
심지어, 병으로 죽기 직전 일으킨 빙결 마법으로 마수들을 쓸어버리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생생했다.
“천유리 씨.”
“네.”
“몸이 많이 차가우시죠? 빙결 마법 쓸 때마다 몸 안이 얼어붙는 느낌이고. 손발도 덜덜 떨릴 겁니다. 그래서 다소 더운 지금도 뜨거운 음료를 마시고요. 그래서 차를 좋아하시는 거잖아요.”
“……그걸 어떻게?”
천유리의 눈이 커졌다.
천유리의 고질병은 그녀가 플레이어가 되고 나서 생긴 것.
그녀의 특성, ‘냉혈(冷血)(A)’ 때문이었다.
천유리의 특성은 레벨에 비례해 지능과 마력 스탯이 올라가고.
물 속성 친화력을 무려 30으로 시작한다는 미친 성능이 있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컸다.
빙결계 마법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몸에 무리가 가고, 장기와 피가 얼어붙는다.
그녀의 마력이 엄청난 냉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냉기는 플레이어의 강인한 신체로도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천유리는 특히나 몸을 엄청 혹사시켰지.’
천유리는 모든 스탯을 지능에 투자한 데다가 몸을 돌보지 않고 물과 냉기 마법을 사용해 왔다.
재앙에서 살아남고, 다른 사람들을 최대한 구하기 위함이었다.
그러고도 5년이라는 꽤 오랜 시간을 버티긴 했지만.
결국 온몸이 얼어붙어 죽었다.
“천유리 씨의 병은 구음절맥(九陰絕脈), 혹은 프로즌 블러드(Frozen Blood)라고 불리는 거예요. 뭐, 아직은 그 정도까지 심해지진 않았지만.”
“…….”
“지금처럼 무턱대고 지능 스탯만 올리고 방치하면 나중엔 온몸이 얼어붙어 죽을 겁니다. 차가운 기운을 몸이 버티려면 힘과 체력 스탯을 찍어야 해요.”
천유리가 살짝 의심스러운 눈으로 시현을 쳐다봤다.
“제 병은 어떻게 아신 거죠?”
“손톱이요.”
“손톱?”
“네. 손톱 사이사이에 서리가 있잖아요.”
그 말을 들은 천유리가 침을 삼켰다.
“그럼 혹시…….”
천유리가 시현을 쳐다봤다.
“이 말을 꺼냈다는 건. 시현 씨에게 치료 방법이 있다는 거예요?”
“있습니다.”
시현의 말을 들은 천유리의 표정이 더욱 복잡해졌다.
물론 자신의 고질병을 고치는 건 좋았다.
그녀 또한 온몸이 얼어붙는 이 느낌이 싫었으니까.
물론 빙결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려 해보기도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물이나 빙결 마법을 제외한 다른 스킬들은 제대로 발현되지도 않았으니까.
그리고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스킬을 사용한다는 건.
쏟아져 나오는 마수들에게 ‘나 죽여주쇼’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 병.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사실 제가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렇죠?”
“…….”
“진짜 중요한 건 제가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거죠.”
천유리는 시현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시현이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아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자신의 병이 낫느냐 마느냐.
그뿐이었다.
‘그래……. 어차피 이대로 계속 가면 얼어 죽을 거야.’
천유리 본인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계속해 이런 식으로 활동한다면 죽으리라는 것을.
그녀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뭐, 좋아요. 대가로 원하시는 건 뭐죠? 공짜는 아닐 텐데요?”
“물론 제 조건을 들어주는 게 우선입니다. 뭐, 대재앙에 앞서 최선을 다해달란 건 부탁은 안 드려도 될 테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
“천유리 씨는 절 대신해 아이템을 구매해 주셔야 합니다.”
플레이어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
클래스(Class).
플레이어들 중 99% 이상이 흔히 알고 있는 기사, 궁수, 마법사, 사제 등의 클래스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1%도 안 되는 플레이어들만이 히든 클래스를 가지고 있었다.
‘천유리는.’
시현이 정체 모를 알을 들고 오며 눈을 빛냈다.
‘두 개의 클래스를 가지고 있어.’
듀얼 클래스(Dual Class).
1%의 히든 클래스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0.0001%도 안 되는 플레이어들만이 가질 수 있다는 클래스.
이들은 ‘플레이어당 클래스는 하나만 가질 수 있다’라는 법칙을 뒤튼 채 2개의 클래스를 가질 수 있었다.
이는 타고나는 게 크기 때문에 후천적인 노력으론 절대 이룰 수 없었다.
“천유리 씨 정령사시죠?”
“……네.”
네 번째 재앙을 겪으며 성장한 천유리의 레벨은 30.
현재 클래스는 마법사, 그리고 정령사이다.
그중 정령사는 ‘히든 클래스’로 타고난 자연친화력이 강하며.
정령들에게 선택을 받아야 가질 수 있는 클래스였다.
즉, 천유리는 듀얼 클래스인 데다가 히든 클래스였다.
‘다시 봐도 사기란 말이야.’
빙화여제(氷花女帝).
회귀 전, 천유리가 괜히 이런 별명으로 불렸던 게 아니다.
그리고 지금 시현에게 중요한 건 마법사로서의 천유리보단 ‘정령사’로서의 천유리였다.
상점에 있는 대부분의 아이템들은 공용이었지만.
특정 클래스만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도 꽤나 있었다.
시현의 히든 클래스, ‘타락을 부르는 자’는 그 근본이 성기사에 있었기 때문에 관련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었고.
천유리는 마법사와 정령사에 관련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었다.
“포인트 좀 드릴 테니까. 무작위 정령석 상자 좀 대신 구매해 주세요.”
“무작위 정령석 상자요? 하지만 그건…… 확률형 아이템일 텐데.”
천유리는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었다.
[플레이어, ‘천유리’님께 500,000포인트를 지불합니다.]시현의 포인트를 본 천유리의 눈이 커졌다.
“오, 오십만 포인트?”
“잘 부탁드립니다.”
너무나 거대한 금액에 천유리가 손을 덜덜 떨었다.
‘이 정도 가지고 덜덜 떨기는.’
정령사는 히든 클래스인 만큼 그 자체로 귀하며, 쓸모도 많다.
회귀 전 수억, 수십억 포인트를 투자하고 기부하던 그녀의 모습과 지금 모습에 느껴지는 괴리감에.
시현이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여, 여기요.”
천유리가 자신의 앞에 생성된 100개의 상자를 시현에게 밀어주었다.
[플레이어, ‘천유리’ 님으로부터 아이템, ‘무작위 정령석 상자(E)’ 100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무작위 정령석 상자(E)]#정령사 클래스만이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진정한 호구분들만 구매해 주십시오!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소모 아이템(확률형 아이템)
▶효과
사용 시, 무작위 정령석을 하나 획득합니다.
*정령석의 등급은 무작위입니다.
*정령석의 속성은 무작위입니다.
아이템 효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정령석 가챠이다.
하나에 5,000포인트나 하는 상당히 비싼 물품이었으나 투자할 만한 가치는 있었다.
“자, 총알은 충분히 충전했으니.”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가볼까요?”
‘이 아이템은 그다지 효율적이진 않아 보이던데. 이만한 투자 가치가 있나?’
무작위 정령석 상자.
천유리가 볼 땐 그다지 좋은 아이템이 아니었다.
순전히 운빨에 기대야 하는 아이템이었으니까.
두근두근.
시현이 상자 하나를 들어 올렸다.
결과가 궁금했던 걸까?
아스트라페, 키비시스, 정체 모를 알, 신성한 영광, 운디네가 차례로 상자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꿀꺽.
그리고 천유리는 마른침을 삼켰다.
“천유리 씨가 스타트 끊어보실래요?”
“……제가요?”
이내 망설이던 천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대로 상자를 개봉했다.
“떴나?”
[아이템, ‘철의 정령석(E)’을 획득하였습니다.] [철의 정령석(E)]#‘무작위 정령석 상자(E)’에서 나온 정령석입니다.
▶재료 아이템
▶효과
[철 +1]#하하하하! 꽝이다 이놈아!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죄, 죄송해요.”
천유리가 당황해 허우적거렸다.
정령석은 특히나 등급이 높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진다.
이 말인즉, 가장 낮은 정령석인 E등급은 쓰레기라는 것이다.
E등급 정령석의 가격은 상점에서 1,000골드에 판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천유리는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이제 첫 번째인데요. 뭘.”
“그……렇죠?”
“이제 제가 할게요.”
정령석 상자의 확률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손익을 따져보면.
명백히 손해였다.
시현이 깐 상자는 총 81개.
그중 58개가 E등급이었다.
나머지 23개는 D등급.
시현이 목표했던 B나 A등급은 고사하고 C등급조차 뜨지 않았다.
계속해 등장하는 ‘꽝’에.
오히려 마음에 무거운 건 천유리였다.
자신이 대신 구매해 준 아이템이 계속해 적자를 내고 있으니 미안했던 것이다.
슬쩍.
그런데 포인트를 손해 본 당사자인 시현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왜 저렇게 침착한 거지? 무려 오십만 포인트인데…….’
시현은 E등급이 나오든 D등급이 나오든 기계적으로 처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령석의 속성은 다양하다.
그중 시현은 불, 물, 바람, 땅, 철, 번개, 빛, 어둠 등을 획득했다.
물 속성 정령석은 시현이 가지고 있어봤자 쓸모없었기에 그냥 천유리에게 정가의 90%를 받고 팔아버렸다.
정가보다 싸기도 하고, 정령석 자체를 구하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었기에 천유리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땅과 철 속성은 정체 모를 알에게 줘버렸고.
번개 속성은 아스트라페의 먹이로 줬다.
빛과 어둠 속성은 신성한 영광이 야금야금 흡수하고 있었고.
불과 바람 속성은 키비시스 안에 쟁여놓았다.
‘엄밀히 따지면 큰 손해는 아니지. 정령석은 나중에라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니까.’
[아이템, ‘철의 정령석(E)’을 획득하였습니다.] [아이템, ‘불의 정령석(E)’을 획득하였습니다.]…….
남은 상자를 전부 돌린 결과.
E등급이 16개, D등급이 2개였다.
그중 땅이나 철 속성은 있지도 않았다.
“천유리 씨.”
“네?”
“마지막은 천유리 씨가 돌려주세요.”
시현이 상자를 천유리한테 건넸다.
“제가 해도 될까요?”
“그럼요.”
천유리를 쳐다본 시현이 미소 지었다.
마지막 상자만큼은 천유리가 여는 게 좋았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 시현이 애초에 노렸던 히든 피스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회귀 전 소냐가 말한 그 정보가 맞다면.’
씨익.
‘여기서 그 아이템이 등장할 수밖에 없지.’
파아아아아아아앗!
아니나 다를까.
천유리가 연 상자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졌다.
“이건?”
“시, 시현 씨? 이게 무슨…….”
상자에서 나온 오색찬란한 빛이 한곳에 모이더니.
이내 구슬을 하나 생성해 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아이템, ‘정령왕의 보옥(SS)’을 획득하였습니다.] [극악의 확률을 극복하였습니다!] [칭호, [가챠의 제왕(EX)>을 획득합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