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71)
신의 천적, 회귀하다 171화
110. 개인 퀘스트 보상(1)
물론 무림 쪽에 아는 신이 있다는 사실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시현이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건 회귀 전의 종천에게 사정을 들었기 때문.
무림이라는 세상에 개인적으로 아는 신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표정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시현을 아직 경험이 부족한 종천이 간파할 수는 없는 법.
“…….”
결국 종천은 굳은 표정으로 시현의 입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후우……. 흥분해서 미안하오.”
종천이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심호흡을 유지했다.
부동심.
무당파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중요하게 가르치는 게 부동심인 만큼.
종천은 충격적인 사실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시현에게 물었다.
“그럼 어디까지 말해줄 수 있소?”
“아무것도.”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나머진 네가 알아내야 해.”
종천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마교라니…….’
마교.
정식 명칭, 천마신교(天魔神敎).
종천의 기억 속에 있는 이들은 천마(天魔)라는 압도적인 존재를 신으로 모시는 종교.
종천이 살던 세계, 무림에선 마왕과도 같은 사악한 집단이었기에.
자신이 몸담고 있던 문파가 그곳과 결탁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종천이 몸담고 있었던 문파, 무당파는 정의와 협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정파(正派)였으니까.
“말했다시피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그리고 충고도 하나 해줄 수 있지.”
“……충고라면?”
“하루빨리 천마신교로 가 봐. 거기에 모든 진실이 있을 거야.”
종천이 어떤 마음일지 대충 짐작이 갔기에.
시현도 마음 같아선 전부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종천이 스스로 알아내야 할 일.
시현의 입장에선 회귀 전 정보를 통해 그에게 간단한 힌트는 제공할 수 있었지만.
아예 답을 다 알려줘 버릴 순 없었다.
‘그랬다간 종천이 너무 많이 변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시현이 원하는 종천의 변화 방향은 종천이 ‘강해지는 것’.
아예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건 원하지 않았다.
녀석은 그저 비무를 좋아하는, 검에 미친 녀석으로 남아 있어주는 게 가장 좋았다.
“……약간이지만 그래도 알려줘서 고맙소.”
그렇게 말한 종천이 복잡한 듯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는 여태까지 자신의 문파를 멸망시킨 게 마교인 줄 알고 있었다.
재앙이 시작되기 직전.
마교 대 정파, 사파로 붙었던 대전쟁이 있었으니까.
“그럼 전 이만 가보겠소.”
“그래.”
그렇게 종천이 뒤돌아 나갔다.
‘에휴…….’
잠시 종천의 뒷모습을 본 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우직한 심성이 변하진 말아야 할 텐데 말이야.’
시현이 종천에게 정보를 슬쩍 흘린 이유는 간단했다.
무당파와 동맹을 맺었던 천마신교에 무당파의 절기 ‘태극혜검(太極慧劒)’이 담긴 비급서가 있기 때문이었다.
종천이 스스로를 무당파의 마지막 후손이라 밝히고, 천마신교에 간다면.
천마신교는 기꺼이 그 비급서를 내어줄 것이다.
‘그러면 종천도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겠지. 태극혜검을 좀 더 이른 시기에 익히는 거니까.’
종천은 이미 태극혜검을 익힐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상태.
하루라도 빨리 그 비급을 익히는 것이 더욱더 강해지는 일이었다.
‘천마신교, 무당파, 그리고 정파와 사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니 종천이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녀석의 스테이션 통행증도 B등급을 달성한 상황.
원한다면 아이언 메이즈로 돌아간 뒤, 다시 50마리의 생물을 죽이고.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선행 학습은 시켰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시현이 키비시스를 이용해 종천에게 마르지 않는 마력을 ‘체험’시켜 준 데엔 이유가 있었다.
‘종천이 익히고 있는 무당파의 무학은 내력이 많고 마르지 않을수록 좋지.’
일종의 선행 학습.
종천이 지금보다 많은 내력을 쌓아 그게 바다처럼 흘러내릴 때.
내력을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겪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종천은 세상 모두가 인정하는 천재.
-이대로 괜찮은 거냐?
“단순히 전투와 검술에 관해서는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재능이 넘치는 놈이니. 맛보기만 줘도 괜찮아.”
-그런 의미가 아닌데 말이야.
“알지. 아는데…….”
시현이 말끝을 흐렸다.
“결국 저놈이 헤쳐 나가야 할 몫이야. 안 그래, 아서?”
***
시현의 말에.
테라스 한구석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거구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참. 일부러 엿들으려 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야.”
“…….”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어디 가서 말하진 않을 테니까.”
“에휴.”
“하, 한숨을 쉰 거야? 이 나를 두고?”
아서를 본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서와는 회귀 전 인연이 없었기에 그에 대해 잘 알진 못했다.
영국의 하이 랭커였다는 사실.
그리고 진짜 기사왕 ‘아서’의 후손이자 계약자이자, 동명이인이라는 사실만 알 뿐이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녀석과 같이 보낸 시현은 알았다.
이 녀석이 묵직하고 중후한 기사 이미지와는 다르게 촐싹거리는 면이 있다는 것을.
‘뭐. 좋게 말하면 자존감이 높은 거지.’
어쨌거나 현재 상황은 아서가 일방적으로 둘의 대화를 엿들은 것이었기 때문에.
잘못은 그에게 있었다.
“미안해.”
“그래. 그럼 들어갈까?”
종천도 떠난 마당에 괜히 분위기를 망치기 싫었던 시현은 그대로 몸을 돌려 회식 자리로 향했다.
“잠깐.”
아서가 다급히 그런 시현을 불렀다.
“궁금한 게 있어.”
“뭔데?”
“……엑스칼리버. 네가 알려준 방법을 사용하니 그 안에 숨겨져 있던 특수 효과 [신성한 검>을 깨우칠 수 있었어.”
모든 버프를 신성력으로 치환해 강력한 일격을 날리는.
엑스칼리버의 비기 [신성한 검>.
그 힘을 겪은 아서는 감탄하면서도, 경계와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거기에 대해선 고맙게 생각해. 덕분에 에우뤼알레라는 강력한 마수를 잡고 경험치도 올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꿀꺽.
“네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아는 건지는 알아야겠어.”
시현이 사용하는 힘은 마기.
신성력과 반대되는 힘이다.
그런 힘을 사용하는 만큼 시현은 여러 신들이나 인간들에게 악(惡)으로 여겨졌는데.
그건 아서의 계약자인 기사왕이자 신, ‘아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이내 피식 웃은 시현이 아서의 어깨를 두드렸다.
“중요치 않아. 알려줄 수도 없고.”
“하지만…….”
“알잖아? 내가 입 안 열 거라는 걸.”
“…….”
“가서 파티나 즐기자고.”
보랏빛 코트를 펄럭이고, 머리 뒤의 헤일로를 빛내는 시현을 보면서도.
아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 실력으로 이시현의 입을 열게 하는 건 무리겠지.’
저벅저벅.
‘그래. 지금만 기회는 아니니까.’
***
“우움…… 시현 씨.”
“정신 좀 차려봐요.”
술을 얼마나 퍼마신 건지.
천유리는 실실 웃으며 소파 위에 누워 있는 상태.
다행히 술버릇이 그리 고약하진 않아서 해롱해롱거릴 뿐이었다.
“원한다면 마력으로 술기운을 분해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소파에 누워 있으면서도 시현에게 달라붙으려는 천유리를 보며 다콘이 눈을 가늘게 떴다.
“뭐, 많이 피곤했겠지.”
천유리를 안아 방 침대 위에 놓은 뒤.
시현은 능숙하게 쓰러져 있는 아서와 브리트니도 각자 다른 방에 넣어놨다.
다행히 방의 개수는 많아, 인원을 수용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중간에 종천이 나가 분위기가 얼어붙긴 했지만 그뿐.
회식은 계속해 이어졌다.
“넌 술 안 마시냐?”
일행을 정리한 후, 시현이 다콘에게 물었다.
“과일주밖에 안 마셔서요.”
“꾸르릉…….(졸려…….)”
“그래. 가살이 잘 부탁하고. 애들 깨면 토석인들한테 말해서 해장국이라도 끓여놔. 레시피는 적어놨으니까.”
“주인님. 어디 가시게요?”
“뭐. 보상받으러 가야지.”
“잠도 안 주무시고요?”
“뭘 모르네.”
환하게 떠오르는 체인지 스테이션의 인공 태양을 보며 시현이 피식 웃었다.
“원래 보상 얻으러 갈 땐 잠도 안 오는 법이야. 설레서 말이지.”
그렇게 잠도 자지 않은 시현은 역장실에 있는 코시오를 찾아갔다.
“그래. 회식은 잘 마무리했는가?”
“덕분에요.”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보상 얻으려고 왔습니다.”
“보상…… 보상이라.”
코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에겐 그럴 자격이 있지! 우선 따라오게, 아이템을 고르기 전에 셈부터 치러야 하니.”
코시오를 따라간 곳엔 수많은 아이언 스네이크들의 사체가 있었다.
시현이 서브 퀘스트를 등록한 덕분에 플레이어들이 많이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아이템, ‘키비시스(A)’가 피어납니다.]“오호…… 공간 제약을 무시하는 아이템이라니…….”
“기본이죠.”
코시오는 키비시스의 무한한 아공간으로 흡수되는 아이언 스네이크들의 사체를 보며 눈을 빛냈다.
‘이걸로 가살이 밥은 한동안 문제없겠어.’
그렇게 순식간에 사체들을 빨아들이니.
코시오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긴장하긴.’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럴 필요 없는데 말이야.’
코시오가 약속한 아이템은 총 3개.
‘아이템’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면 그 어떤 것이든 가질 수 있었다.
***
‘이 녀석은 인간이 아니야.’
코시오는 앞에서 실실 웃고 있는 시현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인간은 맞는데…… 그 능력치가 남달라.’
이따금씩 어떤 종족에서든 이런 존재가 있다.
토석인의 경우엔 자신과 이젠 죽은 조인 스테이션의 역장을 포함한 4대 스테이션의 역장들이.
드워프의 경우엔 ‘장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엘프의 경우엔 ‘장로’라 불리는, 오크들 중엔 ‘정복자’라 불리는 존재들이 그러했다.
같은 종족이되 너무 거대하고 압도적인 힘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
초월자, 이레귤러.
이런 존재들은 남들보다 단순히 강력할 뿐 아니라, 남들이 보지 못한 걸 보기도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남들이 보지 못한 걸 보기에 압도적인 강함을 가질 수 있는 거겠지.’
눈앞의 인간, 타락왕 ‘이시현’도 남들이 보지 못한 걸 보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체인지 스테이션에 있는 아이템들 중 가장 좋은 아이템은 VIP 상점에 있는 아이템들.
SS급 아이템인 이것들이라면 시현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원래 인간이든 이종족이든 SS급 아이템이라면 환장했으니까.
‘VIP 상점에 있는 아이템 중 두 개가 SS급 아이템, 나머지는 S급 아이템. 메두사를 잡은 대가로 주기엔 충분하지.’
하지만 상대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었을 때.
코시오의 표정은 얼이 빠지다 못해 완전히 창백해졌다.
“비밀 창고로 가죠.”
“……무, 무슨 소린가? 비밀 창고 같은 게 어디 있다고…….”
“이거 보세요. 역장님.”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해 보기 좋았던 미소였지만.
‘비밀 창고’라는 말이 나온 후부턴 저 미소가 악마의 미소나 다름없게 느껴졌다.
“제가 그것도 모르고 이런 추상적인 보상을 받아들였겠어요?”
“다 알고 있었다고? 어떻게…….”
“잘요.”
시현이 역장들의 ‘비밀 창고’를 알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회귀 전엔 지금 타이밍에 [왕의 시련>을 겪고 있지 않은 시현의 누나, ‘이시은’이 이곳에서 깽판을 쳤기 때문이었다.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힘도 가지고 있는 그녀는 거의 모든 토석인들을 궤멸 상태로 이끌었고.
그 결과 체인지 스테이션은 80% 이상이 박살 났었다.
대개 광물이나 금속으로 되어 있는 ‘메이즈’들은.
그녀의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뭐, 이런 이유 때문에 누나를 어좌에 앉힌 것도 있지.’
이시은이 있다면 지금 시현의 강함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보상을 독점할 수 없었다.
그만큼 이곳에서의 이시은은 상성이 좋았다.
가히 ‘신’이라 불릴 정도로 말이다.
“자. 안내하시죠.”
“이 악귀 놈!”
악을 지르는 코시오의 모습에.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명부터가 타락왕인데요, 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