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72)
신의 천적, 회귀하다 172화
110. 개인 퀘스트 보상(2)
‘비밀 창고.’
이시은이 체인지 스테이션을 박살 냈을 때.
모습을 드러낸 그곳은 엄밀히 말하면 ‘공동 창고’였다.
30개, 조인 스테이션이 사라져 이젠 29개가 존재하는 역장들의 창고.
역장들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아이템들을 모아놓은 곳이었다.
호시탐탐 서로를 죽이고, 냉전을 펼치는 역장들이 아이템들을 한곳에 모아 놓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이 비밀 창고는 유일하게 ‘드워프의 손길’이 닿은 창고.
역장의 권한이 없다면 절대 들어올 수 없었고.
그것도 모자라 30명이 ‘만장일치’로 뽑은 창고지기에 의해 관리되고 있었기에.
각자 스테이션의 창고보다도 훨씬 안전한 곳이었다.
“크흑…….”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는가?
코시오의 입장에선 마지막 한 수가 남아 있었다.
“그건 좀 힘들겠네. 개인 퀘스트 보상의 내용은 ‘체인지 스테이션 내 존재하는 아이템 중 2개 선택해 획득’이지. 비밀 창고에서 획득하는 게 아니…….”
“왜 이러세요? 선수끼리.”
“……?”
“비밀 창고는 모든 스테이션에 연결되어, ‘포함’된 걸로 간주되잖아요.”
‘이 사실까지 알고 있다고?’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판단한 코시오는 한숨을 내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 가자.”
***
“이게 말로만 듣던 개인 전철이군요.”
칸이 하나밖에 없는 전철을 보며.
시현이 흥미로운 듯 웃었다.
“잔말 말고 어서 와라!”
작지만 빠른 개인 전철을 이용한 덕분에.
시현은 코시오와 함께 30분도 지나지 않아 어느 지하로 올 수 있었다.
지하 1층 ‘트레인 메이즈’.
지하 2층 ‘일루젼 메이즈’.
그 사이에 있는 중간 지역 비밀 창고였다.
쿠구구구…….
개인 전철이 멈추고 시현이 내리자 눈앞에 보인 건.
빌딩처럼 늘어져 있는 개인 물품 보관소였다.
각자의 아이템이 최적의 환경에서 관리되고 있었는데.
각기 다른 크기의 보관함에 관리되는 그 모습이 마치 기다란 빌딩 같았다.
‘회귀 전엔 파괴된 모습만 봤었는데 말이야.’
“……코시오 역장님?”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시현과 똥 씹은 표정으로 있는 코시오의 앞으로.
한 토석인이 다가와 아는 체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네.”
상당히 커다란 키를 가지고 있는 그의 이름은 ‘벤토리’.
모든 역장들이 만장일치로 뽑은 이곳 비밀창고의 관리자였다.
“조인 스테이션의 역장님, ‘파시오’ 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알고 있네.”
“역시 역장님의 행동이었군요.”
“역장끼리의 다툼이야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도 이제 가장 거대한 역의 역장이 죽었으니…… 그 여파가 상당할겁니다. 어쩌면 트레인 메이즈 내 토석인들끼리 대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르죠.”
“…….”
담담히 사실만을 말하는 듯한 어조였지만.
그 안엔 비난과 질책의 의미가 크게 들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야망이 넘치는 코시오와 달리.
벤토리는 이곳에서 비밀 창고를 지키며 안정적인 삶을 원했으니까.
“그런데 이 인간은 누구십니까?”
“타락왕, 이시현입니다.”
“……타락왕? 설마…….”
시현의 머리 위를 쳐다본 벤토리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개인 퀘스트, [메두사 처치>를 클리어 한 왕입니다.] [원하는 아이템 3개를 확인 후 수령할 수 있습니다.]“코시오 역장님. 개인 퀘스트 보상으로 이런 걸…….”
“이 녀석이 ‘비밀 창고’의 존재를 알고 있을 줄 알았나.”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을 텐데요?”
“…….”
벤토리의 말에 코시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비밀창고는 체인지 스테이션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역에도 포함된 공간.
즉, 이곳엔 코시오의 보물뿐 아니라 다른 역장들의 보물도 모여 있는 상태였다.
이 말인즉 시현이 원하기만 한다면 코시오의 아이템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역장들의 아이템도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
이는 다른 역장들과는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기어이 이렇게 나오시는군요.”
사실 코시오의 입장에선 다른 역장들의 아이템을 가져가면 좋았다.
자신의 것은 잃지 않고, 상대 역장의 힘은 줄어드는 것이었으니.
‘뭐. 이젠 어쩔 수 없지.’
코시오 역시 벤토리를 노려보며 팔짱을 끼었다.
‘어차피 파시오도 없어지고 조인 스테이션의 땅도 내가 먹을 예정이니. 전쟁도 나쁘지 않지.’
그렇게 둘이 기 싸움을 하는 동안.
시현은 말없이 비밀 창고로 들어가 아이템들을 살폈다.
***
‘생각보다 많네.’
역장.
토석인들의 정점에 서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이들이 모은 아이템들은 굉장히 많았다.
게다가 이곳에 모여 있는 아이템들은 최소 S급.
랜덤으로 3개를 골라도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뒤로 넘어갈 만큼 좋은 것들이었다.
-같은 S급 아이템인데 뭐가 다른 거라도 있는 거냐?
“질이 달라. 질이.”
메헨의 물음에, 시현이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너도 알고 있을 거 아니야? 같은 이름에 같은 등급의 아이템이라도 세부적인 사항이 다 다른 걸.”
-난 그런 건 잘 몰라. 위대하신 태양의 곁에서 항상 거시적인 관점만을 취해왔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것들에는 관심이 없었던 거지.
“자랑이다. 무식한 게.”
-뭐, 뭣이? 위대하신 태양의 부관이자 상급 신인 나에게 어찌 그런…….
“상급 신은 무슨. 걍 돼지더만.”
그렇게 투닥이면서도, 시현은 메헨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봐. 내가 신들의 아이템을 쓰고 있잖아. 네가 기생하고 있는 태양원반도 그렇고.”
-기생이라니!
“그런데 만약 라가 다른 플레이어와 계약을 했다고 치자. 그럼 자기가 가지고 있는 태양원반을 다른 플레이어한테 줄까?”
-……아니. 그건 위대하신 태양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신도 그러지 않을 거다.
“맞아. 신이 미치거나 자신의 계약자를 어지간히 아까지 않으면 진품 아이템을 주진 않겠지.”
이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모르는 사실이었다.
신들이 그들에게 주는 아이템은 어지간하면 A, S급이었지만.
그 아이템의 성능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금물이었다.
같은 등급의 아이템이라도 성능이 하늘과 땅 차이인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그 예로 김현지가 가진 ‘쌍룡검(S)’이나 아서가 들고 있는 ‘엑스칼리버(S)’는 모조품이지. 진짜 신들이 쓰는 아이템을 흉내 낸 거에 불과해.”
물론 모조품이라 한들 엄연한 ‘신격’이 들어 있는 아이템이었기에.
같은 등급의 어지간한 아이템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곤 했다.
-그럼 네놈의 아이템들은? 다 진품 아닌가?
“그렇지. 메헨, 네가 딸려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특성 ‘찬란신 신의 무기고(EX)’.
모든 격과 법칙, 시스템을 비틀어 버리는 힘을 가진 ‘EX등급’인 만큼.
시현의 특성으로 가져오는 아이템만큼은 복제품이 아닌 ‘진품’이었다.
즉, 지금 제우스는 자신의 벼락 중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던 걸 잃었고.
헤라, 미카엘, 닉스 등이 그러했다.
‘특히 미카엘이 이거 덕분에 굉장히 화났었지.’
물론 E등급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잠겨 있는 특수 효과를 해금해야 했고, 실제 사용하는 위력인 SS급까진 미치지 못했지만.
이 정도는 감안할 만했다.
게다가 현재 특성은 ‘초월의 무기고(EX)’로 바뀐 상황.
신들이 사용했던 SS급을 초월해 안에 들어 있는 ‘진면목’을 깨우는 EX등급까지 키워낼 수도 있었다.
아이템의 주인이 되는 신들조차 대개 깨우지 못한 힘.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시현은 능히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런 거 보면 로키가 고마운 존재지. 회귀도 시켜주고, 특별한 선택권도 주고.’
현재로선 로키가 신들의 분열을 통해 뭘 이루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로키, 그리고 시현.
어떻게 보면 베다의 3주신, 트리무르티(Trimūrti)까지.
일단 이들은 한배에 타고 있었다.
‘언제 좌초될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럼 무조건 SS급을 고른다고 좋은 건 아니겠네?
이어지는 메헨의 말에.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속담이 있지. 잘 맞는 C급 무기 열 A급 무기 안 부럽다.”
-어느 나라 속담이야 이건?
“내가 방금 만들었으니까…… 한국?”
-싱겁긴.
그렇게 메헨과 수다를 떨면서 돌아다니면서도.
시현의 눈은 빠르게 창고를 훑었다.
[냉룡의 순린(SS)] [배반의 가시(SS)] [스킬북: 천라지망(S)] [크라켄 포획자(S)]하지만 그 어떤 S, SS급 아이템도 시현의 마음을 끌진 못했다.
‘흠…… 아이템 설명이 적혀 있지 않아서 좀 애매하네.’
원래 이곳에 있던 아이템들을 전부 알던 것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시현은 조금 더 시간을 들이기로 결정했다.
잠? 그딴 건 오지도 않았다.
지천에 S, SS급 아이템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렇게 꼬박 17시간을 돌아다니며 모든 아이템을 일일이 확인한 후.
시현의 눈에 들어온 3개의 아이템이 있었다.
“그래. 일단 이놈.”
-오호…… 그건?
[아이템, ‘죄많은 뼈의 망치(S)’를 획득하였습니다.] [죄 많은 뼈의 망치(S)]#죄 많은 자의 뼈를 이용해 만든 망치. 생전엔 그 죄가 드러나지 않아 사후에 시체를 끄집어 내 제작된 물건입니다.
▶주 무기(한 손 망치)
▶효과
[모든 아이템 제작 숙련도 +20] [죗값>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다른 아이템과 합쳐질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선택한 아이템은 새파란 뼈로 만들어진 망치. ‘죄 많은 뼈의 망치(S)’였다.
‘제작’ 관련된 클래스를 가진 모든 플레이어들이 꿈에 그리는 ‘제작 숙련도’를 무려 20이나 올려준다.
‘오영일, 오영수 녀석들이 그랬지. 숙련도 1만 올려줘도 망치질 소리부터 달라진다고.’
거기에 특정 무기나 장신구가 아닌 ‘모든 아이템’ 제작 숙련도가 올라갔기에.
녀석들이 착용하면 좋을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아이템은 따로 써야 할 곳이 있었다.
‘좋아. 그다음은.’
[아이템, ‘스킬북: 용의 호흡(SS)’을 획득하였습니다.] [경고! ‘용의 호흡(SS)’ 스킬을 익히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합니다.] [▶‘마력 순환(S)’ 스킬 보유.] [▶‘내단 흡수(S)’ 스킬 보유.] [▶마력 1,000 이상.] [▶아이템, ‘드래곤 하트(??)’ 보유.]아직 드래곤 하트가 없었기에 조건을 만족시킬 순 없었다.
‘드래곤 하트라…… 언젠간 얻겠지.’
시현이 고른 스킬, ‘용의 호흡(SS)’은 스킬 위력 증폭, 캐스팅 속도 증가.
무엇보다 시현이 가진 스킬 ‘내단 흡수(S)’보다 한층 강화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마력 순환(S)’ 스킬은 이전에 발록을 잡고 얻은 특수 효과, [마기 순환>으로 대체할 수 있었기에.
이제 필요한 건 드래곤 하트뿐이었다.
‘물론 얻기는 힘들겠지만. 언제 얻을 수 있을지 기약도 없겠어.’
재앙으로 용이 나오는 건 먼 훗날의 이야기.
게다가 용족들은 죽어서도 드래곤 하트는 소멸시키거나 다른 동족에게 주기 때문에.
구하기 여간 힘든 아이템이 아니었다.
물론 어떤 용(드래곤)에게서 나오냐에 따라 각 드래곤 하트의 등급과 효과도 천차만별이었다.
‘그래도 이왕 얻을 거 드래곤 하트를 좋은 걸로 얻는 게 더 효과적이지.’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마지막 아이템으로 손을 뻗었다.
-정말 이걸 고를 거냐?
‘아니.’
씨익.
‘잘 보라고.’
그렇게 시현의 손이 푸르스름한 신발로 향할 때.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누군가 그를 불러 세웠다.
“넌?”
-오호…… 코시오와 기 싸움 하던 거 아니었나?
벤토리.
이곳을 지키는 토석인이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네. 더 이상 아이템을 고르지 말아주십시오.”
벤토리가 얼굴을 한껏 찡그리며 부탁했다.
그의 입장에선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로 상대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아야 한다는 게.
못 견딜 만큼 어색하고, 수치스러운 모양이었다.
“여기 널린 게 아이템인데 내가 안 고를 이유가 있나?”
“……원하는 걸 말씀해 주시죠.”
“빨라서 좋네.”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눈치가 말이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