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73)
신의 천적, 회귀하다 173화
110. 개인 퀘스트 보상(3)
벤토리의 제안은 시현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녀석은 시현에게 ‘저 제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현이 지금 고르려는 신발은 코시오나 벤토리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산책(SS)’.
이 아이템은 다른 ‘역’에 있는 역장의 것이다.
시현이 이 아이템을 골라 나간다면.
‘가벼운 산책(SS)’의 주인이 되는 역장의 입장에선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금고에서 아이템을 도둑맞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역장들의 입장에선 벤토리가 아이템 보관을 제대로 하지 못해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이로 인해 앞으로는 비밀 창고에 아이템을 맡기지 않게 될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있던 아이템도 모조리 빼갈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상대가 아이템을 못 고르게 하거나, 고른 아이템을 빼앗을 수도 없었다.
어쨌거나 시현은 ‘정당한 퀘스트 보상’을 받는 중이었으니까.
‘그래서 나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는 거지.’
“그런 말 모르냐?”
“무슨 말 말입니까?”
“선제요.”
“…….”
시현의 말에 벤토리가 고민에 빠졌다.
“이건 어떻습니까? 물건을 골라도 되긴 하지만 코시오 소유의 아이템들 중 하나를 골라주십시오. 목록은 제가 빠르게 정리해 보여 드리겠습니다.”
“한발 물러났다 이거야?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난 한발 물러날 이유가 없는데 말이야.”
“…….”
상대의 말은 사실이었기에.
벤토리는 더 큰 보상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지금 스킬북을 고르신 걸 보니 ‘드래곤 하트’가 필요하실 거 같은데. 마침 제 개인 소유의 드래곤 하트가 있으니 그걸 드리면…….”
“드래곤 하트쯤이야 나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현은 내심 놀랐다.
‘드래곤 하트를 가지고 있다고? 토석인이?’
드래곤 하트는 토석인의 창조자인 드워프들이 가장 아끼고, 동시에 경계하는 광물.
그런 광물을 토석인이 가지고 있다니.
‘역시 벤토리. 저놈은 심상치 않아.’
“할 말 더 없는 거지? 그럼 난 고르려던 거나 골…….”
“이걸!”
한숨을 푹 쉰 벤토리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걸 드리겠습니다.”
“오호…….”
이내 벤토리가 꺼낸 건 뿔이었다.
평균 성인 남성만 한 시현의 몸만큼 큰 그 뿔은.
얼핏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악신의 뿔(??)]#악신이라 ‘불렸던’ 무언가의 뿔입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흐르고 있습니다.
▶재료 아이템
▶효과
[알 수 없는 기운 +100]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뿔을 보며.
시현이 잠시 눈을 흘겼다.
‘심상치 않아.’
알 수 없는 기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말 그대로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시현이 받을지 말지 잠시 고민했다.
‘원래 이런 애매한 아이템 말고 더 큰 보상을 뜯어내려 했는데 말이야.’
“꾸르르르!(집사야! 저건 먹어야 한다.)”
그렇게 고민하던 사이.
시현의 허리춤에 있던 키비시스에서 가살이 고개를 빼꼼 내민 후 소리쳤다.
‘가살이가?’
그 어떤 아이템을 봐도 반응이 없었던 가살이었기에.
시현은 의외라는 듯 녀석을 쳐다봤다.
“뭐가 느껴져?”
“꾸르! 꾸르릉!(신수! 신수의 기운이 느껴진다!)”
가살은 신수 불가살이.
녀석이 저렇게까지 울부짖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시현은 녀석을 믿고 벤토리와의 거래에 응했다.
그가 어차피 고르려던 건 딱히 필요는 없는 신발 하나.
다만 그 아이템 역시 코시오가 아닌 다른 역장의 아이템이었기에.
벤토리의 입장에서는 더 큰 참사를 막는 게 우선인 만큼 쉬이 아이템을 고르진 않았을 거다.
“이거 받고, 하나 더.”
“……끝 아닙니까?”
“아니지. 이대로 끝내긴 아쉬워. 대신 A등급 아래로 고를게. 그것도 코시오의 물품 중에서. 어때?”
그 정도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거래였기에.
벤토리는 한발 물러났다.
“알겠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
그렇게 시현은 ‘원래 고르려던’ 아이템을 골랐다.
[아이템, ‘이신의 망토(B)’를 획득합니다.]-갑자기 B등급 아이템이라고?
‘다 이유가 있지. 가벼운 산책(SS)은 훼이크였을 뿐이야.’
겉보기엔 허름한, 아무도 신경 안 쓸 법한 이 망토를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아이템 효과를 보니 그렇게 좋은 것 같지도 않은 데 말이야.
‘안 좋다니. 이게 얼마나 효자템인데.’
사실 시현은 이 ‘이신의 망토(B)’를 진작 얻으려 했지만 얻지 못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아이템을 얻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슬라임 투구만큼 유용하지만 그것보단 훨씬 얻기 힘든 아이템이지.’
그렇게 시현이 허름한 망토를 들어 정보를 확인했다.
[이신의 망토(B)]#다른 세계에서 온 신이 사용하던 허름한 망토입니다.
▶장신구(망토)
▶효과
[이동속도 +50%]▶특수 효과
받는 모든 마법 대미지가 50% 감소합니다.
▶페널티
단, 특수 효과를 발동하는 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신(異神)의 망토.
아이템 설명에 쓰여 있듯 다른 세계에서 온 신이 착용했던 망토로.
원래 이 아이템을 얻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했다.
그 조건은 지구를 제외한 ‘다섯 개의 세상’에 발을 디딜 것.
이제 첫 번째 이계인 그린 랜드에 발을 디딘 걸 생각해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신들의 연회는 포함이 안 되니까 말이야.’
물론 다섯 개의 이계에 발을 디디기만 한다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기에 획득 난이도가 어렵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재앙을 진행해야 하는 플레이어로서 획득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사실이었다.
‘이것도 페널티가 심한 아이템이지만…… 그만큼 특수 효과가 좋아.’
이신의 망토가 가지고 있는 페널티는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
전투 중에 발동되면 굉장히 치명적인 페널티였다.
하지만 시현은 ‘키비시스’라는 사기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흠…… 근데 이 아이템은 시간만 있으면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아니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이 너무 길어. 모든 마법 피해 50% 감소라는 옵션이 흔한 것도 아니고.’
-그 옵션만 보자면 확실히…….
말을 하지 않아도 메헨의 마지막 말은 알 수 있었다.
‘그래. 사기지.’
그렇게 벤토리의 눈을 피해 메헨과 킬킬대는 사이.
키비시스가 이신의 망토를 모두 흡수했다.
“후우……. 좋습니다.”
그렇게 한숨 돌린 벤토리가 시현을 직접 마중해 주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흐음…….”
시현을 본 코시오가 살짝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비밀 창고가 드러날 줄은 몰랐지만.
드러난 김에 코시오는 시현이 다른 역장의 아이템을 고르고, 이로 인해 벤토리의 신뢰를 무너뜨리려 했다.
그러나 시현이 다른 역장의 아이템을 고르지 않는 바람에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정말로 필요한 아이템이 하필 전부 내 소유 아이템이라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벤토리가 대가로 뭘 줬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코시오는 그대로 시현을 데리고 복귀할 뿐이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일행은 각자 흩어졌고, 천유리와 다콘은 숙소에서 저들끼리 뭐라 수다를 떨고 있었다.
가살은 흥분해 소리치던 것과 달리 ‘악신의 뿔(??)’을 툭툭 치며 탐구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귀여운 고양이를 보는 듯 했다.
‘생긴 건 코끼리 비슷한데 말이야.’
그리고 시현은 눈앞의 홀로그램 창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웃고 있었다.
[아이템, ‘드라우프니르(D)’의 숙련도가 LV.10에 도달하였습니다.] [아이템, ‘드라우프니르(D)’가 C등급으로 승격됩니다.] [특성, ‘찬란한 신의 무기고(EX)’ 특수 효과가 발동됩니다.] [드라우프니르(C)]…….
▶C등급 특수 효과
[고대의 지식(4)>드라우프니르가 승격될 때마다 오딘의 18가지 룬 마법 중 하나를 선택해 습득할 수 있습니다.
[환영 복제>드라우프니르가 복제품이 아닌 환영을 복제합니다.
복제된 ‘환영’은 소유자의 근처를 돌아다니며 개당 마력을 30, 캐스팅 속도를 30% 올려줍니다.
▶지능 100당 1개의 환영 복제 가능(최대 9개).
드라우프니르의 C등급 승격.
희소식이었다.
안 그래도 신의 아이템이 많아 숙련도가 잘 오르지 않는 상태였는데.
드라우프니르가 그 벽을 뚫어버린 것이다.
‘좋아.’
[아이템, ‘드라우프니르(D)’의 특수 효과, [고대의 지식(4)>으로 오딘의 18가지 룬 중 한 개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 ‘드라우프니르(C)’의 지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오딘의 14번째 룬 마법, ‘룬 마법: 간파의 룬(??)’을 획득합니다.] [룬 마법: 간파의 룬(??)]마력을 소모해 상대의 정보를 알아냅니다. 마력 소모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격의 차이가 심할수록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집니다.
드라우프니르는 드워프들이 만든 오딘의 삼신기 중 하나.
다재다능한 절대신인 오딘의 ‘마법적 능력’을 부각시키는 아이템인 만큼, 그 효과를 톡톡히 드러내고 있었다.
일단 이제 사용할 수 있는 오딘의 룬이 무려 4개.
1개밖에 사용할 수 없는 복제품조차 어지간한 A등급 팔찌 효과를 보이고 있는데.
그 룬이 이제 무려 4개였다.
그중 시현이 고른 룬은 간파의 룬.
쉽게 말해 상대방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좋은 룬이었다.
‘말 나온 김에 한번 써볼까?’
[아이템, ‘드라우프니르(C)’의 지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오딘의 14번째 룬 마법, ‘룬 마법: 간파의 룬(??)’을 발동합니다.] [빙염화, 천유리의 정보를 가져옵니다.] [천유리>레벨: 66
클래스: 마법사, 정령사
칭호: 양면의 꽃(SS)
[특성>마력꽃(S)
[스탯> [힘 30] [체력 43] [민첩 44] [지능 202] [마력 492] ……(중략) [스킬> [브레스(SS)(잠김)] [얼음꽃(S)] [아이스 필드(A)] [정령 진화(A)] [정령 소환(B)] …….#마법사와 정령사 두 클래스를 가진 플레이어입니다. 최근엔 미약하지만 용의 힘을 각성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플레이어입니다. 단, 용의 힘으로 인해 정령의 힘은 살짝 사그라든 상태입니다.
시현은 이어서 다콘의 정보까지 확인했다.
[다콘>레벨: 114
클래스: 암살자
칭호: 세계수의 배신자(A)
[특성>타락한 가면(SS)
[복제한 특성>어뮤즈먼트(S), 귀검(S), 정령 복사(A), 깔끔한 마력 회로(A)…….
[스탯> [힘 78] [체력 67] [민첩 198] [지능 220] [마력 720] ……(중략)#다재다능한 암살자입니다. 타락한 결과 특성의 숨겨진 힘을 사용할 수 있어 더욱 강력해진 상태입니다.
다콘의 레벨과 스탯은 시현보다도 높은 상태.
역시 오랫동안 하이 엘프 플레이어로서 살아온 녀석다웠다.
‘이걸로 권속들의 정보를 보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성장시켜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있겠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간파의 룬을 적이나 마수에게 쓰면 녀석들의 정보를 알고 미리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회귀 전에 몰랐던 내용도 훨씬 편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드라우프니르의 효과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효과 [환영 복제>.
현재 시현의 스탯으로는 1개만 만들어낼 수 있지만.
하나에 마력을 30, 캐스팅 속도를 30%나 상승시켜 주는 미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시현이 발동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킬 ‘천뢰(EX)’를 더 빠르게 발동시킬 수 있었다.
‘신들의 스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천뢰는 상당히 강력한 스킬. 다만 그 캐스팅 속도가 너무 느려.’
하지만 드라우프니르가 있다면 이제 지능 스탯이 높아질수록 캐스팅 속도도 빨라졌기 때문에.
걱정 하나는 덜 수 있었다.
“시현 씨.”
그렇게 드라우프니르와 아이템들을 살펴보는 시현에게.
천유리가 다가와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가야죠.”
드라우프니르를 잠시 만지작거린 후.
시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래로.”
이제 트레인 메이즈에서의 볼일은 다 본 상황.
지하 2층 일루젼 메이즈로 갈 차례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