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76)
신의 천적, 회귀하다 176화
112. 크리스탈 메이즈(2)
후우웅!
시현이 횡 베기를 한 번 하자.
폭풍과 함께 일대가 쓸려 나갔다.
“크흑!”
“이, 이상한 힘을 쓴다!”
“조심해!”
이교도들은 아랑곳 않고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자신들의 강력한 신체 능력을 믿은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각자가 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는 손등의 마법진이 빛나며.
시현에게 얼음, 불, 독 등 다양한 속성으로 된 창이 쏘아지고 있었다.
서걱.
하지만 녀석들이 내지른 모든 공격들은 허무할 만큼 간단하게 바스러질 뿐이었다.
‘미친?’
‘신의 힘을 받은 우리의 마법이 이렇게 간단히?’
압도적인 위력.
그걸 마주한 이교도들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크아아아아!”
“우리의 진정한 힘은 몸이지!”
녀석들의 고함대로 이교도들이 가진 진정한 힘은 마법이 아닌 몸.
희석된 신의 피를 직접 섭취해 강화된 몸이었다.
카아아앙!
천총운검에서 나온 혈풍이 이교도들의 몸을 두드렸다.
“큭!”
“무슨 힘이…….”
신체 한 군데는 반드시 잘라 버리려는 목적으로 일으킨 혈풍이었지만.
야속하게도 녀석들의 몸을 밀려나게만 만들었을 뿐.
별다른 피해를 주진 못했다.
“역시 단단하네.”
하지만 예상했다는 듯.
시현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달려 나왔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스며듭니다.]이내 천총운검에 금빛, 검은빛 번개가 마치 검강처럼 서렸다.
‘멍청하긴.’
‘우리한테 근접전이라니.’
그 모습을 본 이교도들이 씨익 웃었다.
드워프 이교도들을 상대로 근접전을 펼치는 건 금기 중 금기였다.
저들이 모시는 신의 힘으로 강화된 몸은 어지간한 B급 드워프제 무기에 맞아도 소용없었고.
A급 드워프제 무기도 견딜 수 있었다.
이 정도면 크리스탈 메이즈에 서식하는 마수들 중 포식충과 마그마 드레이크들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이들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어지간한 드워프 왕족들도 A급 아이템이 없다는 걸 감안하면.
상대가 무슨 아이템을 쓰든 자신들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있을 리 없었다.
‘사실 저 검에 서린 바람만으로 우릴 밀려나게 한 것도 대단한 일이지.’
‘그래도 여기까지.’
어느덧 강력한 움직임으로 시현의 주변을 둘러싼 이교도들이 눈을 빛냈다.
“끝이다!”
촤르르르르륵!
이내 이교도들의 몸에 갑옷처럼 뱀 비늘이 솟아났다.
그렇게 가장 선봉에 있던 이교도 하나가 팔로 시현의 천총운검을 막았다.
‘이제 반격만 하면…….’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모두 녀석의 생각처럼 흘러가진 않았다.
서걱.
천총운검에 맞닿은 녀석의 팔이 그대로 잘려 나간 것이다.
“응?”
“어?”
녀석뿐 아니라 다른 이교도들도 당황해 얼타고 있을 때.
천총운검을 비튼 시현이 그대로 눈앞 이교도의 목을 베어버렸다.
[훌륭합니다! 드워프 플레이어, ‘도’를 처치하였습니다!] [플레이어가 보유한 포인트의 절반…….]“말도 안 돼!”
어지간한 일엔 눈도 깜빡하지 않는 이교도들이 멈칫했다.
“우, 우리의 피부를 이렇게 간단히 베어버린다고?”
“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있을 수 없는 일이.”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왜 일어났겠어?”
서걱.
상대의 검은 강력할 뿐 아니라, 빠르고 집요했다.
시현의 검이 또 하나의 이교도를 베어버렸을 때야.
다른 이교도들이 정신을 차리고 시현에게 공격을 속행했다.
***
“확실히 보통 놈은 아니구나.”
자신의 부하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면서도.
한 드워프는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드워프 왕자? 저 인간 따위가 널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닥……쳐…….”
“흐흐흐. 소식은 들었다. 멍청한 너희 수정궁 드워프들이 이계의 신들과 계약해 이곳으로 인간을 불러들였다고.”
검은 비늘을 가진 다른 개체들과 차별되는 검붉은 비늘.
안 그래도 드워프치곤 거대한 이교도들보다 두 뼘 정도는 더 큰 덩치, 우락부락한 근육, 세로로 쭉 찢어진 눈동자.
이게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다.
주교.
이 녀석은 크리스탈 메이즈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한 주교급 이교도였다.
“그래. 더러운 왕가 놈아. 거기서 지켜봐라.”
으드드득.
“널 구하러 온 저 인간이 얼마나 약한지. 네 목숨이 얼마나 가치 없는지 말이야.”
판이 주교의 시선을 따라 시현과 이교도들을 바라보았다. 시현을 둘러싸고 있는 이교도 하나가 소리치며 달려들고 있었다.
“신을 위하여!”
하지만 희생이라고 하기에도 머쓱할 정도로.
녀석의 몸은 양분될 뿐이었다.
“…….”
여태까지 몸의 단단함만을 믿고 전투에 임해왔던 이교도들이었기 때문에.
상대를 두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젠장 이렇게 되면…….’
‘누군가는 희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현은 녀석들이 준비할 틈을 주지 않았다.
까드드득.
“크아아악!”
“이, 이건 뭐야?”
녀석들의 그림자 속에서 솟아난 촉수가 몸을 칭칭 감았다.
이교도들이 비늘 덕분에 강력한 물리, 마법 저항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점이 ‘힘’까지 강력하단 뜻은 아니었기에.
녀석들은 촉수에 묶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괴, 괴물이다…….”
“괴물이 나타났…….”
서걱.
비늘이 돋아난 이교도들의 몸을 가차 없이 베어버리며.
시현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탄에게 걸어갔다.
“으, 으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이교도 평신도들이 애써 기세를 올려 시현에게 달려들었지만.
무용지물.
이미 아스트라페와 다른 이교도들의 피를 먹어 [혈식검>으로 강화된 천총운검으로부턴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이건?’
시현의 감각 속에 무언가 이글거리는 게 포착되었다.
화르르르륵!
정면에서 쏘아져 오는 푸른 불꽃.
중간에 걸리적거리는 모든 것을 한 줌의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며.
그것이 시현을 덮쳤다.
“으아아아!”
“크으아아아아!”
‘중간에 걸리적’거리는 것에는 시현을 공격하던 평신도들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녀석들은 시현이 죽이기도 전에 한 줌의 재가 되어 크리스탈 메이즈 공기 중에 휘날리게 되었다.
“무식하긴.”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천총운검을 고쳐 들었다.
-심상치 않은 불이야.
“그래봤자지.”
[아이템, ‘태양원반(C)’이 강림합니다.]태양원반이 가진 C등급 특수 효과 [태양강림>.
‘라’라는 강력한 절대신의 아이템답게, 시현의 머리에 떠 있던 헤일로가 거대해졌다.
현재 1,000에 육박하는 시현의 마기로 인해 시현의 뒤엔 검은 태양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태양?”
태양.
그것은 모든 에너지의 원천이며,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빛.
그 어떤 존재보다 강력한 화염.
시현을 덮쳐오는 푸른 불꽃은 한 끼 식사도 안 된다는 듯.
검은 태양이 그걸 그대로 흡수해 버렸다.
화르르륵…… 파지지지직!
이내 시현의 주변으로 검은 불꽃이 일렁였다.
[▶아스트라페(A): [속성 부여(번개)>] [▶태양원반(C): [태양강림>] [메헨이 연계기, [벼락과 화염>을 기억합니다.] [[벼락과 화염>을 발동합니다.]어디에나 스며드는 아스트라페가 검은 태양에 스며들어 추가 대미지를 주기 시작했다.
태양을 소환하고 그곳에 아스트라페를 부여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수십에 달하는 평신도들은 물론.
그들을 이끄는 주교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빌어 먹으으으을!”
그나마 화염 속성에 높은 저항을 가지고 있는 주교가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주르르륵!
녀석의 오른손이 부풀어 오르더니, 날카로운 발톱이 솟아났다.
[드래곤 크로우(A)]평신도들과는 다르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녀석의 일격은 강력했다.
[스트렝스(C)] [헤이스트(C)]힘을 늘려주는 스트렝스.
이동, 공격 속도와 민첩 스탯을 늘려주는 헤이스트까지 사용하며.
주교가 시현을 향해 그대로 팔을 휘둘렀다.
시현의 입장에선 저 공격을 맞아줄 이유가 없었기에.
몸을 숙여 상대의 일격을 간단히 회피했다.
“멍청하긴!”
그 모습을 본 주교가 웃었다.
“그걸로 충분할 거라 생각했느냐!”
꾸드드드득!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듯.
주교의 팔과 손이 더 크게 변하고 있었다.
주교의 입장에선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브레스’까지 사용해 버렸고, 그 브레스가 검은 태양에 의해 완벽하게 막힌 상황.
이렇게 근접전을 펼쳐야 그나마 승산이 있었다.
“충분하지 그럼.”
하지만 주교는 몰랐다.
그가 상대하고 있는 적, 타락왕 이시현.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게 근접전이라는 걸.
콰아아아아앙!
주교의 팔이 시현을 덮쳤다.
“해치웠다! 흐하하하하!”
“역시 주교님이십니다!”
“대단하십니다!”
상대가 자신의 팔에 깔려 죽었을 거라고.
주교는 확신했다.
신의 피를 마셔 강화된 자신의 팔이라면.
상대가 드워프 대전사급이라도 단번에 찢어 죽일 수 있었으니까.
‘인간 따위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여기서 살아남을 순 없지.’
손에 잡히는 감각은 없었으나,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아주 작은 벌레를 쥐어 터뜨릴 때도 손에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주, 주교님!”
“조심하십시오!”
“응?”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상대를 깔아뭉개 죽여 버렸음에도.
손안에선 계속해 검은 불꽃과 금빛 벼락이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화르르륵…… 파지지직!
번쩍!
이내 손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고통 때문에.
주교가 손을 들어 올렸다.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기에, 빠르게 판단을 내려 뒤로 물러난 그 순간.
“늦었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서걱.
“가라.”
“뭐……?”
촤아아악!
시현이 천총운검을 아래서 위로 올려 벰과 동시에.
주교의 가슴팍에 기다란 실선이 그어졌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천총운검에서 일어난 폭풍이 상처를 헤집어 벌려놓고.
그 사이로 벼락이 담긴 화염이 파고들었다.
“끄. 끄아아아아악!”
난생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주교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 이대론 안 돼! 난 주교! 내 밑으로만 평신도가 수천 명이란 말이다!”
드워프들이 흔히 ‘이교도’라 부르는 이들.
주교급이면 그 신도가 많았고, 신도가 많다는 건 곧 권력이 강함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주교는 여기서 죽을 수 없었다.
‘살아야 한다! 이 권력을 놓고 죽을 순 없어……!’
자신의 부하들 중 절반 이상이 죽고, 자신의 목숨도 위험하다.
홀로 떨어져 있는 어린 드워프 왕족을 잡으려다 이런 꼴을 당할지는 상상도 못 했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상황.
지금이라도 빠르게 도망쳐야만 했다.
“막아!”
주교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기에.
드워프 이교도들이 시현에게 무작정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들 전부 알지 못했다.
이미 시현이 주교에게 달라붙은 그 순간부터.
주교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이빨을 드러냅니다.]타락한 영광이 주교의 팔을 묶고, 가슴팍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녀석의 팔이 거대해진 덕분에, 촉수들이 녀석을 더 효과적으로 묶어버릴 수 있었고.
그렇게 주교는 옴짝달싹 못 하게 되었다.
“아, 안 돼! 나에겐…… 아직 할 일이 있다!”
“돼.”
서걱.
이내 시현이 천총운검을 한 번 더 휘두르니.
서걱.
주교의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다.
“아…… 성녀님. 이제야 뵙게 되었는데…….”
목이 잘리면서도.
주교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이교도 주교 ‘라미스텐’을 처치하였습니다.] [포인트…….]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성녀라고?’
주교의 마지막 말을 들은 시현이 몸을 멈칫했다.
‘성녀란 존재는 없었는데?’
회귀 전, 크리스탈 메이즈에 와봤던 경험이 있었던 시현이었기에.
주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 오히려 더 혼란이 일었다.
‘성녀라니…… 그런 중요한 존재가 있었다면 회귀 전의 내가 몰랐을 리 없어.’
“주교니이이임!”
“안 돼애애애!”
하지만 지금은 주교 따위에게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주교가 죽은 걸 확인한 이교도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시현에게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여간. 죽을 걸 알면서도.”
화르르르륵!
시현의 헤일로, 검은 태양과 아스트라페가 더욱더 강하게 피어올랐다.
“이래서 종교에 미친 놈들이 안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