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77)
신의 천적, 회귀하다 177화
112. 크리스탈 메이즈(3)
콰아아아앙!
“마, 말도 안 돼…….”
너무나 자연스럽고 쉽게 이교도들을 쓸어버리는 시현을 보며.
누군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드워프 7왕자 탄.
이교도들에게 묶여 있던 그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감탄만을 내뱉고 있었다.
‘이교도들을 무 썰듯 썰어버리다니…… 이게 가능한 거였어?’
자신이 이교도들과 싸웠을 때를 떠올려 보면.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가진 아이템들은 하나같이 A급 방어구.
특히 무기는 S급 무기, ‘크라켄 포획자(S)’였다.
거대 마수, 크라켄을 잡는 용도로 만들어진 이 사슬 작살에 강력한 에너지를 주입해야 녀석들을 간신히 뚫을까 말까였는데.
상대의 불꽃과 검은 너무나 쉽게 그 피부를 뚫고, 베고 있었다.
‘시, 심지어 주교까지 죽였잖아. 주교는 대전사 지위를 받은 드워프들이 다섯은 있어야 그나마 상대가 가능한데? 대체 무슨 아이템을 쓰는 거지……. 신의 가호가 있기라도 한 아이템인가?’
엄밀히 말해선 신에게서 강제로 뜯어낸 아이템이었지만.
탄이 이를 알 리는 없었다.
두근두근.
무기와 아이템에 미쳐 있는 드워프임을 숨길 수 없어 그런 걸까?
자신의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모르거나, 동료의 원한을 대신 갚았다는 사실보다도.
시현이 가진 아이템들을 분석하고 만져보고 싶다는 욕망이 뇌를 가득 지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욕망보다 큰 건 시현이라는 ‘존재’ 그 자체였다.
탄이 그 어떤 존재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강함과 여유.
그것만으로도 아직 어린 소년인 탄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기 충분했다.
‘어쩌면…… 그렇게 강력하다는 이교도 교주로부터 우릴 구해줄 용사일지도 몰라.’
“정신이 드냐?”
그렇게 탄이 멍하니 시현을 보고 있는 사이.
모든 이교도가 처리되었다.
“어? 어…….”
“정신 못 차리네, 얘.”
“아, 아닙니다. 정신 차렸습니다.”
몸이 여전히 묶여 있었지만.
탄은 최대한 예를 갖추려 노력했다.
상대는 인간이고 뭐고 이런 대접을 받기에 충분한 ‘강자’였으니까.
검은 태양, 아스트라페, 천총운검.
셋 중 하나에 당해 버린 이교도들의 시체와 아이템 등이 키비시스에 차곡차곡 쌓였다.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비늘은 갑옷 같은 아이템을 만드는 데 훌륭한 재료가 되었기에.
버릴 게 없었다.
“고, 공간 법칙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는 보관 아이템? 어떻게 저런?”
키비시스를 보고 침까지 흘리는 탄을 보며.
메헨이 혀를 끌끌 찼다.
-이 녀석 왜 이렇게 얼빵해?
“헤일로에서 살아 있는 뱀이?”
-어휴.
감탄이 계속되니 자연스럽게 탄이 멍청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뭐, 아직 어리잖아.’
그렇게 모든 뒤처리를 마친 뒤, 시현이 탄에게 다가가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서걱.
탄의 몸을 묶고 있던 쇠사슬이 간단히 썰려 나갔다.
“가자.”
“가자니, 어딜…….”
“어디긴 어디야.”
스윽.
“너네 집이지.”
***
모든 이교도들을 처치했기에.
탄은 빼앗겼던 장비를 다시 회수할 수 있었다.
친구들이 죽고 남긴 장비는 시현이 모조리 키비시스에 챙긴 상태.
탄은 키비시스 덕분에 생명력 포션을 섭취해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하고, 아이템을 장착했다.
‘삐까뻔쩍하네.’
드워프 왕족답게, 탄의 아이템은 화려했다.
전신을 감싸는 무구부터 화려한 투구, 시현이 한 번 본 적이 있는 사슬 작살, ‘크라켄 포획자(S)’까지.
시현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저 정도 아이템이라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을 것이다.
‘그만큼 이교도들이 강하단 소리겠지.’
겉보기엔 손쉽게 처리한 것처럼 보여도.
이교도를 상대하며, 시현도 상당한 마기를 소모한 상태였다.
녀석들의 피부가 워낙 단단했기에 평소와 같은 양의 마기로는 그걸 뚫을 수 없었던 것이다.
‘좀 피곤하네.’
물론 소모된 마기야 키비시스 안에 있는 마력 포션으로 계속해 수급이 가능했기에.
별걱정은 없었다.
“타.”
위이이이잉!
거대한 벌을 본 탄이 몸을 떨었다.
물론 날아본 적이야 수정궁(Cristal Palace)에 있는 비행선이나 열기구로 꽤나 있지만.
저렇게 격한 비행 수단엔 타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 벌레를 타는 것 이외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
탄은 어쩔 수 없이 시현의 뒷좌석에 올라탔다.
위이이잉!
“크헉!”
“쫄기는. 드워프들은 다 전사라더니. 겁이 많네.”
“전혀 겁먹지 않았습니다! 저도 어엿한 전사라고요!”
“정말? 전사 지망생이아니고?”
“…….”
발끈해 소리친 것도 잠시, 시현의 지적에 탄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탄이 아직 ‘전사 지망생’이란 그의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꾸에에에엑!”
휘이이잉.
퀵 비가 용암을 피해 궤도를 튼 그 순간, 이상한 비명까지 지르는 걸 보니.
겁이 많은 것도 사실로 보였다.
“꽉 잡고 있어.”
그렇게 시현은 퀵 비를 탄 채, [군단지배자(SS)> 칭호를 이용해 수정궁으로 향했다.
수정궁을 찾는 방법은 간단했다.
군단장 이상의 드워프들이 몰려 있는 곳을 찾으면 되었다.
위이잉!
비행 시간은 꽤나 길었다.
퀵 비를 타고 간다지만 크리스탈 메이즈 자체가 너무 넓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절 왜 구해주신 겁니까?”
“왜긴. 어린 애가 곤경에 처했는데 모른 척할 수 있나.”
“…….”
정의로운 답변의 대명사를 들은 탄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의심하는 거냐?”
“아, 아닙니다.”
어쨌거나 시현은 자신의 은인이었기에.
탄의 입장에선 이 말을 믿든지, 믿지 않든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니 저보다 나이도 어릴 텐데 어린애라니…….”
“몇 살인데, 너.”
“130살입니다.”
“…….”
-푸핫!
그 말을 들은 메헨이 시현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웃었다.
-가서 어르신이라고 불러야겠네.
‘시끄러.’
-그리고 정의는 무슨. 단순히 어린 애가 맞고 있어서 구해준 건 아니잖아?
그 말에 시현이 피식 웃었다.
‘그 이유도 포함되어 있긴 해.’
사실 시현이 탄을 구해준 데엔 나름의 이유가 깔려 있었다.
몇 시간 전, 시현은 [군단지배자(SS)>를 통해 드워프 왕족과 주교가 같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드워프들은 보통 모여 살았기에, 이렇게 왕족이 한 명 떨어져 있는 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것도 이교도 주교와 같이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보통 이교도에 의한 납치지.’
회귀 전에도 가끔 퀘스트로서 나타났던 일이었기에.
시현은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고 탄의 위치로 갈 수 있었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다행히 녀석을 구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빚’을 지워놓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드워프들을 어떻게 구워 삶아야 할지 걱정이었는데 말이야.’
운이 좋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현이 좋은 기회를 잡았다.
어린 드워프 왕족을 구함으로써 저절로 왕가에 빚을 지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차피 이교도 놈들은 싸이코니까.’
드워프뿐 아니라 온갖 생물을 잡아다 산제물로 바치는 이교도.
그중에서도 특히 주교급 이상 되는 녀석들은 죄없는 드워프들은 물론.
이제 하나둘 크리스탈 메이즈로 내려오는 인간 플레이어들의 피를 강제로 뽑아 흡수하는 놈이었다.
그것도 산 채로 말이다.
회귀 전에도 녀석들에게 한두 번 시달렸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통쾌할 뿐이지.’
이교도들은 크리스탈 메이즈로 내려온 인간 플레이어들이 처치해야 하는 주적.
녀석들 중 주교를 미리 없앤 건 확실한 이득이었다.
***
“저기입니다!”
“좋아.”
후우웅!
[군단지배자(SS)>를 이용해 방향을 잡고 날아온 결과.시현의 눈앞에 거대한 수정으로 된 성이 하나 나타났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걸로 봐 그 크기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었다.
하긴, 저 수정 안에 무려 1,000만 명의 드워프들이 산다는 걸 감안하면 좁은 게 더 이상했다.
‘체인지 스테이션보다도 거대한 거 같은데.’
오랜만에 저 수정궁에 다다르니.
새삼 녀석들이 거대하단 생각이 들었다.
땡땡땡땡!
시현의 의도와는 달리.
허공을 날아오는 시현을 본 경비병, 토석인들이 경종을 울렸다.
‘밥값 하네.’
트레인 메이즈가 아닌 이곳에 있는 토석인들은 드워프를 대신해 경비, 청소 등 잡다한 일을 맡고 있었다.
쿠구구궁…….
드워프제 거대 작살과 대포들이 시현을 중심으로 화망을 조성했다.
시현의 실력이라면 저것들을 뚫고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대와 싸울 때가 아니었기에 시현은 순순히 퀵 비를 멈춰 세웠다.
그리곤 아주 천천히 하강했다.
“어?”
“7 왕자님이시다!”
“모두 무기를 거둬!”
시현의 뒤에 있던 탄을 본 토석인들이 경계 태세를 풀었다.
그렇게 시현이 내려오는 사이.
수정궁 가장 깊숙한 곳 어딘가에서 왕관을 쓴 드워프들이 재빨리 튀어나왔다.
“탄아!”
“7왕자!”
재빨리 달려와 아들을 끌어안는, 작은 체구의 왕과 왕비, 왕자와 공주들을 보며.
시현도 웃었다.
드워프들은 인간보다 가족끼리의 정이 끈끈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애써 힘써 구해준 거긴 하지만.’
드워프들은 은원 관계도 잊지 않기 때문에.
왕자 정도를 구해줬다면 보상으로 시현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다.
오크, 엘프, 인간 등은 물론.
천사, 악마, 드래곤 등의 초월체도 할 수 없는.
‘오로지’ 드워프들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서 말이다.
‘좋아. 상봉 계획이 성공적이니.’
감동의 재회를 하는 해머가를 바라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아이템들이 한층 강해질 수 있겠어.’
***
크리스탈 메이즈, 수정궁.
넓디넓은 알현실.
그 어떤 마력도 발동시킬 수 없도록 설치된 미스릴 마법진들과.
드워프들을 지키기 위해 개량된 토석인 기사들 사이.
하나의 왕좌에 앉아 있는 해머가의 왕, ‘코웅’을 쳐다보며.
시현은 당당하게 서 있었다.
원래 드워프 왕을 보면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춰야 했지만.
시현은 그러지 않았다.
저들의 입장에선 이미 시현은 은인이자 귀빈이었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아이템, ‘드라우프니르(C)’의 지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오딘의 14번째 룬 마법, ‘룬 마법: 간파의 룬(??)’을 발동합니다.] [망치의 왕, 코웅의 정보를 가져옵니다.] [코웅>레벨: 150
클래스: 대장장이
칭호: 지하삼왕-해머(S)
[특성>망치의 달인(A)
[스탯> [힘 592] [체력 402] [민첩 30] [지능 102] [마력 54] ……(중략) [스킬> [아이템 제작(SS)] [갑옷 제작(S)] [숙련된 손놀림(B)] …….#크리스탈 메이즈를 지배하는 세 왕 중 하나로,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진 대장장이입니다.
코웅은 시현과 같이 ‘왕격’을 갖춘 플레이어였기 때문에.
아직까진 간파의 룬이 통했다.
‘신들에겐 잘 안 통하겠지만.’
종합평가를 읽어보니 코웅은 해머가의 왕이자, 모든 아이템을 제작하는 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장인.
상당히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특히 힘 스탯이 1,500을 넘길 정도로 강력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게다가 만렙이고…….’
플레이어의 만렙은 120, 왕격을 갖춘 이들의 만렙은 150.
코웅은 더 이상 레벨을 올릴 수 없는 왕이었다.
“정말…… 정말 고맙네.”
시현이 그렇게 평가를 내리고 있든지 말든지.
코웅은 그런 건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시현에게 감사 인사만을 할 뿐이었다.
“7왕자 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땠을지…….”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후우…….”
그 옆으로 1명의 엘프 왕비와 3명의 드워프 후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회귀 전, 시현은 왕가를 직접 알현했던 적이 없었다.
그들은 퀘스트를 잘 주지 않을뿐더러, 퀘스트를 클리어하더라도 토석인들이 대신 보상을 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소문으로만 들어 알고 있었는데, 이 해머가를 이끄는 왕비는 블루 엘프.
그것도 하이 엘프, 린이었다.
‘드워프와 엘프가 전쟁한 뒤 일어난 화친의 상징이랬지.’
두 종족 다 1,000년을 사는 장수(長壽) 종족이었기 때문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고마워요.”
엘프 왕비, 린이 진심으로 고맙다는 표현을 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7왕자 탄은 코웅과 린의 유일한 자식이었으니.
‘엘프 왕비라니……. 탄이 드워프 어린애답지 않게 키가 컸던 이유가 있었네.’
그렇게 왕가를 보며.
시현이 속으로 웃었다.
이제 슬슬 본론을 꺼낼 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