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78)
신의 천적, 회귀하다 178화
113. 정의수호자(1)
원하는 게 있다고 해서, 드워프들에게 대놓고 말하는 건 금물이었다.
시현이 원하는 건 드워프들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
다른 건 몰라도 장인인 그들에게 본인들이 제작한 아이템이나 노동력을 달라는 건.
굉장히 실례될 수 있는 일이었다.
‘차라리 정보 같은 걸 달라고 하면 별 무리 없이 내어주겠지만 말이야.’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그 뒤로 세 드워프 후궁들도 감사 인사를 보냈다.
기본이 일부다처제인 이들의 생활 습관에서.
서로는 서로의 자식을 가리지 않고 본인의 아이로 취급해 키우곤 했다.
즉, 탄은 친모인 린뿐만 아니라 다른 세 후궁의 자식이기도 한 셈이었다.
“별말씀을.”
시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직접 왕좌에서 내려온 코웅이 시현의 손을 덥석 잡고 눈을 빛냈다.
“그래. 원하는 거라도 있나?”
“원하는 건 없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양심 봐라?
마음과는 완전히 다른 말을 내뱉는 시현을 보며.
메헨이 혀를 끌끌 찼다.
물론 그 소리는 시현에게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런 큰일을 해주고도 바라는 게 없다니! 그대가 원한다면 천만금도, 원하는 드워프제 무기도 줄 수 있거늘!”
“괜찮습니다.”
“허허허! 영웅이네, 영웅!”
만족스럽다는 듯 껄껄 웃는 코웅을 보며.
다른 세 부인과 자식들도 시현에게 박수를 쳤다.
“영웅이십니다.”
“대단하세요.”
“인간의 몸으로 어찌 이런 기개를…….”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찬사를 받은 후에야.
코웅이 다시 시현에게 물었다.
“그렇다고 보상을 안 받을 순 없네. 자네 같은 인간은 모를 수도 있겠으나, 우리 드워프들은 수백만 년의 은원도 갚은 종족. 간악한 이교도들에게서 왕자를 구해줬는데 모른 척한다면…… 우리 모두 여기서 죽을지도 모르네.”
‘과장이 심하네.’
그러나 상대가 보상을 주겠다는 마음은 진심인 것 같았다.
코웅이 안달 나 있는 걸 보니, 뜸은 확실히 든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말만 하게! 어떤 아이템이든지 내 마련해 주지!”
“제가 원하는 건 아이템이 아닙니다.”
시현의 말에 코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템이 아니라니? 인간이나 엘프들은 아이템을 좋아하던데 말이야.”
“일단 이곳에서 가장 뛰어난 장인 3명만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
시현이 말하는 가장 뛰어난 장인 셋은 말할 것도 없었다.
수정궁을 이루고 있는 세 왕가.
그들의 수장인 ‘지하삼왕(地下三王)’이었다.
‘원하는 게 뭐길래?’
시현의 요구에 코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이 인간이 가장 뛰어난 장인이 세 왕이란 사실을 알 리는 없지.’
그렇게 의심을 뭉갠 코웅이 흔쾌히 대답했다.
“그래. 각자 작업하던 것도 있으니 시간이 하루는 걸릴 거네.”
“네. 괜찮습니다. 그럼 오늘은 쉬러 가보겠습니다.”
“그러게. 숙소는 마련했으니 편하게 쉬고!”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시현이 알현실을 빠져나왔다.
드워프 숙소.
그곳에서도 할 일이 있었다.
***
“하아…….”
-세상 꺼지겠다, 이놈아.
“기 빨려.”
-그건 인정한다.
시현의 그 말엔 메헨도 동의했다.
저놈의 드워프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해 조잘거렸고.
그러느라 기가 다 빨려 버렸던 것이다.
‘덕분에 뜸을 확실히 들였으니 이득이라 봐야 하나?’
드워프들이 ‘시현이 원하는 걸’ 해준다면 이 정도 기 빨리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은혜를 갚겠다는 말만으로는 그들을 신뢰할 순 없는 법.
추가 보험이 필요했다.
“그래. 아직은 엎어져 쉴 때가 아니지.”
숙소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시현이 메헨을 바라봤다.
“일할 시간이다.”
-일? 갑자기 무슨…….
그렇게 시현이 넓디넓은 거실을 지나 어디론가 걸어갔다.
이곳은 수정궁에서 가장 좋은 귀빈실.
왕족이 직접 설계, 제작, 추천해 준 방인 만큼.
체인지 스테이션에서 묵었던 숙소에 비해 2배 정도 거대했으며.
없는 시설이 없었다.
그중 가장 특이한 건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는 특별한 ‘작업실’이었는데.
모루와 망치, 불,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재료인 광물들까지.
제작에 필요한 모든 게 있었다.
‘영수랑 인수 데리고 올 걸 그랬나?’
녀석들이 보면 눈이 뒤집힐 만한 작업 도구들이었다.
하지만 시현이 이걸 직접 사용할 순 없었다.
시현이 대장장이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것도, 제작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시현은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가?
그 모습을 본 메헨이 피식 웃었다.
-일이란 게 이걸 말한 거였군.
“맞아.”
츠즈즈즈즉.
시현의 뜻을 알겠다는 듯.
머리 뒤에 있는 헤일로가 서서히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아이템, ‘태양원반(C)’의 특수 효과를 발동합니다.] [뜨거운 태양이 모든 것을 녹이기 시작합니다.] [아이템, ‘정의수호자(SS)’를 조합합니다.] [조합 조건을 만족해야 조합이 가능합니다.] [▶무고한 피의 망치(S)] [보유 중입니다.] [▶죄 많은 뼈의 망치(S)] [보유 중입니다.] [▶에메랄드 1㎏, 사파이어 5㎏, 다이아몬드 2㎏, …….] [보유 중입니다.]시현이 만들려는 아이템은 ‘정의수호자(SS)’.
시현이 위즈덤비어드에게서 뜯어낸 ‘무고한 피의 망치(S)’와.
코시오에게서 뜯어냈던 ‘죄 많은 뼈의 망치(S)’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두 아이템이 하나의 아이템에서 떨어져 나온 거지만.’
정의수호자(Justice Protector).
그린랜드에 있는 드워프들을 이끈 최초의 왕이 사용했다는 전설 속 망치였다.
즉, 드워프들에게 있어선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뿐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다른 재료들도 필요했지만.
그 재료들은 코웅이 설치해 준 대장간에 충분히 있는 상황.
시현이 할 일이라곤 그저 여기 있는 재료들을 태양원반에 집어넣는 것뿐이었다.
‘편하네.’
물론 대장장이들처럼 같은 아이템이라도 옵션을 좋게 뽑아내거나.
없던 아이템을 제작해 낼 순 없겠지만.
이렇게 재료를 집어넣는 것만으로도 정해진 아이템이 나오니 편하기 그지없었다.
[믿을 수 없습니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아이템, ‘태양원반(C)’이 강렬한 열기로 조합에 들어갑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정의수호자(SS)’를 획득하였습니다.] [정의수호자(SS)]#무고한 자의 피와 죄 많은 자의 뼈로 이뤄진 망치입니다.
▶주 무기(한 손 망치)
▶효과
[힘 +50] [공격력 +20] [모든 아이템 제작 숙련도 +100] [씻겨진 마법>아이템 제작 시, 아무런 조건 없이 B등급 이하의 스킬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수호자>이 아이템으로 아이템 제작 시, 물리 저항, 마법 저항, 모든 속성 저항 옵션이 추가로 10 상승합니다.
[장인의 정의>(확인 불가)
*대장장이 클래스를 가진 플레이어만 확인 가능합니다.
“와우.”
‘정의수호자(SS)’라는 아이템을 본 시현이 놀랐다.
‘조건 없이 각종 능력치를 올려준다라.’
정의수호자의 효과는 대단했다.
아이템 제작에 필수라고 알려진 ‘힘’ 스탯을 50이나 상승시켜 줄 뿐 아니라.
아이템 숙련도도 100이나 올려줬다.
B등급 이하 스킬을 부여할 수 있는 [씻겨진 마법>과 물리, 마법, 속성을 10씩이나 올려주는 [수호자>도 굉장히 좋은 효과였다.
‘이 모든 혜택에 조건이나 페널티가 없다는 게 대박이지.’
[장인의 정의> 특수 효과가 뭔진 모르겠지만 대장장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 터.‘좋아.’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 정도면 훌륭한 미끼가 되겠어.’
***
“우릴 다 모아달라 했단 말입니까?”
“아무리 7왕자를 구해줬다지만…….”
“도가 지나치는군요.”
“우릴 부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수정궁 알현실.
모든 신하들이 물러난 이곳엔 무려 5명의 드워프들이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작은 키, 압축된 근육, 구릿빛 피부와 부리부리한 눈.
드워프 3왕 중 하나인 ‘망치의 왕’ 코웅이 시현의 요구대로 ‘가장 뛰어난 장인’을 2명 모아온 것이다.
“우리 셋이 한 번에 모이는 일이 흔치 않은데 말이죠.”
“난 아이템 제작 중에 왔다고!”
“드워프가 아무리 은원을 아는 종족이라고는 해도 이건 좀!”
드워프들은 하나같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각자 위치에서 바쁜 장인들을 한곳에 모아놨으니.
[아이템, ‘밤의 장막(C)’이 드리웁니다.]이내 어두워지는 알현실을 보며.
드워프들의 눈이 커졌다.
‘이 기운은?’
‘뭐지?’
‘여기서 마력이나 스킬을 사용할 순 없을 텐데?’
보랏빛 어둠이 드리우고 뭉치더니, 한 인간이 걸어 나왔다.
보랏빛 코트와 검은 와이셔츠.
온갖 무기를 들고 있는 그의 이름은 이시현.
망치의 왕 코웅의 은인이자, 같은 왕의 격을 가지고 있는 타락왕이었다.
“어떻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워프들을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아이템 효과입니다.”
“아이템 효과라고?”
“어떤 마력도 쓰지 않고 아이템 효과를 발동시킨다고?”
“헛소리! 신이 쓰던 것도 아니고……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어!”
불타오르는 드워프들을 보니.
시현은 자신의 노림수가 제대로 먹혀들어 갔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알고 싶지 않습니까?”
“…….”
“……!”
시현의 말에 드워프들이 눈을 빛냈다.
드워프들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드워프들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못 참는 종족이었다.
심지어 그 영역이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아이템’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상황을 보니. 제 말을 들을 준비들은 되셨네요.”
시현의 넉살에.
모인 드워프들뿐 아니라 코웅까지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츠즈즉.
“제 아이템들을 드릴 겁니다. 그것도 전부.”
“아이템을 준다고?”
“그런…….”
시현의 폭탄선언에 드워프들의 눈이 커졌다.
해머가 제7 왕자 탄.
그에게 들어 시현이 가진 무기의 성능을 알고 있었다.
단순히 일으키는 바람은 그 강력한 이교도들의 몸을 밀어내고.
직접 몸에 닿으면 비늘을 갈라 버릴 정도로 날카로운 검.
그 강력한 위력을 가진 아이템에 대해 자연스레 흥미가 일었다.
물론, 드워프들 또한 이교도들의 단단한 비늘을 뚫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다.
가뭄에 콩 나듯 하지만 S급이나 SS급 무기가 이따금씩 나왔으니까.
하지만 제아무리 강력한 무기라 해도 녀석들의 비늘을 무 썰듯 썰어버릴 순 없었다.
탄이 들고 간 ‘크라켄 포획자(S)’도 강력한 무기지만 비늘을 뚫는 데 힘들지 않았던가?
‘그런 아이템을…….’
‘주겠다고?’
‘그럼 뜯어서 해체할 수 있…….’
시현이 우선 천총운검을 넘기자.
코웅을 비롯한 두 장인들이 재빨리 그걸 살폈다.
“오호…… 확실히 흥미롭…….”
그렇게 본격적인 탐구가 시작되기 직전에.
시현이 천총운검을 빼앗아 들었다.
“앗!”
“줬다 뺏는 게 어디 있나!”
“보고 있었는데! 보고 있었단 말이다!”
원래 갈증 난 사람이 물을 가장 원하게 하는 법은 물을 주지 않은 뒤 몇 방울만 주는 것.
이미 신의 아이템에 대한 ‘탐구심’이라는 갈증이 인 드워프의 왕들은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드워프들의 뜨거운 반응에.
자신도 모르게 시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이템을 영원히 주겠다는 게 아닙니다. 저에겐 목표가 있거든요.”
“목표?”
“네.”
파지지직!
이내 시현이 모든 신의 아이템을 벗었다.
금빛 번개와 스파크를 튀는 작은 구체, 아스트라페.
양귀비꽃 모양의 자루 키비시스.
본래 있던 갑옷 형태로 돌아간 타락한 영광.
일본도, 천총운검.
펄럭이는 보랏빛 망토, 밤의 장막.
룬 문자가 새겨진 드라우프니르, 연꽃 모양으로 돌아간 쿤달라, 육망성의 솔로몬의 반지.
-으갸아악!
‘좀 떨어져 있자고?’
헤일로 모양의 태양원반까지.
하나같이 쟁쟁한 신들의 힘이 들어가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이 아이템은 각자 힘이 봉인된 상태입니다. 제대로 된 힘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특정한 조건이 필요하죠.”
“조건이라면?”
클로스가의 왕, 라웅의 질문에도.
시현은 가만히 웃을 뿐이었다.
“모릅니다. 그걸 알아내는 것도 드워프분들의 몫이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