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79)
신의 천적, 회귀하다 179화
113. 정의수호자(2)
“그런…….”
시현은 ‘제대로 된 힘을 이끌어낸다’고 표현했지만.
쉽게 말해 시현이 가진 아이템의 숙련도를 올려달란 말이었다.
숙련도를 올려 S나 SS급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힘’을 이끌어내는 거니.
거시적으로 보자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조금 애매한데…….”
“그래도 신의 아이템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면…….”
“좋은 기회긴 하지.”
삼왕.
코웅, 호웅, 라웅은 조금 고민하더니 뜻을 모아 시현에게 말했다.
“우리가 조금 바빠서 말이야.”
“은혜는 갚아야 하니 조금 천천히 해주겠네.”
“그래. 밀린 일부터 해놓고 말이야.”
사실 드워프 왕들이 이런 제안만 하는 것도 엄청난 성과였다.
아이템 숙련도를 미친 듯이 끌어올릴 수 있는 건 드워프들뿐인데.
그중 가장 뛰어난 장인인 ‘왕’들의 약속을 받아낸 것이었으니.
평범한 인간 플레이어는 물론.
가깝게 사는 오크나 엘프, 심지어 신들도 이런 기회를 잡기란 하늘에 별 따기였다.
드워프들은 자신들이 내키지 않으면 신이든, 은혜든 거절했을 테니까.
‘드워프들도 흥미가 일었단 거지. 정 하기 싫으면 아이템 준다고 퉁쳤을 테니. 그래. 애초에 이것만으론 동기가 부족했어.’
그 모습을 본 시현이 키비시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이템, ‘정의수호자(SS)’를 장착합니다.]파아아앗!
이내 시현의 손에 들리는 새하얀 망치를 본 삼왕의 눈이 커졌다.
“어?”
“저, 저건?”
“설마…… 정의수호자?”
드워프 시초가 사용했다는 전설의 망치, 정의수호자.
전설과 신화에 민감한 드워프들인 만큼 바로 알아본 것이다.
“탐나세요?”
꿀꺽.
삼왕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망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제일 빠르고, 많이 힘을 해금해 주시는 분께 이걸 드리려고 했는데……. 뭐, 할 일이 있으시다면 어쩔 수 없죠.”
“할 일은 무슨? 빨리 주게! 빨리!”
“그럼 재미없죠.”
드워프들을 본 시현이 눈을 빛냈다.
[아이템, ‘드라우프니르(C)’의 지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오딘의 14번째 룬 마법, ‘룬 마법: 간파의 룬(??)’을 발동합니다.] [장식의 왕, 호웅의 정보를 가져옵니다.] [옷의 왕, 라웅의 정보를 가져옵니다.] [호웅>레벨: 150
클래스: 대장장이
칭호: 지하삼왕-액세서리(S)
[특성>섬세한 손길(A)
[스탯> [힘 483] [체력 345] ……(중략) [스킬> [아이템 제작(SS)] [장신구 제작(S)] [숙련된 손놀림(B)] …….#크리스탈 메이즈를 지배하는 세 왕 중 하나로. 장신구를 제작, 수리하는 데 큰 재능을 가진 대장장이입니다.
[라웅>레벨: 150
클래스: 대장장이
칭호: 지하삼왕-클로스(S)
[특성>균열 시야(S)
[스탯> [힘 627] [체력 452] ……(중략) [스킬> [아이템 제작(SS)] [갑옷 제작(S)] [의복 제작(S)] [숙련된 손놀림(A)] …….#크리스탈 메이즈를 지배하는 세 왕 중 하나로. 옷이나 갑옷을 제작, 수리하는데 큰 재능을 가진 대장장이입니다.
‘둘 다 왕이잖아?’
간파의 룬으로 확인한 결과.
코웅이 데려온 다른 두 드워프들은 왕이었다.
드워프들의 땅, 크리스탈 메이즈.
그곳에서 가장 거대한 땅 수정궁은 3개의 왕가로 이루어져 있다.
무기를 주 업으로 삼는 해머가.
장신구를 주 업으로 삼는 액세서리가.
옷과 갑옷을 주 업으로 삼는 클로스가까지.
물론 셋 다 다른 분야의 아이템들도 잘 만들지만, 각기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크리스탈 메이즈 권력의 핵심이 싹 다 모이다니……. 좋아.’
드워프들의 정보를 본 시현이 망설임 없이 아이템을 분배했다.
해머가의 왕인 코웅에게는 아스트라페, 키비시스, 천총운검.
액세서리가의 왕인 호웅에게는 드라우프니르, 쿤달라, 솔로몬의 반지.
클로스가의 왕인 라웅에게는 타락한 영광, 밤의 장막, 태양원반이 주어졌다.
“명심하세요. 한 분만 살아남는 겁니다.”
“한 분만 살아남다니?”
“그게 뭔 소리냐?”
“이 아이템들의 힘을 가장 많이 깨워준 분께 ‘정의수호자(SS)’를 드릴 겁니다. 이 신성한 망치를 셋으로 쪼갤 순 없는 노릇 아닙니까?”
시현의 말에 지하삼왕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경쟁은…….’
‘익숙하지.’
‘저 망치만 있다면…… 우리 왕가가 우뚝 설지도 몰라.’
왕가의 명예나 권력이 아니더라도.
이건 지하삼왕 간의 자존심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평소 아이템을 제작하는 분야가 달라 제대로 된 경쟁이 없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달랐다.
똑같이 세 개의 아이템을 분배받았으니까.
경쟁심리도 작용하고, 보상까지 두둑하니.
지하삼왕의 눈이 거의 뒤집힐 노릇이었다.
“좋아!”
“약속은 지키게!”
“꼭 지켜야 해!”
“저 두 거렁뱅이들에게 질 순 없지.”
“까부네! 쬐깐한 게!”
그렇게 모든 아이템을 건네주기 전.
시현이 누구도 모르게 아스트라페를 분열시켰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분열됩니다.]아스트라페가 떼어낼 수 있는 가장 작은 조각에 불과했지만, 이것만으로도 당장 사용이 가능했다.
‘최대한 많은 조각을 줘야 코웅이 아스트라페의 숙련도를 더 올려줄 수 있을 테니까.’
경쟁의 불씨는 붙여놨으니 이제 저 셋은 죽어라고 아이템 숙련도를 올려줄 것이다.
저들에게는 충분히 그럴 실력이 있고, 이곳엔 재료도 충분하니.
걱정할 건 없었다.
“그럼 우린…….”
“바로 가겠네!”
호다닥.
그렇게 호웅과 라웅은 아이템들을 들고 재빨리 사라졌다.
-야! 이시현!
저 멀리 들려오는 메헨의 목소리는 애써 무시한 채.
“그래. 나도 망치를 들어야겠어. 저 두 놈한테 질 순 없지.”
코웅이 실실 웃었다.
“잘 부탁하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세 왕이 각자 아이템을 맡은 결과.
휘하에 있는 귀족, 평민 드워프 할 것 없이 시현의 아이템을 강화시키는 데 달라붙었다.
각자의 왕이 부르는데 이들이 거부할 방법이 없기도 했고.
‘신’의 힘이 들어 있는 아이템을 직접 탐구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신화 속에서만 있었다 알려진 ‘정의수호자(SS)’를 왕가에 귀속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드워프들의 장인혼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
“드워프라는 종족은 저렇게 한번 눈이 돌면 뒤가 없더라고요.”
코웅이 자신의 세 후궁 드워프들까지 데리고 가 작업에 써먹었기 때문에.
이제 시현을 반기는 해머 왕가 인물은 그의 부인이자 왕비, 린뿐이었다.
‘지금 권력의 핵심은 이 엘프야.’
어부지리(漁夫之利).
상황에 완벽히 알맞은 사자성어는 아니었지만, 이보다 더 상황 설명을 잘할 수 있는 표현도 없었다.
드워프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제작에 미쳐 있는 사이.
드워프가 아니면서 유일한 왕가인 엘프, ‘린’은 전권을 쥘 수 있었다.
이런 일이 꽤나 자주 있었기에, 사실 이곳 수정궁에서 권력이 가장 강한 건 린이라는 소리도 있을 정도였다.
“그 망치……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나 봐요?”
“그렇죠. 저도 잘 몰랐지만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니.”
호로록.
엘프제 차를 한 모금 들이켠 시현이 린을 향해 웃었다.
원래 음료를 차갑게 먹는 시현이었지만, 이 더운 곳에선 얼음이 꽤나 귀했다.
‘천유리가 있다면 아이스 음료를 먹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드워프들에게 아이템을 맡기고 일주일.
시현이 확인해 본 결과, 천유리와 가살은 아직 수정궁에 못 온 상태였다.
원래 시현이 일루젼 메이즈를 클리어하는 동안 천유리가 가살을 데리고 수정궁에 오기로 계획했지만.
크리스탈 메이즈로 오는 위치는 무작위인 데다가, 이곳의 크기 자체가 워낙 방대했기에.
시간이 조금 걸리는 모양이었다.
‘가살이라면 여길 찾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시현이 다시 한번 차를 들이켰다.
“세계수의 잎으로 우려서 그런지 맛이 깊네요.”
“그렇죠? 세계수의 잎 한 조각만 넣어도 맛이 깊을 거예요. 혀에 있는 미뢰를 자극해 ‘가장 맛있는 맛’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오호…….”
그건 몰랐던 사실이었기에.
시현이 감탄했다.
하긴, 엘프가 아닌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선 귀하디귀한 ‘세계수의 잎’으로 차를 우려먹을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희 엘프를 만나본 적이 있으신가요?”
“……있죠. 좋은 종족이었습니다.”
대화 몇 마디를 나눠본 결과.
시현은 린이 보통 혈통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만나보신 적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마 인간이면 만날 순 없었겠지만.”
“아버지가 누군데요?”
“엘프 1장로, 위즈덤비어드예요. 제가 이곳으로 시집왔을 때 드워프들의 아이템을 혼수로 받기도 하고, 몰래 훔쳐오기도 했죠.”
쿨럭!
시현이 세계수를 빌미로 협박해 아이템을 뜯어낸 장본인.
엘프 권력의 핵심, 위즈덤비어드.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의 소식을 들으니, 제아무리 시현이라도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 왜 갑자기 기침을?”
“사레가 들려서요.”
별일 아니라는 듯 넘어간 린이 특유의 수다를 시작했다.
“원래 저도 장로 위치에 오르려 했는데. 코웅, 이 남자의 열정에 반해 버렸지 뭐예요? 그래서…….”
정말 놀랍게도, 코웅과 린은 정략 결혼이 아닌 연애 결혼으로 맺어진 사이였다.
외적으로도 어울리지 않고, 엘프와 드워프는 앙숙과도 같은 사이였기에.
시현은 이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드워프 왕인 코웅와 위즈덤비어드 딸의 연애라……. 흥미로운데?’
그렇게 이종족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들으니.
벌써 하루가 다 가고 있었다.
‘좋네.’
시현과 엘프들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다.
아이언 메이즈로 장로인 람미아를 보내 인간들을 몰살하려 했을 뿐 아니라.
강원도에도 꾸준히 병력을 보내고 있다는 게 그 증거였다.
‘그 딸이라니…….’
린이 크리스탈 메이즈에 있는 한 둘이 연락을 못 한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참, 왕께서 이걸 전해달라 하셨어요.”
린이 열쇠를 하나 건네며 윙크했다.
“원하는 아이템을 ‘대여’해 주겠다 하시더라고요.”
“고맙습니다.”
열쇠를 받아 든 시현은 린에게 인사한 후.
문 앞을 지키고 있던 한 토석인의 안내를 받아 수정궁 지하로 향했다.
“한 가지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네.”
그렇게 지하로 걸음을 옮기는 와중.
토석인이 시현에게 말했다.
“제가 안내해 드리는 곳에서 가지고 나가는 모든 아이템은 ‘대여’입니다. 맡기신 아이템들을 돌려받을 때까지요.”
“그래요?”
보통 사람이라면 아쉬워했겠지만.
시현은 오히려 이 사실이 좋았다.
‘어차피 빌리는 거니까 좋은 아이템 팍팍 써야겠네.’
드워프들이 신의 아이템을 얼마나 어떻게 제련할지 기약이 없었기에.
그 동안 쓸 만한 아이템을 찾아야만 했다.
“들고 나갈 수 있는 아이템은 총 3개입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그렇게 지하실에 도착했을 때.
토석인이 자리를 피해주었다.
철컥.
린이 준 열쇠를 직접 넣어 돌리니.
지하실 문이 열리고, 순간 눈이 멀어버릴 듯한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이 무슨……?’
드워프들의 비밀 창고.
이곳에 온 시현은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와우.”
체인지 스테이션의 역장, 코시오가 데리고 갔던 비밀 창고와는 차원이 달랐다.
토석인들이 모은 아이템이 아닌, 드워프들이 모으고 제작한 것 중에서도 가장 ‘걸작’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 넘쳐났던 것이다.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평생을 살아남아도 볼 수조차 없는 아이템들이 발에 치어 널브러지고 있었다.
“흐음…….”
행복한 고민에 빠진 시현이 아이템들을 둘러봤다.
“그렇다면.”
일단 지금 시현은 원래 쓰던 아이템이 거의 없는 상태.
이런 상황에선 자기 자신이 어떤 걸 가지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