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8)
신의 천적, 회귀하다 018화
18. 정령왕의 보옥
“와아아아! 떴다! 떴어요!”
상당히 좋아 보이는 아이템에.
천유리가 팔짝팔짝 뛰며 옆에 있던 시현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아…… 혼자 흥분했네요. 죄송해요.”
“죄송할 것까지야.”
이내 머쓱한 듯 떨어져 얼굴을 붉히는 천유리를 보며.
시현이 피식 웃었다.
그녀의 저런 행동쯤이야 잘 알고 있는 시현이었다.
‘생각보다 날 믿나 본데?’
천유리는 정말로 믿을 수 있는 동료 앞에서만 저렇게 환하게 웃었기 때문에.
시현의 기분은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무엇보다…… 상당히 좋은 아이템과 칭호를 얻었고 말이야.’
천유리가 상자를 열었다곤 하나, 그 소유권이 시현에게 있었기에.
EX등급 칭호와 ‘정령왕의 보옥’이라는 SS등급 사기 아이템은 시현의 소유가 되었다.
‘후후후…… 이거지.’
EX등급.
시현의 특성과 같이 규격 외 등급으로.
시스템이 허용하는 법칙을 뒤틀어 버리는 힘을 가진 등급이었다.
[가챠의 제왕(EX)>#극악의 확률을 뚫고 가장 좋은 상품을 획득한 자에게 주어진 칭호입니다.
#1,000,000,000,000분의 1 확률을 극복하셨습니다.
▶장착 효과
[모든 주 스탯 +2]확률형 아이템 개봉 시, 모든 확률을 무시하고 가장 높은 등급의 아이템 3개 중 하나를 선택해 획득할 수 있습니다.
*단, 이 효과는 아이템당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효과는 이미 ‘가장 좋은 상품’을 얻은 아이템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가챠의 제왕’ 칭호는 모든 주 스탯을 2 올려주었다.
그러나 이 효과는 부가적인 것에 불과할 뿐.
진짜 중요한 건 이걸로 ‘보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흐흐흐흐흐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시현이 얻은 이득은 이 칭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시현 씨?”
옆에서 들려오는 천유리의 목소리에.
시현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확인하셔야죠.”
“그……렇죠.”
자신 덕분에 시현이 어떤 이득을 얻었는지도 모르는 채.
천유리는 웃고 있을 뿐이었다.
[정령왕의 보옥(SS)]#믿을 수 없는 확률을 뚫고 무작위 정령석 상자에서 나온 아이템입니다.
▶재료 아이템
▶효과
[마력 +10] [정령친화력 +100] [모든 속성 +10]▶정령 소환 시 소모되는 마력이 70% 감소됩니다.
▶정령 소환 시 걸리는 시간이 70% 감소됩니다.
▶정령이 소모하는 플레이어의 마력이 50% 감소됩니다.
[속성 선택>속성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한 속성이 30 상승합니다.
재료 아이템인 주제에 이만한 효과라니.
대장장이 클래스에게 맡겨 가공해 아이템을 만들어내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정령왕의 힘이 담겨 있는 만큼 정령사들에게 특히 좋은 효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실 이것도 히든 피스지.’
시현이 서둘러 천유리를 찾고, 그녀를 구해준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무작위 정령석 상자.
여기엔 아무도 모르는 히든 피스가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정령왕의 보옥을 얻을 수 있는 히든 피스는 무작위 정령석 상자를 ‘제일 처음’ 개봉하는 게 정령사일 때 시작된다.
다른 클래스의 플레이어들이 상자를 98번 개봉하고.
정확히 100번째 되는 상자를 다시 정령사가 개봉할 때.
정령왕의 보옥을 얻을 수 있다.
‘이걸 찾아낸 것도 대단하지.’
이걸 찾아낸 플레이어는 러시아의 한 정령사 플레이어, 소냐.
동료들과 무작위 정령석 상자를 개봉하던 중 발견한 히든피스였다.
3번째 정령사인 그녀는 다른 두 정령사가 사지 않던 100개의 상자를 산 뒤 100명의 동료들과 차례로 이를 개봉했는데.
그녀가 우연히 첫 번째와 마지막 순서를 맡아 히든 피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후에 많은 정령사 클래스 플레이어들이 이에 도전했지만.
히든 피스는 적용되지 않았다.
즉, 이 히든 피스는 전 세계에서 단 한 명만이 발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엔 소냐보다 내가 먼저 발견했을 뿐이고.’
시현은 알고 있었다.
천유리는 현존하는 유일한 정령사 플레이어라는 것을.
천유리 다음으로 정령사가 나타나는 건 일곱 번째 재앙 이후.
즉, 지금 무작위 정령석 상자를 살 수 있는 건 천유리가 유일했다.
‘뭐 천유리에게 주는 게 효과적이긴 하겠지만…… 그냥 정체 모를 알에게 먹여야지.’
이거라면.
‘정체 모를 알’을 완전히 부화시키고도 남을 것이다.
어차피 시현이 부화시킬 녀석도 일종의 정령이었기 때문에, 정령왕의 보옥이 가지고 있는 효과가 거의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좋은 아이템인가요?”
사심 없는 천유리의 표정에 살짝 양심이 찔렸지만.
그것도 잠시.
대신 시현은 그녀의 병을 치료해 주면 그만이었다.
“네, 뭐. 좋네요.”
“다행이네요. 그래도 한 건 한 거 같아서 뿌듯하네요.”
“감사해요. 대신 병은 확실히 고쳐 드릴게요. 저만 믿으세요.”
“…….”
자신만만한 시현의 태도에.
천유리의 눈이 커졌다.
그것도 잠시, 그녀가 피식 웃었다.
“네. 기대할게요.”
아이러니하게도 천유리의 병을 고치는 방법은 회귀 전의 천유리 본인이 찾아냈었다.
하지만 그녀가 방법을 찾아냈을 땐 이미 그녀의 장기 중 90% 이상이 얼어붙은 상태.
이미 돌이키기엔 늦은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지.’
지금 당장은 대재앙을 맞닥뜨려야 하기에 병을 고칠 수 없었지만.
아직 여유는 있었다.
“먹어라 이놈아.”
덥석.
방으로 돌아온 시현은 정령왕의 보옥을 성수에 담긴 정체 모를 알에게 주었다.
[아이템, ‘정체 모를 알(??)’이 ‘정령왕의 보옥(SS)’을 집어삼킵니다.] [아이템, ‘정체 모를 알(??)’이 ‘정령왕의 보옥(SS)’을 소화합니다.]…….
[‘정령왕의 보옥(SS)’에서 나오는 방대한 힘에 ‘정체 모를 알(??)’이 잠시 수면기에 들어갑니다.]‘좋아. 이걸로 녀석도 부화율이 상당히 올라가겠지.’
시현이 주먹을 쥐었다.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현재 일반적인 마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지만.
시현은 달랐다.
시현이 대비해야 할 상대는 일반적인 마수들이 아닌 군단장들.
일반적인 마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는 개체들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슬슬 준비를 해야지.’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아스트라페와 키비시스를 챙겼다.
5, 10, 15, 20.
앞서 말했듯 이렇게 5의 배수가 되는 재앙은 보통의 재앙과는 다르다.
대재앙(Cataclysm).
이전 재앙이 쉽다는 건 결코 아니었지만.
대재앙에 비하면 어린아이 놀음일 뿐이었다.
앞선 모든 재앙은 대재앙 한 번을 위한 튜토리얼에 불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다섯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0초.] [대재앙이 시작됩니다.] [대재앙은 ‘그린 스웜’입니다.] [메인 퀘스트, [그린 스웜>을 획득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 그린 스웜>▶목표: 모든 적 처치.
▶보상: 공헌도에 따라 차등 지급.
▶실패 시: 페널티 없음.
[대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드디어 찾아온 대재앙.
그 클리어 조건은 간단했다.
제한 시간 없이, 그냥 모든 적을 죽이면 된다.
문제는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슬슬 나오네.”
콰지지직.
곳곳에 생기는 균열을 보며.
시현이 성유물을 들어 올렸다.
파지직…….
성유물, 눈 잃은 천사의 검에선 금빛 번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크워어어어!”
“쒸애애액!”
“크으으으!”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숫자의 균열이 사방을 뒤덮었다.
순식간에 땅을 박차고 온 고블린들이 플레이어들에게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고.
그린 스네이크들은 독을 내뿜으며 빈틈을 노렸다.
무기가 잘 통하지 않는 프로그맨들이 앞장서며 탱킹을 했고.
그렘린들은 마수들이 비어 있는 틈을 채우며 플레이어들의 목덜미를 노렸다.
“명심하세요! 절대 물 가까이 가진 마시고, 최대한 파티원들끼리 뭉쳐서 상대하세요!”
대재앙 그린 스웜(Green Swarm).
녀석들을 상대로 물가에 가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린 스네이크와 프로그맨들이 물가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했고.
대부분 플레이어들은 수중전에 약했으니까.
“시작합시다!”
“와아아아!”
“달려가!”
시현의 외침과 함께.
플레이어들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이들 모두 그동안 준비를 할 수 있을 만큼 한 상황.
게다가 이들에게는 지상 최강의 플레이어, 이시현이 있는 상황.
겁먹을 건 전혀 없었다.
[경고! 대재앙이 진행되는 동안엔 각 마수를 대표하는 군단장이 나타납니다.] [고블린 군단장, ‘플리쿠’가 등장합니다.] [그린 스네이크 군단장, ‘바실리스크’가 등장합니다.] [프로그맨 군단장, ‘빅프로그’가 등장합니다.] [그렘린 군단장, ‘그린데블’이 등장합니다.]‘나왔군.’
군단장이 나타났다는 메시지에.
시현이 동료들을 떠올렸다.
지금부터 천유리는 한강에서 시간을 끌기 시작할 것이다.
천유리의 특기는 빙결 마법.
파충류인 그린 스네이크와 양서류인 프로그맨에게 특히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기에.
그녀는 그곳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줘야만 했다.
무려 두 명의 군단장, 바실리스크와 빅프로그를 상대로 말이다.
복정역 지하에 있는 서영우는 그곳에서 그렘린 군단장, 그린데블을 상대로 버틸 것이다.
‘운이 좋다면 처치할 수도 있겠지.’
그린데블은 악마.
강한 성기사와 사제들은 전부 끌고 간 상태였기에.
정말로 운이 좋으면 녀석을 처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성이 정말로 좋았으니까.
그리고 지금 시현과 플레이어들의 눈앞엔.
츠즈즉.
푸른 번개를 두르고 있는 고블린을 필두로.
수많은 고블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경고! 고블린 군단장, ‘플리쿠’를 마주하였습니다.]고블린 주제에 검은 제복을 입은 채, 허리도 꼿꼿하게 펴고 있는 저 녀석이 바로 플리쿠.
풀 네임, 플리쿠 엘리멘탈플라워.
고블린 군단장이었다.
“……인간인가?”
“어. 인간이야. 만물의 영장.”
가볍게 성유물을 휘두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왜? 절이라도 하게?”
“건방진.”
파지지직.
플리쿠가 손가락으로 시현을 가리켰다.
파지지직!
이내 푸른 번개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시현을 덮쳤다.
“일단 하나 처리.”
푸른 번개로 뒤덮인 인간을 보며.
플리쿠가 손가락을 입으로 훅 불었다.
자신의 푸른 번개는 그 어떤 고블린 마법사보다 강력하고 빨랐기에.
저런 하찮은 인간 하나 처리하는 데엔 시간이 얼마 들지도 않았다.
“뭐야? 이게 다야?”
“……!”
푸른 번개 안에서 멀쩡히 걸어 나오는 인간의 모습에.
플리쿠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뭘 어떻게야.”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플리쿠의 ‘체인 라이트닝(B)’을 굴복시켰습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C)’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신의 힘이지.”
“……미친 소리를 하는 걸 보니 보통 놈은 아니군.”
그때서야 플리쿠가 주변을 쳐다봤다.
자신과 부하 고블린들을 향해 무기를 들이밀고 있는 수많은 인간들.
녀석들 주변엔 정체를 알 수 없는 직사각형 모양의 물체들이 있었는데.
이게 어디에 쓰이는 건지 알 순 없었다.
“뭐지 이건?”
“이거? 스피커라고 하는 건데. 들어봤냐? 마침 송파구에 몇 개 있더라고.”
“스피커?”
“이를테면 이렇게 사용하는 거지.”
시현과 플레이어들이 귀마개를 꺼내 장착한 그 순간.
-위이이이잉!
스피커에서 엄청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크흑……!”
“키에에엑!”
동시에 소리를 들은 고블린들이 몸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