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81)
신의 천적, 회귀하다 181화
113. 정의수호자(4)
“크아아아아앙!”
시현의 일격에도, 마그마 드레이크는 버텼다.
‘얕았어.’
비늘이 워낙 단단했기에, 정의수호자가 제대로 정수리를 베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스며듭니다.]번쩍!
정의수호자 주변으로 아스트라페가 감싸졌고.
시현이 한 번 더 정의수호자를 휘둘렀다.
덜덜덜…….
강한 충격을 받은 듯, 마그마 드레이크가 온몸을 부들거렸다.
타격이 큰 걸 눈치챈 시현은 멈추지 않고 녀석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서걱!서걱!서걱!서걱!
한 번만 맞아도 온 골이 흔들릴 정도의 타격이 연속으로 이어지자.
마그마 드레이크가 정신 못 차리고 그대로 땅에 머리를 처박았다.
“취르르륵!”
“카오오오!”
보다 못한 나머지 네 마그마 드레이크들이 시현에게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시현은 이미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상황.
이전보다도 더더욱 빨라진 이동속도로 허공을 디디고 곧바로 다음 마그마 드레이크의 정수리를 내려쳤다.
까아아앙!
마그마 드레이크 다섯이 한꺼번에 몰려들어도 잡을 수 없던 시현이었다.
그런 시현이 아이템 효과로 가속이 붙어 더 빨라졌고, 그런 그를 상대하는 건 이제 넷.
나머지 마그마 드레이크들로선 상대를 할 수 없었다.
그나마 희망을 걸어보자면 상대의 체력이 빠지길 기다리는 것이었는데.
마그마 드레이크들은 지능이 높은 마수답게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부우웅!
마그마 드레이크 네 마리가 시현의 도를 피하며 팔, 꼬리 등을 이용해 최대한 압박했다.
얼핏 보면 빠져나갈 틈이 없는 압도적인 공격.
거대한 크기를 가진 녀석들은 아예 몸으로 시현을 눌러 버리려 했다.
캉!
하지만 여유롭게 정의수호자를 휘둘러 틈을 만들어낸 뒤, 허공과 마그마 드레이크들의 외피를 밟으며.
시현이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화염저항의 룬과 대천사의 은총 덕분에 마그마 드레이크의 가죽 너머로 넘실대는 화염 따위야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키아아아!”
빠르기만 할 뿐 아니라 정의수호자에 담긴 힘도 강력했기에.
마그마 드레이크들의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맛은 현실이 되었다.
까아아앙! 깡! 깡!
[훌륭합니다! 마그마 드레이크를 처치하였습니다.]…….
“후우…….”
그렇게 10분가량을 더 뛰어다닌 결과.
시현은 어렵지 않게 마그마 드레이크들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상대의 숫자가 많고 맷집이 강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체력이 아슬아슬하게 받쳐주었다.
새로이 얻은 가죽옷과 적절한 호흡 분배 덕분이었다.
“봤냐?”
그렇게 시현이 둥둥 떠오른 마그마 드레이크들 사체 위에 서 있을 때.
“위험해요!”
탄의 비명과 함께 이때다 싶은 마그마 피쉬들이 튀어 올랐다.
“건방진 물고기들 같으니라고.”
그 모습을 본 시현이 미리 챙긴 생명력 포션을 들이켰다.
그러곤.
번쩍!
정의수호자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속도로 휘둘러졌다.
***
“……그게 진짜라고?”
“네. 진짜입니다.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어머니께서도 확인하지 않으셨습니까? 마그마 드레이크들의 사체를.”
‘확실히…… 탄의 수준으론 마그마 드레이크 다섯은커녕, 한두 마리도 감당하기 힘들지.’
“아무리 그래도 이상한 검이랑 가죽옷을 입고 마그마 드레이크 다섯을 잡았다고? 그것도 발 디딜 곳 없는 제4 용암 호수에서?”
“네. 맞습니다.”
혹시 몰라 한 번 더 확인한 린이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아들인 탄이 거짓말을 할 성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단 말이지…….”
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웅이 그랬지. 이시현이 신의 아이템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시현의 아이템에 담겨 있는 힘을 끌어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면서도.
코웅은 하루에 한 번씩 린에게 와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가 이교도를 벨 수 있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라 했어. 도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아스트라페라는 벼락 구체만 해도 최강의 보조 무기였으니.’
꿀꺽.
‘단순히 신의 아이템 덕분에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린과 드워프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시현이 이교도들을 쉽게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신의 아이템 덕분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그들이 알기론 시현은 ‘지구’의 인간.
그리고 이들이 플레이어의 격을 획득한 건 2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마수들의 존재조차 몰랐던 플레이어가 2년 안에 이교도를 학살할 정도로 성장한다?
신이나 다른 존재의 개입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그들의 개입이 있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교도들 중 가장 흔하고 약한 ‘평신도’들조차, A급 아이템으로 무장한 수준급 드워프 전사들이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 이시현이 가져간 아이템은 A급 2개와 S급 하나. 심지어 손에 들고 있는 정의수호자는 전투용 무기가 아니야.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 마그마 드레이크를 다섯이나 잡았다고? 그 뒤에 오는 마그마 피쉬까지 쳐내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특별한 스킬을 쓰지도 않은 모양.
그렇다면 단순한 움직임과 아이템 활용도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었다.
‘어느 쪽이 더 뛰어난진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녀석이라면…… 인간들에겐 부여하지 않으려던 그 퀘스트를 줘도 되겠어.’
***
“부르셨습니까, 여왕님.”
“어서 와요.”
수정궁 알현실.
권력의 상징, 수정 왕좌.
현재 작업에 들어간 코웅 대신 그곳엔 린이 앉아 있었다.
‘생각대로 반응이 있어.’
재빨리 주변을 둘러본 시현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뭘 시키려고 불렀네. 좋아. 계획대로야.’
탄은 물론 린도 알지 못했지만.
시현은 이를 노렸다.
‘린은 어느 정도 강하다고 생각되는 인간 플레이어에게 퀘스트를 주지.’
물론 린에게 ‘어느 정도 강함’을 인정받는다는 기준이 명확하진 않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트레인 메이즈에서 그랬던 것처럼 토석인이나 드워프들에게서 서브 퀘스트를 얻어 클리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리어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기에 시현은 퀘스트를 더 빨리 받을 수 있었다.
그가 데리고 간 7왕자, 탄이 시현의 강함을 보증해 주었으니까.
“그래요. 그대를 부른 건 의뢰할 게 있어서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린은 누가 봐도 퀘스트를 줄 것 같은 행동과 대사를 내뱉고 있었다.
“의뢰요?”
“최근 심상치 않은 징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마그마 웨이브가 시작되려는 모양이에요.”
시현은 마그마 웨이브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굳이 아는 체하지 않았다.
“마그마 웨이브라면……?”
“간악한 이교도들이 저희 수정궁을 위협하는 겁니다. 녀석들 중 마그마 드레이크들을 지배하고 있는 존재가 있는데…… 그 마그마 드레이크 수십 마리가 수정궁으로 쏟아져 오는 상황이죠.”
린이 고개를 저었다.
“이 일로 수정궁에 피해가 가면 서로 좋지 않을 겁니다.”
린의 말은 사실이었다.
현재 드워프들은 시현의 아이템 숙련도를 높여주고 있는 상황.
이때 마그마 웨이브가 당도한다면 기껏 숙련도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 어그러질 것이다.
‘변수를 허용할 이유는 없지.’
마그마 웨이브를 누가 일으키는지에 대한 건 수정궁 드워프들조차 알지 못하는 정보였지만.
회귀한 덕분에 시현은 알고 있었다.
마그마 드레이크들을 지배해 마그마 웨이브를 일으키는 이교도들의 ‘대주교’ 중 하나.
녀석이 크리스탈 메이즈의 최종 보스였으니.
“뭐, 저희 둘 다 시스템의 축복을 받는 플레이어인 만큼 이걸로 설명하는 게 빠르겠죠.”
[서브 퀘스트, [심상치 않은 전조>를 획득하였습니다.] [서브 퀘스트: 심상치 않은 전조>▶목표: 크리스탈 메이즈 내 마수들 조사.
*단, 7왕자 탄과 동행합니다.
▶보상: 현재 대여 중인 아이템 중 택 1.
▶추가 보상: 마그마 웨이브의 근원을 제거하면 주어집니다.
▶실패 시: 페널티 없음.
*단, 7왕자 탄이 사망하면 드워프의 법률에 따라 사형이 집행됩니다.
토석인과 드워프들을 이끄는 여왕인 만큼 린은 시스템 사용에 굉장히 익숙했다.
‘오호…….’
보상을 본 시현의 눈이 빛났다.
지금 대여 중인 아이템 중 하나를 주겠다니.
‘하긴, 여왕의 권한이면 충분히 가능하지.’
이 정도 보상이면 나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은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탄을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귀 전엔 이런 짐 덩어리가 없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퀘스트 내용을 바꿀 순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
그렇게 며칠 후.
“오셨어요?”
“그래. 준비는 끝났냐?”
시현의 물음에, 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녀석의 상징과도 같은 ‘크라켄 포획자(S)’와 함께.
여왕 린에게서 ‘지원’받은 온갖 드워프제 아이템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혹시나 또 죽을까 봐 만반의 준비를 하셨구만.’
불만은 없었다.
퀘스트 내용상 탄을 지켜야 하는 시현의 입장에선 좋은 아이템을 쓰면 쓸수록 편했으니까.
그렇게 탄과 만난 후.
‘마수사냥꾼의 가죽옷(A)’을 여미며 시현이 숙소로 향했다.
그곳엔 비행 준비를 마친 퀵 비가 린이 준 로열젤리를 핥아 먹고 있었다.
로열젤리는 좋은 식사일 뿐 아니라, 녀석의 비행 능력과 전반적인 신체 능력까지 영구적으로 올려주었기에.
시현은 이곳에 있는 동안 녀석에게 로열젤리를 충분히 먹일 생각이었다.
그렇게 퀵 비가 꿀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 준 뒤.
시현이 위로 올라탔다.
“가자.”
위이이이잉!
린이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줬을뿐더러, [군단지배자(SS)> 칭호까지 있었기에.
마그마 드레이크들을 이끄는 대주교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놈들은 절대 만만히 볼 수 없지.’
시현이 찾는 대주교는 둘이 항상 뭉쳐 다니며.
교주의 명령도 잘 듣지 않는 녀석들이었다.
교주의 명령을 잘 듣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녀석들에게 그만한 힘과 세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좋아.’
시현이 정의수호자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달려.”
위이이이잉!
***
[멍청한 것들!]콰아아아아앙!
용암 호수.
너무나 멀고 드넓어, 크리스탈 메이즈의 드워프들의 발길 한 번 닿은 적 없는 어딘가.
드워프들이 지명조차 붙이지 못할 만큼 깊은 이곳에서 거대한 마그마 드레이크 한 마리가 질책의 포효를 내뱉었다.
용암 호수에 반쯤 담긴 몸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용암이 해일처럼 사방을 뒤덮었다.
“치르르르!”
“추르르르…….”
눈앞의 존재가 몸을 일으키니 그 앞에 조아리던 여느 마그마 드레이크들은 겁에 잔뜩 질린 채 허둥지둥 도망갈 뿐이었다.
쿠우우…….
몸을 일으킨 거대한 마그마 드레이크에게서 주변 모든 것을 녹여 버릴 듯한 열기가 쏟아져 나왔다.
용암지대의 암석은 물론, 화염 그 자체와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그마 드레이크들의 피부조차 녹아내릴 정도니.
녀석의 열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었다.
후우우웅…….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다른 마그마 드레이크들과는 달랐다.
몸집이 10배 정도로 거대한 건 그렇다 쳐도.
생김새 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이마에 난 뿔, 옆으로 활짝 펼쳐진 거대한 날개, 무엇이든 찢어버릴 듯 단단한 이빨, 날개에 난 발톱까지.
콰아아앙!
용암 호수에서 몸을 일으켜 발을 한 번 구른 것만으로.
주변 일대에 지진이 일어났다.
해일, 지진, 화산 폭발.
녀석은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자연재해’였다.
“성급하긴.”
[뭐라?]“넌 그게 문제다. 항상 들이박으려고만 해. 조금 기다려 봐라.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알고 움직여야지.”
다른 마그마 드레이크들이 전부 도망치고 있는 와중에도.
누군가 더없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녀석의 크기는 작았다.
마그마 드레이크들보다는 당연히 작았고.
이들이 죽여 없애야 할 벌레 같은 작은 난쟁이들보다 살짝 큰 정도.
하지만 그 크기가 작다고 해서 이 마수를 무시할 수 있는 존재는 결코 없었다.
하늘빛 피부에 도마뱀 머리, 인간과 같은 두 팔과 두 다리, 기다란 꼬리.
녀석은 원래 그린랜드의 늪지대에서만 서식한다 알려진 마수 ‘리자드맨’이었다.
[우리가 죽인 드워프만 해도 벌써 3,023마리다. 그런데 우리가 겁먹고 있어야 하나?]“녀석들이 죽인 마그마 드레이크도 꽤 많지.”
[그렇다 해도 우리가 직접 나서면 다 죽을 거다.]“그 말도 틀리진 않아.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지.”
[혹시 모를 상황이라니?]“우릴 제외한 교의 인원들이 모이고 있어.”
[……그 녀석들이 모인다고?]용과 비슷한 모습을 한 마수가 놀라 물었다.
[녀석들은 각기 다른 분파로 나뉘어 절대 뭉치지 못할 텐데?]“그들이 믿는 ‘신’의 대리자가 나타났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대리자라면…… 교주인가?]리자드맨이 고개를 저었다.
“교주 따위론 안 돼.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성녀 정도는 나타난 거 같군.”
[성녀라…… 변수군.]“그래. 변수지. 우리가 싫어하는.”
순간, 리자드맨의 눈이 서늘한 안광을 내뿜었다.
“제거해야지. 변수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