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82)
신의 천적, 회귀하다 182화
114. 마그마 플라이트(1)
‘가깝다.’
화르르륵!
“취르르르…….”
“안 되겠네.”
[군단지배자(SS)>로 확인한 위치, 무엇보다 앞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에.시현이 퀵 비를 잠시 멈춰 세웠다.
“조금…… 덥습니다.”
“조금만 더워? 꽤 강하네, 너.”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템빨이거나.’
탄은 화염 속성 저항을 올려주는 망토, ‘불저항 망토(S)’와 목걸이 ‘친숙한 속성(A)’까지 걸친 상태.
화염 저항력이 높아 평소보다 더위를 훨씬 덜 느낄 것이다.
반면 시현은 타락한 영광이 가진 [적응> 효과가 없었기에.
오랜만에 폐까지 차오르는 더위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마기를 많이 잡아먹는 룬 마법을 계속해 발동할 순 없으므로, 지금 당장은 참는 수밖에 없었다.
‘퀵 비는 고사하고 말이야.’
‘상냥한 냉기(C)’를 썼다고는 하나 이는 만능이 아닌 고작 C등급 아이템일 뿐.
안 그래도 열기에 약한 곤충형 마수인 퀵 비를 무리하게 이용하려고 했다간.
영영 녀석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고도를 낮춰 내려가려는 찰나.
우르르르르…….
땅이 울리더니, 무언가 새까만 것들이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키에에에에에엑!”
“취르르르……!”
“츠르르……!”
“저건?”
“마그마 드레이크.”
마치 개떼처럼 몰려온 그것들은 ‘마그마 드레이크’였다.
‘마그마 웨이브가 시작된 건가? 아니야. 저 움직임은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움직임이야.’
시현은 확신했다.
마그마 웨이브는 강력한 대주교, ‘마그마 플라이트’와 ‘프윔’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자랑했다.
반면 저건 단순히 겁에 질려서 도망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확실해.’
씨익.
‘마그마 플라이트 놈이 또 지랄하고 있나 보네.’
마그마 플라이트(Magma Flight).
강력한 힘을 가진 만큼 포악한 마수이자 대주교인 그 녀석은.
걸핏하면 지배하고 있는 마그마 드레이크들을 밟아 죽였기에.
녀석들이 저렇게 겁먹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갔다.
“세상에…….”
그 모습을 본 탄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고, 긴장으로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었다.
이번에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 아닌 ‘무력감’.
손에 쥔 ‘크라켄 포획자(S)’ 하나는 수십의 마그마 드레이크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할 뿐.
바다에 돌멩이 하나 던진다고 달라질 게 없듯이, 그저 무력할 따름이었다.
“흐음…….”
다만, 바로 뒤에 타고 있는 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 무슨……?’
시현의 표정을 읽은 탄이 경악했다.
‘이 여유는 뭐지? 저 표정은…… 흥미로워하는 건가?’
마그마 드레이크들이 하늘을 공격할 수 없다는 건 사실이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런 여유라니.
‘마그마 드레이크의 무서움을 몰라서 그러는 건가? 아니면…… 회까닥 돌아버린 건가?’
무려 수십 마리다.
한꺼번에 밀려온다면 견고한 방어 체계를 가진 수정궁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
맨몸으로 마그마 드레이크 다섯을 잡았다곤 해도, 저 숫자는 절대 감당 불가능했다.
“재밌겠는데.”
“뭐, 뭐가요?”
“공중전. 내가 말한 거 가져왔지?”
시현의 말에 탄이 고개를 끄덕여 퀵 비 위에 양탄자를 깔았다.
겉보기엔 볼품없어 보여도 저 양탄자는 ‘안락한 평온’.
무려 S급 아이템이었다.
‘S급 아이템에다가 1회용에 불과하지만…… 저 아이템이 있으면 퀵 비도 이 열기에서 버틸 수 있을 거야.’
마그마 플라이트를 상대하는 데 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아이템, ‘크라켄 포획자(S)’를 획득하였습니다.] [크라켄 포획자(S)]#거대 해양 마수, 크라켄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드워프제 무기입니다. 촉 부분이 미스릴로 이뤄져 있어 강력합니다.
▶주 무기(사슬 작살)
▶착용 효과
[힘 +5] [공격력 +100] [미스릴 작살!>마력 부여 시, 끝머리에 달린 작살이 날아갑니다. 작살은 허공에서 최대 5번까지 튕기며, 5번 튕겼을 때 물리 저항 관통력이 95%까지 상승합니다.
촤르르르륵.
탄에게서 얻은 ‘크라켄 포획자(S)’까지 야무지게 허리에 찬 후.
‘마력발사기(A)’는 등 뒤에, 도로 변한 ‘정의수호자(SS)’는 오른손으로 부여잡았다.
“무, 무기가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무기가 많다고?”
그 말에 시현이 피식 웃었다.
“그게 내 전문인데?”
“아무리 그래도…….”
“됐고. 온다.”
“……!”
시현의 말에 탄의 눈이 커지더니, 이내 딸꾹질을 시작했다.
“저, 저건…….”
아주 먼 거리였지만 확실했다.
무언가가 둘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거대한 몸체의 마수가 시야에 들어온 그 순간.
[파이어 스톰(A)]화르르르륵!
화염 그 자체가 허공에 떠 있는 시현 일행을 덮쳤다.
‘젠장.’
과거, 천유리가 빅 프로그와 바실리스크를 상대로 발동했던 파이어 스톰과는 그 범위도, 위력도 차원이 달랐다.
“아주 불을 달고 날아오시는구만?”
[아이템, ‘드라우프니르-복제품(C)’의 지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오딘의 7번째 룬 마법, ‘룬 마법: 화염 저항의 룬(??)’을 발동합니다.] [스킬, ‘룬 강화(S)’를 발동합니다.] [이제부터 일정 영역 안에 있는 모든 존재들의 화염 저항력이 상승합니다.]호드의 개입으로 얻어낸 스킬 ‘룬 강화(S)’.
시현이 있는 마력, 없는 마력 전부 쏟아낸 덕분에.
화염 저항의 룬이 추가 효과를 얻게 되었다.
그 효과는 지정한 범위 내 모든 존재들의 화염 저항력 증가.
시현 본인이 가진 화염 저항력과는 별개였기 때문에.
이 정도면 안심하고 퀵 비를 떠날 수 있었다.
“크흐흑……!”
화르르르르륵!
끝날 것 같지 않은 화염 폭풍이 한차례 지나가니.
마그마 드레이크들 중 3분의 1가량이 잿더미로 변해 사라진 상태.
실로 압도적인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경고! 군단장 이상의 힘을 가진 개체가 앞에서 등장합니다.] [경고! 군단장 이상의 힘을 가진 개체가 앞에서 등장합니다.] [군단지배자(SS)>가 경고까지 해주는 걸 보니.상대가 만만치 않음은 분명했다.
‘회귀 전엔 저 녀석이 일으키는 폭풍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지.’
마그마 플라이트는 특히나 더 많은 드워프와 인간을 죽인 마수이자 대주교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녀석이 단순히 날갯짓하며 ‘파이어 스톰(A)’만 일으켜도 어지간한 생명체는 한 줌의 잿더미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드, 드래곤……!”
기겁하며 거의 뒤로 넘어가는 탄을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야. 저건 그냥 도마뱀일 뿐이야.”
[경고! 용암하늘의 대주교 ‘마그마 플라이트’를 마주하였습니다.] [경고! 서리호수의 대주교 ‘프윔’을 마주하였습니다.]마그마 플라이트의 날갯짓 한 번에.
뜨거운 열풍이 불어왔다.
처음에 일행을 덮쳤던 불의 폭풍만큼은 아니었으나.
저 ‘간단한 행위’ 한 번만 해도 탄은 죽을지 몰랐다.
“드래곤이라니…… 신화 속 드래곤이…….”
“정신 차려.”
시현이 정신을 못 차리는 탄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전사가 되고 싶다고 했지? 고작 도마뱀 따위한테 겁먹고선 전사가 될 수 있겠어?”
그때서야 탄이 정신을 퍼뜩 차렸다.
녀석의 눈빛이 돌아온 걸 확인한 시현이 소리쳤다.
“저 새끼 드래곤 아니라고!”
“드래곤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시현의 말에도.
이미 상대에게 완전히 압도당한 탄은 쉽사리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수정궁 성문쯤은 가볍게 덮을 만한 거대한 몸체, 하늘을 다 가릴 정도로 넓은 날개, 무수한 이빨과 기다란 원형 뿔까지.
어릴 적 책에서 읽었던 드래곤 그 자체였다.
“잘 봐! 팔이 없잖아. 드래곤은 꽤나 긴 앞다리를 가지고 있어. 반면 저놈은 거대한 날개를 앞다리처럼 쓰고 있고.”
“어어?”
“그래. 저놈은 드래곤이 아니라 ‘와이번’이야.”
와이번(Wyvern).
비행종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마수.
하늘에선 물론이고, 육지, 바다에서도 상대할 마수가 없을 정도로 단단하고 집요하며, 똑똑한 녀석이었다.
‘드래곤들은 오랫동안 드워프들의 주인이었지.’
한편으론 탄이 겁먹은 것도 이해가 갔다.
드워프들에게 있어 ‘드래곤’이란 초월체가 주는 두려움은 상상 이상이었으니.
“하지만 와이번은…… 저렇게 크지 않은데…….”
“그냥 저놈이 돼지라 그런 거야.”
물론 크리스탈 메이즈에만 있던 탄은 와이번을 본 적은 없었지만.
저 크기는 도를 지나쳤다.
드래곤이라 착각하기에 무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몸만 크지 별거 아니야!”
그렇게 탄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시현은 자신이 쥐고 있던 고삐를 그에게 넘겼다.
“시현 님?”
“알아서 잘 붙어 있어라. 정신 차리고.”
“시, 시현 님! 전 한 번도!”
탄이 비행해 본 적도 없고, 그렇지 않더라도 못 미더운 건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녀석을 믿든지 말든지 시현은 할 일을 해야 할 때였다.
‘퀵 비가 알아서 잘 피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어.’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두 발로 퀵 비 등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그때.
열풍이 멈췄다.
“이야긴 나중에! 퀵 비!”
위이이이잉!
그렇게 시현의 명령에 따라 퀵 비가 다가오는 마그마 플라이트 위로 비행했다.
[어딜!]퀵 비가 자신의 등 위를 넘어가 도망치려는 걸로 확신한 마그마 플라이트가 급하게 방향을 틀었다.
거대한 몸집을 생각해 보면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빠르고 부드러운 선회였다.
하지만 몸을 선회해 퀵 비가 시야를 벗어난 아주 조금의 그 틈.
그 틈 사이에 시현이 퀵 비 아래로 떨어졌다.
***
[크하하하! 멍청한 것. 날 상대로 도망치겠다고? 그것도 날아서?]후우우웅!
[오만하구나!]마그마 플라이트의 자신감은 이해가 갔다.
안 그래도 와이번은 하늘의 제왕이라 불리는 마수.
아무리 빠르다 한들 벌레에 불과한 퀵 비가 와이번을 떨쳐내는 건 불가능했다.
시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녀석의 시야가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그 잠깐의 틈 사이.
시현은 과감하게 뛰어내렸다.
[아이템, ‘크라켄 포획자(S)’가 발사됩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스며듭니다.]퉁!퉁!퉁!퉁!퉁!
시현이 뛰어내림과 동시에 ‘크라켄 포획자(S)’를 발사했다.
금빛 벼락이 녀석을 감싸며, 허공에서 다섯 번을 튕겼다.
[특수 효과, [미스릴 발사!>가 발동됩니다.]콰드드드득!
이내 크라켄 포획자의 날카로운 작살 부분이 마그마 플라이트의 비늘을 뚫고, 연한 살에 박혀 고정되었다.
어지간한 A급 방어구보다 단단한 비늘을 가지고 있었지만.
물리 저항 관통이 95%나 되는 크라켄 포획자 앞에선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을 파고드는 고통에 마그마 플라이트가 몸을 마구 뒤틀었지만.
시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슬을 이용해 한 바퀴 돈 후,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파앙!
‘가벼운 발걸음(SS)’ 덕분에 허공을 한 번 밟을 수 있었기에.
시현은 그리 어렵지 않게 마그마 플라이트의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아슬아슬했네.’
시현이 올라온 곳은 녀석의 발뒤꿈치.
아킬레스건이 있는 곳이었다.
“그럼 이제 살짝.”
씨익.
“흔들어볼까?”
***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스며듭니다.]시현이 정의수호자를 휘둘렀다.
그가 노리는 곳은 마그마 플라이트의 발뒤꿈치, 아킬레스건이었다.
지금 당장이야 날고 있기에 별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거의 모든 생명체의 약점인 이곳을 끊어놓는다면 훗날 이 녀석이 땅에 내려오는 행위를 ‘착륙’이 아닌 ‘추락’으로 바꿔 버릴 수 있었다.
[크흑!]전투 불능이 될 정도로 강력한 충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도 아니었다.
몸을 움직이는 근육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다곤 하지만, 뒤꿈치 부분을 감싸 보호하고 있던 비늘들이 산산조각 났던 것이다.
[이 녀석 좀 떼어내!]“알았다.”
내키진 않지만.
프윔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마그마 플라이트가 추락해 버린다면 자신이 위험할 뿐 아니라.
바로 눈앞에 있는 드워프 왕족을 놓칠 수 있었으니까.
“멈춰라.”
까드드득…….
“멈…….”
까드득.
“멈춰라! 빌어먹을 인간!”
프윔이 뭐라 하든지 말든지.
시현인 말 없이 마그마 플라이트의 뒤꿈치를 조져놓을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