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83)
신의 천적, 회귀하다 183화
114. 마그마 플라이트(2)
[어떻게…… 인간 따위가 내 비늘을……?]마그마 플라이트가 놀랄 틈도 없이.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라는 걸 인식한 시현이 그대로 거대한 몸체를 등반하고 있었다.
회귀 전, 절벽, 협곡을 비롯한 수많은 산과 자연을 오르락내리락하던 시현이었기 때문에.
비늘이 돋아 있는 마그마 플라이트의 몸을 오르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다.
[프윔! 이 빌어먹을 놈! 말만 하지 말고 뭣 좀 해봐라!]“미안하지만 판단을 다시 해야겠어.”
프윔이 눈을 빛냈다.
“저 녀석을 잡는 것보다 눈앞의 벌레와 드워프 왕자가 우선이다.”
[젠장! 맨날 아가리만 그렇게 털더니!]그 순간.
세로로 쭉 찢어진 마그마 플라이트의 눈동자가 화르르 불타올랐다.
하지만 또 다른 대주교인 프윔이 마음먹은 걸 바꿀 리는 없었기에.
마그마 플라이트는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시현을 떨어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부웅!
마그마 플라이트 입장에선 가벼운 몇 번의 날갯짓과 함께.
녀석의 거대한 몸체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꺼져라!]녀석이 하늘로 날아오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두 가지였다.
우선 성가시게 올라오는 인간을 떨굴 수 있었다.
이 벌레 같은 종족이 제아무리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들.
거대한 몸체에 날아오는 공기 저항에선 자유로울 수 없는 법.
특별한 아이템이나 힘이 없는 한 녀석은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렇게 날아올라야 자신으로부터 도망가던 저 드워프와 벌을 압박할 수 있었다.
퉁.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발목에 있던 인간이 떨어져 나가는 게 느껴졌다.
[크흐흑…….]이미 발뒤꿈치의 근육이 완전히 파괴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내 몸은 마그마 드레이크들을 먹고 회복할 수 있다. 그래. 지금은 이게 최선이었어.’
성가시던 놈이 사라진 걸 확인하자.
마그마 플라이트가 속도를 더더욱 높였다.
***
[프윔! 저놈이 성녀냐?]“아니. 저건 성녀가 아니야. 그냥 드워프지.”
[생김새가 드워프가 아닌데? 기다랗잖아.]“그래. 그래서 더 가치 있는 거야.”
씨익.
“저 녀석은 하이 엘프와 드워프의 유일한 혼혈이거든. 드워프 왕가의 피를 이은 놈이지.”
마그마 플라이트 뒷덜미에 숨어 있던 리자드맨 한 마리가 팔짱을 꼈다.
이렇게 날아오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만큼, 여유로운 태도였다.
[계획은 뭐지?]“저 녀석들을 죽여 목만 남긴 뒤, 수정궁 놈들에게 넘길 거다.”
[오호…… 싸움을 붙이겠다는 건가?]“그래. 안 그래도 교 녀석들이 한곳으로 모이고 있어. 철저한 점조직 형식을 띠던 놈들이 말이야.”
씨익.
[성녀 때문이라 하지 않았나?]“맞아. 성녀와 교주가 있는 곳으로 모이고 있지. 이런 상황에서 저 녀석을 죽이고 목을 수정궁에 준다면…….”
[그걸 성녀와 교주가 했다고 할 작정인가?]“정확해. 그러면 드워프들은 토석인과 전사, 장인 할 것 없이 교주가 있는 ‘블랙 투스’로 가겠지.”
[그사이에 마그마 웨이브를 일으키고?]“그래. 인간들은 이렇게 부르더군. 빈집털이라고.”
녀석의 전략에 마그마 플라이트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확실히…… 이놈이 머리는 잘 돌아가는군.’
대주교 프윔(Fwim).
마그마 플라이트와 같이 ‘신’의 축복(힘)을 받고 갈무리해 ‘대주교’의 지위까지 획득한 개체.
마그마 플라이트가 강인하고 거대한 몸, 화염 마법, 날개를 이어받았다면.
프윔은 뛰어난 지략과 서리 마법, 검술 등을 이어받았다.
물론 그들이 모시는 ‘신’의 힘 중 0.1%도 안 되는 아주 미약한 힘만을 이어받았을 뿐이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 힘을 받은 것만으로도 이 둘은 동족인 다른 그 어떤 와이번과 리자드맨보다 똑똑해졌으며.
‘마력’이라는 특수한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 힘을 다루게 된 둘이 같은 종족의 군단장들보다 강해진 걸 보면.
그들이 모시는 신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좋아.’
그런 신의 명령인 만큼.
프로스트 스윔, 속칭 ‘프윔’이라 불리는 이 리자드맨은 어떻게든 드워프들을 말살해야만 했다.
‘물론 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드워프들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말이야.’
그의 원래 계획은 계속해 마그마 웨이브를 생성시켜 수정궁 드워프들을 말살시켜 버리는 것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마그마 플라이트와 날 이렇게 몰아붙이다니……. 설마 등 위로 뛰어오를 줄은 상상도 못 했어.’
프윔이 중얼거렸다.
‘저 녀석은 반드시 제거해야 해.’
지금 당장은 드워프들 간에 싸움을 붙이는 게 중요해 저 벌을 ‘직접’ 쫓고 있었지만.
검은 벼락을 내리꽂던 인간 역시 엄청난 변수.
어차피 인간의 이동속도론 이 일대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에.
프윔은 드워프 왕족들을 제거하고 돌아와 시현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걱정은 없었다.
용암 호수 근처에 있다면, 마그마 플라이트가 일으키는 ‘파이어 스톰(A)’만으로도 충분히 제거가 가능할 테니.
후우우우웅!
그렇게 몇 분 동안의 추격전이 끝났다.
저 벌이 생각보다 빠르긴 했지만 상대는 신의 힘을 받은 와이번.
벌레 따위가 벗어날 수 있을 리 없었다.
“여기서부턴 내가 나서지.”
프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츠즈즈즈즉.
녀석이 검을 위로 들어 올리니.
마그마 플라이트 머리 위로 서리의 기운이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위잉!
갑작스레 떨어지는 주변 온도에.
퀵 비의 날갯짓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퀵 비 위에 타고 있던 탄이 비명 질렀지만.
그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좋아. 마그마 플라이트. 서서히 거리를 좁히자. 아직 수정궁까진 거리가 꽤 남았으니까.”
[알았다.]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프윔의 서리가 퀵 비의 몸을 옥죄고, 마그마 플라이트의 몸이 퀵 비 위를 덮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그마 플라이트는 서서히 아래로 하강했는데.
녀석의 몸집이 워낙 큰 탓에 그것만으로도 깔려 죽을 만한 압박 느껴졌다.
“명심해라! 진짜로 깔아뭉개선 안 돼! 시체를 온전히 가져가야 하니까! 추락만 의도해!”
명령만 내려대는 프윔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마그마 플라이트는 녀석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프윔의 말을 들어 손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쿠구구구…….
그렇게 퀵 비가 비틀거리기 시작하고 점점 땅에 가까워질 무렵.
파앗!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이라고?’
사실 바람이 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고속으로 이동하는 와이번 위에 올라타 있었으니.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바람의 흐름은 무언가 조금 달랐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짐승적인 ‘감각’.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리기도 전.
저절로 몸이 움직였다.
부웅!
“미친?”
본능적으로 피했음에도 반응속도가 느렸던 것인지.
날붙이가 살갗을 스쳤다.
그렇게 살짝 스친 것만으로도 비늘이 흔들리는 걸 보니.
보통 위력이 아니었다.
“빠르네. 그런데 말이야.”
뒤를 보니 검은 가죽옷을 입은, 검은 머리의 인간 하나가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살짝 느려.”
상대가 공격을 피했음에도.
시현은 정의수호자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한 힘을 주어 녀석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넌!”
콰아아아아아앙!
프윔이 몸을 채 가다듬기도 전.
마그마 플라이트의 몸에 부딪친 정의수호자가 비늘을 산산조각 냈다.
“……!”
[크워어어어어어!]몸 전체로 보자면 굉장히 작은 부분이었지만.
마그마 플라이트는 고통에 겨워 소리쳤다.
“쥐새끼 같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던 프윔의 검이 시현을 향했다.
‘좋아. 이걸로 서리 공격은 멈추겠고.’
크라켄 포획자를 들어 올린 시현이 그걸 그대로 프윔에게 쏘았다.
퉁!퉁!퉁!퉁!퉁!
허공에서 다섯 번 튕긴 크라켄 포획자가 프윔을 압박했다.
“어설픈 놈! 그딴 공격에 맞아줄 것 같으냐!”
리자드맨답지 않은 민첩한 움직임으로, 프윔이 미끄러지듯 작살을 피했다.
콰직!
‘꼭 다섯 번을 튕겨야 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건가?’
상대의 노림수를 파악한 프윔이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사아아아…….
시현의 의도했던 대로, 녀석이 일으킨 모든 서리가 그에게 집중되었다.
덕분에 움직이기 살짝 힘들어졌지만, 상관없었다.
‘멈추지만 않으면 돼.’
파앗.
[아이템, ‘가벼운 발걸음(S)’이 가속됩니다.] [이동속도가 점점 상승합니다.] [최대 이동속도입니다! 이동속도가 500% 상승합니다!]시현이 가진 ‘가벼운 발걸음(S)’.
점점 가속되는 이 신발은 지면에서만 그 효과를 발동하는 게 아니었다.
시현이 계속해 발을 움직이는 한 이동속도는 계속해 늘어나는 것이다.
혹시나 떨어질까 염려할 필요도 없었다.
공중을 한 번 박차 마그마 플라이트의 등에 달라붙을 수 있었으니까.
‘이건 불가능…… 불가능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시현을 보며 프윔이 속으로 경악했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와이번 등 위에서 저렇게 빠르게 움직인다고?’
원래라면 이곳은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곳이다.
마그마 플라이트가 날아다니며 계속해 바람이 불어왔으니까.
하지만 상대는 떨어지긴커녕,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었다.
‘저건 마치…… 폭풍이 익숙한 것처럼 보이는군.’
프윔 자신이야 서리의 힘을 사용해 마그마 플라이트 등에 잘 붙어 있다곤 하지만.
상대는 그런 수단이 하나도 없는 상태.
“도대체 어떻게 서 있는 거지?”
“잘.”
목을 향해 뻗어져 오는 프윔의 검을 쳐내며.
시현의 발이 마그마 플라이트의 비늘을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씨익.
‘이런 폭풍은 나에게 익숙하지.’
시현이 다루던 무기는 천총운검.
폭풍의 신이라 불린 스사노오의 검이다.
천총운검을 단순한 검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폭풍검으로서 ‘폭풍’과 ‘검’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평소에도 이 정도로 강한 바람 속에서 움직이는 법을 알았다.
아니, 오히려 천총운검이 일으키는 폭풍에 비하면 지금 상황은 좋은 편이었다.
‘폭풍에 대한 저항을 안 받는 게 아니다. 저건…… 폭풍 속에서의 움직임이 익숙한 거야.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저런 경험을 한 거지?’
현재 프윔은 이에 대한 해답을 알 수 없었다.
사실, 이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눈앞의 인간을 빠르게 죽여 버리고, 두 드워프를 사냥하는 것이었다.
카아아앙!
‘만만치는 않아.’
프윔의 서리가 주변을 점점 가득 메웠다.
현재 시현은 별다른 아이템이 없는 상황.
폭풍과 서리라는 악조건 속에서.
리자드맨 군단장 이상급인 프윔을 처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쉽진 않겠지.’
프윔은 확실히 강했다.
녀석이 휘두르는 검은 묵직하면서도 서늘했다.
서로의 병장기가 부딪칠 때마다 냉기가 타고 들어왔고.
시현의 온몸을 얼리려 시도했다.
파앗!
이동속도가 500%나 증가한 덕분에 직접적으로 냉기에 얻어맞는 일은 없었지만.
주변 가득 찬 서리 덕분에 움직임에 제약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언제까지 도망치며 사슬만 던져댈 거냐!”
“검도 휘두르고 있는데? 눈이 좋진 않나 봐?”
“닥쳐라!”
프윔의 공격을 피하며 시현이 주변을 둘러봤다.
‘좋아. 지금이다.’
크리켄 포획자 덕분에 마그마 플라이트 몸 곳곳엔 상처가 움푹 파여 있는 상황.
애초에 시현의 노림수는 크라켄 학살자로 프윔을 꿰뚫는 게 아니었다.
물리 저항 관통.
다섯 번 튕겨 비늘을 박살 내고, 연한 살집과 피를 드러내게 하는 게 목표였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스며듭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분열합니다.]시현의 손에 들려 있던 스태프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아스트라페와 합쳐져 분열되었다.
“무슨 헛짓거리냐?”
“헛짓거리? 과연 그럴까.”
언뜻 보기엔 스태프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된 모습.
‘이건…… 가만히 놔두면 안 된다!’
시현은 빠르게 거리를 벌린 후, ‘마력발사기(A)’를 마그마 플라이트의 몸에 난 상처에 내리꽂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프윔이 시현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심장을 찔러오는 검을 맞받아치며.
시현의 왼손에서 시작된 검은 마기가 마력발사기에 주입되었다.
“끝이다!”
“아니.”
씨익.
“이제 시작이지.”
[스킬, ‘천뢰(EX)’를 발동합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