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84)
신의 천적, 회귀하다 184화
114. 마그마 플라이트(3)
쿠르르릉…….
크리스탈 메이즈.
드워프 왕가가 사는 수정궁에서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는 어딘가.
언뜻 보기에도 불길한 구름이 모여들고 있었다.
“지금이야!”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퀵 비가 곡예하듯 방향을 틀어 반대 방향으로 날았다.
원래 목표하던 수정궁과는 멀어지는 방향.
오히려 마그마 드레이크들이 모여 있는 거대한 용암호수 방향이었다.
‘왜 이쪽으로 가는 거지?’
탄은 시현이 수정궁 쪽으로 가 다른 드워프, 토석인들의 지원을 받아 저 거대룡을 잡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퀵 비가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다.
‘저 먹구름 때문인가?’
탄이 마른침을 삼켰다.
‘다 모르겠고…… 난 시현 님만 믿는 수밖에 없어.’
탄의 임무는 하나.
퀵 비가 지치지 않도록 계속해 주머니에 있는 로열젤리를 주입해 주는 것뿐이었다.
너무 높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비행하다 보니 이것도 힘들었지만.
‘이, 이것도 못 해낸다면 난…… 난 살 자격이 없는 거겠지.’
***
[크아아아악!]계속해 늘어나는 등짝의 상처, 그 틈으로 가시처럼 박혀 있는 스태프를 비롯한 냉기와 서리의 고통.
마그마 플라이트는 자신의 등을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는 검은 구름 또한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돌연 반대 방향으로 틀어 날아가는 퀵 비를 쫓는 데 집중해야만 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저 빌어먹을 벌레라도 잡아 등짝에 있는 인간에게 인질로 써야 했다.
다만, 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상당했기에, 비행을 오래 지속하긴 어려웠다.
‘아까 여유가 있을 때 잡았어야 했는데!’
혹여나 드워프 왕자가 죽을까 봐 몸을 사린 게 문제였다.
‘설마…… 이것까지 알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인간 주제에?’
[빌어먹을 놈!]평소 컨디션이었다면 어떻게든 녀석을 잡아 찢어 죽였겠지만.
지금은 고통 때문에 이 비행과 추적을 유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프윔! 서둘러라!]***
카아아앙!
시현의 정의수호자와 프윔의 서리검이 맞붙으니.
주변으로 서리와 번개가 불꽃놀이처럼 터져 나갔다.
츠즈즈즉.
프윔의 검을 막아내면서도.
시현은 드라우프니르를 활성화시켰다.
왼쪽 손목 주변으로 생성된 환영은 ‘아직’ 진정한 힘을 깨우치지 못했고, 복제품에 불과했지만.
캐스팅 속도를 20%나 올려주는 훌륭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아이템, ‘마력발사기(A)’가 캐스팅을 시작합니다.] [대상 스킬: 천뢰(EX)] [경고! 캐스팅 속도가 1,000% 하락합니다.]마력발사기(A).
시현은 단순히 마그마 플라이트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이 녀석을 꽂아 넣은 게 아니었다.
특수 효과 [대리캐스팅>.
그 덕분에 천뢰를 대신해 캐스팅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느린 천뢰의 캐스팅 속도가 1,000%나 느려졌지만.
시현은 녀석이 모든 힘을 끌어낼 때까지 시간을 끌 생각이었다.
‘그래야 마그마 플라이트를 죽여 버릴 수 있을 테니까.’
회귀 전, 모두가 마그마 플라이트를 본 순간 도망쳤었다.
녀석의 압도적인 크기와 힘에 질린 탓이었다.
그리고 그건 시현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상황은 회귀 전보다 안 좋지. 사실.’
시현의 정체성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신의 아이템들은 없고.
동료는커녕, 여왕이 붙여준 짐 덩어리만 있는 상태.
그럼에도 시현은 마그마 플라이트를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더 불리한 상황에서 더 큰 이득을 노려야만.
‘신’이라 불리는 절대자들을 상대할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쥐새끼 같은 놈!”
“극찬 고맙다?”
시현의 속셈을 모르는 프윔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상대가 검을 피하거나 막기만 하니 제대로 된 싸움이 이어지지 않았다.
‘움직임을 보니 나와 정면 승부를 해도 밀리지 않을 것 같은데…… 왜?’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지는 건 상대라고, 프윔은 생각했다.
마그마 플라이트의 몸에 상처가 는다고는 해도 녀석이 퀵 비를 못 잡진 않을 터.
게다가 상대가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결국 지쳐 서리에 온몸이 직격당하면.
그대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따로 노리는 게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머리 위로 모여드는 먹구름이 불길하긴 해도 그뿐.
저것들이 당장 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프윔의 눈이 세로로 쭉 찢어지더니, 그대로 얼어붙었다.
“마법은 캐스팅하는 주체가 없어지면 취소되는 법.”
파아아아앗!
“네놈만 죽이면 변수는 없겠지!”
[경고! ‘상태이상: 빙결’에 걸렸습니다.] [경고! ‘상태이상: 빙결’이 중첩되었습니다!]…….
프윔에게서 나오는 기세가 달라졌다.
몸을 낮게 웅크린 뒤, 녀석이 시현 쪽으로 튀어왔다.
마그마 플라이트 위에서 중심을 잡느라 소극적으로 움직였던 전과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검에서만 뿜어져 나오던 냉기가 이젠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며 사방을 뒤덮었기에.
제아무리 빠른 시현이라도 어느 정도 냉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죽어!”
순식간에 빨라진 상대의 움직임, 반면 느려진 자신의 몸.
상대의 노림수에 반응한 것과는 별개로, 시현의 몸은 그대로 튕겨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됐어!’
그 모습을 본 프윔이 승리의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허공을 박찬 시현이 다시 프윔에게 달려들었다.
“이 무슨?”
프윔이 당황해 검을 들어 올렸다.
카아아앙!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현도 시간을 끌기 위해 움직이지만은 않았다.
양손으로 정의수호자를 움켜쥐고 녀석의 머리를 노린 것이다.
“빌어먹을!”
“왜? 이젠 달라지는 거 아니었어?”
리자드맨.
녀석의 약점은 머리다.
물론 마수를 비롯한 대부분 생명체의 약점은 머리였기에, 특별한 약점이라고 볼 순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녀석의 긴 목이지.’
리자드맨은 도마뱀이 인간처럼 이족 보행을 하는 마수.
하지만 목이 굉장히 길고 얼굴이 크다는 특징이 있었다.
천적을 피하기 위해 늪지대 수면 위로 머리만을 빼놓고 주변을 탐색하는 데 최적화한 형태로 진화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늪지대가 아닌 와이번의 등 위.
이런 상황에서 기다란 목은 방해만 될 뿐이었다.
시현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녀석의 머리와 목만 집요하게 노리고 있었다.
카아앙!
프윔도 꽤나 훌륭한 검수였다.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느리고, 시현에 비해선 검술이 미흡해 밀릴 법했지만.
자신의 검이 닿지 않는 부분에 서리로 된 창이나 화살, 방패 등을 소환해 방어하거나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단순 마법 응용은 천유리보다 한 수 위야.’
게다가 시현은 현재 화염 저항력만 무식하게 높인 상태.
그렇기에 냉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플레이어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적당히 시간만 끌며 도망쳤겠지만.
시현은 달랐다.
오히려 녀석에게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가 당황할 정도로 집요하게 말이다.
“왜…… 왜 갑자기 지랄이냐! 십 분 넘게 도망 다니다가…….”
“왜 갑자기 달려드냐고? 그야.”
[아이템, ‘마력발사기(A)’가 지정한 스킬을 캐스팅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스킬, ‘천뢰(EX)’가 발동됩니다.]“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으니까.”
파지지지지직…….
마그마 플라이트의 등 위.
정확히는 ‘마력발사기(A)’ 중심으로 모여든 검은 구름에 있던 검은 스파크들이 미친 듯이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번쩌억!
그러곤 이내 비가 내리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
위이이잉!
힘껏 달리던 퀵 비가 마그마 플라이트 밑으로 숨어든 건.
시현이 천뢰를 발동시키기 바로 전이었다.
현명한 선택에,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조금만 빨랐으면 이변을 눈치챈 마그마 플라이트가 곧바로 ‘파이어 스톰(A)’을 일으켰을 것이고.
늦었다면 시현이 발동한 천뢰에 직격당했을 테니까.
[크아아아! 이 무슨!]마그마 플라이트가 하늘에 일어난 이변을 알아챘을 땐.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쿠르르르릉!
비처럼 쏟아지는 검은 벼락 수백, 수천, 수만 개.
콰르르르르릉!
세상을 덮어버린 검은빛 때문에, 앞에 보이는 건 어둠뿐이었다.
분명 빛은 빛인데 그 어떤 색보다도 검어 밤과 같은 장면을 연출하다니.
묘한 광경이었다.
‘아아…….’
그 광경을 본 마그마 플라이트의 눈이 풀렸다.
그는 직감할 수 있었다.
‘정신 못 차리면…… 여기서 죽을 수도 있다!’
후우우우웅!
‘드워프 왕자고 뭐고 도망치는 게 우선이야!’
그렇게 마그마 플라이트가 비행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녀석은 몰랐다.
시현의 스킬 ‘천뢰(EX)’.
하늘에서 내리치는 이 번개는 본인의 몸에 박혀 있는 마력발사대를 피뢰침 삼아 내리치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마그마 플라이트 본인이 얼마나 빠르게 달리든.
쿠르르릉…….
결코 이 번개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번쩍!
콰과광!
천뢰가 마그마 플라이트의 몸체를 가격했다.
번개에 한 번 맞았을 땐, 그 무엇으로도 잠재울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파이어 스톰(A)’이 강제로 소멸했고.
두 번째 맞았을 땐, 그 어떤 창으로도 뚫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비늘이 산산조각 나며, 속살이 드러났다.
[크……헉?]파지지직…….
덕분에 감전된 마그마 플라이트의 움직임이 경직된 그 순간.
번쩍!
쉴 새 없이 내리치는 검은 벼락이 속살을 파고들었고.
온몸의 근육일 경직시키다 못해 찢고, 파괴시켜 버렸다.
마그마 드레이크가 제아무리 최상위 포식자라 해도.
빛의 속도로, 비처럼 내리치는 강력한 번개를 수십 발이나 맞고도 멀쩡할 순 없었다.
아이언 메이즈의 서브 퀘스트, [용암 호수>.
그때 발동한 천뢰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죽을까 시간이 없어 급하게 발동한 천뢰였지만.
지금은 충분히 시간을 끈 뒤 발동시킨 상황.
그때처럼 70% 정도가 아닌.
1,000%.
스킬이 허용하는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상황이었다.
천뢰는 그 어떤 플레이어는 물론, 대부분의 신들도 가지고 있지 못한 EX등급 공격 스킬.
그런 강력한 스킬에 적중되니, 제아무리 마그마 플라이트라도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단순히 위력만 강한 게 아니다!’
[경고! ‘상태이상: 중독’에 걸렸습니다!] [경고! ‘상태이상: 화상’에 걸렸습니다!] [경고! ‘상태이상: 둔화’에 걸렸습니다!] [경고! ‘상태이상: 수면’에 걸렸습니다!]…….
끊임없는 고통에, 마그마 플라이트는 감히 입 밖으로 언어를 내뱉을 생각도 못 했다.
‘번개에 맞은 부분이 썩어 들어가기도 하고, 얼어붙기도 하고…… 심지어 화상까지 입히고 있어.’
이치를 벗어난 힘.
과학, 마법, 연금술 등으로도 그 정확한 이유를 모르며.
알 수 없는 것들에 의해 펼쳐지는 진득한 악의.
‘확실해. 저건 보통 마법은 아니야…… 저건.’
저주(Curse).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었다.
쿠우우우웅…….
그렇게 마그마 플라이트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마, 마그마 드레이크…… 그 녀석들만 먹으면 더 버틸 수 있어…… 제발. 제발!’
행운의 여신이 미소라도 지어준 것일까?
마그마 드레이크가 몰려 있는 용암호수가 눈앞에 보였다.
‘돼, 됐다!’
고도를 낮추며 마그마 드레이크들을 삼켜 살아날 궁리를 하던 그때.
파지지지지직!
마그마 플라이트 등에 있던 먹구름이 갑작스레 확장되더니, 더 넓은 범위에 내리치기 시작했다.
“멍청한 도마뱀.”
마그마 플라이트 위에서.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고맙다. 경험치 가져다줘서.”
[마그마 드레이크를 처치하였습니다.] [마그마 드레이크를 처치하였습니다.]…….
[훌륭합니다! 마그마 드레이크 10마리를 처치하였습니다.] [숨겨진 조건을…….] [훌륭합니다! 마그마 드레이크 100마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