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87)
신의 천적, 회귀하다 187화
115. 폭룡교 성녀(2)
온화한 태양빛, 싱그러운 꽃, 새햐안 건축물, 지저귀는 새, 평화로운 구름.
천사들의 세계이자 낙원(樂園).
에덴(Eden).
그곳 동산에서 한가로이 누워 있는 대천사, 라미엘에게 누군가 다가오며 소리쳤다.
[라미엘!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겁니까!] [내가 뭘?]회색빛 머리칼과 날개, 후광에 비치는 푸른 달과 거대한 낫,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검은 서리.
평화로운 에덴과 맞지 않는 복장과 분위기였지만.
그녀는 엄연히 서열 6위의 대천사, ‘사리엘’이었다.
[또 뭐라는 거야, 이 음침녀가?] [음침녀라니!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설마 최근에 그린 랜드에 다녀온 건 아니겠죠?]그 말에 라미엘이 움찔했고, 그 증거로 녀석의 몸에 있던 하얀 스파크가 불안정하게 일렁였다.
[그…… 아닌데?] [아니긴!]사리엘이 그녀답지 않게 흥분해 낫을 집어 들었다.
[다 알고 왔는데요! 미쳤어요? 다섯 번째 대재앙에 개입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라서 그래요?] [직접적인 개입도 아닌데 뭘 그래?] [할 거잖아요! 그 직접적인 개입!] [그만.]그렇게 잔뜩 흥분한 사리엘과 도망치려는 라미엘을 보며.
누군가 걸어 나왔다.
겸손의 대천사, 대천사 서열 1위.
미카엘이었다.
[사리엘. 흥분을 가라앉혀라.] [……네. 대천사시여.] [나도 대천산데?] [조용. 라미엘. 이번엔 사리엘 말이 맞다. 왜 그런 무리를 한 것이냐?]미카엘의 표정은 차가웠다.
다섯 번째 대재앙에 개입하는 세계와 신들은 여섯 번째 대재앙 때 ‘엄청난 페널티’를 안게 된다.
라미엘이 그 사실을 모르진 않을 터.
[왜냐고?]라미엘이 눈을 빛냈다.
[지금이 타락왕, 그 빌어먹을 십X끼를 죽일 유일한 기회거든.] [그게 무슨 소리지?] [이시현! 그놈 지금 ‘신의 아이템’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그 말에 미카엘의 눈이 빛났다.
증오, 그리고 설렘이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해봐라.]***
[쿤달라(C)]……
▶C등급 특수 효과
[뇌신의 성장>획득하는 모든 경험치가 번개 속성 스탯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번개 속성 스탯에 %를 붙여 계산합니다.
드워프들이 열심히 두드린 결과 쿤달라는 어느덧 승격해 C등급.
기껏해야 숙련 레벨 몇 오를 줄 알았던 것과 달리, 엄청난 성장세였다.
‘역시 맡기길 잘했네.’
우선 C등급 특수 효과 [뇌신의 성장> 덕분에.
이제 시현은 번개 스탯에 %가 붙은 만큼 추가 경험치를 획득한다.
그리고 여기엔 의외의 시너지 효과가 숨겨져 있었다.
시현이 가장 먼저 획득한 EX등급 스킬, ‘신격 말살’.
이 희대의 스킬 덕분에 시현이 가진 모든 번개 스탯은 ‘마기’와 동일시된다.
즉, 시현은 현재 보유한 마기 스탯만큼 추가 경험치를 얻는 것이다.
신의 아이템을 모두 장착했다고 가정했을 때, 시현의 마기는 1,000 이상.
‘경험치 1,000% 추가 획득 이벤트가 상시 진행 중이라니…….’
이 정도 경험치 폭이면 현재 레벨인 95 이후에도 레벨을 올리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120을 찍으면 또 모르겠지만.’
더군다나 비슈누가 업그레이드시켜 준 [왕의 성장>과 동시에 적용되었기에.
다른 플레이어나 신들보다 훨씬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물론 [뇌신의 성장>엔 아이템 숙련도가 오르는 버프가 없었지만.
이것까지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었다.
태양원반도 승격을 앞두고 있는 8레벨까지 올랐다.
맡기기 전 1레벨이었던 걸 생각하면 엄청난 성장세였다.
도중에 빼와도 이 정도 성장세를 보였기에 나머지 아이템들은 얼마나 더 많이 성장할지 기대가 되었다.
위이이잉!
그렇게 시현이 아이템을 살펴보는 사이.
어느새 퀵 비가 이교도, 폭룡교들이 모여 있는 곳 근처에 도달했다.
‘여기가 블랙 투스인가?’
블랙 투스(Black Tooth).
폭룡교가 아닌 드워프들이 모인 수정궁과는 다르게 거칠고 날카로우며, 날카로운 암석들로 이뤄진 협곡.
그 모양이 마치 거대한 이빨 같다고 해서 블랙 투스라는 이름이 붙은 장소였다.
원래 이곳엔 이교도를 이끄는 ‘교주’와 그 잔당들밖에 없었지만.
새로 나타난 성녀 덕분인지 온몸이 비늘로 뒤덮인 거대한 드워프들이 바글바글했다.
‘조잡하지만 성벽도 어느 정도 만든 모양이고, 경비도 서고 있어.’
하지만 그 한계가 명확했다.
아무리 멀리서 날고 있다고 한들 시현이 타고 있는 퀵 비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으니.
‘정면 돌파는 무리야.’
아이템이 모두 갖춰진 상태에서도 정면 돌파는 무리였다.
드워프 평신도들이야 그렇다 쳐도, 주교급들이 뭉치면 상당히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군단지배자(SS)> 칭호 효과로 확인해 본 결과 ‘군단장급’이 14명이고, 그보다 강력한 기운이 4개 있었다.이 말인즉 저곳엔 주교가 열넷.
그보다 강력한 존재가 넷 있다는 뜻이었다.
시현이 상대했던 프윔을 제외하면, 폭룡교 대주교들끼리의 전투력은 비슷했다.
‘프윔이 특히나 약한 편이었지.’
마그마 플라이트와 프윔은 천뢰를 잘 활용했기에 쉽게 잡았을 뿐.
대주교들이 한 번에 달려들면 아이템이 없는 시현으로선 방법이 없었다.
‘거기에 교주까지 있으니.’
짐작일 뿐이지만 교주나 성녀는 대주교보다 강력할 터.
상대의 모든 전력을 뚫고 성녀만을 죽이고 오는 건 모든 아이템이 있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군단지배자(SS)>로 찾을 수 있는 기운이 성녀인지 아닌지 모르겠네.’
성녀가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지, 단순히 종교적 의미의 존재인지 알 수 없었기에.
시현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뭐, 여기서 고민해 봤자 의미는 없고. 들어가 봐야 알 수 있긴 하겠네.”
어차피 시간은 여유로웠다.
린이 준 서브 퀘스트 [폭룡교 성녀 살해>의 페널티는 ‘수정궁 드워프들과 적대 관계가 되는 것’이지만.
제한 시간이 없다는 허점이 있었다.
‘즉, 퀘스트 포기만 안 하면 퀘스트 실패에 대한 페널티가 적용 안 되지.’
위이이이잉!
그렇게 시현은 블랙 투스에서 꽤 먼 곳에 내렸다.
꽤 먼 거리를 날아온 퀵 비에게 로열젤리를 준 후.
시현이 녀석의 엉덩이를 쳤다.
“돌아가 있어. 10일 후에 부르면 와.”
시현의 명령에 퀵 비가 다시 수정궁으로 날아갔다.
지금 시현이 하려는 일은 드워프 성녀를 암살하는 일.
괜히 퀵 비가 주변에 있다 죽임당하면 탈출 수단이 없어졌다.
위이이잉!
그렇게 퀵 비가 안전하게 날아오르는 걸 본 후.
시현이 잠시 블랙 투스 주변을 바라봤다.
“자. 그럼.”
씨익.
“가볼까?”
***
댕댕댕댕!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검은 머리칼, 검은 가죽옷.
금빛 스파크를 튀기는 신체와 허리춤에 있는 사슬, 어깨에 올라가 있는 묵직한 도.
화려한 귀걸이와 헤일로.
크리스탈 메이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드워프’가 아닌 인간을 본 드워프 이교도들이 혼비백산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지금 타이밍에 인간이라면.’
‘단 한 명뿐이다!’
의문의 인간.
무려 9명의 이교도들을 물리치고 드워프 7왕자, 탄을 구해낸 존재.
죽어버린 이교도들 중엔 강력한 피를 이어받은 주교급도 있었기 때문에.
이교도들은 자연스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에 따르면 녀석은 폭풍의 힘을 쓰는 존재.’
‘단편적인 정보지만 오로지 교주님만이 상대하실 수 있어.’
물론 상대가 드워프 왕자를 구한 인물과 동일하다고 확정할 순 없었다.
이교도들이 죽기 전 보내온 정보와 일치하지 않았으니까.
‘저 모습은 오히려…….’
‘드워프들의 무기와 비슷한데?’
저벅저벅.
너무나 당당히 걸어오는 상대의 모습에.
드워프 이교도들이 몸을 떨었다.
불안, 그리고 의문.
두 감정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것이다.
-뭘 어쩌려는 거냐?
‘잘 봐. 내가 단번에 적 중심부로 가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
-오호?
그렇게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시현이 두 팔을 들어 올렸다.
“항복. 항복이요.”
***
콰드득.
블랙 투스, 이상한 약초 냄새와 뿌연 연기로 가득한 어딘가.
거대한 드래곤의 형상을 한 제단에 기도를 드리며.
검붉은 비늘이 돋아난 한 드워프가 조심스럽게 희석된 피를 마시고 있었다.
느리지만 경건하고 신성하게 드워프가 피를 한 접시 들이켰다.
분명 어떤 생명체의 ‘피’가 희석된 것임에도 불쾌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온몸에 힘이 솟아나며, 마력이 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참 뒤.
“그래. 누가 왔나?”
뒤에 있는 세 드워프들을 바라보며, 피를 마시던 드워프가 몸을 일으켰다.
폭룡교주, ‘바이런트’.
이곳 ‘신전’을 와 그를 마주할 수 있는 존재는 단 넷.
눈앞에 있는 대주교 셋과 성녀뿐이었다.
“인간 하나가 항복 의사를 표했습니다.”
“해머 왕가의 7왕자, 탄을 구했다던 그 인간입니다. 주교를 죽이고 말이죠.”
“그래…… 그 인간. 정보는 더 없나?”
“몰래 수정궁에 심어놓은 토석인과 드워프 첩자들의 말에 따르면 녀석이 마그마 플라이트와 프윔을 죽인 그 장본인이랍니다.”
“……마그마 웨이브를 막은 것도 그 인간이란 말이냐?”
의외의 사실에, 바이런트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어지간한 트롤보다도 거대한 주먹을 쥐자, 강철 접시가 종이처럼 구겨졌다.
그 압도적인 힘에 나머지 세 대주교가 고개를 숙이며 눈치를 살폈다.
“빌어먹을 왕가 놈들 제멋대로 이계의 신들과 계약만 안 했어도 인간 따위가 여기로 스며들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그랬다면 고귀하신 성녀님도 못 만났을 겁니다. 이계와의 계약 덕분에 폭룡신께서 깨어나신 거니.”
“그건 대주교 말이 맞아.”
씨익.
“뭐, 인간 하나가 항복해 제 발로 들어오는 게 어이없긴 하지만…….”
“무슨 속셈이 있는 걸까요?”
“그건 봐야 알겠지. 우선 기로온.”
“네.”
“정신 지배를 시작해라.”
***
쿵.
‘대접이 영 시원찮네.’
-말한 방법치고는 좀 짜치는데?
‘짜친다니.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워온 거야?’
-몰라. 이놈아.
현재 솔로몬의 반지가 없긴 했지만, 그 특수 효과 [만물의 소리>는 여전히 적용되고 있는 상태였다.
‘솔로몬의 반지’를 착용한 그 순간부터 영혼에 직접적인 울림을 줘 가능한 일이었다.
‘뭐, 자세한 이론은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린이나 다른 드워프들, 대주교들과도 대화가 가능했고.
이곳에 있는 폭룡교 본 교단의 드워프들과도 대화가 가능했다.
시현이 바라는 건 교주, 혹은 성녀와의 대화였지만, 이 녀석들이 이를 순순히 들어줄 리는 없었다.
“그래. 그대가 그 인간인가?”
[경고! 흐린 늪의 대주교 ‘기로온’을 마주하였습니다.] [군단지배자(SS)> 칭호와 시스템 메시지 덕분에.시현은 상대가 누군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기로온.’
린이 준 자료에 있는 녀석이었다.
정신 지배 마법과 늪 같은 환영, 그리고 실제로 늪을 소환하는 마법을 주 무기로 삼는 대주교.
실제로 그와 싸우게 되면 늪지대에서 맞붙게 되는데, 그 늪이 현실인지 허상인지 알 수 없어 상대하기 상당히 까다롭다 알려진 인물이었다.
“성녀님을 뵈러 갈 거다. 네놈. 영광인 줄 알아라. 뭐, 그 전에. 허튼짓 못 하게 정신 지배를 걸겠지만.”
츠즈즈즉.
기로온의 기다란 손톱이 감옥 창살 너머 시현의 이마에 툭 닿았다.
[경고! 강력한 환영이 뒤덮입니다.] [아이템, ‘쿤달라(C)’가 왕의 격을 드러냅니다.]원래대로라면 늪지대 환영이 일어나며 시현의 몸은 기로온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시현에겐 어떤 환영도 보이지 않았다.
정신 계열 공격에 면역이 있는 덕분이었다.
“됐다.”
“확인 안 하셔도 됩니까?”
“저놈 눈빛을 봐라. 멍청한 눈빛. 저 눈빛을 가진 놈들은 이제 내 명령을 거스를 수 없다.”
그렇게 킬킬대며 기로온이 감옥 문을 열었다.
하지만 녀석은 몰랐다.
시현이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시현은 기로온을 따라 올라갔다.
‘좋아. 성녀를 만난다 했지.’
멍한 시선을 유지하며 시현이 주변을 살폈다.
‘기회를 봐서 성녀를 죽이고, 기로온까지 처치한 다음에 숨어들어야겠어.’
블랙 투스.
이 검은 협곡엔 숨어들 곳이 많았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저벅. 저벅.
그렇게 기로온을 따라 가장 높고 거대한 구조물에 다다랐을 때.
“꾸르르르릉!(익숙한 냄새가 나는디!)”
‘뭐야?’
-뭐야?
문 너머로 익숙한 소리와 기운이 느껴졌다.
“성녀님을 뵐 땐 주의하도록. 절대 그 성스러운 옥체에 손이 닿아서는 안 돼.”
시현과 메헨이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기로온이 문을 두드렸다.
“성녀님. 대주교 기로온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새 인간을 잡아왔습니다.”
“들어와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