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90)
신의 천적, 회귀하다 190화
116. 지하삼왕, 그리고 여왕(1)
“결국 일이 벌어졌네요.”
바이런트의 보고가 있고 난 후.
시현과 천유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과거엔 시현이 알아서 정하고 통보하는 식이었다면.
이번엔 협력해서 위기를 돌파해 보자는 의미였다.
“아예 수정궁 드워프들과 진짜 전쟁을 하는 건 무리겠죠?”
“제 아이템들도 있고 그중에는 인간 플레이어들도 있을 겁니다.”
굳이 인간 플레이어들과 서로 죽이고 싶진 않았기에.
천유리가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네요. 제가 가는 수밖에.”
“시현 씨가 가신다고요?”
천유리는 몰랐지만, 린이 저렇게 행동할 거란 건 시현의 ‘예상 범주’ 안이었다.
‘물론 이렇게 과감하게 행동할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이전에 린과 대화를 나눠본 적도 있었고.
바이런트가 보낸 수정궁 첩자들이 천유리에게 꽤 많은 정보를 보내줬기에, 시현은 돌아가는 상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상황은 이러했다.
드워프들이 계속해 일에 집중하는 동안 전권을 쥔 린이 폭룡교를 없애려는 것이었다.
린이 폭룡교를 공격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꽤나 많았다.
우선 토석인과 드워프 전사들을 전부 내보내 수정궁 내를 완벽히 장악할 수 있었다.
꼭두각시처럼 서 있는 여왕이 아닌, 진짜 여왕이 되는 것이다.
‘린은 블루엘프. 그것도 위즈덤비어드의 딸이야.’
시현이 네 번째 대재앙에서 만난 마인드룰만큼은 아니지만.
그녀 역시 블루엘프인 만큼 ‘정신 지배’ 스킬에 일가견이 있는 존재.
1장로인 위즈덤비어드의 피를 이은 딸이니만큼 그 능력이 뛰어날 것이다.
‘지금 크리스탈 메이즈 내에서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내가 가진 쿤달라. 아니면 같은 능력을 가진 대주교 기로온뿐이야. 원래 정신 지배는 정신 지배로만 풀 수 있으니까.’
안타깝게도 수정궁 내엔 두 개가 모두 없는 상황이었다.
“설마…… 모든 드워프들을 정신 지배해 수정궁을 한꺼번에 삼키려는 건 아니겠죠?”
모든 상황을 들은 천유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아무리 린이라 해도 그건 불가능해요. 대재앙 땐 신이 개입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가능하다면요?”
“…….”
물론 시스템은 신의 개입을 엄격하게 막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신들이 개입을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대놓고 하면 페널티가 상당할 텐데? 설마 그걸 뚫고 한다고?’
순간.
시현의 머릿속에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신들이 시스템을 거스르고 억지로 개입한다면.
시현이 신의 아이템을 가지고 있지 않은 지금을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시현의 입장에서도 이만한 기회가 없었다.
개입할 수 없는 재앙에서 신들이 개입하고, 시현이 이를 극복해 낸다면.
보상이 평소보다 훨씬 더 커짐은 물론, 해당 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있었으니까.
“원래 미끼가 먹음직스러울수록 눈이 뒤집혀 움직이는 법이죠.”
“뭘 어쩌시게요?”
“전 다시 수정궁으로 가야겠어요.”
“……괜찮으시겠어요?”
“네. 너무 걱정 마세요.”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다 생각이 있으니까. 아 참, 그리고 천유리 씨가 해줘야 할 게 있습니다.”
***
위이이이이잉!
수정 군단.
드워프 전사, 토석인, 인간이 섞여 있는 이들은 계속해 걸어 수정궁으로 왔다.
그래서 시현은 아주 쉽게 수정궁으로 올 수 있었다.
그들이 수정궁에서 블랙 투스로 직선으로 걸어오는 것보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퀵 비를 타고 날아오는 게 수십, 수백 배는 빨랐으니까.
수정 군단이 현재 어느 정도 다가갔는지 알 순 없었지만.
천유리와 교주, 대주교들이 움직임까지 늦춰줄 테니 너무 걱정할 건 없었다.
‘길어야 10일 정도. 10일 안에 승부를 봐야 해.’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수정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순간.
[경고! 수정궁이 타락왕 ‘이시현’을 적대합니다.]파아아아앙!
수정궁 외곽에 달려 있던 자동 대포들이 시현을 노리고 쏘아졌다.
투웅! 투웅! 화르르륵…… 파지지직!
토석인들이 단순 노동으로 만들었다곤 하지만, 저 대포에서 나오는 것들은 무시할 수 없었다.
마력을 담은 화염과 파동포.
저 무식한 공격에 직격당하기만 해도 퀵 비 정도 되는 벌레형 마수는 그냥 온몸이 타 사라질 것이다.
지이이잉…….
모든 대포들은 자동 조준에 어느 정도의 유도 기능까지 가지고 있었지만.
퀵 비의 비행 실력이라면 어렵지 않게 피해낼 수 있었다.
이따금씩 피하지 못할 각으로 날아오는 건 시현이 정의수호자나 크라켄 포획자로 쳐내고 있었다.
우우우웅! 퉁!
심지어 옆에 있는 대형 발리스타에선 바람 속성을 가진 작살들이 쏘아지고 있었다.
바람 속성을 가진 화살은 피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시현을 떨어뜨리는 게 목표인 녀석들은 허공에서 터져 나갔고.
그것만으로도 바람의 흐름을 바꿔 비행에 장애를 주기 때문이었다.
위이이잉!
결국 퀵 비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허공에서 비틀거렸다.
‘어쩔 수 없어. 퀵 비를 여기서 잃을 순 없지.’
퀵 비의 엉덩이 부분을 세 번 치자, 녀석이 부리나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현은 퀵 비 등 아래로 뛰어내렸다.
아직 수정궁까지는 거리가 먼 상황.
그렇기에 퀵 비는 충분히 살아 돌아갈 수 있었다.
후우우우웅!
꽤 높은 위치에서 떨어져 내렸지만, 시현의 얼굴엔 두려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마그마 플라이트 위에서 전투까지 치렀는데 이쯤이야.’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정의수호자를 휘둘러 대포 공격을 쳐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A)’가 스며듭니다.]번쩍!
금빛 벼락과 함께 정의수호자가 번쩍였다.
능숙하게 허공을 밟고, 공격을 쳐낸 뒤.
시현은 몸을 한 바퀴 돌려 수정궁 내로 진입했다.
“적이다!”
“막아!”
토석인들이 시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흐릿한 눈동자를 보니 이 녀석들은 이미 린에게 정신 세뇌를 당한 개체들.
서걱.
시현은 망설임 없이 녀석들을 베며 수정궁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린…….’
번쩍!
‘무슨 개수작을 부리는 거지?’
***
“후우…… 그대가 일을 아주 크게 벌여놨군요.”
수정궁엔 알현실이 총 세 개가 있다.
해머 왕가, 액세서리 왕가, 클로스 왕가 각자의 것이었다.
아주 간혹, 이들이 중요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가 있었는데.
그곳은 ‘수정 모루’라고 불리는, 탁 트인 공간이었다.
각 왕가의 왕들 셋과 시현이 맡긴 신의 아이템 여섯 개를 한곳에 모은 뒤.
린이 그들을 설득했다.
“이시현만 죽으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모든 것이라…….”
“네. 생각해 보세요. 세 분과 다른 드워프들이 왜 기를 쓰고 신의 아이템을 연구했는지.”
“……정의수호자를 얻기 위함이었지.”
“신의 힘이 깃든 아이템을 연구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탄을 살려준 대가 아니었던가?”
“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시현만 죽으면 해결된다는 겁니다. 녀석이 죽으면 정의수호자와 도중에 가져간 세 개의 아이템.”
“거기에 더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섯 개의 아이템까지 완전히 소유할 수 있는 건가?”
잠시 고민하던 지하삼왕이 서로를 쳐다봤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아이템.
드워프들이 은원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건 사실이지만, 아이템은 목숨과도 같은 것.
고작 시현이 자식 하나를 살려줬다는 ‘은혜’ 정도로는.
아이템에 대한 열망과 욕망을 잠재울 수 없었다.
“좋아.”
“좋네.”
“동의.”
그렇게 시현의 예상과는 다르게.
린은 정신 지배 따위는 사용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간단한 설득만을 통해 지하삼왕의 뜻을 일치시켰다.
“이미 폭룡교엔 모든 병력을 보내놨어요. 폭룡교주 바이런트라면 이곳에 첩자를 많이 심어서 우리 병력이 그곳으로 가고 있단 걸 알고 있을 거예요.”
“오. 역시 부인이오.”
코웅이 감탄해 박수 쳤다.
“그럼 성격 급한 이시현은 이상한 벌을 타고 이곳으로 오고 있겠군.”
“뭐. 오우거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저기 모습이 보이네요.”
퍼어어엉!
퀵 비를 타고 수정궁 하늘에 모습을 드러낸 시현을 보며.
지하삼왕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모든 병력과 전사들을 보냈는데 저 녀석을 어떻게 상대하지?”
“그래. 여긴 장인들밖에 없잖아.”
“아, 린. 그대를 탓하는 건 아니오. 애초에 병력을 전부 보내지 않았다면 혼자 이곳으로 올 일도 없었을 테니까.”
지하삼왕의 말에도.
린은 당황하지 않고 웃을 뿐이었다.
“물론 대비를 다 해놨죠. 인사하세요.”
시현이 멀리서 뭘 하든지 말든지.
린은 웃으며 팔찌를 내려놓을 뿐이었다.
이내 팔찌는 십자가 형태로 바뀌더니, 하얀 스파크를 사방으로 방출하며 한 인영의 모습을 하기 시작했다.
[반갑다. 난쟁이 놈들.]“저, 저분은?”
“천사……?”
그에게서 느껴지는 신성력에 지하삼왕이 당황해 뒷걸음질 쳤다.
[두려워 말라. 내 이름은 라미엘. 환상과 번개의 대천사.]이내 하얀 인영이 지하 삼왕에게 손을 뻗었다.
[너희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겠다.] [경고! 다섯 번째 대재앙은 신이 개입할 수 없는 재앙입니다.] [개입이 오래 이뤄질수록 받는 페널티가 거대해집니다.] [환상과 번개의 대천사 ‘라미엘’이 개입합니다.] [에덴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지금부터 30분간, 모든 착용 조건을 무시한 채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이, 이건?”
“허어…….”
“이런 힘이라니…….”
[그동안 이곳에 있는 신의 아이템을 연구한 걸로 알고 있다.]하얀 인영이 양팔과 날개를 벌렸다.
[그래. 그 아이템을 장착하고, 이시현을 죽여라. 이시현이 죽으면 ‘타락한 영광’만 우리 에덴 측에서 가져간 후, 나머지 아이템들은 너희에게 주도록 하지.]그 말에 지하 삼왕이 눈을 반짝였다.
“그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물론, 대천사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그렇게 시현이 획득한 신의 아이템들이 지하삼왕의 손에 들리기 시작했다.
***
“저것들…… 뭐 하는 거지?”
저 멀리.
수정 모루에 모인 린과 지하삼왕을 보며, 시현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죽어라!”
“왕께는 갈 수 없다!”
주변에서 튀어나오는 토석인들을 베고, 아스트라페로 지지며.
시현은 수정모루에 계속해 가까워졌다.
후우우우우우웅!
그러곤 그 수정 모루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저건!’
시현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라미엘!”
하얀 인영, 라미엘.
시현의 예상대로 그를 죽이기 원하는 신들 중 하나가 개입해 버린 것이었다.
파지지직!
하얀 번개와 함께, 시현이 맡겨놨던 아이템들이 드워프들의 몸에 장착되었다.
-어허…… 에덴이 저 힘까지 쓸 줄이야. 저건 7대 대천사 중 말단인 라미엘의 권한으로도 안 될 텐데.
“더 윗줄이 있단 말이야?”
-아주 못해도 미카엘. 원래는 메타트론급의 권한은 있어야지. 이시현. 에덴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저 녀석들이 저렇게까지 널 죽이려 하는 거야?
“뭐…… 좋은 사이는 아니지.”
츠즈즈즉.
코웅의 몸 주변으로 키비시스의 눈이 생성되고, 천총운검이 폭풍을 일으켰다.
호웅의 팔목에 있는 드라우프니르가 황금빛을 내뿜음과 동시에, 솔로몬의 반지에서 육망성이 퍼져 나갔고.
타락한 영광이 라웅의 몸에 달라붙어 딱 맞는 크기로 변하고, 망토 형태의 밤의 장막이 펄럭였다.
“남이 개고생해서 키워놓은 아이템들을 저렇게 사용하네.”
-괜찮겠나?
메헨이 시현에게 물었다.
평소엔 시현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지금 상황은 조금 힘들어 보였다.
신의 아이템을 장착한 지하삼왕에 라미엘의 힘을 받은 린까지 상대해야 했으니.
“저 녀석들은 몰라. 저 아이템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아이템, ‘태양원반(C)’이 강림합니다.]“잘 보라고. 신의 아이템 활용하는 법.”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