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94)
신의 천적, 회귀하다 194화
117. 수정과 폭룡(1)
“네? 이교도 놈들이랑 화해라니, 그게 무슨…….”
퀴잉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시현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타락왕께선 잘 모르시겠지만 그 빌어먹을 이교도들과 저희는…….”
“알아. 사이 안 좋은 거.”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아니. 단순히 그런 문제야.”
“타락왕 님…….”
“아. 정확히 말할게. 그런 문제가 아니라도 화해해야 할 거야. 너네 폭룡교 없이 엘프들 이길 수 있어?”
퀴잉이 몸을 움찔거렸다.
시현의 말이 맞았다.
현재 수정궁 대부분이 폭삭 주저앉고 모든 아이템이 빼앗긴 상황.
드워프들은 엘프들이 있는 세계수, 리에나트리로 쳐들어가야 하는 입장이었다.
안 그래도 아이템이 없어 불리한 싸움인데, 이대로 적진에 가버린다?
미친 짓이었다.
“폭룡교가 가진 힘과 너희가 만드는 장비라면 엘프들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그런…….”
시현의 말에 퀴잉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생각할 것도 없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원한도 힘이 있어야 갚을 수 있거든.”
“…….”
“곧 올 거야. 폭룡교주 바이런트가.”
퀴잉의 어깨를 툭 치며.
시현이 아무도 없는, 수정궁 잔해만이 가득한 곳으로 이동했다.
***
-린을 아주 악마로 만들어놨네.
“날 배신한 년이니 그래도 싸지.”
메헨의 말에 대꾸하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현재 시현의 부탁대로 천유리는 폭룡교로 돌아가 교주를 설득하고 있을 터.
몰래 빠져나온 그녀를 돌려보내는 게 내키진 않았지만.
수정궁과 폭룡교, 두 세력을 화해시키고 힘을 합치게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수정궁만으론 세계수 수호자를 절대 이길 수 없어. 특히나 이렇게 망해 버린 상황에선.”
-그건…… 네가 아이템을 다 쓸어가서 아니냐?
“그것도 그렇지.”
키비시스를 쓰다듬으며 시현이 웃었다.
린은 드워프들의 창고를 털어 아이템을 빼돌린 전적이 없다.
드워프들의 창고를 열 수 있는 건 해머, 액세서리, 클로스 가의 세 왕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
녀석들의 기억을 읽은 시현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세 명의 눈동자가 전부 있어야 열 수 있을 줄 몰랐지.”
조건은 간단했다.
세 명의 허락, 혹은 눈동자 6개가 전부 있어야 열렸다.
이전에 시현이 아이템 몇 개를 골라 대여했을 땐 ‘허락’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번엔 눈동자 6개가 있었기에 고를 수 있었다.
녀석들의 모든 아이템, 기술과 스킬이 담긴 지식의 책, 재료와 각종 도구, 광물 등.
그 모든 것이 키비시스 안에 들어 있었다.
“이걸 오영일, 오인수 형제에게 가져다주면 몇 단계는 성장할 수 있겠어.”
녀석들뿐만이 아니었다.
녀석들이 휘하로 두고 있는 대장장이, 건축가 플레이어들도 실력 향상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드워프들만이 가지고 있는 장비와 광물, 재료까지 있으니.
하남에 있는 시현의 땅과 세계수 주변이 훨씬 번영할 것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지.”
키비시스 안에 있는 진짜 보물은 드워프들이 만든 수많은 아이템들이었다.
원래 이런 재앙 상황에선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템빨도 무시할 수 없는 법.
서영우, 박나은, 오크쟌, 다콘 등 권속들에 이어 다른 플레이어들까지 몇 배는 강해질 것이다.
“이렇게 많은 아이템들이 있는데 맞는 거 하나가 없겠어?”
-그러게 말이다. 후…… 드워프들의 보물을 훔쳐 엘프와 이간질시키고, 그 아이템은 모조리 본인이 쓰다니. 악마가 따로 없구나.
“나 반은 악마야. 마기 쓰잖아.”
만족스러운 듯 키비시스를 한 번 더 친 후.
시현이 새로 얻은 칭호를 확인했다.
[엔젤 슬레이어(SS)>#천사 중의 천사, 대천사를 살해하고 획득한 칭호. 모든 천사들의 두려움을 일으킬 수 있는 압도적인 악명을 자랑합니다.
▶장착 효과
[마기 +100]‘천사’ 종족값을 가진 상대에게 200% 추가 대미지를 부여합니다.
‘천사’ 종족값을 가진 상대에 한해, 모든 격을 무시하고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천사’ 종족값을 가진 상대로부터 받는 모든 피해량이 20% 감소합니다.
[엔젤 슬레이어(SS)>.원래는 수많은 천사들을 죽여야지만 얻을 수 있는 칭호였지만.
라미엘이라는 ‘대천사’를 잡은 덕분에 시현은 이를 획득할 수 있었다.
-오호 엔젤 슬레이어라.
“맞아. 다른 슬레이어 칭호랑 달리 SS급이지. 그만큼 강력하기도 하고.”
이제 시현이 목표한 [갓 슬레이어(EX)> 칭호를 얻기 위해선 악마, 드래곤을 잡고 두 개의 슬레이어 칭호만 획득하면 되었다.
“가만히 보면 라미엘이 보상을 퍼준단 말이야. 천사는 맞나 봐. 이렇게 열심히 봉사 활동 하는 거 보면.”
-라미엘 놈이 그 소리 들으면 뒷목 잡고 쓰러질 거다.
“크크크.”
그 소리를 들은 시현이 웃었다.
“고혈압으로 죽은 최초의 대천사도 나쁘지 않지.”
칭호 확인 후.
시현은 특성창을 열었다.
[초월의 무기고(EX)>……
[현재 소유한 신의 아이템] [아스트라페(A)]: LV. 10▶적정 아이템 획득 후 승격 가능.
[키비시스(A)]: LV. 10▶적정 아이템 획득 후 승격 가능.
[타락한 영광(B)]: LV. 2 [천총운검(B)]: LV. 2 [밤의 장막(C)]: LV. 9 [드라우프니르(C)]: LV. 7 [쿤달라(C)]: LV. 5 [솔로몬의 반지(C)]: LV. 6 [태양원반(C)]: LV. 8“좋아.”
전반적으로 모든 아이템의 숙련도가 상당히 오른 상태.
아스트라페와 키비시스는 아이템만 있다면 S등급으로 승격 가능했기에 건너뛰고.
시현은 다른 아이템들의 특수 효과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특성, ‘찬란한 신의 무기고(EX)’ 특수 효과가 발동됩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B)’의 특수 효과가 발동됩니다.] [남은 네 개의 ‘죄악’ 중 하나를 선택해 적용할 수 있습니다.] [훌륭합니다! 현재 [엔젤 슬레이어(SS)> 칭호를 보유 중입니다.] [이제 죄악뿐 아니라 절대선 중 하나를 선택해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겸손] [탐욕] [치유] [예언] [환상/번개]…….
“이건 예상치 못한 효관데?”
시현이 내심 감탄했다.
[엔젤 슬레이어(SS)> 칭호 덕분에 이제 타락한 영광이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상황.이제 시현은 마신뿐 아니라 대천사들의 강력한 힘까지 골라 적용시킬 수 있었다.
[남은 ‘죄악’과 ‘절대선’ 중 ‘겸손’을 선택하였습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B)’의 특수 효과가 변화됩니다.] [타락한 영광(B)]……
▶B등급 특수 효과
[화염 속성 +200] [신성력 +100] [겸손>가진 신성력 스탯에 비례한 강력한 불길을 일으킵니다.
*불길은 신성력에 비례한 대미지를 계속해 부여하며, 마기를 가진 적을 상대로 500%의 추가 대미지를 부여합니다.
겸손.
시현의 주적이자 에덴의 서열 1위 대천사, 미카엘이 가진 힘이자 이념.
그 힘을 가져온 만큼 시현은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건?
“그래. 라의 태양원반과 비슷한 효과지. 연계시키기엔 딱 아니겠어?”
[겸손>의 힘은 새롭다고는 볼 수 없었다.다만 화염 속성과 신성력을 많이 올려줘 ‘마기’ 스탯의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고.
현재 가지고 있는 태양원반의 [태양강림> 효과와도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천총운검(B)]……
▶B등급 특수 효과
[폭풍의 눈>가진 바람 속성에 비례해 추가 대미지를 부여하고, 가진 공격력에 비례해 ‘상태이상: 출혈’을 일으키는 폭풍을 소환합니다.
*[폭풍의 눈>이 발동되어 있는 동안, 모든 바람 속성 피해에 면역 상태가 됩니다.
“폭풍의 눈.”
회귀 전, 아라미 아오와 스사노오가 사용했던 기술이었다.
그 위력이 생각보다 강력하고 빨랐으며, ‘출혈’이라는 상태이상까지 일으켜 꽤나 상대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출혈 상태이상은 다시 타락한 영광과 연계해 [혈검>을 발동할 수 있었다.
‘난 바람 속성 대신 마기가 적용되니까.’
그만큼 가할 수 있는 대미지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솔로몬의 반지(C)] [현명한 스탯>일정 시간 동안, 다른 모든 주 스탯만큼 지능 스탯이 상승합니다.
솔로몬의 반지가 가지고 있는 효과는 지능 스탯 상승.
일정 시간 동안만이지만 그만큼 스킬의 위력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
‘천뢰랑 연계해서 쓰면 좋겠어.’
그렇게 모든 아이템들을 살펴본 시현이 메헨과 머리를 맞댔다.
“연계에 뭐가 좋을 거 같아?”
-생각하기 귀찮은데…….
“밥 안 먹고 싶냐?”
-일단 [겸손>과 [태양강림>은 무조건 연계시켜야 한다.
***
시현이 연계기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사이.
쿵. 쿵. 쿵. 쿵.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수정궁에 누군가 방문했다.
자로 잰 듯 일정한 발걸음 소리.
거대한 몸집, 온몸에 생겨난 비늘.
아주 작은 뿔이 나 있는 교주 바이런트.
그 곁을 호위하는 세 대주교를 필두로, 크리스탈 메이즈에 점조직 형태로 퍼져 있던 폭룡교 드워프들이 수정궁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
가마에 탄 채, 전설의 신수 불가살이를 쓰다듬으며.
폭룡교 성녀, 천유리가 흉흉한 눈빛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정지.”
척…… 척!
아주 작은 목소리에 불과했지만, 폭룡교 드워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멈췄다.
절대복종.
폭룡, 플레어 둠의 역린을 이어받은 뒤.
크리스탈 메이즈로 와 그 힘을 완전히 각성해 버린 성녀 ‘천유리’의 명령에 거부할 수 있는 드워프들은 없었다.
심지어 그게 교주 바이런트라 할지라도 말이다.
‘역시 시현 씨 말대로 강하게 말하니까 다 들어주네.’
천유리는 몰랐다.
폭룡교 드워프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말을 잘 들을 줄.
‘용암에 뛰어들라고 하는 명령까지 들을 줄은 몰랐지.’
지난 한 달 동안 시현이 꾸준히 말했던 ‘광신도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미친놈들이니, 상식을 들이대선 안 된다’가 뭘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다.
쿠우우웅!
어쨌든 그렇게.
천유리가 이끄는 폭룡교가 수정궁에 도착했다.
“성녀님.”
“그래.”
“지난 외출은 즐거우셨습니까?”
천유리가 바이런트를 무시하고 이곳으로 마그마 드레이크들을 끌고 왔던 사실을 돌려 말하는 것이었다.
“감히 날 비꼬는 것이냐?”
츠즈즈즈…….
온몸을 옥죄는 기운.
차가운 냉기와 뜨거운 열기가 동시에 느껴지니, 예상했던 고통보다 훨씬 더 온몸이 저려왔다.
“아, 아닙니다.”
그렇게 고통받으면서도, 바이런트는 오히려 희열에 휩싸였다.
상극인 속성을 동시에 다루는 것.
그 불가해한 영역을 다루는 걸 보니 성녀의 강함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 그럼 수정궁과 협력할 준비는 되었겠지?”
“…….”
사실 내키진 않았지만, 바이런트는 교주이기 전에 종교인.
신의 대리자인 ‘성녀’의 뜻을 거스를 순 없었다.
그녀의 뜻이 곧 신의 뜻이고, 신의 뜻이 곧 그녀의 뜻이었으니.
“네. 알겠습니다.”
“나도 가겠다.”
그렇게 천유리를 필두로.
바이런트와 대주교 셋이 직접 사자 역할을 맡아 수정궁으로 향했다.
그와 마주 나온 건 새로운 드워프 왕, 퀴잉.
그리고 모든 아이템을 장착한 시현이었다.
“……반갑습니다.”
“우리가 웃으면서 인사할 사이는 아니잖아?”
바이런트의 말에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드워프만 해도 수천.
그들을 비롯한 토석인, 인간 플레이어들이 긴장에 휩싸였다.
린이 준 메인 퀘스트, [폭룡교 성녀 살해>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황.
자칫 잘못하면 이곳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꿀꺽.
그렇게 일촉즉발의 상황.
“야.”
뒤에 있던 시현이 웃으며 바이런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따라와.”
***
수정궁, 액세서리 왕가의 알현실.
온갖 장신구와 마법진으로 이뤄져 있는 이곳은 마그마 드레이크들의 습격에도 유일하게 ‘수정 왕좌’를 빼앗기지 않은 곳으로.
수정 모루까지 파괴된 지금 수정궁에서 가장 은밀하고, 격식 있는 장소였다.
“……성녀님?”
반강제로 이곳으로 끌려온 후.
바이런트가 천유리를 쳐다봤다.
하지만 신의 대리자인 천유리조차 눈을 질끈 감고 애써 시선을 피할 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개입하지 않았다.
“야.”
“인간 주제에 감히!”
“넌 내 정신 지배에 당했던…….”
“화해해.”
“……뭐?”
“웃기는 소리!”
“그렇게 간단하게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 여태까지 수정궁 놈들이 우리 교의 드워프들을…….”
“난 그런 거 모르겠고.”
[아이템, ‘밤의 장막(C)’이 드리웁니다.]“화해해.”
앞으로 나와 무어라 말하려던 기로온의 얼굴은 간단히 밀어낸 뒤.
시현이 바이런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 무스…….”
쿵.
‘어?’
시현의 손이 어깨에 닿은 그 순간.
쿠구구구구구구구!
바이런트는 엄청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이건?’
신.
바이런트는 물론, 그가 신으로 모시는 폭룡 플레어 둠에게조차 느껴본 적 없었던.
압도적이고 파괴적인 기운.
아니, 이건 기운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멸망.
모든 것을 집어삼켜 멸망시켜 버릴 것만 같은 절대신들의 힘과 마기가 모여 이루는 그것은 한 단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멸망(Doom).
멸망이었다.
폭룡교주 바이런트.
몸에 닿은 ‘물체’의 힘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그였기에 오히려 시현의 힘을 가장 잘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말 들어. 살고 싶으면.
바이런트의 머릿속으로 천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온 그 순간, 다행히 시현의 손은 떨어졌고.
덜덜덜…….
‘이 내가…… 손을 떤다고? 폭룡 님과 마주해도 떨지 않는 내가?’
바이런트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
“……잘 지내보자.”
“좋은 협상 자리가 되겠군요.”
이윽고 바이런트와 퀴잉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악수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힘은 가장 좋은 설득 수단이었다.
-정말 이걸로 된 거냐?
‘뭐, 바이런트도 애초에 천유리의 명령에 따라 협상할 생각으로 온 거니까.’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다 해도 이걸론 부족하지. 이제 채찍으로 위협했으니 당근을 줄 차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