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95)
신의 천적, 회귀하다 195화
117. 수정과 폭룡(2)
수정과 폭룡.
두 드워프 집단이 멀어지고, 서로를 혐오하고, 죽일 듯 싸우는 이유는 간단했다.
드래곤(Dragon).
용신전쟁 때문에 지금은 이계, ‘그린랜드’에서 사라져 버린 이 강력한 초월체들 때문이었다.
‘이 두 놈들을 화해시키려면 역사에 대한 이해와 서로가 원하는 걸 명확하게 알려주는 게 중요해. 그 와중에 공동의 적을 만들어주면 더 뭉칠 거고.’
공동의 적은 이미 있었다.
세계수 수호자.
아직도 지구에 남아 인간들을 괴롭히는 그 녀석들이었다.
그렇다면 이젠 녀석들이 서로 ‘원하는 바’를 들어주고 조정할 차례였다.
“바이런트. 수정궁 애들이 왜 너네를 핍박했는지 아냐?”
“그건…….”
“네놈들이 제물이랍시고 쓸데없이 생물을 바쳐가지고 그런 거 아니야.”
시현의 말에 바이런트가 입을 닫았다.
그는 이미 천유리의 말을 통해 폭룡신이 ‘살아 있는 제물’을 굳이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상황.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퀴잉. 그리고 너네 힘 없잖아. 막말로 힘까지 모인 폭룡교 애들이 침입하면 견뎌낼 수 있겠어? 그럴 바엔 협력하는 게 낫지.”
물론 천유리의 통제 아래 있는 폭룡교도들은 절대 수정궁을 침략할 리 없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퀴잉은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말했지? 복수도 힘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그리고 너넨 꽤 좋은 조합이야.”
“좋은 조합이라고?”
“그래. 폭룡교, 너넨 폭룡의 힘을 받아들인 대가로 아이템 제작이나 건축 재능이 없어졌잖아. 그런 부분을 수정궁 드워프들에게 맡기면 되는 거지.”
시현은 고개를 돌려 퀴잉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수정궁 드워프들은 다른 거엔 별로 신경 안 쓰고 제작만 하고 싶잖아? 여기서 폭룡교를 제외하면 신경 쓸 거나 있냐?”
“…….”
“…….”
“폭룡교 애들이 가끔 폭룡의 비늘이나 주변 사냥으로 재료도 얻어올 거 아니야. 게다가 너네가 만든 아이템들을 사용해 세계수 수호자들도 잡을 수 있을 거고.”
“그……렇죠.”
“그렇지? 그러니까 둘이 협력해. 이제는 말이야.”
둘이 힘을 합쳐야 그나마 세계수 수호자들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시현은 어떻게든 둘을 악수시켰다.
“그럼 됐지? 둘 다.”
바이런트와 퀴잉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잘해봅시다.”
[믿을 수 없습니다! 메인 퀘스트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 [폭룡교 성녀 살해>가 취소됩니다.] [숨겨진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칭호, [드워프 화합가(S)>를 획득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인간 플레이어들은 원할 때 균열을 통해 지구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단, 남은 시간이 모두 지나면 모든 인간 플레이어들은 지구로 강제 역소환됩니다.] [남은 시간: 15일.]…….
두 메시지를 시작으로 온갖 홀로그램창이 시현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드워프 화합가(S)>#크리스탈 메이즈 내 드워프 간 화합을 이뤄낸 인물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장착 효과
드워프들의 친밀도가 올라갑니다.
간단한 효과였지만 S급.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훗날 각성할 밤의 장막에 도움이 되었기에.
시현은 기분 좋게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제 다 끝난 건가?
“그렇지. 원래 얻으려던 것들까지 다 얻었으니까.”
시현이 아래를 바라보며 웃었다.
시현은 현재 신발, ‘가벼운 발걸음(S)’을 장착한 상태.
어차피 [초월의 무기고(EX)> 효과로 더 이상 신의 아이템을 강탈해 올 수 없었기 때문에.
헤르메스의 프테노페딜로스는 획득할 수 없는 상황.
이 아이템 하나만큼은 그대로 가져갈 생각이었다.
-이제 지구로 돌아가는 건가?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
-아직도?
“그래. 아직 아이언 메이즈 전체를 둘러본 게 아니잖아.”
-전체를 둘러보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무언가를 떠올린 메헨이 혀를 날름거렸다.
-그래. 그렇지. 그린 랜드에서 가장 깊숙한 곳은 크리스탈 메이즈가 아니었지.
“맞아.”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지하 4층으로 가야지.”
거대한 미로, 아이언 메이즈.
지상에 있는 이 강철 미로 아래엔 여러 개의 미로가 있었다.
지하 1층, 트레인 메이즈.
지하 2층, 일루젼 메이즈.
지하 3층, 크리스탈 메이즈.
그리고 지하 4층.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미로.
회귀 전에도 소문만 무성하게 들었을 뿐, 알려진 게 전혀 없었다.
절대신들 몇 명이 가끔 들른다곤 하지만 그뿐.
이것조차 단순한 헛소문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지하 4층…… 원래는 기회가 안 되면 안 가기로 판단했었지만.’
그렇기엔 그곳에 있는 ‘무언가’가 시현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욕망을 자극했다.
시현 혼자 간다면 실패할 확률이 굉장히 높은 것들이 있었지만.
‘성공만 한다면…… 에덴이 지구에 개입할 시간을 몇 년이나 끌 수 있어.’
시현의 목표는 미카엘, 루시퍼, 제우스, 오딘을 끌어내리는 것.
그중 미카엘.
안 그래도 라미엘 때문에 휘청이는 녀석의 ‘에덴’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
쿵.
“누구냐!”
“감히 신성한 회의 중에…….”
수정궁 알현실.
이젠 ‘폭룡모루’라는 이름으로 바뀐 이곳에서.
공동 경계를 서고 있던 드워프들이 침입자에게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
“오셨습니까?”
시현의 얼굴을 확인하자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무슨 일이냐!”
“분명 누구도 들이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나도 안 돼?”
“……아닙니다. 오시죠.”
시현의 얼굴을 확인한 퀴잉이 시선을 피했다.
그는 명실상부 이곳의 최강자.
홀로 마그마 웨이브를 막을 수 있고, 그 흉포한 폭룡교를 단순히 힘으로 누른 존재였다.
단순히 강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드워프들을 구해준 은인 중 은인이었다.
“퀴잉. 할 말이 있어. 따라와.”
그렇게 회의실에 다짜고짜 들어온 시현이 퀴잉을 따로 불러냈다.
“정의수호자가 필요해.”
“네? 아무리 그래도 줬다 뺏는 건 좀…….”
“누가 가져간대? 잠깐 빌리는 거야. 아주 잠깐.”
“…….”
잠시 시현을 흘겨본 퀴잉이 피식 웃었다.
“하긴, 타락왕 님 정도 되시는 분이면 힘으로 빼앗아 가실 수도 있겠죠.”
“뭐…… 그러지 않을 거긴 한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굳이 안 그래도 되니까.”
짧은 대화를 나누며.
시현은 아직 복구가 제대로 안 된 수정 모루에 다시 도착했다.
“꾸르르릉!(이번에도 어딜 가는 거냐!)”
“가야지. 이번엔 네 역할이 중요하다고.”
“꾸? 꾸릉?(역할? 그게 뭔디?)”
“있어. 가살아. 이제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시간이다.”
시현이 가살의 머리를 세차게 쓰다듬는 동안.
퀴잉은 토석인들을 시켜 수정 모루 잔해를 치우고.
인간 플레이어들은 각기 다른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지구로 복귀했다.
지금 지구로 돌아가 봤자 마수들이 많은 것도 아니었기에.
이곳에서 사냥을 하거나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게 명백한 이득이었다.
“시현 씨.”
그사이 바이런트를 만나 폭룡교에 대한 전권을 넘겨준 천유리가 시현에게 찾아왔다.
“오셨어요?”
“네.”
그렇게 몇 분 후.
드드드드득.
라미엘의 환상 번개 때문에 완전히 박살 나 버린 수정 모루 사이에서.
무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그걸 본 그 즉시, 퀴잉이 모든 드워프들을 물렸다.
해머 왕가의 유일한 적자인 본인만이 저걸 볼 자격이 있기 때문이었다.
후우우웅…….
모습을 드러낸 건 섬뜩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문이었다.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철문이었지만 이곳에 모인 셋은 알 수 있었다.
저곳으로 함부로 다가갔다간 뼈도 못 추릴 것이라는 걸.
“어, 어떻게…….”
저곳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에, 퀴잉이 놀라 시현을 쳐다봤다.
“저 기운은 폭룡의 기운이 아닙니까? 왜 저희가 이교도라 여겼던 폭룡의 기운이 저곳에서…… 이걸 알고 계셨습니까?”
“알았지.”
“왕족인 저도 모르는 사실을 어떻게…….”
“죽기 전에 너희 아버지가 말해주셨거든. 저기로 들어간 뒤 조치를 취해 드워프들을 안전하게 해달라고.”
“아…….”
시현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지만, 퀴잉은 감동해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시현 님!”
“왔냐?”
저 멀리.
누군가 드워프들을 이끌고 시현에게 다가왔다.
“감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상대의 모습을 본 퀴잉이 이를 갈며 분개했다.
7왕자, 탄.
해머 왕가의 유일한 적자임과 동시에 더러운 배신자, 린의 유일한 핏줄이었기 때문에.
퀴잉을 비롯한 모든 드워프들은 그를 좋게 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든 그를 찢어 죽일 궁리만 하고 있었다.
시현이 지켜주지 않았다면 실제로 탄은 찢어 죽었을 것이다.
“내가 불렀는데?”
“…….”
시현의 말에 퀴잉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분만 삭일 뿐이었다.
“걱정 마. 쟤랑 같이 갈 거니까. 탄이 이곳으로 돌아올 일은 없을 거야.”
그렇게 탄과 그를 따르는 10명의 드워프들, 그리고 천유리를 데리고.
시현이 서서히 문으로 다가갔다.
수정 모루 아래 꽁꽁 숨겨놓은 덕분에, 셋을 제외한 그 어떤 드워프들도 모르는 저 문은.
지하삼왕의 기억에 따르면 지하 4층으로 가는 유일한 문이었다.
[아이템, ‘정의수호자(SS)’를 획득하였습니다.]퀴잉에게 정의수호자를 건네받은 후, 키비시스에서 열쇠를 꺼내 들이대니.
우우우웅!
마치 자석이 달라붙듯 두 아이템이 달라붙었다.
[아이템, ‘심장으로 향하는 열쇠(??)’를 장착합니다.] [훌륭합니다! 두 아이템이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킵니다.] [히든 피스를 발견하였습니다!]‘이런 걸 보면 시간이 좀 걸렸더라도 모든 기억을 뒤져보길 잘했단 말이야.’
-그 말엔 동의한다. ‘심장으로 향하는 열쇠(??)’만 무작정 꽂았으면 지옥불에 휩싸인다고 했던가?
‘그래도 문을 통과할 순 있었겠지만 말이야.’
시현이 세계수 수호자 1장로, 위즈덤비어드에게서 얻은 아이템 중 하나.
그 활용법이 드디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숨겨진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지옥불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하 4층, ‘미러 메이즈’의 문이 열립니다.]“퀴잉. 잘 지내라.”
시현을 본 퀴잉이 복잡미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가 온 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불행의 연속이었다.
아버지가 포함된 지하삼왕이 죽고, 여왕 린 때문에 세계수 수호자들과의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반면 행운의 연속도 있었다.
그렇게 증오하던 폭룡교와 어떻게든 화해했고, 신의 아이템을 연구하고 발전시킨 덕분에 아이템 제작, 수리 실력이 크게 늘었으며.
유일한 왕이 되었다.
그렇기에 퀴잉에게 시현은 은인임과 동시에 자신의 힘으론 어떻게 할 수 없는 절대자였다.
“가자.”
천유리의 명령을 받은 바이런트와 엘프들에게 적개심을 가진 퀴잉은 힘을 합쳐 세계수 수호자를 말살하려 들 터.
마지막 인사까지 했기에, 더 이상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네.”
그렇게 말한 퀴잉이 정의수호자를 건네받은 뒤, 자리를 피해주었다.
시현이 미리 말한 대로였다.
주변에 어떤 존재도 없단 걸 확인한 시현이 키비시스를 열었다.
그러자 그곳에서 나온 건 놀랍게도 수정 왕좌였다.
“이, 이건?”
“혹시 몰라 챙겨놨지.”
해머 왕가, 그리고 클로스 왕가.
두 왕가를 상징하는 수정 왕좌를 본 천유리와 탄의 눈이 커졌다.
“천유리 씨는 이 두 왕좌를 가지고 탄과 함께 하남으로 돌아가 주세요. 그리고 탄. 넌 이걸 가져가라.”
키비시스에서 온갖 제작 기술이 담긴 책과 스킬북들을 꺼낸 시현이 말했다.
“이건……?”
“너희 아버지가 남긴 거야.”
“아…….”
시현의 말에 탄과 그 뒤에 있던 드워프들이 감격해 울었다.
“와, 왕께서…….”
“아아…… 돌아가시기 전에.”
‘쟤들 좀 많이 우네.’
-그러게. 장도현하고 붙여놓으면 볼만하겠네.
탄은 용감한 축에 속했으며, 시현을 잘 따랐고.
그가 있어야 다른 드워프들을 통제할 수 있었기에.
녀석을 하남에 박아놓는 것도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
게다가 드워프들과 오영일, 오인수가 이끄는 대장장이들의 시너지도 기대되었다.
“왕좌는 어디에 놓을까요?”
“소내섬에 놔야죠. 아, 그리고 천유리 씨, 혹시 조건을 만족하셨나요?”
시현의 말에 천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소내섬으로 가자마자 수정 왕좌에 앉아 [왕의 시련>을 진행하세요.”
“네. 알았어요.”
그렇게 시현이 모든 이들을 이끌고 열린 문에 손을 가져댄 순간.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하 4층 ‘미러 메이즈’로 이동.] [▶지구로 귀환.] [*단, 지구로 귀환 시 다시 크리스탈 메이즈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파아아아앗!
시현을 제외한 모두의 몸에 빛무리가 휩싸이며, 지구로 이동되었다.
“가자.”
-좋아.
“꾸르르! 꾸룽!(들어가자! 가!)”
[지하 4층 ‘미러 메이즈’로 이동합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