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197)
신의 천적, 회귀하다 197화
119. 미러 드래곤 플립(1)
[멍청한 놈.]플립이 가살을 비웃었다.
[무슨 환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멍청하기 그지없구나.]지이이잉!
가살이 플립의 몸에 부딪친 그 순간, 녀석의 몸에 거대하고 투명한 거울이 생성되었다.
반사의 권능.
미러(Mirror) 드래곤인 녀석만이 가지고 있는 권능으로.
피해량을 고스란히 상대에게 되돌려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물론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공격으로 저 괴물 같은 놈을 제거하거나 제압할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적어도 플립은 그렇게 생각했다.
콰아아아앙!
투명한 거울 막을 봤음에도, 가살은 멈추지 않고 온몸을 부딪쳤다.
[이걸로 성가신 녀석 하나는 끝…….]부우우우웅!
‘이건?’
채찍처럼 휘어져 오는 묵직한 무언가를 느낀 플립이 꼬리를 휘둘렀다.
둥!
지이이잉!
플립의 꼬리와 가살의 기다란 코.
신수만이 사용한다는 신력과, 드래곤이 완벽하게 지배하는 마력.
그 두 힘이 맞부딪치니 쇠가 진동하는 듯한 소리가 주변으로 퍼져 나간 것이다.
지이이이잉!
그 충격파에 다른 모든 마수들은 물론, 그렇게 강력하다는 아이언 엔젤들마저 온몸을 떨며 튕겨져 나갔다.
‘젠장! 단순히 부딪쳤을 뿐인데 이런 위력이라니.’
시현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나갔지만.
이내 천총운검이 가진 [폭풍의 눈>과 ‘가벼운 발걸음(S)’ 덕분에 간신히 다시 앞으로 올 수 있었다.
[어, 어떻게?]물론 제아무리 신수인 불가살이라 해도 반사의 권능이 충분히 통했지만.
문제는 가살이 가한 ‘피해’의 종류가 온몸을 부딪쳐 가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플립이 가진 반사의 권능으로 튕겨낸 가살의 힘은 ‘철’에 관련된 것.
그리고 불가살이에겐 그 어떤 날붙이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즉, 가살은 반사된 피해에 그대로 노출되었음에도 어떤 대미지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이대로 있을 순 없지.’
가살은 시현 본인이 직접 부화시킨 펫.
제아무리 똑똑한 신수라 해도 주인 된 도리로서 홀로 드래곤에 맞서게 할 순 없었다.
콰드드득.
천총운검을 강하게 쥔 시현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지이이잉!
여전히 가살과 플립이 맞서 싸우고 있는 상태.
무적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가살이라 할지라도 그 ‘드래곤’을 상대로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번쩍!
실제로 플립은 철 속성에 유리한 화염 속성 마법으로 가살의 몸을 녹이고, 얼음 속성 마법으로 균열을 벌린 뒤, 바람과 땅, 번개 속성 마법으로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크워어어!”
가살의 입장에선 다행스럽게도.
원래 몸에서 단순히 철이 ‘증가된’ 부분이었기 때문에, 고통 따윈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까드드득.
그렇다 해도 가살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단순 피지컬로도 뒤지는 현실에 마법까지 더해지니,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아니, 드래곤을 상대로 버티는 것만으로 가살은 이미 충분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셈이었다.
“우리 가살이.”
후우우우우우웅!
“괴롭히지 마.”
[크흑!]뒤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에.
신나게 가살을 몰아붙이고 있던 플립의 눈이 커졌다.
‘벌레치곤 꽤나 강력한 일격이군.’
물론 저 공격을 맞는다 해서 죽거나 중상을 입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몸이 잠깐 멈칫할 수도 있고, 아주 작은 상처가 생길 수도 있었다.
벌레 따위에게 상처 입는 건 드래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에.
플립은 그대로 몸을 돌아 피했다.
타앗.
그 틈을 탄 가살이 뒤로 물러나고, 시현이 그 위에 올라탔다.
[…….]“…….”
시현의 눈동자가 자신의 몸보다도 훨씬 거대한 플립의 눈동자와 마주했다.
[건방지구나. 감히 똑바로 눈을 뜨고 날 쳐다보다니 말이야.]파스스스!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플립 주변으로 수백, 수천 개의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과연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다운 마력, 마법 활용이었다.
[만만한 놈은 아닌 것 같으니 최대한 빠르게 보내주마.]“역시 이래서 드래곤 새끼들은 말이야.”
그 모습을 본 시현이 가살의 등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좀 맞고 시작해야 해.”
사아아아!
이내 플립이 생성한 마법진에서 온갖 색의 빛깔들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경룡 플립.
지하 4층, 미러 메이즈는 다름 아닌 녀석의 ‘레어’였다.
드래곤 레어(Dragon’s Lair).
드래곤이 실제로 살고 있는 곳으로, 말할 것도 없이 모든 던전형 재앙 중 가장 난이도 높은 곳.
마지막 재앙까지 살아남았던 베테랑 중 베테랑 플레이어들도 30분을 버티지 못한다는, 악명 높은 곳이었다.
이제 고작 다섯 번째 대재앙을 마주한 플레이어인 시현이 이를 맞서는 것?
명백한 무리였다.
아니, 무리를 넘어선 불가능이었다.
비록 시현이 회귀 후, 절대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들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이것만큼은 명백한 무리였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말리지 않았지.
메헨이 중얼거렸다.
시현과 같이 지하삼왕의 기억을 봤다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
사실상 메헨이 알고 있는 건 많이 없었다.
‘그래서 궁금했지. 이놈은 무리라고 생각되는 것도 항상 나름의 이유나 돌파구를 만들어낸 후 움직였는데……. 무려 드래곤을 상대로 인간의 잔꾀가 통할지 궁금했어.’
물론 플레어 둠 같은 강력한 드래곤은 아니라 하지만.
드래곤은 드래곤.
시현 같은 인간은 벌레 밟듯 죽여 버릴 수 있는 초월체였다.
그런데 지금 시현은 그런 드래곤을 상대로 버티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버티는 게 아니었다.
동수(同數).
녀석은 그 드래곤을 상대로도, 인간의 몸을 가지고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야 이 타락왕이라는 놈에 대해 조금 알겠어.
타락왕 이시현.
이놈에겐 불가능이 없었다.
“메헨. 준비해.”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러 플립의 마법을 파훼하던 시현이 중얼거렸다.
“연계기. 등록했던 김에 지금 싹 다 써보자.”
시현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은 그가 가진 힘을 모두 발휘해야 한다는 걸.
***
‘드래곤과는 협상할 수 없어.’
시현이 중얼거렸다.
‘그래서 녀석을 공격한 거지.’
시현은 플립에게 바라는 게 있었다.
하지만 드래곤들은 인간들을 벌레만도 못한 존재로 인식했기에.
녀석과 ‘말’로 해결할 순 없었다.
드래곤이란 족속들은 인간이나 미물 같은 벌레들과 말을 오래 섞는 것만으로도 자존심 상해 하는 오만한 녀석들이었으니.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힘으로 제압해 녀석을 굴복시키는 것뿐이었다.
‘못해도 하급신, 대부분이 중급 신에 맞먹는 드래곤을 힘으로 제압한다? 그게 설득하는 것보다 어렵지.’
씨익.
‘하지만 지금은 조건이 잘 맞아서 마냥 불가능한 일도 아니야.’
지하삼왕의 기억을 뒤져 이곳이 초월적인 존재, ‘드래곤’의 레어임을 알고서도.
시현은 이곳으로 들어왔다.
물론 자살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난 아직…….”
파지지직!
“할 일이 많다고.”
시현이 이곳으로 들어와 플립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첫 번째, 수면 중인 드래곤을 지키는 ‘가디언(Guardian)’들.
녀석들은 고대 드워프제 철로 강화되고, 이뤄져 있었기 때문에.
가살만 있다면 가디언들을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물론 가디언들은 드래곤 본체에 비하면 굉장히 약한 존재들이었으나.
엄청난 숫자로 드래곤을 수호하는 그 녀석들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플립을 이길 수 있다 확신한 두 번째 이유.
[[혼돈의 태양>을 발동합니다.] [[백야>를 발동합니다.]시현의 아이템들이 승격해 훨씬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화르르르륵!
[백야>.밤의 장막이 보랏빛 밤을 드리우고, 시현의 머리 위를 시작으로 키비시스의 100개의 눈이 떠졌다.
눈 각각엔 솔로몬의 반지에서 나온 육망성이 형성되었고.
어둠에선 타락한 영광의 촉수가 튀어나왔다.
[이게 뭔?]한 인간에게선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광경이었기에.
플립이 당황해 날아올랐다.
드래곤다운 재빠른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판단’에 걸리는 약간의 시간은 있는 법.
그래서 녀석은 늦어버렸다.
까드드드득.
무수한 촉수들이 플립의 마법진을 부수고, 갉아먹었다.
녀석의 몸을 옥죄었고, 이빨이 부서지든 말든 비늘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악!]난생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플립이 당황해 허우적거렸다.
반사의 권능은 이미 가살에게 쓴 상황.
지금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다.
‘비, 빌어먹을!’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밤하늘에 떠진 눈들이 촉수를 직접 조종했고, 마력의 흐름을 꼬아대고, 지배해 대니.
속까지 울렁거렸다.
-1번부터 87번까진 재빨리 움직여! 나머지는 가살이를 도와 가디언들을 먹어버려라!
메헨의 명령과 함께 키비시스의 눈동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화르르르륵.
[크아아아아아아!]그렇게 제압당한 플립의 위로 검은 태양이 천천히 내려왔다.
단순히 [태양강림>으로 만들어낸 태양이 아니었다.
[혼돈의 태양>.타락한 영광의 [겸손> 특수 효과와 태양원반의 [태양강림> 특수 효과가 연계된 연계기였다.
파스스스…….
점점 자신의 몸이 타오르는 걸 보며.
플립이 다급하게 정면을 쳐다봤다.
‘없……어?’
당연히 정면에서 달려들어 올 거라 생각한 상대가 보이지 않았다.
‘이 와중에 숨다니! 쥐새끼 같은 놈…….’
플립이 이를 갈았다.
[네놈 생각대로는 안 될 것이다!] [퓨리 오브 더 헤븐(S)] [메테오 스웜(SS)] [앱솔루트 베리어(SS)] [엘리멘탈 퍼니쉬먼트(SS)]녀석이 가진 온갖 고위 마법이 사방에 휘몰아쳤다.
퉁!
몸 주변으로 형성된 방어막이 퍼져 나가 [백야>의 모든 공격을 막아냈고.
거울궁 하늘이 열리더니 수많은 운석 조각이 쏟아져 내렸다.
수많은 벼락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고, 온갖 속성을 담은 광선들이 바닥에 쏘아져 내렸다.
콰과과과과광!
단일 개체가 부릴 수 있는 광경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크흑…….]키비시스의 특수 효과 [마력 교란>과 [마력 지배>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마력을 끌어올린 것이었기 때문에.
플립의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아니, 최악이었다.
마력회로가 잔뜩 꼬여 마법의 위력이 평소의 70%도 나오지 않았다.
“그놈 참.”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애쓰네.”
다급한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고위 마법 스킬들을 캐스팅해 난사했기 때문에.
플립은 알지 못했다.
시현이 소환한 [혼돈의 태양> 주변으로 먹구름이 모이고 있다는 사실을.
후우우웅…….
[아이템, ‘드라우프니르(C)’가 환영을 복제합니다.] [스킬, ‘천뢰(EX)’를 발동합니다.]드라우프니르 덕분에 한껏 빨라진 캐스팅 속도 덕분에.
파지지지직.
어느덧 먹구름에서 검은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건방진!]자신이 인간에게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일까?
일단 ‘앱솔루트 베리어(SS)’로 안전을 확보한 플립이 두 발로 섰다.
마력 회로가 꼬인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일격이 있었다.
[어디냐! 어디냔 말이다!]플립이 흥분해 이리저리 몸을 흔들었다.
“성격 급하긴.”
여유롭게 몸을 피한 시현이 자리에서 한 바퀴 굴렀다.
시현이 녀석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세 번째 이유.
녀석이 아직 어린 드래곤이기 때문이었다.
지하삼왕이 본 기록에 따르면 녀석이 태어난 지는 고작 800년.
아직 헤츨링 등급을 벗어나지도 못한, 어린 드래곤이었다.
이맘때의 드래곤들은 전투 경험이 아예 없기 때문에.
이렇게 ‘흔들어’ 놓으면 정신 못 차리고 흥분하곤 했다.
그리고 플립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완전히 시현의 예상대로였다.
콰아아아앙!
플립이 발버둥 치는 사이, 지금까지 가디언들을 집어삼켜 몸집을 더 불려온 가살이 그대로 몸통을 부딪쳐 왔다.
“크워어어어!(2차전이다!)”
[미물 새끼가!]앱솔루트 베리어가 있었기에 충격은 없었지만.
그걸 유지하는 마력이 한 번 더 흔들렸다.
치이이익…….
[크아아아악!]그리고 그 순간.
저 멀리서 팔찌를 부여잡고 무언갈 캐스팅하고 있는 시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살과 앱솔루트 베리어가 부딪친 충격 덕분에.
거울 잔해들이 허공으로 튀어 올라 모습이 드러났던 것이다.
우연이자 행운이자, 기회.
아무리 전투 경험이 없는 플립이라 할지라도 그 기회를 놓칠 리는 없었다.
[소멸해라! 벌레 놈!]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현을 보자마자 플립이 입을 벌려 무언가를 쏘아냈다.
녀석이 사용했던 어떤 힘이나 마법보다도 강력한 일격.
브레스였다.
콰과가가가가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투명한 브레스를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니까 너는 아직 어설프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