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206)
신의 천적, 회귀하다 206화
121. 변절자(2)
[[진실의 눈>을 발동합니다.]시현이 가진 연계기, [진실의 눈>.
이 힘이 있다면 상대의 정보를 볼 수 있었다.
여기엔 명백한 한계점이 있었다.
시현이 [진실의 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어디까지나 ‘개인’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진실의 눈>을 통해 플레이어들 하나하나를 다 볼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마법사인 천유리의 힘이 필요했다.
“갈게요.”
“네.”
[스킬, ‘스킬 변형(A)’을 발동합니다.] [스킬, ‘마나 스프레드(C)’를 발동합니다.]스킬이나 특수 효과를 살짝 변형하는 ‘스킬 변형(A)’.
말 그대로 마력의 영어 버전인 마나(Mana)를 널리 퍼뜨리는 ‘마나 스프레드(C)’가 천유리의 양손에서 펼쳐졌다.
‘좋아.’
이렇게 해볼 수 있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스킬 변형(A)’ 효과로 인해 시현이 발동한 연계기 [진실의 눈>은 약화된다.
다양한 정보를 물어오던 과거와는 다르게 시현이 지정한 정보 ‘하나’만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대신 ‘마나 스프레드(C)’ 효과로 인해 광범위한 플레이어들의 정보를 한 번에 드러낼 수 있었다.
시현이 드러내고자 하는 단 하나의 정보는 바로 ‘종족’.
다른 건 필요 없었다.
파아아앗!
그렇게 시현의 [진실의 눈>과 천유리의 마법 스킬이 연계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어?”
“머, 머리 위에!”
그와 동시에 플레이어들의 머리 위에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종족: 인간] [종족: 좀비]그리고 ‘좀비’ 종족값을 가진 플레이어들 머리 위로.
화르르륵…… 번쩍!
시현이 일으킨 불길과 아스트라페가 떨어져 내렸다.
[훌륭합니다! 변절자를 처치하였습니다.] [공헌도가 상승합니다.] [변절자가 가지고 있던 모든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경험치가…….] [……포인트를…….]…….
“크아아아아!”
“내가 경고했을 텐데?”
시현의 두 눈에 스파크가 튀었다.
“인류를 배신하고 좀비가 되려면 그만한 희생을 치러야 할 거라고 말이야.”
“하, 한 번만 살려…….”
콰지지직!
좀비로 변한 사람들의 외침에도, 시현의 공격은 가차 없었다.
반론할 틈도 없었다.
그러기 전에 모든 좀비 플레이어들이 죽음을 맞이했으니까.
“자, 잠깐만요!”
“뭔가 오해가…….”
좀비 플레이어들과 친했던 동료, 혹은 친구들이 막았음에도 시현은 가차 없었다.
[[Stage: 26> 종료까지 남은 시간: 8일 2시간.]그렇게 10시간 후.
화르르륵.
시현과 천유리의 합작 덕분에 하남에 있는 모든 좀비 플레이어가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슬퍼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이 와중에도 균열이 열리고 좀비들이 계속해 쏟아져 나왔으니까.
“가시죠.”
“네.”
그렇게 시현과 천유리가 좀비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
좀비들을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이번 [Stage: 26>의 핵심은 변절자를 걸러내는 것.
균열에서 쏟아져 나오는 좀비들은 그 과정을 좀 더 헷갈리게 만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물론 저 좀비 떼만으로도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허우적댈 것이다.
좀비는 그 특성상 팔다리, 그리고 머리까지 전부 잘라내야 움직임을 멈추고 ‘처치’된 걸로 판정되었으니까.
하지만 시현이 가진 [혼돈의 태양>이라면 그냥 녀석들을 태워 소멸시킬 수 있었다.
화르르륵…….
어쨌거나 그렇게 시현은 하남을 완벽하게 방어해 낼 수 있었다.
“자. 그럼…… 할 게 남았으니.”
시현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사람들 좀 모아볼까?”
[Stage: 26>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 하남시를 위협할 수 있는 건 없었다.삐져나오고 있는 좀비들은 박나은의 스파르토이들로 충분히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현은 오영일, 오인수 쌍둥이에게 하남시 건축을 다시 한번 맡기고.
권속들을 불러모았다.
“난 간다.”
“어딜요?”
“어딜 가는 것이냐? 주인?”
권속들의 물음에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일본.”
이제 동아시아가 통합되었다.
그리고 시현의 목표 중 하나는 회귀 전에 같이 다녔던 동료들을 ‘구해주는’ 것.
천유리를 제외한 녀석들과 같이 다닐 필요까진 없었다.
시현에게는 권속들이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회귀 전, 목숨 바쳐 서로를 지켜준 동료들을 그냥 지나칠 순 없는 법.
이번 생에선 같이 다니지 않는다곤 해도, 녀석들이 조금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조치를 취해줄 생각이었다.
‘그래서 종천한테도 정보를 살짝 흘렸던 거고.’
중국에 있는 종천은 알아서 잘해낼 것이고.
미국에 있는 아담은 시현이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제 남은 건 일본의 츠키.
그녀를 구해야 할 때였다.
‘회귀 전에 츠키가 말했던 대로라면 츠키는 지금 갇혀 있겠지.’
[Stage: 26>이 시작되자마자, 츠키는 어느 세력에 의해 배신당해 갇히게 된다.여태까진 하남을 지키느라 일본으로 가지 못했지만.
이젠 일본으로 넘어가 츠키를 구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저희가 같이 안 가도 괜찮습니까?”
“응. 일본은 나랑 오크쟌만 간다.”
“혀, 형님?”
“왜 저 오크 놈하고만 같이 가요? 주인님?”
서영우와 박나은이 동시에 항의했다.
“크크크.”
‘아…… 또 시작하겠네.’
‘빌어먹을 오크 놈…….’
“너희들은 같이 못 간다. 주인이 가장 신뢰하는 오크. 그것이 나, 오크쟌이다.”
“너까지 유치한 싸움에 휘말리려는 거냐?”
-저놈도 정상은 아니야.
메헨이 혀를 끌끌 찼다.
“뭐, 오크쟌이 필요한 이유는 따로 있으니까. 가살이도 데리고 갈 거야.”
“꾸르릉!(당연하지!)”
[아이템, ‘키비시스(A)’가 피어납니다.]그렇게 키비시스가 열리고, 거대한 용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재앙이 끝나면 플립이 와서 훈련을 도와줄 거야.”
“재앙 끝날 때까지 안 오시게요?”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천유리 씨.”
“……네”
“SS급 칭호 얻으셨나요?”
시현의 물음에 천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크리스탈 메이즈에서 폭룡, 플레어 둠의 힘을 이어받아 SS급 칭호를 얻었던 것이다.
“그럼 슬슬 왕의 시련을 진행하세요.”
“아……!”
천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이 가져온 두 개의 수정 왕좌.
지하삼왕이 앉아 있던 그 왕좌들을 시현이 괜히 챙긴 게 아니었다.
그것들은 이원정이 가지고 있었던 어좌와 마찬가지로 [왕의 시련>을 진행할 수 있는 왕좌.
조건을 갖춘 천유리가 앉으면 이 히든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MVP는 이미 충분히 받았을 테니까.’
“알았어요.”
그렇게 천유리와 눈을 마주친 뒤.
시현이 오크쟌에게 손짓했다.
“가자.”
“잘 있어라. 하등한 것들.”
“크흐흠…….”
“다음엔 꼭 내가…….”
그렇게 각오를 다지는 서영우, 박나은을 뒤로.
시현이 퀵 비 위에 올라탔다.
“근데 너 안 무거우려나?”
“그렇게 몸무게가 많이 나가진 않는다. 주인.”
“꾸르릉!(딱 봐도 추락할 거 같은데!)”
하지만 퀵 비의 내구성은 생각보다 강했다.
오크쟌이 타도 별 무리가 없었던 것이다.
“좋아.”
위이이이이이잉!
그렇게 하남을 박찬 시현은.
일본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멍청한 시체 놈들.”
“좀비를 좀 싫어하나 봐?”
“좋아하진 않지. 녀석들은 저주받은 존재들이니.”
그렇게 오크쟌하고 퀵 비를 타고 날아가면서.
시현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강원도 산, 땅 할 것 없이 혈기를 내뿜는 좀비들이 개미 떼처럼 이곳을 장악한 상황.
심지어 바다라고 해서 다른 것도 아니었다.
저 끔찍한 존재들은 꼴에 헤엄을 치면서까지 기어코 육지에 다다랐는데.
그 모습을 보니 정말 징글징글하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곧이다.”
다행히 퀵 비가 생각보다 잘 버텨준 데다가, 시현과 오크쟌도 딱히 힘들어하지 않았기에.
둘은 24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 일본 땅을 볼 수 있었다.
“근데 이 나라 인간들은 왜 경계를 안 서는 건가? 주인.”
-안 서는 게 아니라 못 서는 거지. 멍청한 오크야. 지금 좀비랑 변절자로 난린데.
“……뱀 대가리 주제에 말이 많군.”
-이놈이 감히 상급 신에게!
투덕거리는 오크쟌과 메헨을 뒤로, 시현이 일본으로 시선을 옮겼다.
“퀵 비. 계속해 날아가.”
위이이잉!
퀵 비가 알겠다는 듯 계속해 날개짓했다.
“크아아아!”
“마, 막아!”
“저 녀석들 뭐라는 거냐, 주인?”
“……한국어라도 잘 배워서 다행이다. 넌.”
솔로몬의 반지가 있는 시현과 다르게, 오크쟌은 일본인들이 하는 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다.
물론 이런 사실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일본인들이 좀비 색출로 인해 정신이 없다는 것.
그리고 공중까지 살필 여력은 없다는 것.
그뿐이었다.
‘일본도 그대로네.’
전국시대 갑옷, 사무라이 복장, 부적을 날려대는 도복 차림의 플레이어들을 지나치며.
시현이 계속해 비행했다.
일본 플레이어들은 공중을 살필 여력이 없고, ‘아직’ 좀비들 중엔 대공 스킬을 가진 녀석들이 없었기 때문에.
퀵 비를 막을 수 있는 녀석은 아무도 없었다.
‘일본 플레이어들은.’
이윽고 도쿄에 다다른 시현이 눈을 빛냈다.
‘하나다.’
비꼬는 표현도, 비유적인 표현도 아니었다.
일본은 실제로 ‘하나의 태양’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거대 세력이었는데.
한국이나 중국, 몽골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다르게 ‘모든’ 플레이어들이 하나였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건 천일왕(天日王), ‘아라미 히요리’.
현재 타락왕 시현과 중국의 천마, 천리태 바로 뒤에 따라붙은 일본의 지배자였다.
위이잉!
“하나의 태양을 위해!”
“천일왕을 위하여!”
“위하여!”
천마가 이끄는 ‘천마신교’처럼 일본 플레이어들은 천일왕을 중심으로 한 ‘천일교’를 믿으며 뭉쳤다.
저런 행동 양식이 결코 나쁜 건 아니었다.
그 수단이 어쨌든 모든 국민이 저렇게 하나로 뭉치면 생존 확률이 커지는 건 사실이었으니.
‘다만 독재의 위험이 좀 있지. 그리고 독재란 건 언제나…….’
누군가의 원치 않는 희생을 불러오는 법이었다.
-……이 빌어먹을 미수가.
“멍청한 뱀 대가…….”
“그만들 싸워.”
빌딩들과 벚꽃들 사이에 둘러싸인 거대한 건축물.
뒤에는 환한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 한 신사를 쳐다보며, 시현이 둘을 말렸다.
좀비로 난리 난 다른 곳과 다르게 이곳은 그 어떤 피해도 입지 않고 있었다.
저곳이 바로 천상궁.
일본의 왕, 아라미 히요리가 거주하는 곳이었다.
***
“예상치 못한 손님이 왔군요.”
히요리의 말 한마디에.
사무라이 복장을 한 일본 플레이어들이 도를 움켜쥐었다.
눈을 감고 있는 히요리는 왕좌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그것도 날아서 말이죠.”
아라미 히요리.
다소 진한 화장이 있다고는 하나, 그녀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피부는 백도자기를 빚어놓은 듯 깔끔했고, 입술은 붉었다.
무엇보다 살짝 위로 말린, 기다란 속눈썹이 매력적이었는데.
남자라면 누구든 그 외모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말이다.
위이이잉!
그렇게 퀵 비를 탄 시현이 아래로 내려왔다.
“누구십니까?”
“눈을 감으니 누군지 모르지.”
시현의 말에 주변 사무라이들이 도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한 번만 더 무례하게 군다면 바로 베어버리겠다는 태세.
그 흉악함을 느꼈음에도, 시현은 입꼬리를 올릴 뿐이었다.
“웃기는 놈들이네.”
[아이템, ‘밤의 장막(B)’이 드리웁니다.]이내 시현의 주변으로 보랏빛 밤이 퍼져 나갔다.
“……!”
“……?”
손쓸 틈도 없이 펼쳐지는 밤의 장막에.
사무라이들이 긴장해 마른침을 삼켰다.
“싸움을 원해서 온 건 아닐 텐데요? 타락왕.”
이내 히요리가 눈을 뜨니.
그녀의 두 눈에서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뭐야, 알면서 물어본 거였어?”
“일본말을 상당히 잘하시네요.”
“내가 좀 다재다능해.”
“……일단 들어오시죠.”
“하지만 천일왕이시여!”
“안 됩니다! 위험합니다!”
주변 사무리이, 호위기사들의 만류에도 히요리가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세요.”
‘어차피 여기 있는 호위기사들만으론 막을 수 없는 인물이야.’
그렇게 빠른 판단을 내린 그녀가 시현을 안으로 들였다.
‘싸우러 왔으면 바로 공격했겠지. 저 인간도 바라는 게 있는 거야.’
스윽.
‘그리고 저 검…… 폭풍신께서 사용하시는 아마노무라쿠모노츠루기(あまのむらくものつるぎ)가 틀림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