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208)
신의 천적, 회귀하다 208화
122. 천일왕 히요리(2)
“이 무슨?”
히요리가 상황 파악할 틈도 없이.
시현은 이미 사라진 상황, 오크쟌은 그런 시현을 따라 뛰고 있는 상태였다.
‘설마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히요리가 땅에 머리를 처박은 채 기절한 10명의 사무라이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쿠노이치들! 어서 쫓아가!”
히요리는 동아시아 랭킹 3위인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엄밀히 따져 이동속도가 빠른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츠키가 있는 곳을 테러했다고? 츠키를 죽이려는 건가? 왜? 아니면 츠키를 구하려고? 그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데?’
히요리가 알기론 타락왕과 자신의 여동생 사이엔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츠키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다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구하려거나 제거하려 했으면 나랑 같이 갔을 때 그렇게 했으면 됐을 텐데? 잠깐 설마…… 내가 츠키의 달 근처에 있으면 힘이 증폭된단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건가?’
최대한 빨리 시현과 오크쟌을 따라잡으려 애쓰며, 히요리가 눈을 떠 빛냈다.
“그……럴 리 없어! 어떻게 내 힘을 미리 알고 있을 수 있어?”
미친 듯이 시현을 따라갔지만, 히요리의 능력으론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히요리뿐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이끄는 수많은 사무라이, 쿠노이치들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
시현과 그 부하는 생각보다 굉장히 빨랐다.
‘잠깐 설마?’
저 멀리 멀어지는 시현을 보며, 히요리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안 돼…… 이대로 한국으로 뜨면 난 저 녀석을 추격하지 못해.’
스틱스의 계약서.
그 효과 때문에 히요리와 일본 플레이어들은 1,000일 동안 한국 땅을 밟을 수 없었다.
최악의 경우 시현이 츠키를 데리고 한국으로 도망갈 터.
그 상황만은 막아야 했다.
뎅뎅뎅뎅!
불행 중 다행으로 천일궁을 지키는 일본 플레이어들이 경종을 울리고, 저기 보이는 네 명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
“이제 본격적인 시작인가?”
몰려오는 일본 플레이어들을 보며, 시현이 웃음 지었다.
“당신은 대체…… 일본말을 할 줄 아는 거예요?”
다콘에게 부축받던 츠키가 물었다.
“어. 할 줄 알아. 그 사실에 신기해하기보단 일단 여기서 탈출해야지.”
“……네.”
츠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눈앞의 사내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어디로 가든 언니인 아라미 히요리의 밑에 있는 것보단 안전할 거라고.
꿈도 희망도, 빛도 없는 이곳에 갇혀 있는 건 이걸로 충분했다.
[[백야>를 발동합니다.]화르르륵!
보랏빛 밤이 드리우고, 키비시스의 눈이 떠지고, 촉수가 삐져나왔다.
“커헉……!”
“이…….”
키비시스가 가진 100개의 눈동자에 노출된 일본 플레이어들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이곳 플레이어의 주를 이루는 건 마법적인 능력을 가진 무녀나 신녀가 아니었다.
그 주는 사무라이나 쿠노이치, 아니면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들.
‘이 말인즉, 이 녀석들은 석화 능력에 대한 면역이나 대처법이 없다는 거지.’
“타락왕!”
속수무책으로 굳어가는 플레이어들을 보며, 히요리가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경고! 강력한 태양의 힘이 드리웁니다!]화르르르륵!
이내 히요리의 후광이 부풀어 오르더니, 거대한 태양을 형성했다.
천일왕, 히요리.
왕격을 획득한 그녀는 일본의 세 절대신, 삼귀자 중 하나인 ‘아마테라스(アマテラス)’.
시현이 가진 천총운검의 주인, 스사노오의 누나이기도 했다.
“너만 태양 쓸 수 있는 줄 아냐?”
화르르륵.
이윽고 시현의 머리 위로 [혼돈의 태양>이 강림했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アマテラスオオミカミ).
하늘을 비추는 크고 존귀한 신.
‘타카마가하라’라는 세계를 다루는 절대신.
그녀는 강력했다.
어지간한 신들은 보는 것만으로 눈이 멀고, 몸이 타오를 정도로 말이다.
그런 그녀의 힘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활용하는 데다가.
왕격까지 획득한 아라미 히요리는 일본 제일의 신녀이자, 무녀이자, 왕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진 태양의 힘은 시현에게 있어 살짝 미치지 못했다.
“크흐흑…… 어떻게?”
다른 건 몰라도 태양을 근본으로 한 화염 속성 공격엔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 히요리가 당황하며 이를 갈았다.
원래 계획은 아마테라스의 힘으로 일으킨 태양 불꽃을 활용해 부하들을 석화시키는 저 눈동자들을 완벽히 태워 버리는 것이었지만.
시현이 맞서 일으킨 태양에 막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
“가라.”
화르르…… 콰드득!
[혼돈의 태양>이 거칠게 타오르더니, 히요리가 일으킨 밝은 태양을 짓누르기 시작했다.“이게 무슨…….”
그 모습을 본 츠키 또한 경악하며 시현을 쳐다봤다.
“언니의 태양보다 강한 태양이라니…….”
히요리는 무려 랭킹 3위에 달하는 플레이어.
그런 그녀를 순수한 태양의 힘만으로 짓눌러 버리다니.
‘대체 이 남자는…….’
그 어떤 공격도, 그 어떤 사람도 히요리를 상대로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한 츠키였다.
그만큼 일본 내에선 히요리와 ‘비교’될 만한 플레이어조차 없었으니까.
그야말로 절대자.
괜히 그녀가 천일왕이라는 이명을 달고 일본 전체를 지배한 게 아니었다.
“봤지?”
고개를 돌려 츠키를 본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언니는 절대자가 아니야. 그냥 좀 강할 뿐이지.”
“…….”
자신의 생각을 읽는 듯한 그의 말에, 츠키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나도…… 나도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가?’
그렇게 츠키는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시현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시현 또한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곤.
휘리리릭.
그녀를 그대로 던져 버렸다.
“으익?”
“살짝 거친 방법일 순 있지만.”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게 가장 확실하거든.”
그렇게 허공으로 붕 뜬 츠키가 당황하고 있을 때.
위이이이잉!
어느새 날아온 퀵 비와 그 위에 타고 있던 다콘이 그녀를 낚아챘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날아 도망갔다.
“츠키이이이이!”
키비시스의 눈 때문에 눈은 감고 있었지만, 히요리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멀어진다는 걸 파악했다.
그래서 소리쳤다.
“네가 가족을 버리고 나서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이 배신자! 더러운…….”
“더럽긴. 니네가 제일 더럽지.”
“……!”
모르는 사이 히요리 바로 앞까지 다가온 시현이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폭풍염뢰>를 발동합니다.]콰지지지직!
천총운검의 폭풍, 태양원반의 화염, 아스트라페의 벼락이 한데 뭉쳐 모든 걸 소멸시킬 기세로 히요리를 덮쳤다.
단순히 앞으로 와 아무런 힘이 담기지 않은 무기를 휘둘렀다면 시현의 몸은 이미 잿더미가 되었겠지만.
시현이 가진 세 절대신의 힘은 히요리로서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아오!”
“네. 누님!”
히요리의 명령에 누군가 폭풍을 가르며 시현에게 검을 뻗었다.
아라미 아오.
스사노오와 계약해 폭풍신의 힘을 이어받은, 아라미가의 막내였다.
“그런 짝퉁으로 내 상대가 되겠어?”
“뭐?”
콰드드득!
시현의 천총운검이 아오의 천총운검과 부딪쳤다.
파슥! 파스스스…….
이내 아라미 아오가 가진 천총운검의 이가 나가더니,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내 아마노무라쿠모노츠루기가?’
아라미 아오의 일본 내 랭킹은 무려 3위.
스사노오의 힘과 그의 검을 이어받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누나인 히요리와 힘을 합쳐 일본 내 반역자들을 처단하고, 그 어떤 재앙도 극복했던 그였지만.
지금 상대의 힘 앞엔 속절없이 밀려날 뿐이었다.
“크흐흑!”
“잔챙이는 빠져.”
시현의 천총운검이 아오의 천총운검과 부딪쳤다.
콰직!
이내 아오의 천총운검이 완전히 박살 났다.
아무리 레플리카라지만 신의 힘이 담긴 S급 무기를 그대로 박살 내고.
일본 랭킹 3위를 잔챙이 취급 하면서 날려 버리는 건.
시현이 아닌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오!”
중상을 입은 채 날아가는 남동생을 느끼며.
히요리가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너…… 너! 곱게 죽을 생각은 안 하는 게 좋…….”
콰아아아아아앙!
히요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
주변에서 미친 듯이 거대한 폭음이 들려왔다.
“크하하하핫! 약하구나! 인간들!”
시현이 데리고 온 거대한 오크.
오크쟌.
그가 날뛰고 있는 탓이었다.
‘이런 미친…….’
오크쟌은 시현과 달랐다.
시현은 그래도 같은 인간이라고 살짝 손속을 두었지만.
오크쟌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얀 망치를 들고 무식하게 내리찍는 것뿐만 하고 있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일본 플레이어들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리기엔 말이다.
콰아아앙!
망치를 한 번 내리찍을 때마다 생성되는 거대한 크레이터.
어떤 공격에도 흠집조차 나지 않는 미친 육체와 지치지 않는 체력.
심지어 날아다닐 수 있게 도와주는 갑옷까지.
시현도 시현이었지만 무적전차 같은 저 오크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젠장…… 젠장! 저걸로 끝이 아니야. 어떻게든 태양의 힘으로 석화를 막고 있다지만…… 내 마력이 끝나면 나도 석화에서 벗어날 수 없어.’
안 그래도 몸이 서서히 굳어 느려지고 있었다.
결국 최근의 일을 떠올린 히요리가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항복!”
씨익.
“항복! 우리가 졌습니다! 항복입니다.”
히요리가 그러든지 말든지 오크쟌은 계속해 망치를 내려치고 있었다.
하지만 시현은 그 말을 듣자마자 [폭풍염뢰>를 거뒀다.
‘그래. 이럴 줄 알았지.’
히요리의 일본은 현재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바다 위 중국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오가 가진 폭풍의 힘과 자신이 가진 태양의 힘이라면 그들을 상대하기에 충분할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본진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선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더 큰 피해를 입기 전 항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저 둘을 죽이거나 제압한다고 해도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터.
그 상황에서 중국의 침략을 받으면 말 그대로 일본이 ‘지배’당할 수도 있었다.
중국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그렇듯 수도 많고, 강력했으니까.
‘츠키를 뺏긴 건 어쩔 수 없어……. 여기서 피해가 더 커지는 것보단 나아.’
여동생이 납치당한 건 가슴이 시릴 정도로 분했지만,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었다.
복수한답시고 더 싸웠다간 일본이라는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었으니까.
‘젠장…… 젠장!’
상황이 이렇게 꼬인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강함.
동아시아 랭킹 1위, 타락왕 이시현이 히요리가 생각했던 것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
“좋아.”
히요리의 말을 들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야! 오크쟌! 그만 날뛰어!”
“알았다. 주인.”
쿠르르릉…….
그 말에 오크쟌이 망치를 어깨에 올렸다.
미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 신사 하나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지만, 오크쟌은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
츠즈즉.
시현이 소환한 키비시스의 눈이 감기고, 보랏빛 밤이 거두어져 갔다.
“츠키를 왜 데려간 겁니까?”
거의 폐허 직전까지 간 도쿄 한복판을 보며.
히요리가 물었다.
“구해주려고.”
“구해줘요? 당신이 뭔데…….”
“뭐. 더 싸우자고?”
슬며시 천총운검을 들어 올리는 시현을 보며.
히요리가 몸을 떨었다.
‘말이 안 통하는 인물이야…….’
이내 눈을 내리깔아 시선을 피하는 그녀를 본 후.
시현이 다시 천총운검을 내렸다.
“항복이라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자존심이 상해도 어쩔 수 없었다.
상황이 그러했으니까.
“그럼 전쟁 배상금 좀 줘라.”
“네? 배상금이라니 그게 무슨…….”
‘이대로 물러나 서로 안 싸우는 거 아니었어요?’라는 말을 간신히 삼킨 채.
두 눈을 동그랗게 뜬 히요리가 시현을 쳐다봤다.
“배상금이 뭔지 몰라? 돈 달라고, 돈.”
“…….”
“야, 안 되겠다. 오크쟌!”
“아, 알았어요! 얼마를 원하는데요!”
“얼마가 아니야.”
시현이 히요리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목걸이, 아니, 거기 달려 있는 곡옥. 그거 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