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209)
신의 천적, 회귀하다 209화
122. 천일왕 히요리(3)
“이, 이걸 달라고요? 미쳤어요?”
‘미쳤어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곡옥이 얼마나 귀하고 강력한지 아는 히요리의 입장에선 말이다.
“안 미쳤어.”
“…….”
아이템을 ‘목걸이’가 아닌 ‘곡옥’이라고 표현한 걸 보니.
상대, 이시현은 이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 안 돼. 이것만은…….’
히요리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시현이 오크쟌에게 소리쳤다.
“야, 엎어!”
콰아아아앙!
오크쟌과 시현은 말로만 하지 않았다.
정말로 망치를 내려쳐 크레이터를 생성해 버린 것이다.
“아, 알았어요! 줄게요! 주면 될 것 아닙니까!”
당황한 히요리가 소리치며 곡옥을 뜯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네. 한국도 일본을 1,000일 동안 침공하지 마세요.”
“그건 안 되겠는데?”
“안 되겠다니 그게 무슨…….”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 일본과 다르게 한국은 분열되어 있거든. 내가 다 통제할 수 없어.”
“……그러면 이렇게 하죠. 당신이 통제하는 세력만이라도 일본에 오지 못하게 하는 걸로.”
어차피 일본을 침공할 생각도 없던 시현에겐 나쁠 게 없는 제안이었다.
“좋아.”
[아이템, ‘키비시스(S)’가 피어납니다.]키비시스에서 ‘스틱스의 계약서(S)’를 꺼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작성해.”
“…….”
히요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계약서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었다.
“아, 그리고.”
“또 뭐가요?”
“이 계약서 하나당 상점에서 50만 포인트에 팔거든.”
“……?”
“총 200만 포인트다?”
***
그렇게 끝끝내 히요리에게서 200만 포인트까지 뜯어낸 후.
시현은 만족스러운 듯 곡옥을 만지작거렸다.
[아이템, ‘팔척경곡옥(S)’을 획득하였습니다.] [팔척경곡옥(S)]#태양신, 아마테라스의 힘이 담겨 있는 곡옥입니다.
▶재료 아이템
▶효과
[화염 +300] [마력 +50]*태양신, ‘아마테라스’의 계약자만이 특수 효과를 확인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현은 히요리와 달리 아마테라스의 계약자가 아니었기에.
특수 효과를 확인 및 사용할 순 없었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했다.
‘팔척경곡옥은 훗날 천총운검을 S급으로 승격시키는 데 요긴하게 쓰일 거야.’
손에서 빙글빙글 도는 초록빛 곡옥을 쳐다보며.
시현이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좋아.”
그렇게 팔척경곡옥을 키비시스 안에 던져 넣은 뒤.
시현이 슬슬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가볼까?”
***
[[Stage: 26> 종료까지 남은 시간: 12시간.]위이이이잉!
다콘의 등을 꼭 잡고, 퀵 비 위에 매달려 일본, 한국을 날아오는 꽤 긴 시간 동안.
츠키는 멍하니 과거를 떠올릴 뿐이었다.
“울어요?”
“네?”
“아, 맞다. 말 안 통하지…….”
앞의 다크 엘프가 뭐라는지는 알 수 없었기에.
둘은 침묵을 지키며 날아올 뿐이었다.
“…….”
그렇게 드디어 일본과 언니의 손아귀를 벗어났다는 걸 실감하며.
츠키는 두 눈을 꼭 감았다.
‘너무 힘들었어…….’
일본, 아라미 가(家).
이 가문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유례없는 가문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시초신 ‘이자나기’, ‘이자나미’와 계약했으며.
그들 사이에서 나온 세 남매가 각각 절대신이라는 강력한 신과 계약했던 것이다.
장녀인 아라미 히요리는 태양신 ‘아마테라스’와 계약을.
차녀인 아라미 츠키는 달의 신 ‘츠쿠요미’와 계약을.
막내인 아라미 아오는 폭풍의 신 ‘스사노오’와 계약을.
심지어 아버지가 외도로 낳은 장남 하루토까지 불의 신 ‘카쿠츠치’와 계약했으니.
일본과 연결된 세계, 타카마가하라의 신들이 이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알 수 있었다.
각각 강력한 신과 계약한 이 가족이 일본 황실을 몰아내고, 열도 전체를 통일시킨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일본에 온 그 어떤 신도 이들만큼 강하지 못했으니까.
‘진짜 지옥은 여기서부터였지.’
츠키 역시 츠쿠요미의 힘으로 언니를 도와 일본을 통합시키고, 그녀를 ‘천일왕’의 위치까지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천일왕에 오른 그 즉시.
히요리는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 어머니를 북부에 위치한 섬, 훗카이도로 보내 버렸다.
명목은 이제 곧 통합될 중국의 침공으로부터 일본을 막기 위함이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히요리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그들을 귀양 보낸 것을.
하지만 여기까진 약과였다.
‘츠키, 우리에겐 의무가 있어.’
언니의 말을 떠올린 츠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씨앗을 뿌려놓을 의무.’
결혼 생각이 없던 츠키에게 히요리의 말은 충격적이었지만, 받아들일 만했다.
그 상대가 아라미 아오만 아니었더라면 말이다.
‘나, 남동생하고 결혼하라고? 미쳤어?’
‘결혼이 아니야. 그냥 씨앗만 받아들이라는 거지.’
‘그게 뭔 개소리야! 언니 정말 미쳤구나?’
‘생각해 봐. 타카마가하라의 신들께서 왜 우리 가족을 선택하셨겠어?’
‘…….’
‘우리의 핏줄이 다른 인간들에 비해 ‘우월’하기 때문이야. 그게 이 재앙에서 살아남는 데 유리한 건지, 신들의 힘을 받아들이는 데 유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언니 정말…….’
‘그러니까 타카마가하라의 신들께서 우리를 계속 선택하시게 하기 위해선 이 핏줄을 이어가야 해. 아오뿐만이 아니야.’
히요리가 제안한 건 츠키에게 있어 더없이 끔찍한 일이었다.
‘오늘부터 아오와 하루토 오빠와 번갈아 가면서 자. 누구의 애를 배든지 상관없어. 그러면 핏줄은 이어지니까.’
‘싫어!’
그렇게 츠키는 히요리와 맞붙었다.
츠키의 입장에선 히요리의 제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버지가 같은 두 남자와 매일 동침하라니.
그것도 자신은 애를 낳기 싫다는 이유로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온갖 저주를 퍼부었지.’
히요리가 한 말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가족끼리 어떻게 거부하냐, 그럼 다른 더러운 것의 씨를 받겠다는 거냐, 등등…….
부모님이 이 상황을 말릴 수도 없었다.
이미 히요리의 힘은 부모님 각자의 힘을 넘어선 데다가, 둘은 훗카이도로 유배당한 상황이었으니.
결국 길고 긴 전투의 승자는 히요리였다.
츠키도 나름 잘 싸웠지만, 달이 태양을 이길 순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츠키도 순순히 당하지만은 않았다.
아오나 하루토와 동침한다면 곧바로 자살한다고 협박했던 것이다.
히요리의 입장에선 츠키가 유일한 씨받이였기에, 그런 그녀를 차마 죽이거나 강제로 맺진 못하고.
지하 깊숙한 곳에 가둬둘 뿐이었다.
츠키가 정신 차릴 때까지 말이다.
‘타락왕 이시현…….’
그렇게 중얼거린 츠키가 눈을 감았다.
‘감사해요.’
***
“가자고.”
“저것들 좀 더 혼내줘야 하는데 말이다.”
“냅둬.”
오크쟌이 아쉽다는 듯 콧김을 내뿜은 뒤, 그대로 망치를 내리찍었다.
다만, 이번엔 그 상대가 일본인 플레이어가 아닌 좀비들이었다.
“쿠워어어어!”
“크에에엑!”
변절자가 아닌 보통 좀비들은 시현과 오크쟌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근데 한국은 어떻게 갈 생각이냐?”
“배 타고 가야지.”
이미 히요리에게 말해 배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에.
시현은 걱정할 게 없었다.
물론 도쿄에서 강원도까지 배를 타고 가려면 꽤 많은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시현과 오크쟌이 ‘보통 사람’은 아니었기에.
어떻게든 배만 물 위에 뜨면 갈 수 있었다.
‘전기 모터 박살 나면 뭐…… 오크쟌한테 물장구라도 치라고 해야지.’
사실 시현이 굳이 오크쟌을 데려온 이유가 이것이었다.
녀석이 가진 힘이라면 수영선수가 물장구를 치듯 배에 매달려 발만 허우적대도.
어지간한 전기 모터보단 빠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볼 장은 다 봤어.”
계획대로 츠키도 구출하고, ‘팔척경곡옥’까지 획득했다.
‘[변절자> 퀘스트 덕분이지 뭐.’
츠키는 몰랐지만, [변절자> 퀘스트 자체가 그녀에겐 기회가 되었다.
히요리의 입장에선, 츠키가 좀비로 변해 ‘블러드 딥’에 종속된다면 생식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던 것이다.
그래서 변절자를 탐색해 주겠다는 시현의 제안을 뿌리칠 수 없었고.
시현은 츠키를 마주친 순간 다콘을 이용해 그녀를 구해낼 수 있었다.
‘어렵진 않았어.’
시현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었다.
‘오히려 좀 쉬웠지. 하지만…….’
시현이 츠쿠요미의 계약자, 츠키를 납치하고.
일본의 중심, 도쿄를 쑥대밭으로 만든 건 사실.
당장 1,000일 동안은 일본과 어떤 마찰도 없겠지만.
일본을 다스리는 타카마가하라의 신들의 입장에선 곱게 볼 수 없을 것이다.
‘찢어 죽일 놈으로 보겠지.’
그렇다 해도 녀석들이 시현에게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싸이코로부터 동료를 구했으면 된 거지. 안 그래?”
“난 가끔 주인이 뭔 말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뭐, 가자고.”
그렇게 도쿄 해안에 있는 배에 발을 내디디며.
시현이 웃었다.
“아. 그 전에 저 좀비들부터 어떻게 청소해야겠다.”
***
[[Stage: 26> 종료까지 남은 시간: 0초.] [[Stage: 26>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 [변절자 축출>을 클리어하였습니다.] [MVP: 천마 천리태.]이번 MVP는 중국의 천마, 천리태였다.
그럴 만했다.
시현이 이곳 일본에 와 협상하고, 색출하고, 히요리와 싸우는 동안.
녀석은 전쟁을 일으켜 좀비, 인간 할 것 없이 모두를 쓸어버렸을 테니까.
[Stage: 26>의 공헌도 기준은 좀비와 변절자를 찾아내는 게 아닌 처치하는 것.시현이 처치한 변절자는 사실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하면 별로 없었다.
이번엔 말이다.
[재앙이 끝나 [계약>이…….]……
[곧바로 [Stage: 27>이 시작됩니다.] [[Stage: 27>은 ‘구울’입니다.] [메인 퀘스트, [시체의 밤>을 획득합니다.] [메인 퀘스트: 시체의 밤>▶목표: 시체의 밤이 진행되는 동안 생존
▶보상: 없음.
▶추가 보상: 구울 처치 시마다 주어짐.
▶실패 시: 페널티 없음.
[경고! 메인 퀘스트, [시체의 밤>이 지속되는 동안 낮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Stage: 27> 종료까지 남은 시간: 9일.]‘역시 이렇게 되나?’
인간들을 덕질하는 플립의 입장에선 오열하겠지만.
[Stage: 26>과 [Stage: 27>은 쉴 틈 없이 이어진다.여태까지와의 재앙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리고 그 상대는 다름 아닌 강력한 마수.
구울(Ghoul).
단순히 걸어 다니는 시체인 좀비와는 다른 종족이다.
[경고! [변절자> 퀘스트로 인해 좀비 종족이 된 ‘변절자’들의 종족이 ‘구울’로 승격됩니다.] [‘구울’로 승격된 플레이어들은 이제 ‘블러드 딥’ 소속이며, 이들을 도와 인류를 멸망시켜야 합니다.]구울과 좀비의 차이점은 명확했다.
일단 구울은 시체가 아닌 또 다른 종족이었고, 좀비는 시체였다.
그래서 좀비로 변하면 생전 모든 힘을 발휘할 수 없지만.
구울로 종족이 바뀐다면 모든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대군단 ‘블러드 딥’의 혈기를 받아들여 더 강해질 것이다.
츠즈즈즉.
게다가 구울들은 지구의 인간들이 변한 변절자들로만 이뤄진 게 아니었다.
균열이 열리고 걸어 나오는 몇 명의 인간들이 그 증거였다.
마력도, 마기도 아닌 피의 힘 ‘혈기(血氣)’를 받아들여 사용하는 종족.
그렇게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상위 종족인 뱀파이어에게 절대복종할 수밖에 없는 비운의 종족.
겉보기엔 평범한 인간과 전혀 다름없는 저 녀석들이 바로 ‘구울’이었다.
“여기가 지구인가?”
“특이한 인간이 있는데?”
“수영하고 있는 좀비들 사이에서 배를 탄 인간과 좀비라…….”
시현을 본 세 구울이 흥미롭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
“겉보기엔 조금 잘생긴 녀석이지만.”
“뭐, 가지고 놀기엔 재미있겠네.”
“여차하면 강제로 구울로 만들어버리면 되니까.”
부우우우웅!
“좋네.”
빠르게 한국으로 향하는 배 위에서,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경험치들이 알아서 걸어 들어와 주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