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210)
신의 천적, 회귀하다 210화
123. 시체의 밤(1)
까드드득.
“가라.”
허공에 떠 땅을 바라보며, 블러드 딥 휘하의 구울 ‘컹캉’은 상대와 눈을 쳐다봤다.
‘이 정도 전력이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겠지.’
컹캉을 비롯한 이들 셋은 지구, 동아시아라는 지역에 온 모든 구울들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
‘한국’이라는 지역에서 가장 강한 플레이어를 찾아 회유하라는 명령을 받아 이 바다 위에 떨어진 상황이었다.
‘한국하고 가까운 바다에 떨어뜨려 주지, 이게 뭐람.’
컹캉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뭐, 나름 의미는 있지. 이곳 인간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아볼 수 있으니까.’
컹캉이 고개를 살짝 돌리자, 그녀의 분홍빛 머리카락이 사르르 휘날렸다.
까드드드득!
컹캉의 명령에 따라 수영하던 좀비들이 상대를 향해 헤엄쳐 갔다.
구울의 가장 큰 강점 두 가지.
그중 첫 번째, 이렇게 ‘시체’들을 다룰 수 있는 힘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비단 지금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좀비들뿐만이 아니었다.
“발버둥 쳐봐라, 인간.”
컹캉이 미소 지었다.
“얼마나 버티는지 보지.”
***
“오크쟌.”
“왜. 주인. 저 유사 시체들을 깨부술 시간이 온 건가?”
“맞아.”
자신에게 달려드는 두 구울을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것들은 부탁한다?”
“알았다.”
파앗!
짧은 말만을 남긴 채, 시현이 배를 밟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에 두 구울이 당황해 뒤를 돌아봤지만.
그런 여유조차 부릴 틈이 없었다.
“어딜 보는 거냐?”
녀석들의 머리 위론 각각 오크쟌의 망치와 거대한 손바닥이 드리우고 있었던 것이다.
파앗!
“오호, 다른 두 구울을 무시하고 나에게 달려든다라…….”
그 모습을 본 컹캉이 여유롭게 손을 휘저었다.
츠즈즉.
그러자 녀석의 눈동자가 빨갛게 물들더니, 붉은 혈기가 온몸을 감쌌다.
구울의 강점 중 두 번째.
이들은 혈기를 통해 육체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다른 어떤 종족에 비해서도 말이다.
“와라!”
그렇게 컹캉 역시 시현을 향해 쏘아져 내렸다.
“널 죽이면 이 좀비들도 잠잠해지겠지.”
“그건 날 죽였을 때 이야기지. 멍청한 것!”
혈기로 길게 늘어진 컹캉의 손톱이 순식간에 시현의 얼굴을 할퀴었다.
말이 할퀴는 것이지, 그 날카로움과 위력을 감안하면 거의 검사 클래스의 오러 블레이드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강철마저 순두부처럼 잘라 버리는 어마무시한 위력.
하지만.
[[폭풍염뢰>를 발동합니다.]‘응?’
상대가 일으킨 힘과 정면으로 맞붙으니, 손톱에 서린 혈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소멸되었다.
‘이 무슨……?’
그때서야 상대를 본 컹캉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새하얀 피부, 검은 머리, 붉은 입술.
무엇보다 이계 절대신들의 힘을 섞어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설마…… 타락왕?”
“이제 알았냐?”
파지지지직!
폭풍, 태양, 벼락이 한데 섞이며.
시현이 휘두르는 천총운검을 따라 한 폭의 그림을 자아냈다.
강력한 힘으로 모든 것을 밀어내고 베어버리는 스사노오의 폭풍.
모든 걸 태우고 녹이는 라의 태양.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모든 걸 박살 내버리는 제우스의 벼락까지.
자신이 알던 범위 내에선 ‘강한 축’에 속하는 컹캉이었지만.
한낱 구울 따위가 감당할 수는 없는 힘이었다.
“자, 잠깐…… 협상을…….”
“재미로 인간을 시험해 죽이려는 놈과 협상은 무슨.”
파지지직!
“가라.”
그렇게 시현이 천총운검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구울 서열 3위 컹캉의 온몸이 불타,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훌륭합니다! 광기의 구울 ‘컹캉’을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가…….]…….
“별것도 아닌 게.”
키비시스를 이용해 부산물을 빨아들이며.
시현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콰아아아아앙!
다른 두 구울 역시 혈기로 몸을 강화시킨 상태였지만.
오크쟌에 비하면 어림도 없었다.
‘저놈이 많이 강해지긴 했단 말이야.’
오크쟌은 혈기를 아예 쓰지도 않고, 순수한 육체의 힘만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있었다.
플레이어로 따지면 마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마수를 제압하고 있는 꼴이었다.
콰드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오크쟌의 손에 잡혀 있던 구울 한 마리의 머리가 으깨졌다.
나머지 한 마리는 이미 성유물에 의해 가슴팍이 푹 파여 절명한 상태.
더 볼 것도 없었다.
“좋아. 그럼.”
시현이 다시 오크쟌을 쳐다보고 말했다.
“가자고. 집으로.”
***
콰아아아앙!
화르르르륵!
그렇게 시현과 오크쟌은 바다를 건너 다시 육지로 왔다.
“저놈들 뭐야?”
“조, 좀비들! 공격해라!”
시현과 오크쟌을 본 구울들이 주변 좀비를 통제하고, 혈기를 사용해 그들을 압박했지만.
별다른 소용은 없었다.
시현은 물론, 오크쟌의 무력도 이미 평범한 마수들로는 위협이 전혀 안 되는 수준이었으니.
“그런데 이 밤은 마음에 들지 않네.”
[아이템, ‘밤의 장막(B)’이 드리웁니다.]이윽고 보랏빛 밤의 장막까지 드리운 시현과 오크쟌은 거침이 없었다.
마치 구울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외치는 식이었다.
“크흑…….”
“저 새끼들…….”
그 모습을 본 구울들이 멈칫했다.
당장에라도 저 녀석들을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이들이 가진 능력으로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구울은 좀비처럼 자아나 지능이 없는 시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죽을 걸 알면서도 달려드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싱겁네.”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걸음을 옮겼다.
“뭐, 가는 김에 재앙숲이나 들렀다 갈까?”
***
강원도 홍천.
이곳엔 한반도를 다스리는 세 절대신 중 하나 ‘마고’를 따르는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었다.
원래 이들은 한국의 중심인 서울에 있었지만.
마고와 환인 간의 협상, 급격하게 변하는 정세 등으로 인해 터전을 옮긴 것이다.
이곳은 제주도를 제외하면 마고파 신들의 가장 많은 힘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강력한 존재이며, 이들을 이끄는 ‘관리’.
꽃감관, 천태수.
그는 여느 때와 같이 몰려오는 마수들로부터 서천꽃밭을 지키고 있었다.
그 마수는 다름 아닌 구울.
고작 2명의 구울들 때문에, 천태수는 모든 힘을 잃은 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부상자부터 옮겨라! 이곳은 내가 맡을 테니!”
“예!”
최근 이곳을 점령하고 있던 엘프와 엔트들이 사라진 덕분에, 이전보다는 훨씬 수월한 상태였다.
지지부진하던 영토 확장도 이제 양평, 춘천, 횡성 등까지 확장된 상황.
단순 땅으로만 보자면 제주도보다 넓은 지역을 다스리고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영토가 확장되니 관리할 게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재앙숲만을 관리하던 때와 달리 이렇게 넓은 지역을 관리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드는 마수, 늘어가는 부상자, 사람들 간의 크고 작은 분쟁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이 사람들 사이에서 변절자를 못 찾아냈던 게 타격이 컸어.’
그리고 현재.
천태수는 내, 외부적으로 몰려드는 적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괴물로 변한다는 선택을 할 줄이야…….”
그중 가장 충격적인 건, 오래전 구해줬던 두 사내.
정진수와 조진성의 배신이었다.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으드득.
천태수가 이를 갈았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거처를 옮길 때, 온몸에서 피가 흐르는 병을 앓고 있었던 조진성.
누가 봐도 서천 강을 건너려다 실패한 사람의 증상이었기에.
천태수는 그를 알뜰살뜰 보살피며 치료해 주었다.
서천 강의 피해로 인한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었다 생각한 것이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오던 중, 한쪽 팔이 잘린 채 헤매고 있던 정진수.
한쪽 팔이 잘렸음에도 특성 효과 덕분에 상당히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던 그였기에.
천태수는 그 능력을 높이 사 휘하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둘은 천태수와 서천 사람들을 잘 지켜주는 듯싶었다.
그 뒤에 벌어진 엘프들과의 전쟁에서 누구보다 앞장섰으니까.
그래서 인간을 배신하고 좀비, 구울의 편에 선 게 더 이상했다.
‘왜…… 왜 배신을.’
하지만 천태수는 몰랐다.
이들이 처음부터 천태수를 뒤통수치고, 그가 가진 모든 세력을 먹어버릴 계획을 하고 있었다는 걸.
“꼰대 새끼가 잘 죽지도 않네.”
천태수 앞에 선 조진성이 이죽거렸다.
구울로 변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여전히 뚱뚱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하…… 마음 같아선 그냥 혈기 폭발시켜 죽여 버리고 싶은데.”
“야, 참아.”
옆에서 정진수가 실실 웃었다.
“그럼 우리가 여태까지 해왔던 게 무용지물이잖아?”
“크크크. 그건 그렇지. 천태수, 저 꼰대도 참 멍청하단 말이야. 우리가 준 차를 그렇게 꼴깍꼴깍 받아먹다니.”
“맞아. 그 안에 뭐가 들었을지 알고? 예를 들면 우리가 원하는 순간 상대의 마력을 제한할 수 있는 약이라든지?”
“저렇게 멍청해서 의대는 어떻게 나온 거야?”
“크크크크. 마수들만 안 나왔으면 나도 의대 갔을 듯?”
천태수의 입가에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정진수와 조진성
둘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정진수는 구울로 변한 뒤 비정상적일 만큼 강력한 신체 능력을 얻었다.
그리고 조진성은 비정상적일 정도의 혈마법을 획득했다.
천태수의 입장에선 둘이 어떻게 저렇게 강해졌는지 알 순 없었고, 중요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사실은 지금 저 둘을 막아야 한다는 것.
그럼으로써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꼰대 딸년은 예쁘던데?”
“그러니까. 꽤 쓸 만할 것 같더라고. 한 번 마주쳤던 사이라, 숨는 데 애 좀 먹었지만.”
“저 꼰대 완벽하게 제압하고 ‘그분들’께 넘기면 딸년도…….”
콰드드드드득!
둘의 말이 끝나기도 전.
발 주변에서 수많은 나무줄기가 솟아올랐다.
“잔재주를.”
그 모습을 본 정진수가 사방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팡! 팡! 팡!
정진수의 검에 닿은 나무들이 그대로 터져 나갔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
사아아!
터져 나간 나무들 사이로 꽃가루가 퍼져 나왔다.
“크흑!”
“어설프긴. 비켜!”
그 모습을 본 조진성이 혈마법을 이용해 꽃가루를 밀어냈다.
다양한 힘을 다루는 천태수인 만큼, 저 안에 무슨 이상한 효과가 있을지 몰라 취한 조치였다.
하지만 그게 둘의 실수였다.
사실 천태수의 식물 안에 있었던 꽃가루엔 별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이다!’
그렇게 기회를 포착한 천태수의 눈이 빛났다.
까드득.
발아래서 생성된 꽃잎이 작은 씨앗을 총알 쏘듯 쏘아냈고.
그 씨앗들은 그대로 정진수와 조진성의 발목으로 향했다.
데블 씨드(Devil Seed).
상대에게 기생해 힘을 흡수하는 악마의 씨앗.
천태수가 가진 가장 효율적인 공격방법이었지만, 상대를 너무 끔찍하게 죽이기 때문에 사용을 꺼려왔던 스킬이었다.
“하. 꼰대. 노리는 게 이거였어?”
하지만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정진수가 귀신 같은 반사신경으로 그것들을 쳐내고, 조진성의 뒷덜미를 잡아챈 것이다.
“시야랑 관심을 돌리면 다 되는 줄 알았지?”
파파팟!
정진수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은 조진성이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꼰대면 늙은이답게…… 그냥 가만히 따라오란 말이야!”
콰아아아앙!
조진성이 생성한 거대한 혈기 주먹이 천태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크헉……!”
이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천태수에게 다가간 조진성이 불량스럽게 고개를 꺾었다.
“괜히 힘 빼게 하고 있어.”
“그러게 말이다.”
파앗!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정진수와 조진성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떻게 여길?’
‘분명 다른 구울과 좀비들이 막고 있었을 텐데?’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흉흉한 눈빛을 가진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
“너, 너…… 넌?”
그 사내는 정진수, 조진성 둘 모두와 악연으로 얽힌 사내.
동아시아 내 랭킹 1위, 타락왕.
이시현이었다.
“너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