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211)
신의 천적, 회귀하다 211화
123. 시체의 밤(2)
“젠장!”
“이 새끼가 왜 여길!”
시현을 보자마자, 정진수는 재빨리 천태수에게 손을 뻗었다.
이제 구울이 되어버린 그에게 떨어진 블러드 딥의 명령은 ‘천태수를 산 채로 잡아오라’는 것.
그 명령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수행해야 했기에 일어난 행동이었다.
하지만.
“어딜.”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시현이 아니었다.
파아앗!
‘가벼운 발걸음(S)’으로 공중을 박찬 시현이 곧바로 정진수에게 달려가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이게 무슨……?”
“피해!”
그 모습을 본 조진성이 혈마법을 일으켰다.
[블러드 스피어(B)] [블러드 애로우(C)] [블러디 스톰(A)]혈기의 힘을 받은 조진성의 창과 화살이 빈틈없이 시현을 덮었고.
폭풍은 시현의 피부를 갈라놓으려 했다.
하지만.
[[혈식검>을 발동합니다.]피를 먹고 더더욱 강력해지는 타락한 영광과 천총운검으로 인해.
조진성의 혈마법은 시현에게 도움만 될 뿐이었다.
“빌어먹을!”
블러드 딥의 축복을 받아 강력한 신체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이제 정진수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힘은 혈기.
조진성과 마찬가지로, 그의 힘은 시현을 강하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이대로 계속해 밀어붙이면 천태수도 놓치고 나도 다친다.’
꿀꺽.
‘내가 다친다면 천태수를 생포할 기회는 영영 사라질 터. 그렇다면 차라리 여기서 잠깐 물러난 뒤, 다른 구울들을 불러오는 게 나아.’
생각은 길었지만, 판단과 행동은 빨랐다.
파아앗!
정진수가 검을 갈무리하며 뒤로 물러났다.
시현의 입장에선 둘을 제거하는 것보단 천태수를 살리는 게 우선이었기에.
지금 당장 천태수를 포기하면 ‘어느 정도’ 시간은 벌 수 있을 거라고.
정진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뭐 하냐?”
“……이건?”
하지만 시현은 정진수의 예상보다도 훨씬 강력했고, 집요했으며, 능력도 있었다.
“크아아아아!”
어느새 잘려 나간 자신의 두 다리를 보며.
정진수가 비명질렀다.
“저, 정신 차려! 이 새끼야!”
그 모습을 본 조진성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혈기를 집중했다.
그의 포지션은 마법사.
지금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정진수를 치료해야만 했다.
“젠장, 뭐가 어떻게 된…….”
조진성은 정진수의 다리가 왜 잘렸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자신이 사용하는 힘과 비슷한 바람이 몇 번 불더니 그의 다리가 잘려 나간 것만 보였을 뿐.
정확한 상황 파악은 어려웠다.
“보, 보통 놈이 아니야.”
“어떻게 된 건데?”
“천태수를 확보함과 동시에 나한테 검을 날리고, 우리가 가진 혈기를 모두 흡수하면서…… 내 다리를 잘랐어. 그것도 단순히 바람만으로.”
“그분들께서 내려준 육체에 손상을 입혔다고? 검으로 직접 벤 것도 아닌데?”
“……그래. 그것도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말이야.”
시현이 키비시스를 이용해 천태수에게 생명력, 마력 포션을 섭취시키는 동안.
조진성도 정진수의 다리를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
혈마법을 사용하는 구울, 조진성은 주변 시체나 좀비들로 다른 구울이나 본인의 몸을 복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구울들은?”
“곧 올 거다.”
“…….”
그렇게 둘이 서로를 쳐다보며.
다가오는 적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때까지…… 버텨야 해.”
“그래. 우리 둘만으론 저 녀석을 죽이는 것까진 무리겠지만. 버틸 순 있지.”
***
“아저씨. 뭘 하나 싶었는데 여기서 뒤통수나 맞고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크흑…… 시현이 너…… 여긴 어떻게?”
“타이밍이 좋았죠.”
천태수를 본 시현이 씁쓸하게 웃었다.
‘운이 좋았다’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시현이 하남으로 가는 길에 재앙숲에 들르지 않았다면 정말로 위험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으니.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면 안 된다니까요?”
“난…….”
“그래요. 일단 좀 쉬세요.”
그렇게 정신을 잃은 천태수를 두고.
시현이 앞으로 시선을 옮겼다.
“오랜만이네. 둘 다.”
“우리가 인사나 할 사이는 아니지 않나?”
어느덧 전과 다름없이 선 정진수가 시현에게 검을 겨누었다.
“그렇지. 질투심에 눈멀어 날 암살하려 한 놈이랑, 대놓고 뒤통수 치려다 걸려 모든 부하를 잃은 놈이니까.”
“닥쳐라!”
녀석들을 본 시현은 단번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시간을 끌려는 건가?’
녀석들도 자신과 정면으로 붙어선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래서 다른 구울들에게 신호를 보낸 뒤, 그들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을 터.
“무슨 생각하는지 뻔하네. 그런데 말이야.”
[[폭풍염뢰>를 발동합니다.]“그게 생각처럼 될까?”
천총운검에서 세 속성이 담긴 기운이 피어오르고.
콰아아아앙!
그대로 정진수와 조진성에게 내리꽂혔다.
[블러디 스톰(A)] [블러드 아머(C)] [블러드 실드(C)]블러디 스톰을 일으켜 시현의 공격 중 일부를 상쇄시킨 다음.
온몸에 피를 둘러 갑옷을 만들고, 방패까지 생성해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조진성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어?”
힘의 격차.
압도적인 차이.
시현이 이 둘을 이길 수 있는 이유 중엔 물론 움직임, 컨트롤, 아이템 활용 능력, 스킬 등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 녀석들을 ‘압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힘.
시현이 가지고 있는 단순한 힘 덕분이었다.
구울로 변해 페널티를 없애고, 혈기라는 강력한 힘을 받아도 극복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
“이건…….”
“마, 말도 안 돼…….”
위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벼락과 화염을 보며.
정진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내 특성은……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는 특성. 특히 마수가 아닌 플레이어를 살해했을 때 5배의 경험치를 주지.’
덜덜덜.
‘그, 그래. 무려 85레벨에 달하는 내 레벨과 주 스탯, 거기에 더해진 혈기라면 이깟 공격쯤은 버틸 수 있어. 한 번만…… 한 번만 버티면 어떻게든!’
구울이 올 거야!
라는 생각과 함께.
화르르륵…….
조진성과 정진수의 몸은 한 줌의 재가 되어 휘날렸다.
[훌륭합니다! 혈마법 구울 ‘조진성’을 처치하였습니다.] [훌륭합니다! 혈기사 구울 ‘정진수’를 처치하였습니다.]시현이 저 둘을 처치하는 데 필요한 건 오직 검으로 베는 것 한 번.
그뿐이었다.
‘천태수 아저씨도 마력 억제만 안 당했다면 싸워서 이겼겠지만.’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천태수를 보며.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뭐. 이번 한 번만 도와줘 볼까?”
***
“끄으으…….”
“정신이 드십니까?”
“꽃감관 님!”
며칠 후.
천태수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가 데리고 있던 서천꽃밭 주민들이 달려들었다.
“어떻게 된…….”
“구울의 배신과 좀비의 습격으로 위험했어요.”
그때서야 천태수는 볼 수 있었다.
저기 벽에 기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현을.
“다들 잠시만 나가주게.”
“하지만 꽃감관 님, 안정을…….”
“부탁이네.”
천태수의 강력한 모습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 방에서 나갔다.
“이시현! 너…….”
“진짜 위험했다고요, 이번엔. 그러니까 아무나 덥석 받아들이시면 안 돼요.”
“…….”
안일했던 건 사실이었기에, 천태수는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 내가 안일했지.”
“뭐, 일은 잘 풀렸으니까요.”
[[Stage: 27> 종료까지 남은 시간: 1일 22시간.]천태수가 잠들어 있는 사이, 시간이 꽤나 흘러가 있었다.
“……여길 지켜준 거냐?”
“그럼요. 동맹이잖아요.”
“고맙다. 정말 고마워…….”
천태수가 흉터 많은 손으로 시현의 손을 잡으며 인사했다.
“아저씨. 그렇게 고마우시면 해줄 일이 있어요.”
“해줄 일?”
“네.”
그렇게 천태수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웃으며.
시현이 눈을 빛냈다.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할 때인 것 같아서요.”
스윽.
‘세계와 세계 사이에서 말이죠.’
***
[[Stage: 27> 종료까지 남은 시간: 0초.] [[Stage: 27>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 [시체의 밤>을 클리어하였습니다.] [MVP: 타락왕 이시현.]이번 MVP는 시현이었다.
10위권에 드는 구울 3마리를 단독으로 잡았을 뿐 아니라.
추가로 다른 구울들을 잡고, 좀비를 가장 많이 잡은 것도 그였기 때문이었다.
‘아저씨가 누워 있는 동안 시간이 빠르게 흘렀지.’
돌아가는 상황을 전부 파악할 순 없었지만.
MVP를 주는 게 나쁜 일은 아니었기에, 시현은 이를 아주 기쁘게 받아들였다.
[MVP 보상으로 27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개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아이템, ‘스킬북: 피의 호흡(S)’을 획득합니다.]스킬, ‘피의 호흡(S)’.
보통 뱀파이어들이 사용하는 호흡법으로, 시현이 가진 ‘용의 호흡(SS)’과 같은 종류인 ‘호흡’ 계열 스킬이었다.
다만 혈기를 다루지 못하면 사용할 수도 없고, 시현에게는 이미 ‘용의 호흡(SS)’이라는 최상급 호흡법이 있었다.
“오크쟌.”
“하하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오크쟌이 기쁘게 스킬북을 받아들였다.
녀석의 힘을 이루는 것도 혈기.
오우거와 뱀파이어의 호흡법은 엄밀히 따지면 굉장히 달랐지만.
그렇기에 오크쟌에게 저 스킬이 들어가면 더욱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재앙이 끝나 [계약>이…….]……
[뒤이어 [Stage: 28>이 시작됩니다.] [[Stage: 28>은 ‘???’입니다.] [[Stage: 28>까지 남은 시간: 15일.]언제나 그랬듯 15일의 유예 기간을 주며.
메시지창은 그렇게 사라져 갔다.
‘다음 재앙이라…….’
다음 재앙을 떠올린 시현이 오크쟌을 쳐다봤다.
“넌 고생 좀 하겠다?”
“그게 뭔 소리냐, 주인?”
“영우랑 박나은에 비해서 말이야.”
영문 모를 말을 건넨 뒤, 시현이 오크쟌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렇게 모든 보상을 갈무리하고 아주 오랜만에 천태수에게 마수 사체를 판 뒤.
시현이 천태수가 준 차 한 잔을 들이켰다.
“……쌍화탕은 언제 먹어도 맛없단 말이죠.”
“이 씁쓸한 맛을 모르다니. 아직 애구나?”
“애는요.”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시현이 천태수에게 말했다.
“아저씨. 제가 부탁드린 건 진행되고 있나요?”
“안 그래도 먼저 말하려 했는데 말이야.”
조심스럽게 찻잔을 내려놓으며.
천태수가 한숨을 쉬었다.
“꼭 해야만 하냐?”
“네.”
“정 그렇다면 말리진 않으마.”
자리에서 일어난 천태수가 시현에게 따라오라는 듯 손짓했다.
“가자.”
그렇게 천태수를 따라온 곳은 서천강.
원래는 서울에 있었지만, 이젠 강원도에 흐르는 여러 빛깔의 강이었다.
시현은 이미 허락을 받은 존재이기 때문에 아무런 페널티 없이 이곳을 지날 수 있었지만.
지금 목표는 이 서천강을 단순히 ‘건너’는 게 아니었다.
사아아아…….
바람이 불어 서천강에 있는 물결에 파문이 일었다.
그리고 그렇게 일어난 파문에 의해 투명하게 비치던 시현의 얼굴이 사라져 갔다.
“시작한다.”
콰드드득!
천태수가 미리 가져온 꽃잎과 씨앗을 강가에 뿌렸다.
부글부글…….
갑작스럽게 강이 끓어오르더니 그것들에 담긴 마력을 게걸스럽게 집어삼켰다.
“주인. 이건…….”
“그래.”
자신도 모르게 성유물을 꽉 움켜쥔 오크쟌을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신이다.”
[경고! 현재 재앙 수준에 맞지 않는 신들이 강림하였습니다.] [경고! 꽃감관 ‘사라도령’이 강림하였습니다.] [경고! 염라대왕 ‘지천’이 강림하였습니다.]강이 각각 붉은빛, 검은빛의 인간 모형을 만들어냈다.
현생과 저승을 잇는, 미중년의 모습을 한 ‘사라도령’.
저승을 지배하는, 거구에 긴 수염을 가진 ‘지천’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고! 창조의 거신 ‘마고’가 강림하였습니다.]둘 사이에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할머니의 모습이 튀어나왔다.
얼핏 보면 헬스를 10년 이상은 한 듯한 우락부락한 근육.
도저히 ‘할머니’라는 이미지와 맞지 않는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마고’.
한반도를 삼분할 해 지배하고 있는 세 절대신 중 하나였다.
[원래 이렇게 강림하면 페널티가 크거늘…….]셋 중, 마고가 대표해 시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이 할멈을 부른 데엔 다 이유가 있겠지?]“있지.”
잔뜩 주눅 들어 있는 오크쟌, 천태수와 달리.
시현은 당당히 가슴을 펴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한민족끼리 싸우는 건 그만해야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