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212)
신의 천적, 회귀하다 212화
124. 고르곤의 머리
절대신 ‘마고’와 다른 두 신을 소환하는 데엔 엄청난 자원이 들어간다.
시현이 키비시스 안에 쟁여놓은 마정석 중 거의 3분의 1을 소모할 정도.
하지만 시현의 입장에선 이렇게 마고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그 타이밍이 지금 아니면 힘들기도 하고.’
시현이 일본에 갔다가 이곳으로 온 이유 중엔 이렇게 마고를 만나기 위함도 있었다.
이제 곧 중국으로 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마고와 이야기를 잘 나눌 수 없을 테니까.
[한민족이라…… 재밌는 소릴 하는구나.]씨익.
“이렇게 분열되어 있는데 천계나 타카마가하라를 감당할 수 있겠어?”
그 말에 순간 마고가 움찔했다.
중국을 지배하는 세계 ‘천계’.
일본을 지배하는 세계 ‘타카마가하라’.
그중 특히 천계는 올림포스나 아스가르드에 버금가는 거대한 세계였다.
‘환인, 삼신, 마고. 세 절대신은 서로 뜻이 맞지 않아 으르렁거리고 있지만…… 해결 방법은 사실 간단하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냥 경각심만 일깨워 주면 돼.’
중국의 천계는 무림이나 무릉도원 등을 휘하로 들이며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일본의 타카마가하라는 ‘아라미’가라는 일가족을 선택해 모든 지원을 퍼부은 뒤, 하나로 뭉쳤다.
시현이 1,000일의 시간을 벌었다고는 하나 이는 일본에 국한된 이야기일뿐더러.
신들의 기준에서 보면 그리 길진 않은 시간.
환인, 삼신, 마고 세 절대신도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세 세력 다 파멸이란 걸.
[도대체 원하는 게 뭐지?]“싸우지 말라는 거지. 공동의 적이 있으니까.”
[우리 세력이 너 같은 아이의 말을 들을 이유는 없는데 말이야.]뒤에서 검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염라대왕 지천이 시현을 노려봤다.
“들어야 할 거야. 내가 벌어준 1,000일의 시간이 아깝지 않게 하려면.”
[…….]근엄한 척하고 있지만, 시현은 알고 있었다.
신들도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아니, 오히려 자신들의 세계나 영토를 침략받는 것에 있어선 인간들보다 훨씬 민감했다.
[고작 그런 말을 하려고 우릴 부른 건 아닐 테고.]여태까지 가만히 보고 있던 사라도령이 시현을 보며 웃었다.
[우릴 부른 진짜 이유가 뭐니?]사실 공동의 적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워 주려는 게 주목표긴 했다.
이미 이걸 이룬 마당에 신들을 더 보지 않아도 괜찮긴 했지만.
‘그래도 이대로 물러나긴 아쉽지?’
이대로 그냥 물러날 시현이 아니었다.
“가진 영약 다 내놔.”
***
“대단하다. 대단해.”
“역시 주인이다. 이 오크쟌에게 명령을 내리려면 이 정도 인성은…….”
“무슨 인성 타령이야, 이 새키야!”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저거 한국말 누구한테 배운 거야 도대체. 왜 이렇게 잘해?”
“벌레 인간이 약을 줬다.”
“벌레 인간이 아니라 마충여인 아니냐?”
“벌레는 벌레일 뿐이다.”
오크쟌이 그러든지 말든지.
시현은 발치에 있는 수많은 영약을 쳐다볼 뿐이었다.
“흐음. 영혼의 격을 조금이나마 높여준다는 혼령초에 힘 스탯과 관련된 근육단…….”
시현은 기어코 마고, 염라대왕, 사라도령을 상대로 영약들을 뜯어냈다.
어차피 저들은 미국보다 거대한 땅에서 온갖 식물을 기르는 신들.
이 정도 주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플레이어들 입장에선 엄청난 특혜겠지만.’
치열한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온갖 말을 준비했는데.
사라도령은 예상외로 영약을 퍼주었다.
바로 옆에 있는 마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따로 바라는 게 있는 건가?’
정확한 이유는 고민해 봤자 알 수 없었기에.
시현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좋아. 오크쟌. 가자고.”
“알았다. 주인.”
“가볼게요. 아저씨.”
“……그래, 살펴 가라.”
그렇게 천태수와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시현은 다시 하남, 소내섬으로 돌아갔다.
소내섬으로 오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형님!”
“주인님!”
“오셨어요?”
가자마자 시현을 반긴 건 한자리에 있는 세 권속들이었다.
‘뭔가 불안한데.’
녀석들이 한곳에 모여 있을 땐 항상 이상한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시현의 눈매가 자연스럽게 좁아졌다.
“뭐 사고 치고 있던 건 아니지?”
“사고는 저쪽에서 플립 님이 치고 있던데요?”
“플립이? 왜?”
“……그 말씀드리기 조금 망측한데.”
“망측?”
-이 녀석, 덕질하던 거 들킨 게 아닐까?
메헨의 말에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지.”
***
사아아아아아!
[너의 모든 힘을 폭발시켜 날 막아보아라!]“끼르르릉!(우리 주인 건드리지 마!)”
무녀복을 입고 있는 츠키가 플립과 맞서고 있었다.
츠키 옆엔 아주 작은 여우가 한 마리 있었는데.
눈처럼 새하얀 털과 4개의 꼬리를 보니 정체 모를 알에서 부화시킨 구미호가 틀림없었다.
‘아직 애기라 꼬리가 4개밖에 없네.’
“그래도 우리 가살이가 훨 낫지.”
“꾸르릉!(그러엄!)”
그렇게 가살을 쓰다듬으며.
시현이 둘의 전투를 바라봤다.
일방적이었다.
츠키가 가진 모든 마력과 스킬, 달의 힘을 써도 플립의 몸엔 상처조차 나지 않았다.
[크흥!]심지어 단순 콧김으로도 날아가 버리는 모습에.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츠키는 꽤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플레이어.
지금 당장 몸을 회복하기도 바쁜데 플립과 맞서 버틸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빠르게 강해질 거야.’
회귀 전대로라면 츠키는 무려 일곱 번째 대재앙이 끝날 때까지 묶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강해져 시현을 비롯한 다른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시간만 충분히 주어졌다면 훨씬 강해졌겠지.’
특히 츠키는 타인의 마력을 회복시켜 주고 증폭시키며, 최대치도 올려줄 수 있었다.
시현이 가진 키비시스의 특수 효과 [분출>처럼 말이다.
‘비슷한 효과긴 하지만 츠키가 사용할 수 있는 힘이 훨씬 강해. 적어도 마력에 관한 건 있어선 말이야.’
그녀가 계약한 달의 신, 츠쿠요미가 가진 주요한 효과였다.
‘츠키가 가진 마력 증폭 효과는 마력이 빠르게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건 [분출> 효과로 커버할 수 있어.’
그리고 마력이 증폭되고 양이 많아졌을 때 가장 강해지고 큰 혜택을 보는 녀석은.
회귀 전 동료이자 같이 고르곤 세 자매를 처치했던 종천이었다.
“이 새끼…….”
녀석을 떠올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잘하고 있으려나?”
괜히 정보를 알려줬나 싶기도 했지만, 종천이 어디 가서 맞고 다니거나 크게 삐뚤어질 녀석도 아니었기 때문에.
시현은 녀석을 믿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믿는 것과 별개로 이젠 녀석을 데리고 와야 할 때였다.
‘회귀 전처럼 움직이기 위해선 말이지.’
천유리는 수정 왕좌에서 [왕의 시련>을 진행 중이고.
츠키는 박나은과 플립의 도움으로 서서히 몸을 회복할 것이다.
지금 타이밍에 미국으로 넘어가 아담을 데리고 올 순 없으니.
이제 종천에게 가 녀석을 돕고, 데리고 올 차례였다.
회귀 전엔 없었던 권속들.
회귀 전보다 강해진 동료들.
‘이 녀석들과 함께라면 정말로 신들을 끌어내리는 게 불가능하지 않아.’
[다 같이 들어와라!]“흐아아압!”
저 멀리 언제나처럼 훈련하고 있는 플립과 일행들을 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
중국으로 넘어가기 전.
시현이 박나은을 호출했다.
“저번에 말한 그것들. 준비됐냐?”
“그럼요. 주인님.”
박나은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런 걸 보면 서영우, 그놈보다 제가 훨씬 더 도움이 되나 봐요? 크후후후…….”
“그렇게 음침하게 웃지 마. 그리고 너, 영우 좋아하잖아.”
“뭐, 뭐라고요?”
시현의 말에 박나은이 당황해 얼어붙었다.
“누가 그런 싸가지 없는 놈을 좋아한다 그러세요?”
“아니야? 얼굴이 네 취향이라서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그건 그렇지만…… 또라이잖아요. 또라이! 전 정상적인 사람을 원한다고요.”
“언제는 하렘을 원한다며.”
“……정상적인 성격을 가진 남자들의 하렘이요.”
얼굴도 잘생기고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남자들이 한 여자한테 매달리는 일처다부제를 할 리 없었다.
‘아무 소리나 막 뱉네.’
박나은이 서영우를 좋아한다는 건 사실,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리고 이 소문이 퍼진 상태라는 건 박나은 본인만 몰랐다.
“어쨌든요!”
박나은이 툴툴대는 사이, 그녀가 다루는 스파르토이들이 두 개의 항아리를 끌고 왔다.
“좋아. 영우하고 너무 싸우지 말고. 이 녀석아.”
“……알았어요.”
그렇게 박나은과 대화 후.
시현은 오영일, 오인수를 만나 아이템 상황을 살핀 뒤 지하실로 왔다.
이전에 오우거단과 벌단을 섭취하느라 폐관 수련을 진행했던 그곳이었다.
‘좋아.’
지하석실에 온 시현이 키비시스를 연 뒤, 박나은이 준 두 개의 항아리를 꺼냈다.
사아아아…….
항아리 덮개를 여니 상당한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과연…….”
수많은 뱀과 함께 있는 두 머리가 각각의 항아리에 담겨 있었는데.
둘 다 익숙한 머리였다.
[스테노의 머리(SS)]#고르곤 세 자매 중, 장녀 스테노의 머리입니다. 그 흉측한 모습은 죽어서도 그대로입니다.
▶재료 아이템 (내단)
▶효과
[힘 +100] [고르곤의 힘>힘 스탯을 레벨만큼 상승시킵니다.
[에우뤼알레의 머리(SS)]#고르곤 세 자매 중, 차녀 에우뤼알레의 머리입니다. 그 흉측한 모습은 죽어서도 그대로입니다.
▶재료 아이템 (내단)
▶효과
[민첩 +100] [재빠른 고르곤>민첩 스탯을 레벨만큼 상승시킵니다.
스테노와 에우뤼알레.
메두사를 제외한 두 고르곤의 머리였다.
시현이 굳이 천유리, 종천, 아서, 브리트니에게 퀘스트 완료 목표에 ‘머리’를 가져오라고 한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힘을 상징하는 스테오와 민첩한 에우뤼알레.
녀석들의 머리는 좋은 내단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중국으로 가기 전, 박나은이 내단으로 완성시켰기 때문에.
이를 야무지게 섭취하고 가면 좋을 듯했다.
‘원래라면 또 긴 시간 동안 폐관 수련을 해야겠지만.’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럴 필요가 없지.’
현재 시현은 ‘용의 호홉(SS)’이라는 좋은 스킬을 얻은 상태.
굳이 힘들게 효율을 올리려 하지 않아도 이것들을 최대 효율로 섭취할 수 있었다.
스으으읍.
입과 코 주변으로 마기를 모은 시현이 크게 들숨을 들이켰다.
사아아아아…….
[스킬, ‘용의 호흡(SS)’을 발동합니다.] [아이템, ‘스테노의 머리(SS)’를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아이템, ‘에우뤼알레의 머리(SS)’를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스킬, ‘용의 호흡(SS)’ 효과로 인해 자동으로 최대 효율이 발동됩니다.] [스킬, ‘용의 호흡(SS)’이 가진 추가 효과로 인해 내단이 가진 특수 효과를 그대로 가져옵니다.]***
[현재 ‘스테노의 머리(SS)’ 흡수율: 200%.] [현재 ‘에우뤼알레의 머리(SS)’ 흡수율: 200%.]5시간 뒤.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에 시현이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그저 숨만 쉬었을 뿐인데 이만큼 효율을 뽑아낼 수 있다니.
역시 스킬의 힘이 좋긴 좋았다.
[이시현>레벨: 98
클래스: 타락을 부르는 자(Hidden)
칭호: 엔젤 슬레이어(SS)
[특성>초월의 무기고(EX)
[주 스탯> [힘 430] [체력 586] [민첩 431] [지능 139](중략)
주 스탯만 확인한 결과 이전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상승했다.
원래 ‘신성지기(SS)’ 효과로 지능 스탯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이제는 초라할 정도로 작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당분간은 지능 스탯에 투자해야겠네.’
시현이 가진 대부분의 힘은 공격력보단 마법 공격력이었기에.
지능 스탯에 투자할 필요도 있었다.
‘밤의 장막이 가진 [고대인의 체력> 효과 덕분에 체력도 미친 듯이 올라갔어.’
5시간 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전신을 휘감았다.
육체에서 나오는 순수한 힘만으로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그걸 느낀 시현이 환하게 웃었다.
“좋아. 아주 좋아.”
드르르륵.
이전보다 훨씬 쉽게 열리는 석실 문을 열고 나와 지상에 온 순간.
시현이 휘파람을 불어 퀵 비를 불렀다.
위이이잉!
“가자.”
다음 목표는 중국.
대부분의 땅을 무림 세계의 무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드넓은 곳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