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213)
신의 천적, 회귀하다 213화
125. 하북팽가(1)
‘누나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퀵 비를 타고 인천 쪽으로 이동하며, 시현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한땐 풍파함대 김현지가 차지하고 있는 땅이었지만, 이제는 이시은에 의해 완전히 정복된 땅.
인천.
그곳을 본 시현이 혀를 끌끌 찼다.
곳곳엔 악마 형상의 황금 동상이 세워졌고, 광신도들은 미친 듯이 누군가를 숭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이시은, 시현의 누나였다.
“저렇게 자기 얼굴 드러나면 안 창피한가?”
“그걸 즐기는 자가 1류랍니다. 형님. 언젠가는 저도 동상을 세워서…….”
“……진짜 타락한 구원자네. 이명 따라가는 거냐?”
“후후후. 그건 그렇고 이렇게 저만 데려오시다니. 역시 제가 가장 쓸모 있죠?”
시현의 뒤에 탄 채, 꽉 매달려 있는 서영우가 웃으며 말했다.
“박나은이랑 똑같은 소리 하네?”
“네? 그럴 리가요. 저같이 고상한 사람하고 그런 벌레 인간하고 똑같이 취급하시다뇨?”
“에휴.”
그놈이 그년이고, 그년이 그놈이라는 생각과 함께.
시현이 인천 상공을 가로질렀다.
지금 중요한 건 종천과 중국의 일.
이시은이 뭘 하든지 말든지는 아니었으니까.
“…….”
그렇게 몇 시간을 더 나니 뒤에 있던 서영우의 말이 없어졌다.
‘아, 얘 놀이기구 타는 거 무서워했지?’
여태까진 두려움을 극복하려 말을 많이 한 모양이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좀만 버텨봐.”
“네? 네, 형님…….”
시현이 다른 권속이나 일행은 내버려 둔 채 서영우를 데려온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무림에선 영우만큼 쓸 만한 애가 또 없지.’
이 사실을 알면 박나은이 길길이 날뛰겠지만, 사실 그것도 알 바가 아니었다.
‘박나은만 따로 데리고 올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그녀는 소내섬에 남아 스파르토이들을 이끌며 수비하는 데 특화되어 있었으니까.
그렇게 다시 몇 시간 후.
“다 왔다.”
위이이이잉!
그렇게 퀵 비를 탄 채 바다를 건넌 시현의 눈에 드디어 넓은 중국 땅이 들어왔다.
중국은 굉장히 이색적인 풍경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 속에서 볼 법한 무림의 각 문파들이 그대로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문파뿐만이 아니었다.
하나라부터 청나라로 이어지는 모든 왕조들.
거기에 더해 현대식 장비와 무기를 갖춘 플레이어들까지.
수많은 왕조와 문파들이 각자 땅을 나눠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분이 일어날 수밖에 없지. 물론 그중에서도 무림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하고.’
모든 시대의 강점들이 모여 있는 만큼,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서로 싸워대기 바빴는데.
그 내분을 오로지 힘으로 찍어 누른 게 무림의 상위 세계, ‘천계’였다.
‘아직 내분을 완전히 통일하진 못했을 거다. 특히 천계 전체와 천마신교는 미친 듯이 싸우고 있겠지.’
시현이 기억하기론 지금 이 타이밍엔 천마신교는 ‘중국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세력’이었다.
그래서일까? 주변 동아시아 국가들은 천마신교를 상대로 냉전을 치르고 있었다.
천계의 후원을 받는 곤륜파, 저 위쪽의 북해빙궁과 몽골을 통일해 버린 카간 ‘바타르 칸’까지.
이렇게 사방에서 얻어맞는 상황에서도 랭킹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교주 천리태가 난놈은 난놈이었다.
‘단순 재능은 나보다 뛰어나지. 그나저나…… 종천은 어디 있으려나?’
박나은을 통해 벌레를 중국에 뿌려 찾아봤지만, 종천의 위치를 찾는 건 어려웠다.
박나은의 벌레들이 한국에서 중국까지 가는 데 꽤 시간이 걸렸으니까.
‘흐음…….’
종천이 몸담은 무당파는 이미 멸문해 주변엔 화산, 소림, 종남파만 남아 있는 상태.
지금 당장 그곳에 가 확인하는 게 효과적이겠지만.
거리가 거리인지라 퀵 비도 슬슬 지쳐가고 있는 상태였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일단 가까운 곳에 착륙을 시도했다.
인천과 한국에서 가깝고, 그나마 강한 세력을 구축해 꿋꿋이 살아남고 있는 곳.
목적지는 하북에 위치한 하북팽가였다.
***
“어? 뭐가 오는데?”
“오긴 뭐가 와?”
“벌인데?”
“벌? 자이언트 호넷? 그놈들이 다 죽은 지 언젠데.”
“지금 재앙…… 아니, 스테이지 진행 중도 아니잖아.”
“근데 저걸 봐.”
“어? 진짜네?”
위이이이이잉!
하북팽가(河北彭家).
중국의 수도, 베이징 한 곳에 자리 잡은 문파로.
현시점 정파 내에선 가장 위세 있는 곳이었다.
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 플레이어들도 가장 많이 보유했으며.
가문의 일원 중 일부는 신과 계약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하북팽가를 이끄는 가주 ‘팽중학’은 랭킹 4위임과 동시에 무림의 정파를 이끄는 인물이기도 했다.
‘지금 이 시점엔 초절정고수의 위치에 올랐다 했지.’
현시점에서 가진 마력을 유형화해 검강(劍罡)으로 만드는 경지인 ‘절정고수’만 되어도 랭커는 따놓은 당상.
그런데 초절정고수의 위치에까지 오른 걸 보면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괜히 중국 내에서도 가장 치열한 자리싸움이 일어지는 수도, 베이징을 차지한 게 아니야. 물론.’
씨익.
‘싸워서 질 자신은 없지만.’
헤츨링이라 하지만, 무려 혼자서 드래곤을 제압한 시현이었다.
‘날 잡으려면 초절정고수 다섯은 데리고 와야지.’
물론 하북팽가 전원과 맞붙으면 또 어떻게 될지 몰랐기에 불필요한 싸움은 굳이 할 필요도 없었다.
서로 말도 안 하고 죽이거나 싸우는 건 마수나 신들로도 충분했다.
‘어지간하면 대화로 해야지.’
시현이 가진 가장 큰 목표는 종천.
그 녀석을 찾아 데려가는 것이다.
“멈춰라!”
“더 오면 쏘겠다!”
벌 위에 두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챈 하북팽가 무인들이 도를 빼어 들고, 화살을 겨누며 소리쳤다.
위이잉…….
시현도 그들과 적대할 생각은 없었기에 아주 천천히 퀵 비를 착륙시켰다.
“공격 의사는 없습니다!”
[만물의 소리> 덕분에 시현의 말을 알아들었지만.그럼에도 하북팽가 무인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시뻘건 내공과 도강이 피어오르는 걸 보며, 시현이 내심 감탄했다.
‘생각보다 수준이 높네.’
“우우우욱!”
그렇게 퀵 비가 착륙하자마자 서영우가 창백한 안색으로 구역질을 시작했다.
-어휴…… 영우 이놈. 창피하게.
‘티 내진 마. 상처받는다.’
-너무 감싸고도는 거 아니냐?
혀를 끌끌 차는 메헨을 보며, 시현이 피식 웃었다.
“가자.”
그렇게 시현이 성문으로 다가가니.
끼이익.
하북팽가의 문이 열렸다.
***
척. 척. 척.
허리춤에 찬 도에서 손을 놓지 않은 채.
하북팽가 무인들이 시현을 둘러쌌다.
“안녕하십니까? 타락왕.”
그렇게 흉흉한 분위기를 뚫고, 누군가가 시현을 맞이했다.
서글서글한 눈매, 여유로운 미소.
항상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무인들과는 결이 달랐다.
“하북팽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도 하북팽가에 와 영광입니다.”
상대에 따라 맞포권을 하며.
시현이 고개 숙였다.
“제 이름은 팽소위, 이곳의 2공자입니다.”
-소위? 쏘가리…….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메헨의 실없는 생각을 뒤로, 시현이 그를 쳐다봤다.
숨긴다고 숨기고 있었지만, 느껴지는 마력양을 보니 보통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자, 그럼 가시죠. 가주님께서 기다리십니다.”
그렇게 팽소위를 따라 걸으며, 시현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절 알고 계시는군요.”
“랭킹 1위를 몰라서야 쓰겠습니까? 저희도 정보력은 만만치 않아서요.”
최근 북한과 남한에 ‘거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정보를 떠올리며.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지들 대부분이 중국인 용모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
비난할 일은 절대 아니었다.
시현도 박나은을 시켜 세계 전역에 벌레들을 뿌리고 있었으니까.
“미남이시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여자분들에게 인기가 많으시겠어요.”
분위기를 풀려는 팽소위에 노력에 맞추어 시현이 맞장구를 쳐주니, 무겁던 분위기가 점차 풀려갔다.
-정신 차려! 이놈아…….
여전히 핼쑥한 모습을 하고 있는 서영우를 이끌고 가며.
시현이 마른침을 삼켰다.
‘가주 팽중학.’
꿀꺽.
‘회귀 전엔 보지 못했지만, 상당히 강했다는 소문이 있었지.’
“가주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라.”
그렇게 무인들의 감시 같은 호위를 받으며.
끼이익.
팽소위가 가주전을 열었다.
쿠구구구구구!
순간, 앞에서 엄청난 기세가 몰려왔다.
모든 것을 자르고, 베고, 토막 낼 것만 같은 파괴적인 패도(覇道)의 힘.
어지간한 마수들의 살과 뼈를 비틀어버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이었다.
단순한 기세만으로 이 정도 압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니, 역시 초절정고수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씨익.
시현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콰가가가가가!
기세 하면 시현도 밀리지 않았다.
왕격을 얻은 플레이어이기도 했고, 주 스탯이 높은 만큼 저 정도 기세는 맨몸으로도 버틸 수 있었으니까.
[아이템, ‘천총운검(B)’이 핏빛 폭풍을 일으킵니다.]거기다 인간의 입장에선 불가해한 힘인 절대신의 힘까지 다룰 수 있었다.
쿠구구구…….
천총운검이 일으킨 폭풍과 팽중학의 기세가 맞부딪치자.
“크흑……!”
“이게 무슨…….”
콰드드드드드득!
허공에 균열이 일었다.
가주전에 있는 모든 무인들이 최소 절정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부 얼마 버티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크흑…….”
그렇게 시현의 뒤에 있던 팽소위까지 몸을 비틀거리기 시작할 때.
사아아…….
상대의 기운이 눈 녹은 듯 사라졌다.
후우웅…….
동시에 시현도 천총운검에서 일으키는 폭풍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크하하하하!”
가주전 가장 높은 곳, 의자에서 호쾌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랭킹 1위, 타락왕! 역시 듣던 대로 터프하구만!”
시현의 폭풍과 기세가 맞붙었기 때문에, 그곳을 가리고 있던 비단은 이미 산산이 찢어진 상황.
그 너머를 바라보니 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굵직한 선으로 이뤄진 인상, 대호(大虎)가 떠오를 법한 듬직한 체구.
그가 바로 하북팽가의 가주이자 무림맹주.
동아시아 랭킹 4위, 팽중학이었다.
“다들 물러나라.”
“예.”
팽중학의 명령에 팽소위를 제외한 모두가 물러났다.
“하하하. 그래. 내 아들놈이 불편하게 한 건 없었나?”
상대의 자연스러운 하대에도, 시현은 웃으며 맞장구칠 뿐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팽중학은 시현보다 20살 이상은 많아 보였으니까.
“오히려 너무 편안하게 해주셔서 좋았습니다.”
“내 아들이 비실비실해도, 붙임성은 좋아.”
“가, 가주님…….”
그 모습을 본 시현이 피식 웃었다.
‘무위가 약하다니…….’
팽소위에게서 느껴지는 기운만으로도 최소 절정고수.
저런 상대를 보고 비실비실하다고 할 수 있는 존재는 초절정고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야. 랭킹 1위를 만나서 반갑단 말이지.”
시현의 몸을 훑어 골격을 확인하며, 팽중학이 흥미로운 듯 입맛을 다셨다.
“자네, 딱히 익힌 무공은 없구만?”
“실전파라서 말이죠.”
“그런 사파식 생각은 옳지 않아. 기회만 된다면 내가 특별히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를…….”
“가주님…… 그건 직계에게만 알려주는 겁니다.”
“아, 그랬지?”
“…….”
예상보다 훨씬 호쾌하고, 나사 빠진 모습에 시현이 순간 당황했다.
“그래도 그 꼴 보기 싫은 천마가 1위 못 하게 막아주는 인재인데?”
“가주님. 제발 체통 좀…….”
그 모습을 본 팽소위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진땀을 흘렸다.
‘내가 플립을 걱정하는 것과 비슷한 건가?’
그렇게 수다를 더 떤 뒤.
“그래. 타락왕.”
팽중학의 눈빛이 달라졌다.
마치 호랑이가 먹잇감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눈빛.
지금부터가 ‘본론’이란 걸, 시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 하북팽가에 뭘 바라고 온 건가?”
“바라는 건 딱 하나입니다. 사람 하나만 찾아주십시오.”
“……고작 사람 하나 찾는데, 우리 하북팽가를 왔다고?”
그 말을 들은 팽중학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역시 특이한 친구야. 그래 그 사람이 누군데 그러나.”
“종천. 무당파의 마지막 제자입니다.”
“종천…… 그래, 무당귀신 말이지.”
새로이 바뀐 종천의 이명을 들으며,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당귀신이라면 그럴 만하지. 그런데 말이야. 세상일에는 다 대가가 있는 거 아니겠는가?”
무림맹주를 겸하고 있는 팽중학의 정보력이라면 종천을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었기에.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인트라면 협상을…….”
“포인트 따윈 우리도 많네. 내가 원하는 건 따로 있어.”
“무엇입니까?”
“간단해.”
팽중학이 허리춤에 찬 도를 뽑으며 웃었다.
“한판 붙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