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215)
신의 천적, 회귀하다 215화
125. 하북팽가(3)
‘뭐라는 거야?’
팽중학의 말을 들은 모두가 떠올린 생각이었다.
“그…… 장난이죠?”
“장난이냐니? 내가 혼담 문제로 장난칠 만큼 가벼운 사람으로 보이나! 나도 내 딸이 소중해!”
“아니. 딸이 소중하다는 분이 이렇게 막 말해도 됩니까?”
“뭘 막 말해?”
“안 지 얼마나 됐다고…….”
“자네 혹시, 지금 애인이 있나?”
“없습니다.”
“그럼 됐네.”
“아니. 그런 문제가…….”
“사실 있어도 상관없네. 어차피 영웅에게 삼처사첩은 기본. 사실 나만 해도…….”
“아버지, 제발 좀…….”
도중에 말린 팽소위가 아니었다면.
팽중학은 하루 종일 시현에게 어필했을 것이다.
“잘 생각해 보라고!”
***
그렇게 팽중학이 반강제로 끌려간 후.
시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저러는 거냐?”
-일리는 있어.
‘일리가 있다고?’
-그래. 생각해 봐라. 넌 한국을 꽉 쥐고 있고, 랭킹은 무려 1위잖아. 게다가 하북팽가 자체가 한국하고 가까우니 정략 결혼을 시키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 네가 못생기거나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흐음…….’
라 옆에서 많은 인간의 역사를 봐와서 그럴까?
메헨은 팽중학이 바보인 척하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녀석이라고.
호랑이인 척하는 여우라고 투덜거렸다.
-게다가 네놈이 오호단문도를 배운다면 더 강해질 것이고 말이야. 거기에 오호단문도를 익히면 네가 어딜 가도 팽가 사람이라는 걸 드러내는 법이니…….
‘팽가 사람이라…….’
동료나 권속들은 있어도, 가족은 한 번도 없었던 시현이 씁쓸하게 웃었다.
물론 핏줄이 이어진 존재 ‘이시은’이 있긴 했지만, 가족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난 오호단문도를 배울 생각이 없어. 아직은 가족을 만들 생각도 없고.’
-그건 모르는 일이지. 특히 인간들은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장 많이 바뀌는 종족이니까.
***
“드디어 내일이면 또 재앙이구나.”
“그러게요.”
팽중학과 식사하며,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재앙은 어떻게 준비할 생각이냐?”
“제가 있는 한 팽가는 안전할 겁니다. 그건 장담할 수 있어요. 다음 재앙은 조금 쉽거든요.”
“쉽다니? 그게 뭔 소리냐? 재앙에서 뭐가 나올지 알기라도 한단 소리냐?”
“당연하죠.”
옆에 있던 서영우가 자랑스러운 듯 가슴팍을 팡팡 쳤다.
“저희 형님 특성이 예언자 아닙니까?”
“……저 친구는 의외로 중국어를 참 잘한단 말이야.”
“중어중문학과 출신이라 그래요.”
“오호. 그나저나 예언자라고?”
“네.”
재앙 이야기가 나오니 팽중학의 눈빛이 변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팽소위를 비롯한 주변 6명의 아들들도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역시 호랑이의 핏줄을 이어받았다 이건가?’
크흠!
헛기침을 한 번 한 시현이 다음 재앙에 대한 정보와 함께, 팽가의 무인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려주기 시작했다.
***
“저분인가?”
“네. 아가씨.”
시현이 식사를 마치고 서영우와 함께 팽가 별채로 향하는 도중.
팽가 곳곳에 설치된 등불 아래 한 여인이 몸을 숨겨 그를 쳐다봤다.
“……잘생겼는데?”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잘생겼다고.”
“저 정도 외모에 아버지와 무인들을 모조리 해치울 만한 무력이라…….”
꿀꺽.
‘마음에 드는데? 아버지가 결혼 제의를 할 만해.’
팽가의 유일한 여식, 팽선향이 시현을 보며 눈을 빛냈다.
‘아버지보다 강한 남자한테 시집갈 거라고 그렇게 졸라댔었는데…… 진짜로 아버지보다 강한 남자가 나타났네?’
심지어 그 남자의 외모가 마음에 안 들지도 않았다.
“소월아.”
“네. 아가씨.”
“남자들은 원래 적극적인 여자를 좋아하나?”
“……죄송합니다. 아가씨. 사실 저도 연애를 못 해봐서…….”
“에휴. 누굴 탓하겠니.”
그렇게 첫날, 몰래 시현을 쳐다보던 팽선향이 제 침소로 돌아갔다.
“그래. 일단 내일이 재앙이니까…… 우리도 준비하자.”
“네. 아가씨.”
***
[[Stage: 28>까지 남은 시간: 0초.] [[Stage: 28>이 시작됩니다!] [[Stage: 28>은 ‘슬라임’입니다.] [메인 퀘스트, [질척이는 피>를 획득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 질척이는 피>▶목표: 슬라임 사이에 숨어 있는 블러드 슬라임 전부 처치.
▶보상: [슬라임 투구(D)]
▶추가 보상: 공헌도에 따라 차등 지급.
▶실패 시: 유예 기간 없이 곧바로 여섯 번째 대재앙이 진행되며, 흡혈성 소환 시간이 50% 빨라집니다.
[[Stage: 28> 종료까지 남은 시간: 9일 12시간.]‘이 메인 퀘스트는 반드시 클리어해야 해.’
회귀한 시현을 제외하면 모두가 실패 페널티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다.
‘안 하면 여섯 번째 재앙이 미친 듯이 힘들어지니까.’
그렇게 각오를 다지며 앞을 노려보니.
꿀렁꿀렁…….
균열이 열렸다.
그리고 액체 같기도, 점액 같기도 한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슬라임(Slime).
[Stage: 28>의 주적이 되는 마수였다.“좋아.”
그 모습을 본 시현이 팔짱을 낀 채, 입꼬리를 올렸다.
“가볼까?”
[아이템, ‘밤의 장막(B)’이 드리웁니다.] [아이템, ‘키비시스(S)’가 눈을 뜹니다.] [마기가 500 상승합니다.] [아이템, ‘키비시스(S)’의 특수 효과를 발동합니다.]……
[100개의 눈: [마력 공장>이 시작됩니다.]보랏빛 밤이 드리움과 동시에 키비시스가 눈을 떴다.
-시작인가?
타이밍에 맞춰 메헨이 나왔지만, 시현은 웃으며 녀석에게 말할 뿐이었다.
‘네가 활약할 기회는 없겠는데?’
-왜?
‘보면 알아.’
[아이템, ‘키비시스(S)’가 안광을 내뿜습니다!]메시지와 함께 키비시스의 눈이 안광을 내뿜었다.
쩌어어억…….
이윽고 그 키비시스의 시선에 노출된 슬라임들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오호? 이런 꼼수가?
‘그래도 넌 꼼수인 거 바로 알아채네.’
-그럼.
원래 메두사의 힘을 이어받은 키비시스는 눈이 없는 마수를 석화시킬 수 없다.
이유는 간단했다.
메두사의 힘은 ‘눈을 마주친 대상’을 석화시키는 것.
슬라임들은 눈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그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슬라임은 눈이 없는 게 아니다.
-꼼수라 하기엔 좀 애매한가? 슬라임은 저 몸체 자체가 눈이자, 몸이자, 항문이자, 입이니까.
‘드러운 소리 하지 말고.’
그렇다.
눈이란 ‘여러 단계의 구조를 통해 시각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시각기관’.
점액질로 이뤄진 슬라임의 몸 전체가 위에서 설명한 정의에 해당한다.
즉, 녀석들은 온몸으로 세상을 360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만큼 키비시스의 눈동자와 마주칠 확률이 높았고.
이렇게 균열에서 나오자마자 마주쳐 온몸이 석화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눈꺼풀이 없었으니까.
“좋아!”
“1단계 완료다!”
“팽가 무인들이여! 돌격하라!”
그렇게 굳은 슬라임들을 향해, 팽가의 무인들이 달려들었다.
서걱!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패도적인 도 수십 개가 슬라임을 향해 쏘아져 갔다.
콰드득!
여태까지 살아남은 팽가의 무인들은 상당히 노련한 플레이어들.
시현이 슬라임의 움직임까지 봉쇄시키니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마수를 베어나갔다.
‘원래 무림 쪽은 슬라임 때문에 고생 좀 했었지.’
회귀 전을 떠올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시현이 흡수한 아이템이자, 이번 메인 퀘스트의 보상으로 주는 ‘슬라임 투구(D)’의 효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저 물컹거리는 점액질 몸은 물리 피해를 무려 90%나 감소시킨다.
그렇기에 검을 휘두르는 무림인들의 입장에선 슬라임들을 잡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내공을 쓰면 상황이 다르긴 했지만, 무림 내에서 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건 절정고수들뿐.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소수였기에, 대응이 쉽진 않았다.
‘물론 슬라임 자체로는 문제가 안 돼.’
슬라임은 공격 수단이 없어 그저 몸을 불려 상대를 질식시키는 게 전부인 마수.
이 녀석들이 아무리 많고 무림인들이 물리 공격만 할 수 있어 대처가 어렵다곤 하나.
직접적인 위협이 되진 않았다.
다만 회귀 전엔 쏟아지는 슬라임들 때문에 건물이 부식되고 무너져 내렸으며.
무엇보다 메인 퀘스트 클리어에 실패했기 때문에 그 피해가 컸다.
블러드 딥을 이루고 있는 주 병력은 ‘뱀파이어’.
녀석들은 흡혈성이 있고 없고에 따라 전투력이 달라졌으니까.
‘이번엔 다르다.’
그렇게 눈을 빛낸 시현이 슬슬 일어나 슬라임들 사이를 뒤졌다.
키비시스와 밤의 장막이 잘 돌아가고 있으니, 이제 퀘스트 목표 ‘블러드 슬라임’들을 잡을 차례였다.
블러드 슬라임은 흡혈귀들의 힘을 받아 강해진 슬라임들.
마땅한 공격 수단이 없는 다른 슬라임들과는 다르게, 피를 흡수해 몸을 강화시켜 적을 꿰뚫는 무시무시한 놈이었다.
평소엔 색깔 없이 그저 투명하게 있어 구분도 힘들었다.
하지만 시현에겐 다 방법이 있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B)’이 피 냄새를 추적합니다.]타락한 영광이 흡수했던 [핏물 추적>.
상대의 피 냄새, 혹은 맛이나 향을 맡고 추적하는 이 효과 덕분에 시현은 어렵지 않게 블러드 슬라임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이 가진 피는 이전 재앙에서 나왔던 구울들과 같은 종류의 피였으니까.
“꾸르르르르르!”
시현에게 정체를 들킨 블러드 슬라임 하나가 몸을 부풀렸다.
꽈드드득!
녀석은 주변에 널려 있는 피뿐 아니라, 몸집을 불리던 다른 슬라임까지 흡수해 저항하기 시작했다.
다른 슬라임들과 다르게 녀석의 몸에서 촉수 수십 개가 솟아나더니, 이내 가시 달린 채찍처럼 시현과 주변 플레이어들을 후려쳤다.
하지만.
[[혈식검>을 발동합니다.]시현은 피를 사용하는 상대의 천적이었다.
서걱.
[훌륭합니다! 제일 먼저 블러드 슬라임을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가…….]그렇게 간단하게 블러드 슬라임을 양분 낸 뒤.
시현이 시선을 옮겼다.
팽가의 무인들은 이미 슬라임을 잘 잡아주고 있었다.
“하등한 것들.”
콰드드드득!
팽가의 무인들뿐만이 아니었다.
저 뒤에선 서영우 역시 마기를 일으켜 슬라임을 신나게 학살하고 있었다.
나이트메어 포그에 노출된 슬라임들은 부르르 떨더니 스스로 점액질 몸을 터뜨려 자살하고 있었다.
‘무슨 악몽을 보여주고 있는 거야?’
‘……악만가?’
팽가 무인들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서영우는 나이트메어 포그에 이어 검은 부적들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화르르륵!
마기로 된 검은 불꽃이 부적에서 삐져나오더니, 이내 슬라임들을 모조리 태워 버렸다.
블러드 슬라임이고 뭐고 상관없었다.
그저 슬라임이기만 하면 무조건 불에 타 죽었으니까.
“박나은하고 엮지 말라더니 걔 힘을 쓰고 있네?”
“형님! 이건 강해지기 위함입니다.”
“누가 뭐래?”
온 힘을 다해 주변을 쓸어버리는 서영우와 달리.
시현은 현재 쓰고 있는 힘 이외에 다른 어떤 힘도 쓰지 않았다.
이미 S등급 키비시스를 다루는 것만으로 상당한 심력을 소비했기 때문.
모든 아이템의 힘을 개방한다면 주변 슬라임들을 쓸어버릴 수 있겠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 터.
이렇게 하나하나 빠르게 제거하는 게 메인 퀘스트 클리어를 위해선 훨씬 효율적이었다.
그렇게 몇십 분 후.
팽가 주변의 슬라임들은 모조리 도륙된 상황.
“그럼 계속 가죠.”
“좋네.”
시현의 옆으로 팽중학과 여섯 아들이 따라붙었다.
동시에 서영우가 위에서 스르르 내려왔다.
“무림맹부터 갈까요? 사파 쪽부터 갈까요?”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당연히 장난이죠.”
그렇게 하북에서 가까운 하남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맹주님.”
파파팟.
발걸음이 상당히 빠른 거지 하나가 팽중학의 앞에 와 섰다.
“자네는?”
“종천이라 자를 찾았습니다. 헌데…….”
이어지는 말에 팽중학과 시현의 눈동자가 커졌다.
“지금 어디 있나? 건강은?”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아직 의식이 없습니다. 천마신교에 붙잡혔다 풀려난 모양입니다.”
“안내하시죠.”
‘……이 무슨?’
시현의 표정을 본 서영우와 팽중학의 표정도 덩달아 굳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차가운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