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216)
신의 천적, 회귀하다 216화
126. 종천, 천종
쿵!
개방 제자의 안내에 따라 시현 일행이 도착한 곳은 화산파(華山派).
신이 깎아내린 듯한 높은 절벽 위에 지어진 곳이었다.
“저것들을 막아라!”
“올라오게 해선 안 돼!”
화산파 무인들은 각기 다른 검기, 검강 등을 검에 두른 채 열심히 슬라임을 잡고 있었다.
그들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분홍빛 검기들이 떨어지고, 휘몰아치고, 이따금씩은 쏘아져 나가기도 했다.
한두 명도 아닌 수십 명의 무인들이 절기를 펼치니, 수만 개의 매화가 떨어지는 듯했고.
그 광경은 더없이 화려했다.
쿵!
하지만 시현은 그딴 걸 볼 시간은 없다는 듯 역으로 절벽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형님?”
“빠르게 따라와.”
츠즈즉!
이윽고 발밑에 검은 구름을 생성한 서영우도 시현을 따라 올라갔다.
“뭐야?”
“손오공이여?”
“우리도 뒤처질 순 없지.”
보아하니 시현은 지금 반쯤 눈이 돌아간 상태.
이런 상황에서 화산파의 제자들과 마주치면 어떤 사고가 날지 몰랐기에, 무림맹주 팽중학은 발에 내공을 집중해 열심히 둘에게 따라붙었다.
“종천!”
“오셨습니까?”
슬라임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화산파 무인들을 지나쳐 오니.
그곳엔 솔선수범하며 다른 제자들을 이끌고 있는 한 노인이 있었다.
영호방.
구파일방, 정파 중 하나인 화산파를 이끄는 장문인으로.
쉽게 말해 제일 큰 책임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회귀 전엔 스쳐 가듯 몇 번 봐서 그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사르르르…….
콰드드득!
끝끝내 검을 휘둘러 슬라임들을 밀어내고, 베어버린 뒤.
영호방이 시현을 환영했다.
“타락왕 이시현 님. 그리고 타락구원자 서영우 님. 맹주님까지…….”
“오랜만입니다. 장문인.”
“오랜만입니다. 헌데 지금은 저희가 좀 바쁘…….”
“그 바쁜 거.”
[아이템, ‘키비시스(S)’가 눈을 뜹니다.]“순식간에 해결해 드리죠.”
***
‘이럴 수가…….’
시현의 능력을 본 영호방이 마른침을 삼켰다.
‘단지 쳐다보는 것만으로 온몸을 굳게 하는 눈동자가 100개라니…… 사특하도다.’
화산파는 기본적으로 도가(道家).
순수한 내공을 사용하는 만큼, 시현이 쓰는 마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 무림과 중국의 다른 세력들 중 저 힘을 쓰는 곳은 ‘천마신교’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강하다.’
동시에 저 정도 강력한 힘이라면 유혹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락왕이란 이명을 들었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그는 정말로 마기를 다루는 존재구나.’
이해는 갔다.
평화를 위협하는 마수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금 더 강해지기 위해, 무슨 일인들 못 하겠는가?
자신도 재앙이 터지고 화산파의 장문인 자리에 앉아 옳은 일만 한 건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시현은 기어코 주변 모든 슬라임을 굳게 만들었고.
팽가와 화산의 무인들은 녀석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종천. 어디 있습니까?”
“오시죠.”
결국 시현의 도움까지 받아버렸기에, 영호방은 그의 부탁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아니, 부탁을 거절해 이곳에서 난리라도 피우면 제자들의 피해가 막심할 거야.’
결국 힘 앞에선 장사 없다 생각하며, 영호방은 평생 할 일 없다고 자신했던 ‘사악한 힘과의 협력’을 시작했다.
***
똑똑똑.
“들…….”
드르륵.
“어오십…….”
“야! 종천!”
“시…….”
철썩!
자신의 등짝에 작렬하는 따끔한 손바닥을 느끼며, 종천이 말을 끝마쳤다.
“……오.”
“뭔 말이 이렇게 느려? 이렇게 굼벵이같이 다니니까 멍청한 마교한테 맞고 다니지!”
“그게…….”
“몸은 괜찮냐?”
종천이 뭐라 할 틈도 없이, 시현이 그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천마, 천리태가 마기로 인해 상처를 냈는데.
현재 플레이어들 중 가장 강한 마기를 가지고 있는 시현이 다쳤는지 살피는 게 조금 아이러니했다.
“시현 소협? 여긴 어떻게…….”
“조용히 해. 인마.”
“…….”
잠시 종천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본 시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확실하네. 이건 천리태의 짓이야. 내가 말했던 대로 천마신교에 바로 찾아갔나 보네.’
현재 종천이라면 이렇게 얻어터질 거라곤 생각 못 했기에, 시현은 미안하면서도 의아했다.
‘왜…… 초절정고수를 목전에 둔 종천이라면 천리태를 이기진 못해도 이렇게 다치진 않을 텐데?’
잠시 종천을 쳐다본 시현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정말 죄송한데 다들 나가주세요.”
“……알겠습니다. 형님.”
“갑자기 왜…… 자네 사춘긴가?”
“아버지 일단 나가시죠.”
서영우, 팽중학, 팽소위를 비롯한 모든 플레이어들이 자리를 비워주었다.
그를 마지막까지 쳐다본 영호방도 나간 그 순간.
[아이템, ‘밤의 장막(B)’이 드리웁니다.]시현이 코트를 한 번 펄럭임과 동시에 종천이 있던 방 안이 보랏빛 밤으로 가득 차올랐다.
“종천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의자를 끌어와 자신의 앞에 앉는 시현을 보며.
종천이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하하하…….”
예의도 없고, 격식도 없고, 다짜고짜 들어와 등짝이나 때려대는 밉상이었다.
하지만 종천은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왜지?’
아니, 도리어 기분이 좋았다.
‘고르곤 세 자매를 같이 잡았어서 그런가? 아니야. 날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게 느껴져서 그런가?’
아주 어렸을 때, 몸담았던 문파를 잃고 혼자였던 종천.
그런 그에게 가식으로라도 괜찮냐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시현은 달랐다.
조금 무례하고 거칠었지만 자신을 걱정해 주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란 게 느껴졌기에.
그렇기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시현 대협. 제가 맞은 이유는…….”
“자꾸 소협, 대협 거리지 말고 반말해. 우리 친구잖아.”
“후후후. 알겠습…… 알겠네. 시현 소협.”
“아니, 대협.”
“……그래. 시현아.”
후우.
한숨을 내뱉은 종천이 시현에게 말을 시작했다.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네가 준 정보는 반만 맞았네.”
“반만 맞았다고?”
시현이 종천의 말에 집중했다.
회귀 전, 종천을 만났던 건 지금 타이밍보다 한참 뒤.
당시의 녀석은 자신의 과거를 잘 말하지 않았기에, 지금부터 나오는 말은 시현도 잘 모를 가능성이 컸다.
“그렇소…… 아니, 그래. 무당파와 천마신교가 손을 잡은 건 사실이었어. 다만, 완전히 손을 잡고 정파를 배신한 건 아니었지.”
“그럼 어떻게 된 거지?”
“……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그래? 그럼 네가 안전하단 것도 확인했으니 재앙부터 끝내러 가 볼까?”
그 말에 종천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재앙은 클리어할 수 없어.”
“그게 뭔 개소리야?”
“천리태.”
“…….”
“천마, 천리태. 그자가 구울이 됐네.”
“뭐?”
그 말에 충격받은 시현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그게 뭔…….”
저 말이 사실이라면 종천의 말대로 [Stage: 28>은 클리어할 수 없었다.
메인 퀘스트 [질척이는 피>의 목표는 슬라임 사이에 숨어 있는 블러드 슬라임 ‘전부’ 처치.
단 한 마리라도 살아 있으면 그대로 퀘스트 실패였다.
“천마 신교가 블러드 슬라임을 보호하겠네. 네 말대로 천리태가 구울이 됐다면 말이야.”
“맞……아.”
“그런데 천리태가 왜? 대체 왜?”
시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녀석이 구울이 돼서 얻을 이득이 뭐가 있다고? 몸만 강해질 텐데?”
실제로 회귀 전, 천리태는 구울이 되지 않았다.
굳이 블러드 딥 휘하로 들어가지 않아도 굉장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본신의 힘만으로도 시현에 견줄 만한 강함, 자신을 따르는 수백만 마교도들.
녀석은 괜히 동아시아 랭킹 2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래서지.”
“오히려 그래서라니?”
“악마와 계약해서 더 강해진 걸로 알고 있네. 정확히는 모르겠어.”
천마가 악마와 계약했다니.
‘끔찍하네.’
시현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대해선 정보가 더 필요하겠어. 어떤 악마와 어떻게 계약했는지 모르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이건 지금 당장 해결할 순 없는 일이니까.”
“맞는 말이야. 그건 그렇고, 시현.”
“말해.”
“대체 넌 어떻게 무당파와 천마신교가 연관이 있다는 걸 안 거지?”
“자세히는 몰라. 내가 아는 거라곤 무당파와 천마신교가 손을 잡았다는 것. 그리고 무당파가 천마신교에게 배신당해 멸문했다는 것이지.”
“그 정보는 틀렸어.”
“그렇다면…….”
“무당파는 천마신교에 대항해 끝까지 싸웠소. 여기 있는 화산파와 더불어서 말이오. 그렇기에 감사하게도…… 이곳 화산파에선 무당의 마지막 제자인 나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었지.”
“어떻게 된 거야?”
“내 본명은 종천이 아니야. 천리태의 하나뿐인 동생, ‘천종’이지.”
“?”
시현의 표정에 떠오른 ‘?’ 표시에, 종천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도 믿기지 않았어.”
“그럼 네 아빠가 천마였다는 거야?”
“그런…… 셈이지.”
‘네 아빠 천마’라는 말이 듣기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사실이었기에 딱히 반박할 수 없었다.
“무당파 장로님께서 어렸을 때 강가에 버려져 있던 날 거둬 키우셨고.”
“천마의 핏줄이 그곳에 있다는 걸 안 천마신교가 무당파를 급습해 멸문시켰다?”
“맞아. 천마신교의 힘이 생각보다 엄청나더군.”
화산파와 종남파가 도와줬음에도 천마신교를 막을 수 없었다.
이들이 막을 수 있었던 건 우연찮게 살아남은 마지막 제자, ‘종천’.
그마저도 천마의 핏줄이었기 때문에 천마가 살려줬기 때문이었다.
“이해가 안 가. 천마 입장에선 넌 경쟁자일 텐데…….”
“천마는 무료해하고 있어.”
“무료해한다고?”
끄덕.
“그래. 나보고 강해져서 돌아오라더군.”
“미친놈.”
잠시 생각을 정리한 시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Stage: 28> 종료까지 남은 시간: 6일 21시간.]‘지금부터 남은 시간은 대충 7일. 이 안에 천마신교 전원을 뚫고 블러드 슬라임을 처치할 순 없어.’
종천이 말한 대로 천마가 구울로 변하고 악마와 계약까지 했다면 훨씬 강해졌을 터.
게다가 천마를 따르는 모든 신도들이 구울이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빌어먹을…….’
여섯 번째 대재앙, 블러드 딥.
그 적은 이계에서 오는 뱀파이어와 좀비, 구울, 슬라임 녀석들뿐 아니라.
랭킹 2위, 천마 천리태와 그 세력까지 포함되었다.
‘재앙 난이도가 미친 듯이 어려워졌어.’
[Stage: 28>을 클리어할 수도 없으니 ‘흡혈성’의 소환 시간도 50%나 빨라질 터.‘흡혈성이 소환되면 그곳에 있는 뱀파이어 로드, 키제느가 본인의 힘 100%를 발휘할 수 있어.’
뱀파이어 로드, 키제느는 하급 신의 격을 가지고 있는 존재.
지금은 플레이어들끼리 싸울 때가 아니었다.
“종천. 지금 나랑 한 이야기,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할 수 있지?”
“물론. 그런데 뭘 어쩌게?”
“어쩌긴.”
시현이 주먹을 쥐었다.
“뭉쳐야지.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빨리.”
“뭉친다고? 그게 가능할까?”
“가능하고 말고가 아니야. 지금 당장 안 뭉치면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가 멸망할 수도 있어.”
최악의 경우, 동아시아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은 죽지도 못한 채 피만 빨리는 미라가 될 것이다.
***
[천마(天魔), 이 이름이 주는 무게감을 아느냐?]흑발 적안.
창백한 피부, 이와 어울리지 않는 다부진 체격.
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변을 짓누르는 강력한 마기.
수십만 천마신교 정예들이 모인 십만대산 맨 꼭대기에서.
천리태는 뒤에 있는 사대호법들에게 물었다.
“…….”
“…….”
이들은 천마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네 개의 방패인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무인이었지만.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하긴, 천마가 되지 못한 자들은 모를 수밖에.]잠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 천리태가 웃었다.
[같은 배, 다른 배에서 나온 형제들을 모조리 찢고, 동물의 먹이로 주고, 물고기 밥으로 주면서 오른 이 자리. 이 자리에 있는 자가 세상 모든 걸 지배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맞습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래. 세상 모든 걸 지배하는 것도 당연하고…….]천리태가 주먹을 쥐니.
허공에 마기가 모여들어 거대한 악마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모든 세상을 지배하는 것도 당연하지.]천리태.
그의 목표는 고작 이딴 중국, 무림 따위가 아니었다.
그랬다면 구울로 변해 블러드 딥에 들어가지도, 뒤늦게 그에게 다가온 색욕의 마신, ‘아스모데우스(Asmodeus)’와 계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들어라!]천리태가 양팔을 펼치니, 허공에 모여들었던 검은 마기가 사방으로 퍼져 비처럼 쏟아 내렸다.
“천마재림 만마앙복!”
“天魔再臨 萬魔仰伏!”
[우리의 시작은 중국이다! 그다음은 멋모르고 날뛰는 몽골 망아지 놈들, 그다음은 한국과 일본!]쿠구구구구…….
[동아시아를 전부 제패한 후엔…… 전 세계를 지배한다! 앞을 가로막는 것들은 모조리 부수어라.]“천마재림 만마앙복!”
“천마재림 만마앙복!”
[자…… 그럼.]천리태의 눈에서 시뻘건 안광이 터져 나왔다.
[가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