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29)
신의 천적, 회귀하다 029화
26. 트롤 아레나(2)
살아남은 파티는 셋.
살아남은 인원수는 열둘.
대부분이 후방에 있던 마법사나 궁수, 운이 좋아 몸을 뺐던 검사 계열 플레이어.
탱커들은 남아 있지도 않았다.
반면, 트롤들의 숫자는 36마리.
1차 예선전 때 잡은 9마리를 제외한 모두였다.
“끝……났다.”
“끝이야…….”
플레이어들이 털썩 주저앉았다.
다리가 풀려 버린 탓이었다.
개중에는 오줌을 지려 버리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죽음.
눈앞의 트롤들이 한꺼번에 내뱉는 포효는 이성을 마비시켰다.
“함부로 이런 곳 오면 안 됩니다.”
그런 플레이어들 앞으로.
누군가 걸어 나왔다.
검은 갑옷과 머리칼, 붉은 입술, 탁한 분홍빛 검.
커다란 눈과 맑고 흔들림 없는 눈동자.
시현이었다.
“이번 한 번만 살려 드릴게요.”
시현의 검은 갑옷 주변으로.
검은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말씀드렸어요. 더 이상은 못 도와준다고.”
[스킬, ‘투창(D)’을 발동합니다.]검은 창이 시현의 손을 떠났다.
아스트라페가 날아가는 게 얼마나 빠른지,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시현이 창을 던진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검은 번개.
아스트라페.
EX급 스킬, ‘신격 말살’의 영향을 받은 제우스의 번개는.
온통 마기를 머금은 채 검은빛으로 빛나며 경기장을 일직선으로 가로질렀다.
번쩍!
“이, 이게 무슨?”
“미친…….”
그리고 그 경로에 있던 트롤들의 몸뚱어리가 전부 찢겨 나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파지지직.
트롤을 꿰뚫고 간 검은 번개는 녀석들의 몸에 남아 상처 속으로 파고들었다.
“크아아아!”
“크워어어!”
트롤들의 상처로 파고든 검은 번개는 녀석들의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갔고.
트롤들의 내부를 철저히 망가뜨렸다.
“천유리 씨.”
“네!”
시현의 명령에 천유리가 냉기를 발동시켰다.
츠즈즈즉.
운디네가 소환되며 물과 냉기 흐름을 도왔고.
이내 수많은 냉기의 창과 화살이 천유리 뒤로 부채처럼 펼쳐졌다.
“가.”
츠즈즈즉.
이내 천유리의 명령에 따라 얼음 화살과 창들이 트롤들의 상처에 가 박혀 버렸다.
시현이 가진 천총운검 효과로 인해 상처가 아무는 게 느렸던 탓에.
천유리의 냉기 마법은 적절히 적중될 수 있었다.
쩌어어억.
냉기 마법에 당한 트롤들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 순간.
타앗.
시현은 천총운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아이템, ‘천총운검(E)’이 질풍을 일으킵니다.]사아아아!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천총운검 주변으로 수많은 바람 칼날이 생성되었다.
서걱.
시현은 천총운검에서 나온 바람 칼날들을 하나하나 컨트롤하며 트롤들에게 쏘아 보냈다.
서걱.
날카로운 바람 칼날들이 트롤의 피부를 베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천유리가 냉기 마법을 사용해 트롤의 내부를 얼렸다.
[트롤 처치에 성공하였습니다.] [5포인트를 획득합니다.]“마, 말도 안 돼…….”
“이렇게 간단하게……?”
“저 사람 정체가 뭐야? 번개랑 검을 동시에?”
“냉기를 사용하는 저 여자도 보통이 아니야…….”
이곳, 골드 아레나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서울 전역의 플레이어.
이들은 시현이 이전 재앙에서 활약했던 모습을 볼 수 없었기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있는 곳에선 이렇게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플레이어가 없었으니까.
어림잡아 10마리, 혹은 그 이상.
그 엄청난 수의 트롤들이 순식간에 죽었던 것이다.
이곳에 온 플레이어들은 강했다.
아니, 적어도 본인들이 강하다 생각했다.
그렘린 같은 마수는 물론.
길 가다 마주치는 다른 플레이어들은 몇 초 안에 제압하거나 살해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강한 플레이어들이 각 포지션에 맞춰 8명 풀 파티를 이뤘다.
그런 그들 중 거의 절반이 죽고 나서야 겨우 세 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공격 한 번으로 트롤의 3분의 1 정도를 날려 버리다니.
차원이 달랐다.
콰드드득!
번쩍!
그렇게 검은 번개가 몇 번 번쩍이고 난 뒤.
“크워어어어…….”
“카아아아…….”
트롤들이 오히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가?”
번쩍!
그렇게 남은 트롤들도 모두 해치우고 나서야.
시현이 여유롭게 돌아왔다.
[축하합니다! 모든 예선전을 통과하였습니다.] [살아남은 플레이어분들께선 본선을 진행하거나 퇴장하실 수 있습니다.]들려오는 메시지와 저 멀리서 검은 번개와 함께 다가오는 시현을 보며.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이 눈빛을 교환했다.
꿀꺽.
‘어, 어쩌면…….’
‘이 사람 옆에 있으면 버스 탈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래. 예선전이야 각자 했다 해도 본선에 들어가면…….’
‘그래도 같은 인간인데 설마 외면하겠어?’
그렇게 남은 플레이어들이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선택의 시간이 왔다.
‘한심하네.’
시현이 남은 플레이어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남은 플레이어들 중.
예선전을 포기한 플레이어나 파티는 없었다.
네 명으로 이뤄진 파티와 다섯으로 이뤄진 파티.
자신들의 파티를 이루고 있는 인원의 절반이 ‘예선전’에서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충 무슨 생각인진 알겠네.’
시현은 플레이어들의 속내를 단번에 파악했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뭐. 곧 알게 되겠지.’
골드 아레나.
이곳은 버스 태워주는 걸 순순히 허락해 줄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라운드는 파티별로 진행됩니다.]“어?”
“이, 이게 아닌…….”
당장 1라운드부터 파티별로 진행이 된다.
그렇다고 예선전에서 죽었던 자신의 파티원들이 돌아오지도 않는다.
게다가 1라운드 상대는 트롤 다섯 마리.
심지어 예선전에 나온 ‘부상당한’ 트롤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개체들이었다.
“크워어어어!”
1라운드의 상대는 트롤.
시현 일행을 제외한 모든 파티는 전멸했다.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었다.
라운드는 파티별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니까.
“커……헉!”
그렇게 다른 플레이어들이 죽는 걸 지켜보는 건 살짝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여기 남겠다는 건 저들이 선택한 것이었으니.
[준비하십시오! 1라운드가 시작됩니다!]드디어 시현 일행에게도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가자.”
골드 아레나.
회귀 전 시현이었다면 올 엄두도 못 내고.
왔다고 할지라도 당장 살아남는 것에만 급급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현재 제우스의 벼락, 헤라의 마법 주머니, 미카엘과 루시퍼의 힘이 담긴 갑옷, 스사노오의 검.
절대신들의 장비를 가진 시현은 전대미문의 플레이어였다.
게다가 양옆엔 든든한 천유리와 서영우까지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클리어하는 걸로는 섭섭하지.’
시현은 이번에도 히든 피스를 노렸다.
브론즈와 실버.
그리고 골드 아레나의 차이는 ‘난이도’에만 있는 게 아니다.
히든 피스.
골드 난이도의 각 라운드에는 숨겨진 조건을 만족하면 얻을 수 있는 히든 피스가 있었다.
“크워어어어!”
그리고 1라운드의 히든 피스를 얻기 위한 조건은.
상처 없이 다섯 마리의 트롤을 제압하는 것이다.
“영우야.”
“네. 형님.”
“예선전 때 놀았으면 밥값 해야지?”
“그럼요. 크크. 저만 믿으세요.”
서영우가 시현의 명령에 따라 앞으로 나왔다.
츠즈즈즉.
서영우의 스킬 발동과 동시에.
검은 안개가 퍼져 나갔다.
“크륵?”
“크라라?”
서영우의 스킬, ‘블랙 포그’.
저 검은 안개에 닿은 트롤들은 각자 가장 끔찍한 기억을 마주한다.
라미엘의 힘 ‘환상’이 타락했을 때의 버전 ‘악몽’을 보고 있는 것이다.
“크워어어!”
“크아아아…….”
제각기의 악몽을 맞이한 트롤들이 비틀거리더니.
이내 몸을 웅크렸다.
대다수 트롤들은 지능이 낮다.
태어나자마자 자신들의 부모, 혹은 형제에게 맞고.
군단에 들어가선 상관에게 더더욱 맞으며 교육을 받는다.
얼마나 맞든 상관없었다.
저들에겐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난 재생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고통과 악몽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는 법.
블랙 포그에 노출된 트롤들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맞고 있는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저렇게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1라운드를 클리어하였습니다.] [겁에 질린 트롤들이 강제로 역소환됩니다.]트롤들이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상태라는 걸 인지한 걸까?
시스템이 클리어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들려주었다.
사실상 상처 없이 트롤들을 제압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1라운드의 히든 피스는 사실상 거저먹기였다.
시현에겐 서영우라는 유능한 플레이어가 있었으니까.
“든든하다. 영우야.”
“크크크. 별말씀을.”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 것일까?
서영우가 킬킬 웃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천유리도 피식 웃었다.
[숨겨진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상처 없이 모든 트롤을 제압할 것.] [보상으로 아이템, ‘오크 주술사의 말뚝(A)’을 획득합니다.] [오크 주술사의 말뚝(A)]#골드 아레나 1라운드 히든 보상입니다.
#오크 주술사의 축복을 받아 만들어진 말뚝입니다.
▶재료 아이템
▶효과
[마력 +10] [마법 저항 +10]*연금술사 클래스를 가진 플레이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히든 보상으로 받은 건 오크 주술사들이 만들어 많이 쓰는 말뚝이었다.
이전에 얻었던 아이템, ‘축복받은 트롤의 피(C)’와 더불어 주술에 많이 쓰이는 아이템으로.
지금의 시현에게는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키비시스에 넣어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천유리의 고질병.
골드 아레나에서 나오는 보상 중 대부분은 천유리의 병을 고치는 데 사용된다.
‘천유리는 반드시 고친다.’
현재 시현은 천유리의 병을 고쳐주기로 약속하고 그 대가로 SS등급 아이템인 ‘정령왕의 보옥’까지 받아먹은 상태.
그런 만큼 그녀와의 약속을 지켜야만 했다.
“좋아.”
아이템들을 키비시스에 넣은 후.
시현이 정면을 바라봤다.
“계속 가자고.”
[2라운드가 시작됩니다!] [3라운드가 시작됩니다!] [4라운드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시현 일행은 빠르게 라운드를 돌파해 나갔다.
2, 4와 같은 짝수 라운드엔 히든 피스가 없었기에 무작정 나오는 트롤들을 처리했고.
3, 5라운드는 천유리의 빙결 마법과 시현의 아스트라페를 사용해 클리어했다.
일행 모두 꽤나 고생했지만 깨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셋이 워낙 강력하고 다재다능했기 때문이었다.
3라운드에서 나온 미로와 5라운드에서 나온 트롤 키메라는 상대하기 살짝 까다로웠지만 그뿐.
미로야 키비시스가 흡수한 ‘북극성의 잔해(E)’로 금방 돌파할 수 있었고.
트롤 키메라는 시현의 아스트라페, 천총운검과 천유리가 가진 냉기의 힘으로 간단하게 돌파할 수 있었다.
‘긴장감은 좀 없네. 뭐, 이게 좋은 거지.’
시현이 중얼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이전에 있었던 다섯 번의 재앙과는 달리 여섯 번째 재앙부턴 시현도 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에.
이렇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파할 수 있었다.
[메인 퀘스트, [컴뱃! 아레나!>를 클리어하였습니다.] [플레이어 이시현, 천유리, 서영우 님께선 5인 이하 파티로 골드 아레나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조건을 만족해 ‘플레티넘 아레나’ 도전권을 획득하였습니다.] [*플레티넘 아레나 도전에 성공할 시, 추가 보상과 함께 골드 아레나의 보상이 2배가 됩니다.] [*플레티넘 아레나 도전에 실패할 시, 사망합니다.] [정말로 도전하시겠습니까?]메시지를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 이제 시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