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35)
신의 천적, 회귀하다 035화
31. 불가살이
“유리야……! 이게 어떻게 된……. 너……! 정말로 유리 맞니?”
“…….”
격한 천태수의 반응에도.
천유리는 말없이 시현의 등 뒤로 숨을 뿐이었다.
시현의 팔꿈치를 꽉 쥐며 뒤로 숨는 딸의 모습에.
천태수의 눈빛이 변했다.
“넌 누구냐.”
천태수의 주변으로 방대한 마력이 피어올랐다.
상당한 살기에 주변 꽃들이 그늘지기 시작했고.
화려하게 피어 있었던 꽃들이 그 이면을 드러내며 검게 피어올랐다.
녀석들이 숨기고 있던 날카로운 가시와 독무, 그리고 뿌리들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하고.
무언가 잘못됨을 인지한 이곳 서천 주민들이 뒷걸음질 쳤다.
‘맞네. 천태수 아저씨.’
그의 얼굴을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화려한 금장식으로 된 하얀 한복.
뚜렷한 이목구비와 짙은 눈썹.
회귀 전 모습 그대로였다.
“싸울 생각은 없어요.”
시현이 조심스럽게 천유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천유리 씨. 인사하셔야죠.”
“……안녕. 아빠.”
“유리야!”
천유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리고 시현이 예상했던 것과는 한 치의 다름도 없이.
천태수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며 천유리를 끌어안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
믿을 수 없는 아빠의 모습에.
천유리가 혼란스러운 눈으로 천태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내가 더 미안해.”
‘일이 잘 처리돼서 다행이네.’
두 부녀의 상봉이 있고 난 후.
천태수는 단번에 천유리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천태수 정도 되는 플레이어가 포옹까지 했는데.
천유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혹독한 냉기를 모르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천태수는 그 즉시 천유리가 구음절맥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온갖 호들갑을 피우며 자신의 부하들을 불렀다.
다른 플레이어들과는 달리, 그들 모두가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반항할 틈도 없이 천유리를 들것에 실어 갔고.
그렇게 천유리는 입원했다.
“병문안도 못 가나.”
혼자선 심심했기에.
시현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서천 꽃밭.
바깥과는 달리 평화롭기 그지없는 이곳 플레이어들의 표정인 웃음과 희망만이 가득했다.
낙원에 가까운 모습에.
시현이 씁쓸하게 웃었다.
‘천태수 아저씨의 이상향은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시현에게.
한복을 입은 한 플레이어가 달려왔다.
“은공이시여. 꽃감관께서 호출하셨습니다.”
“은공이요?”
뜻밖의 호칭에.
시현이 피식 웃었다.
‘이 아저씨한테 은공 소리 듣게 생겼네.’
서영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 삶에서는 천태수와의 관계도 확실히 달라질 게 눈에 훤히 보였다.
서천 중심에 있는 건물.
원래는 종합 전시장으로 활용되던 이곳은 이젠 수많은 한국 신들의 조각상과 아이템이 전시되고 보관된 곳으로 개조된 상태였다.
서영우가 세웠던 동산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건 거대하고 효율적인 의료 인프라였다.
“일단 몸부터 녹여.”
“상태 체크 하고.”
천유리가 치료실에 들어가고 1시간 후.
직접 진료에 나선 천태수가 땀을 닦으며 나왔다.
“아 오셨습니까? 은공.”
“네. 왔습니다.”
“덕분에 유리에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 딸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천태수가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말했다.
“천유리 씨는 괜찮으세요?”
“네. 우선은요.”
계속해 땀을 닦으며.
천태수가 덧붙였다.
“제가 데리고 있던 애들이 원래 의사나 약사 출신이었고. 저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아이템, 포션, 신성력 같은 힘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거든요. 선진문물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마기를 쓰는 절 들이지 않은 거군요.”
“……아무래도 저흰 신성력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으니까요. 그 점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신성력은 마기에 노출되면 오염이 쉽게 돼서요.”
천태수의 말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시현이 가진 마기는 보통 마기도 아닌 신성력을 ‘타락’시키는 힘을 가진 마기.
실수로라도 안에서 부여하는 신성력에 닿는다면 이곳 전체가 타락할 수도 있었다.
타락은 점진적으로 시작하지만, 이내 연쇄 효과를 일으켜 순식간에 상대를 잡아먹어 버렸으니.
“압니다. 이 힘은 불완전하고, 불길하고, 불안정하며…….”
자신의 손안에 있는 검은 스파크를 보며.
시현이 씁쓸하게 웃었다.
“타락했죠.”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현이 선택한 아이템, 타락한 영광.
그리고 선택한 클래스, 타락을 부르는 자.
이 힘이 아무리 손가락질받는다 할지라도.
‘신’들을 상대하기엔 가장 효과적이었으니.
“세상이 이렇게 변해 버렸는데 누구 탓을 하겠습니까?”
천태수가 위로하듯 시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뭐. 그건 그렇죠.”
“그나저나…… 제 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건 어렵지 않죠. 전 천유리 씨를 치료할 방법도 알고 재료도 있습니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다만 그 방법은 제가 ‘실행’할 순 없죠. 그래서 말인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시현은 이미 천유리에게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EX등급 칭호, [가챠의 제왕>.
거기에 SS급 아이템, 정령왕의 보옥까지.
하지만 아직 천태수에게선 보상을 받지 못했다.
“제안할 게 있습니다.”
“……정말 그거면 되겠습니까?”
“네.”
시현의 제안을 들은 천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시현이 요구한 것들은 한반도를 보살피는 신들이 직접 준, 귀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딸을 살릴 수 있는데 이 정도쯤이야.’
상대가 동의의 뜻을 내비친 그 순간.
시현은 천유리의 병과 특성에 대해 아는 것을 전부 말해주었다.
그녀의 마력 자체가 엄청난 음기를 품고 있다는 것.
이대로 놔두면 온몸의 장기가 서서히 얼어붙는다는 것.
원래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저런 증상을 보였지만 갈수록 그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것까지.
“큰일이군요…….”
“방법은 있습니다.”
[아이템, ‘키비시스(C)’가 피어납니다.]피어나는 키비시스를 본 천태수의 눈이 커졌다.
‘이 꽃은? 아니 그냥 주머니인가?’
활짝.
‘화려하군.’
키비시스에서 나온 건 ‘축복받은 트롤의 피’ 그리고 ‘화룡의 역린’이었다.
“지금부터 영약 제조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영약’이란 건.
제조법을 알고 있다고 무조건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시현은 영약을 제조할 수 없었다.
우선 그에겐 관련 스킬이 전혀 없었고.
시현이 가지고 있는 타락한 기운은 영약 제조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
“SS등급 재료 아이템이라니……. 그리고 그 제조법은 대체.”
제조법을 들은 천태수의 눈이 커졌다.
“화기로 냉기를 완화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화기를 이용해 몸 안에 있는 모든 화기를 빼내 가사 상태로 만들어서……. 대체 누가 이런 제조법을 알아낸…….”
시현이 재료 아이템을 건넸다.
“이론 수업은 나중에 하시고 지금은 치료부터 하죠. 시간이 좀 걸릴 텐데.”
“네. 배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한 번 웃은 뒤.
그렇게 천태수는 천유리를 치료하러 갔다.
회귀 전이었다면 둘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4년 6개월 후에 만난다.
그러곤 몇 개월 안 되어 사별하는 비운의 가족이었지만.
시현 덕분에 일찍 만났을 뿐 아니라, 천유리의 병도 나아질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지금 천유리의 치료법을 알아낸 건 다름 아닌 미래의 천태수, 천유리 둘이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렇게 둘을 내버려 둔 시현은.
‘정체 모를 알’을 든 채 밖으로 나왔다.
서천.
상당히 넓은 크기를 가진 이곳엔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었다.
천태수가 계약한 신은 꽃감관, ‘사라도령’.
탄생의 여신, ‘삼신(三神)’이 소유한 서천 꽃밭을 관리하는 신으로.
그 격은 무려 상급에 해당했다.
물론 지금 강남 일대에 펼쳐진 이 꽃밭은 진짜 서천 꽃밭에 비하면 아주 작은 땅덩어리에 불과했지만.
여기 피어 있는 꽃들의 효과는 정말로 신들이 가꾸는 그것과 동일했다.
[아이템> [정체 모를 알(??)]현재 부화율: 100%
*특수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정령왕의 보옥을 모두 흡수한 정체 모를 알의 부화율은 100%.
하지만 추가 조건이 필요하다.
추가 조건이라 함은 알에게 ‘감정’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
‘츠키는 알에게 온갖 애정을 쏟아서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시현에겐 그녀와 같이 테이머적인 면모도, 애정도, 스킬도 없었다.
하지만 꼼수는 있었다.
“이건가.”
이미 천태수에게 서천 꽃밭의 모든 꽃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기에.
시현은 거침없이 이곳의 꽃들을 꺾었다.
툭.
웃음꽃, 그리고 울음꽃.
그 외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수많은 꽃들.
정체 모를 알은 아주 신나게 이것들을 먹었다.
[경고! 아이템 ‘정체 모를 알(??)’에 균열이 일기 시작합니다.]츠즈즈즉.
이내 정체 모를 알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그 안에서 무언가가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했다.
“꾸우!”
정체 모를 알의 두꺼운 껍데기를 깬 뒤.
네 발 달린 생명체가 비틀비틀 걸어 나와 꽃을 가로질렀다.
그러곤.
툭.
“뀨우!”
시현의 품에 들어와 안겼다.
“녀석…….”
애완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는 시현이었기에.
잠시 어색하게 녀석을 들어 올렸다.
코끼리의 것과 비슷하지만 훨씬 길고 유연한 코.
시현의 기운을 닮은 흑빛 털과 하얀 얼룩.
초롱초롱한 금빛 눈동자와 철을 씹어 먹을 정도로 강력한 이빨.
불가살이(不可殺伊).
철을 먹고 몸집을 불리며, 절대로 죽지 않고, 악몽이나 나쁜 기운을 먹거나 내쫓는다는 전설 속 신수.
시현이 목표했던 그 신수였다.
할짝. 할짝.
“그만 핥아. 내가 사탕이냐?”
녀석은 마치 오랜만에 주인을 만난 개처럼 시현의 얼굴을 핥고 있었다.
‘타락한 기운이 느껴질 텐데……. 싫지도 않은 건가? 아니면 내가 타락했기에 나쁜 기운을 정화시켜 주려는 건가?’
그래도 나름 주인인 걸 인식해서일까?
녀석은 시현을 잘 따르고 있었다.
하다못해 혀가 아닌 코로도 시현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는 게 문제였지만.
“와…….”
“귀엽다.”
“우와…….”
서천 꽃밭엔 동물이 없었기 때문에.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불가살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뀨르르르르…….”
하지만 불가살이는 시현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괜찮아. 가서 놀아.”
“꾸우?”
“꽃들만 너무 망가뜨리지 말고.”
시현의 허락이 있고 나서야.
불가살이는 꽃밭을 뛰어놀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아이들도 불가살이와 함께 뛰어놀았고.
녀석이 뭘 먹는지 몰라 이것저것 줘보고 있었다.
“철을 줘야 먹지.”
그 모습을 본 시현이 키비시스에서 E등급 무기 하나를 꺼내 녀석에게 주었다.
콰드득.
이내 철을 먹는 불가살이를 보며.
시현이 피식 웃으며 불가살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이름은 이제부터 ‘가살’이다.”
“꾸우!”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듯.
불가살이, ‘가살’이 기분 좋게 꾸르릉거렸다.
[불가살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정체 모를 알에서 부화한 생명체, ‘불가살이’가 이시현 님을 주인으로 인식합니다.] [원한다면 불가살이를 ‘펫’으로 들일 수 있습니다.]‘좋아.’
[축하합니다! 펫, 불가살이를 획득하였습니다.] [플레이어가 받는 경험치의 10%가 펫에게 부여됩니다.]경험치의 10%.
꽤나 많은 양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불가살이는 10% 그 이상의 쓸모가 있는 전설 속 신수였기 때문이었다.
‘뭐 그리고.’
피식.
‘귀엽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