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38)
신의 천적, 회귀하다 038화
34. 맨티스 프레이어
몇 시간 후.
시현이 향한 곳은 서울 뚝섬이었다.
두 번째 조각상이 있는 곳임과 동시에, 물이 가득한 곳이었기에.
아스트라페를 사용하기 상당히 좋은 곳이었다.
‘프로그맨도 비슷하게 처리했고 말이야.’
물론 자이언트 맨티스들은 프로그맨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한 몸과 힘을 가진 마수였지만.
물이 가득한 한강에서라면 조금 더 상대하기 용이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사마귀 조각상이 이미 깨져 있었던 것이다.
‘조각상을 누가 미리 깨놓은 건가? 아니면…….’
수십, 수백의 자이언트 맨티스를 뚫고 조각상을 부수려면 최소 수천의 플레이어들이 모여야 가능한 일.
‘주변에 그런 거대한 플레이어 집단은 못 봤는데. 서울에 벌써 있을 리도 없고.’
시현이 알기론 현재 서울 근처엔 그만한 세력이 없는 상태였다.
‘뭐. 어쩔 수 없나.’
어찌 됐든 사마귀 조각상 하나가 더 파괴되었다.
그 후에 나오는 맨티스 프레이어까지 잡았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메인 퀘스트는 클리어되고 있었다.
‘이제 몇 개만 더 부수면 끝이다.’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복정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어나라, 멍청한 놈.
-뭐야?
서울 한 지하철역 사마귀 조각상 아래 있던 맨티스 프레이어, 콰치가 잠에서 깨어났다.
머릿속으로 울려 퍼지는 음성 때문이었다.
-조각상이 깨진 건 아니고…….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왜 나에게 연락하다니. 멍청한 건 너 아닌가?
콰치의 머릿속에 울려 퍼진 음성의 주인은 푸치.
자신과 함께 온 세 명의 맨티스 프레이어 중 하나이자.
강동구 구석의 한강에 아래 잠겨 있는 녀석이었다.
-후치가 당했다.
-광진구에 있던 놈이 벌써? 아……. 그러고 보니 이 지역은.
-그래. 타락악귀……. 그놈이 있는 곳이다.
원래 멘티스 프레이어는 자신들의 모습을 본뜬 사마귀 조각상이 파괴되기 전까진 깨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유독 정신력이 뛰어난 푸치는 다른 녀석의 죽음을 알아차렸고.
이게 심상치 않은 일이란 걸 파악해 다른 맨티스 프레이어, 콰치도 깨운 것이다.
-힘을 합쳐야 한다.
-조각상이 깨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대화할 뿐만 아니라……. 깨어나 돌아다니겠다는 거냐?
-조각상이야 다른 개체들이 부숴주면 될 일이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우린 ‘셋’이 모여야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 군단에 요청해 하나의 맨티스 프레이어를 보충할 거다.
-……미쳤군. 페널티가 상당할 텐데.
-그 어떤 페널티도 죽음보단 낫지. 넌 소문의 ‘타락 악귀’를 이길 자신이 있나 보지?
푸치의 말에 콰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자이언트 맨티스들이 속한 거대한 군단.
포식 군단, 프레데터(Predator).
몇 개의 하위 군단을 지구로 보낸 덕분에, 이들은 서울 지역 인간 플레이어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중 가장 위험한 10명의 플레이어 중 하나.
그 10명 중에서도 어쩌면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는 인간 플레이어.
타락악귀, 이시현.
트롤 사단장 료카도 상대할 수 없었던 그를 맨티스 프레이어 한 마리가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후후후. 일이 재밌게 됐군.
콰치가 웃었다.
-이런 부정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각자 구역 내 구석에 배치된 건데 말이야.
-…….
-좋다. 협력하지. 셋의 정신을 한군데 모으자. 장소는 어디로 할 예정이지?
-이미.
콰드득.
-왔다.
-빌어먹을 놈. 이래서 네놈이 좋다니까.
복정역 지하.
콰치의 모습을 본뜬 조각상이 부서짐과 동시에, 콰치가 밖으로 나왔다.
그런 그의 눈에 나타난 건 또 다른 맨티스 프레이어, 푸치였다.
-그럼…….
-그래. 모든 건…… 포식 군단을 위하여.
콰직!
이내 푸치가 거대한 입을 벌려 콰치의 머리를 집어삼켰다.
콰치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순순히 머리를 내주었다.
-흐흐흐흐…….
콰치의 머리를 먹은 푸치가 만족감에 몸을 떨었다.
녀석에게 집약되어 있던 수십, 수백의 동족들의 정신이 연결되었고.
그 모든 게 자신의 휘하로 편입되고 있었다.
그린 스웜이 보내준 추가 맨티스 프레이어는 이미 집어삼킨 상태.
시현에게 죽은 후치의 부하들 중 살아남은 녀석들의 정신까지 편입시키고 나니.
어느새 푸치의 정신 아래 수천의 동족들이 모여 있었다.
‘그래…… 와라.’
까드드드득.
푸치의 몸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수천의 동족들은 각자 뛰어난 부분이 달랐다.
어떤 동족은 앞발이 훨씬 날카로웠고.
어떤 동족은 날개가 특히 거대하고 빨랐다.
마치 인간이 각자 타고난 재능이 다른 것처럼, 자이언트 맨티스들이 타고난 재능도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푸치는.
그런 동족들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개체들의 것만 가져오고 있었다.
수천의 동족들 중 재능이 선별되고, 합쳐져 강화되었다.
‘타락악귀. 우리 포식 군단이 오기 전에 여기서…… 널 죽여주마.’
[경고! 현재 재앙 수준을 약간 벗어난 마수가 등장합니다.]‘특별한 조건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재앙 수준을 벗어났다라.’
건대입구역에 들어온 순간 울려 퍼지는 메시지에.
시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신들이 또 개입한 건 아니야. 그럴 순 없어.’
대재앙이 아닐 때 신들이 개입하는 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시스템’이란 건 여러 신들이 모여 만든 정교한 어떤 것이었기 때문에.
신들은 함부로 규칙을 어기고 개입할 수 없다.
신들은 강대한 힘과 세력을 가진 만큼 잃을 게 많았으니까.
‘대재앙도 아닌데 개입해 페널티를 받을 생각은 하지도 못할 거니까……. 그럼 맨티스 프레이어 놈들이 뭔 짓거릴 해놓은 거겠지.’
예상은 갔다.
맨티스 프레이어.
이 녀석들은 동족을 먹고 그 특성과 스탯 중 일부를 흡수할 수 있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타락한 영광이 가진 식탐의 권능과 비슷하기도 했다.
-왔는가?
귀에 있는 달팽이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뇌에 직접적으로 울려 퍼지는 음성.
그 음성을 들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왔다.”
그러곤 그대로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서걱.
쿠구구구…….
복정역 일부가 베어지더니 무너져 내렸고.
[자이언트 맨티스를 처치하였습니다.] [6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그곳에 있던 자이언트 맨티스들이 죽어 나갔다.
-역시 건방지구나. 타락악귀.
스윽.
무언가 시현의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속도였다.
하지만.
[아이템, ‘타락한 영광(D)’이 이빨을 드러냅니다.]물리, 마법 저항이 300이나 되는 갑옷이 변형되어 생겨난 촉수가 상대의 공격을 막아주었다.
카아앙!
그렇게 간단히 공격을 막고.
[스킬, ‘투창(D)’을 발동합니다.]시현이 아스트라페를 창으로 만들어 전방으로 던져 버렸다.
번쩍!
아스트라페가 전철역을 완전히 부숴 버리자.
그 너머로 수십 마리의 자이언트 맨티스에게 호위받고 있는 한 거대한 사마귀가 있었다.
[경고! 히든 보스, 맨티스 프레이어 ‘푸치’를 마주합니다.]“벌레 새끼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꼴에 힘 좀 썼네?”
-건방진…… 아무리 너라도 이 수와 강화된 내 몸을 벨 순 없을 거다.
맨티스 프레이어 푸치.
기다란 배엔 두꺼운 8개의 다리가 달려 있었고.
거대한 한 쌍의 겹눈은 모든 상황을 동시에 보고 있었다.
거대한 낫이 달린 두 앞발은 다른 자이언트 맨티스들과 차원이 다른 절삭력을 가지고 있었고.
배와 가슴 부분엔 인간처럼 다섯 개의 손가락이 달린 두 손과 팔이 있었다.
‘기도하는 건가?’
시현은 알고 있었다.
기도하듯 꼭 모으고 있는 저 두 앞발 덕분에.
푸치가 엄청난 버프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이놈을 죽여라.
그 말과 동시에.
푸치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저 녀석은 생각보다도 괴물이다.’
푸치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이라도 시현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불확실하다고.
그래서 계획을 세웠다.
이곳에 있는 자이언트 맨티스들을 이용해 최대한 시현의 체력을 빼놓고 상대하기로.
‘정 안 되면…… 그냥 시간만 끌다가 도망치면 되니까.’
여섯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52시간.
그 정도만 버티면 자신의 승리였다.
“하늘로 가면.”
[아이템, ‘천총운검(E)’이 울부짖기 시작합니다.]“안전할 줄 알았냐?”
시현의 검격과 함께.
천총운검에서 바람 칼날이 쏘아져 나갔다.
‘이건?’
자신에게 쏘아지는 바람 칼날을 보며.
푸치가 재빨리 비행으로 그것들을 피했다.
‘검은 바람인가?’
마기의 영향 때문일까?
시현이 날린 바람 칼날들은 하나같이 검은 기운을 품고 있었다.
물론 빠르긴 미친 듯이 빨랐지만 360도 전체를 볼 수 있는 겹눈으로 파악 못 할 건 없었다.
슈우웅.
그렇게 검은 칼날을 피했다고 생각한 순간.
서걱.
“치르르르르르!”
푸치가 가진 거대한 네 개의 날개 중 하나가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이게 어떻게 된…….
“야 벌레.”
어느새 자이언트 맨티스들을 밟고 뛰어오른 시현은.
푸치의 바로 눈앞에 있었다.
“내가 뭐 신사적으로 싸워줄 것 같았어?”
시현이 쓴 수는 일종의 속임수였다.
의도적으로 몇 개의 바람 칼날에 마기를 불어넣어 검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 바람만 본 푸치는 이를 피했고.
투명한 색을 띤 채 날아오는 다른 바람 칼날들은 미처 보지 못했다.
-으으으……. 악귀 놈!
어느새 재생되어 돋아난 앞발로.
푸치가 시현을 마구 베기 시작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분열됩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다른 아이템들에 스며듭니다.]파지지지.
회귀 후 시현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번개, 아스트라페가 아이템 곳곳에 스며들었다.
캉!
아스트라페가 부여된 천총운검이 푸치의 앞발을 막았다.
그리고 그대로 베어버렸다.
번쩍!
동시에 아스트라페가 잘린 단면으로 쏘아져 나갔다.
-이건?
자신의 상처를 향해 다가오는 검은 번개.
피할 틈은 없었다.
-베, 배리어를…….
츠즈즉.
푸치가 배리어를 발동하려 해도 소용없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D)’이 이빨을 드러냅니다.]쩌어억.
어느새 나타난 검은 촉수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배리어를 갉아먹었기 때문이었다.
콰드득. 콰드득.
녀석들이 갉아 먹는 건 배리어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에 둘려 있는 버프.
가장 중요한 근원인 ‘기도하는 손’까지 갉아먹고 있었다.
-아, 안 돼!
푸치가 날아서 도망가려 해도 쉽지 않았다.
이미 날개 하나가 잘린 상태.
균형이 맞지 않았기에, 녀석은 살충제 맞은 모기처럼 비실비실 날아다닐 뿐이었다.
“시간 끌려고 했다면 오산이야.”
어느새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푸치의 외피가 파르르 떨렸다.
-자, 잠깐! 제안할 게 있…….
“벌레 새끼 제안은 필요 없어.”
서걱.
아스트라페가 씌워진 천총운검.
녀석의 날카로운 예기가 푸치의 목을 갈랐다.
-난…… 아직…….
슈우우우우웅.
[훌륭합니다! 히든 보스, 맨티스 프레이어 ‘푸치’를 처치하였습니다.]“뭐 못 벤다더니 잘만 베어지네.”
동시에, 이젠 사체가 되어버린 푸치의 몸이 땅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탁.
천총운검에 깃든 바람의 힘 덕분에.
시현은 아주 가볍게 바닥에 착지할 수 있었다.
이걸로 아직 공중을 활보하는 수준까지는 다다르지 못했으나, 이렇게 중력을 살짝 거스르는 건 가능했다.
“취르르르?”
“키에에에…….”
어느새 아래로 내려온 시현을 본 자이언트 맨티스들이 외피를 떨어댔다.
검은 번개.
그와 대조되는 새하얀 검신.
저 인간, 아니, 악귀는 자신들이 가진 정신적 집합체인 푸치를 너무나 손쉽게 제거해 버렸다.
자이언트 맨티스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자신들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최대한 도망쳐 가장 많은 개체가 살아남아 거대한 군단, ‘프레데터’로 가야 한다는 것을.
그럼으로써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을.
푸드드드득.
이내 자이언트 맨티스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키비시스.”
[[분출> 특수 효과로 인해 즉시 ‘생명력 포션(C)’을 섭취합니다.] [[분출> 특수 효과로 인해 즉시 ‘마력 포션(C)’을 섭취합니다.]이제 시현의 목표는 하나.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조각상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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