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40)
신의 천적, 회귀하다 040화
36. 마녀(1)
예술의 전당에서 가장 화려한 곳.
오페라 극장.
“흐흥…… 흥흥흥.”
그곳 무대 위에서 한 여자가 피아노를 연주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으으읍…….”
“우우우……!”
“으에읍……!”
관객석에는 수많은 인간 플레이어들이 묶여 있었는데.
이들의 입엔 노란 부적으로 만들어진 재갈이 물려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참…… 관객 수준하고는.”
쿵!
그 모습을 본 박나은이 신경질적으로 피아노 뚜껑을 닫아버렸다.
“연주할 땐 시체처럼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것도 모르나.”
목도리처럼 감싼 황금 양털.
푸르스름한 마력이 서린 송곳니들로 된 목걸이.
사방으로 휘날리는 붉은 머리칼.
매혹적인 눈매와 짙은 아이라인.
서울 지역 내 랭킹 5위이자 ‘마녀’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
박나은이었다.
“계속 그렇게 소리 내면 내 사랑스러운 스파르토이(Σπαρτοί)로 먼저 탄생하는 거야.”
박나은의 말에.
사람들의 소리가 멈췄다.
스파르토이, 일명 용아병.
박나은의 손길에 의해 스파르토이가 되는 인간들은 온몸의 피부가 벗겨진 후, 산 채로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그야말로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는 작업이었고, 그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봐왔기 때문에.
그 누구도 박나은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
실제로 지금 관객석이 아닌 무대엔 박나은이 스파르토이로 만들기 위해 피부를 벗겨놓은 인간과 마수들이 있었다.
“다음 녀석은 트롤하고 합쳐 버려야지…… 재생력이 좋아서 만들기 까다롭긴 해도, 재생력이 좋아서 한 번 만들면 굉장히 쓸 만하단 말이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알고 있어?”
누구한테 말하는지 모를 말투로.
박나은이 홍홍거리며 작업에 착수하려 소매를 걷었다.
그리고 그 순간.
쿵!
문이 열리더니 김현수가 튀어나왔다.
“마, 마녀님!”
“누가 감히…….”
순간 들어오는 불청객에.
박나은의 눈매가 악귀처럼 휘어졌다.
“신성한 작업 중에 방해하래!”
“그, 그게 아니고…….”
화르르륵.
김현수가 무어라 변명하기도 전.
그의 품에 붙어 있던 노란 부적에서 불이 일더니.
이내 온몸이 불꽃에 휘감겼다.
“크, 크아아아아아!”
“내가 작업할 땐 들어오지 말라고 했지? 그걸 어기면 이렇게 되는 거야.”
김현수는 자신이 힘을 빌려준 충실한 수하이자 가장 유능한 부하였지만.
박나은은 한 치 망설임 없이 녀석을 불태워 버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작업하는 도중에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짝짝짝.
그렇게 불타는 김현수의 뒤로.
누군가가 박수를 치며 내려왔다.
“듣던 것보다 훨씬 싸이코네.”
“……누구시죠?”
“나?”
뒤에서 나온 남자, 시현이 일본도를 늘어뜨렸다.
“이시현.”
“이시현? 이시현…… 설마? 타락악귀 이시현?”
“날 아나?”
“김현수를 앞세워 제 작업실에 올 정도면 이미 제 병사들은 다 죽였을 테고. 홀로 그럴 수 있는 플레이어는 별로 없죠.”
박나은의 눈이 장난스러운 기색을 비쳤다.
마치 고양이가 재밌는 놀잇감을 발견한 듯한 눈빛이었다.
“랭킹 1위 정도면 모를까?”
“눈치는 빨라.”
“야레 야레. 초 슈퍼스타가 절 찾아오시다니.”
박나은이 피아노 뚜껑을 열자.
화르르르륵.
관객석에 묶여 있던 인간들의 부적이 불타기 시작했다.
“끄워어어어…….”
“으아아아아…….”
그리고 그렇게 불타는 채로.
플레이어들이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자. 연주를 시작해 볼까요?”
박나은이 양팔을 벌렸다.
“오세요. 1위.”
“5위 따리가.”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스며듭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D)’이 이빨을 드러냅니다.] [아이템, ‘천총운검(E)’이 돌풍을 일으킵니다.]“오라 가라 건방지네.”
검은 번개가 천총운검에 덧씌워짐과 동시에.
타락한 영광에서 촉수가 튀어나왔다.
콰직!
이빨을 드러낸 타락한 영광이 불을 뜯어 먹었고.
천총운검과 바람 칼날이 플레이어들의 몸을 자르고 토막 냈다.
이 사람들은 어차피 살아도 계속해 불에 타는 상태.
차라리 이렇게 빠르게 죽여 고통을 끝내주는 게 나았다.
‘박나은이 현재 얼마나 강한지 짐작하긴 힘들어. 회귀 전 이맘때 만났던 적이 없으니까.’
시현의 눈이 빛났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다.’
휘하 쩌리들과 달리.
박나은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였다.
물론 현재 시현은 강력한 신의 아이템들로 무장했으며, 레벨과 스탯이 높았기에 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변형됩니다.] [스킬, ‘투창(D)’을 발동합니다.]천총운검을 쥔 오른손으론 불길에 휩싸인 플레이어들을 베어내며.
왼손으론 검은 아스트라페를 던져댔다.
콰지지지직.
검은 아스트라페가 플레이어들을 뚫고 지나가 박나은에게 향했다.
하지만.
화르르륵.
박나은 주변에 생겨난 거대한 불꽃 방패에 막힐 뿐이었다.
“후후후.”
박나은이 여유롭게 웃었다.
“이 정도 공격으론 어림없죠. 랭킹 1위치곤 조오금 실망인데?”
박나은이 여유롭게 부적을 던지며 말했다.
그녀가 던진 노란 부적이 더더욱 커다란 불꽃을 일으켰다.
“좀 더 분발해 보세요.”
“분발이라.”
시현이 피식 웃었다.
박나은의 불꽃 방패가 공격을 막아내는 원리는 간단했다.
엄청난 열기를 가지고 있는 저 방패에 공격이 닿는 순간, 상대방의 공격을 태워 버리는 것이다.
‘박나은 본인은 화염 저항력이 미친 듯이 높아서 영향을 받지 않는 거지. 하지만.’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다 방법이 있어.’
후우우웅.
천총운검을 이용해 시현이 박나은의 불꽃 방패를 걷어냈다.
“……어떻게?”
“너의 불꽃은 단 하나, ‘바람’ 속성은 막지 못하지. 안 그래?”
“……생각보다 똑똑하시네요.”
번쩍!
그렇게 박나은의 불꽃 방패가 거둬지고.
검은 벼락이 그 틈으로 날아가 꽂혔다.
박나은이 재료로 쓰려던 플레이어들은 그 와중에서 시현을 노리고 있었지만.
타락한 영광에서 나온 촉수들에 의해 가로막힐 뿐이었다.
카아앙!
재빨리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낸 후.
박나은이 아스트라페를 막았다.
하지만.
“막을 게 아니라.”
파지지지직!
“피했어야지.”
“꺄아아악!”
이내 아스트라페의 검은빛이 박나은의 전신을 태워 버렸다.
물론 마법 저항이 워낙 높은 박나은이라 그렇게 많은 피해를 입진 않았겠지만.
이 정도면 ‘한 방 먹였다’라고 볼 순 있었다.
“괜히 랭킹 1위가 아니란 건가요.”
이내 박나은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도 깨달은 것이다.
상대가 정말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가만히 여유 부리다간 정말로 당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스윽…… 촤악!
박나은이 날카로운 단도로 손바닥을 그었다.
츠즈즉.
손바닥에서 나온 피가 파랗게 변하더니, 그녀의 몸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후후후후후. 랭킹 1위는 스파르토이가 되면 얼마나 강할까요?”
진심으로 설렌다는 듯, 박나은의 얼굴에 홍조가 생겨났다.
“네가 질 거란 생각은 안 하나 봐?”
“진다고? 제가요?”
박나은이 깔깔 웃었다.
“제가 누구랑 계약한지 알고 그런 막말을……!”
‘싸이코인 건 알았는데. 저 정도 미친년인 줄 까먹고 있었네. 오랜만에 봐서.’
박나은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시현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벌써 다 당한 건가?’
주변을 둘러본 박나은이 단도를 역수로 쥐며 웃었다.
왼손엔 단도, 오른손 주변엔 빙글빙글 돌고 있는 노란 부적들.
그녀 역시 한껏 진지해진 태도로 시현에게 맞섰다.
[스킬, ‘투창(D)’을 발동합니다.]‘빨라……?’
화르르륵!
박나은 쥐고 있던 부적에서 생긴 화염과 시현의 손에 들려 있던 아스트라페가 허공에서 격돌했다.
그리고 그 결과.
쩌저적…….
박나은의 화염이 밀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박나은은 내심 놀랐다.
겉보기엔 시답잖은 농담을 하고 있었지만, 박나은은 어떤 상황에서도 시현을 제압할 수 있도록 마력을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마력이 점차 모여가던 그때, 시현이 다짜고짜 창을 날린 것이다.
‘설마 타이밍을 알고 한 건 아니겠지?’
놀라운 건 상대의 공격 타이밍뿐만이 아니었다.
시현의 손에서 뻗어 나온, 창 모양을 한 검은 벼락.
그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분명 예비 동작이 없었어. 근데 어떻게……. 미친 듯이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건가?’
같은 스킬을 사용하더라도 얼마나 익숙하게 혹은 숙련되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위력과 속도가 달랐다.
그리고 시현은 ‘투창’이란 스킬을 회귀 전부터 즐겨 썼다.
덕분에 자기만의 자세가 있었다.
겉보기엔 쉽게 쉽게 대충 던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번쩍!
추가로 던지는 시현의 아스트라페를 보며.
박나은이 침을 삼켰다.
‘준비 동작이 없어.’
모든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선 준비 동작이 필요하다.
특히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을수록 그 준비 동작을 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었다.
전문용어로 선딜레이(先-Delay).
시현이 사용하는 스킬, ‘투창’엔 선딜이 거의 없다시피 못해 아예 없었다.
‘선딜이 없으면 위력이라도 약하던가!’
박나은은 몰랐다.
시현이 이 정도 위력으로 던지면서 선딜을 없애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역시…….’
게다가 위력도 미쳤다.
스킬 파괴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박나은의 화염이 분열되고, 서서히 깨져가고 있었으니까.
‘탐나……. 후후후……. 얼굴을 제외한 온 가죽을 벗기고……. 내 사랑스러운 스파르토이로 만들어버리겠어…….’
번쩍!
뒤이어 또 한 번 검은빛이 번쩍였고.
박나은의 화염이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그 가운데 있던 노란 부적 또한 마찬가지였다.
“부적을 써도 이 정도 위력이라니.”
박나은이 미친 사람처럼 킬킬 웃었다.
“타락악귀! 영광인 줄 아세요!”
박나은이 양팔을 벌렸다.
“같은 인간 플레이어한테 이 힘을 사용하는 건 처음이니까.”
[경고! 강력한 마력이 느껴집니다.]쩌엉!
박나은이 양팔을 펼치자.
어깨에 달려 있던 금빛 양털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푸른 마력이 증폭되어 사방을 뒤덮었다.
‘시작인가?’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저 아이템’을 사용하기 전에 끝을 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박나은이 그렇게 어수룩하진 않았다.
박나은의 붉은 머리칼이 사방으로 휘날리고.
그녀의 눈이 마력으로 인해 퍼렇게 물들었다.
콰아앙!
박나은이 생성한 노란 부적들로 인해 아스트라페가 가로막혔다.
‘역시. 강해.’
고작 일곱 번째 재앙을 극복해 낸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다기엔 너무나 강력한 힘이었다.
하지만 박나은과 계약한 신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중급 신, 메데이아(Μήδεια).
올림포스의 지배를 받는 세계, 엘리시움의 신이자.
최악의 마녀라 불린 여신.
현재는 중급 신이었지만 지략과 능력만큼은 거의 상급에 육박한다고 알려진 신이다.
박나은은 이렇게 출중한 신과 계약해 강력한 힘을 얻었다.
마력과 기력을 증폭시켜 주는 강력한 아이템 , ‘황금 양털’.
고유 스킬을 통해 저 아이템을 발동시킨 그 순간부터, 박나은은 아예 다른 힘을 가진 존재라고 봐야 했다.
콰아아아앙!
박나은의 주변으로 노란 부적이 휘몰아쳤고.
그곳에서 몇 배로 강화된 힘을 가진 불기둥들이 솟아올랐다.
“그래. 이제 시작이냐?”
“오세요.”
번쩍!
시현의 검은 벼락이 질 수 없다는 듯.
박나은의 화염에 가 부딪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