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41)
신의 천적, 회귀하다 041화
36. 마녀(2)
천총운검으로 부적을 베고, 타락한 영광으로 불기둥을 씹으며.
시현은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타락한 영광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마법저항력 덕분에.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지금.’
오히려 불꽃들 사이로 몸을 숨긴 시현이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번쩍!
검은 궤적을 그리며, 천총운검이 박나은의 목으로 향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망설이지 않고 그사이에 뒤를 노리다니……. 역시 대단해요. 랭킹 1위.”
그 순간.
박나은의 가슴팍에서 상아색의 검이 나와 시현의 검을 막았다.
서걱.
상아색 검은 천총운검에 의해 잘려 나갔지만.
박나은이 공격을 피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은 다했다.
공격이 막힌 걸 확인한 시현이 한 바퀴 돌아 뒤로 착지했다.
“신과 계약도 안 한 것 같은데 이 정도 힘이라니…….”
박나은이 목걸이처럼 메고 있던 송곳니들을 바닥에 뿌렸다.
그 송곳니들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더니, 각각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쩌저적.
다섯 개의 송곳니.
그것들은 완전한 무장을 갖춘 다섯 개의 병사가 되어 시현에게 달려왔다.
스파르토이, 일명 용아병(龍牙兵).
과거 메데이아가 잠든 용을 상대로 치렀던 시험이자 이제는 그녀의 능력이 되어버린 병사들.
무려 드래곤의 이빨로 이뤄진 몸체를 가지고 있었기에, 절대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캉!
다섯의 스파르토이.
녀석들이 시현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물리저항은 물론, 마법저항까지 상당한 녀석들이었기에 박나은은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캉!
어지럽게 얽혀오는 녀석들의 무기에, 시현이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번쩍!
특히 높은 마법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었기에.
아스트라페보다는 천총운검으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었다.
“이제 그만 포기하죠?”
박나은이 추가로 부적을 던졌다.
화르르륵!
부적에서 솟아난 불이 시현과 스파르토이들을 덮쳤다.
시현의 움직임은 자유롭지 못했다.
스파르토이들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으니까.
“당신도 저들 중 하나가 되는 겁니다! 걱정은 마세요. 얼굴이랑 성기능은…… 제대로 살려놓을 테니까. 그쪽 솔직히 제 취향이거든요.”
“……?”
“잘생기면서도 예쁘장하게 생겼잖아요.”
“……끔찍한 소릴.”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시현은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면.’
씨익.
‘훨씬 할 만해.’
박나은은 시현이 생각했던 것보다 아직 강하진 않았다.
회귀 전에 비하면 어린아이 수준이었다.
회귀 전, 박나은은 수십의 스파르토이들을 다뤘고.
황금 양털은 지금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마력을 내뿜었었다.
그것뿐인가?
그녀를 호위하는 키메라 군단만 해도 수천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어린아이 수준이었다.
‘지금이다.’
부우우웅.
스파르토이에 둘러싸인 시현이 그대로 천장을 향해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검은 바람과 투명한 바람.
검은 번개들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쿠구궁.
동시에 예술의 전당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으윽…….”
그렇게 박나은이 허공에서 살짝 비틀거렸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런데.
‘어디 갔지?’
상대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스파르토이들은 박살 낸 채.
상대가 모습을 감췄다.
‘이번에도 뒤?’
고개를 돌려도 상대는 보이지 않았다.
“도망친 건가?”
“아니.”
츠즈즈즉.
“아래.”
박나은이 소리가 나는 아래쪽으로 고개를 내렸을 땐.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합쳐집니다.] [아이템, ‘천총운검(E)’이 돌풍을 일으킵니다.]이전보다 훨씬 검은 번개를 품고 있는 천총운검이 박나은을 올려 쳤다.
‘이건?’
시현이 휘두른 천총운검이 박나은 주변을 감싸고 있던 불꽃방패를 그대로 베고 있었다.
“끝이다.”
완벽한 타이밍을 위해 시현은 기다리고 기다렸다.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는 황금 양털의 마력이 가장 약해지는 순간.
동시에 박나은이 부적과 스파르토이에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어지는 그 순간.
천장을 무너뜨려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모든 게 갖춰진 타이밍에.
모든 힘을 담아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이 힘은 대체…?’
“으으으…… 으으으으…….”
빠르게 소멸되는 자신의 불꽃에.
박나은이 온몸을 떨었다.
서걱.
이내 배 쪽을 가르고 가는 검격에.
하늘에 떠 있던 박나은의 몸이 추락했다.
파지지지지…….
신격 말살과 연계된 아스트라페가 박나은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넌…… 날…… 죽일 수 없……어…….”
파지직.
흘러내리는 얼굴을 마력으로 간신히 부여잡으며.
박나은이 웃었다.
“내 뒤엔…… 그분들께서…….”
“아. 죽일 생각은 없어.”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뭐……?”
“널 왜 죽여? 너 같은 인재가 얼마나 유용한데.”
장난기 어린 시현의 말투에.
박나은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뭔 개짓거릴 하려고?”
“박나은. 하나 묻자. 너, 네가 모시는 신을 배신하고 타락해 내 권속이 되고 싶냐?”
“아니……?”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스킬, ‘신격 말살(EX)’을 발동합니다.] [타락악귀 ‘이시현’ 님의 마기가 마녀 ‘박나은’의 마력을 압도합니다.]“꺄아아아아아아아아!”
높은 비명 소리와 함께.
박나은의 어깨에 걸려 있는 황금 양털부터 시작해 온몸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내 세포 하나하나를 뚫고 들어오는 마기에.
박나은은 저항할 수가 없었다.
“이…… 씨……X…… 개…….”
그렇게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박나은은 쉼 없이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그뿐.
그렇게 저항하던 박나은도 결국 시현의 마기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스킬, ‘신격 말살(EX)’이 성공하였습니다.] [마녀 ‘박나은’이 타락하였습니다.] [마녀 ‘박나은’의 특성이 변화됩니다.] [기존 특성, ‘마력 회로(A)’가 ‘마기 회로(A)’로 변화됩니다.] [마녀 ‘박나은’이 이시현 님의 두 번째 권속이 되었습니다.] [모든 권속은 그 주인에게 절대 충성합니다.]‘좋아.’
상황을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아이템, ‘키비시스(C)’가 마녀 ‘박나은’에게 ‘생명력 포션(B)’을 분출합니다.]박나은은 이제 완벽히 시현의 권속이 되어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었기에.
시현은 일단 키비시스를 이용해 그녀를 치료했다.
“기분이 어때?”
“……내가 네 권속이 된 건가?”
“존댓말 써라.”
“으으으…….”
권속은 주인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기에.
박나은의 태도는 공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턴 나 이외의 존재들이 하는 명령은 전부 무시해.”
“네.”
박나은의 대답을 들은 뒤.
시현이 그녀와 함께 있던 아이템들을 주워 들었다.
[아이템, ‘용아(A)’를 획득합니다.] [용아(A)]#이름 모를 용의 송곳니입니다. 모종의 처리로 인해 작아진 상태입니다.
▶재료 아이템
▶효과
[마력 +20]용의 송곳니, 용아.
마력으로 이뤄졌다고 전해지는 생물, 용의 것인 만큼 마력을 상당히 올려주었다.
‘이건 키비시스 주면 되겠네.’
상당히 쓸 만한 아이템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시현이 박나은에게 물었다.
“좋아. 내 권속이 된 기분이 어때?”
시현의 물음에.
포션으로 몸을 회복한 박나은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좋은데요?”
“……뭐?”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아깐 권속이 되기 싫다며?”
“이왕 된 거 어쩌겠어요? 받아들여야지. 그리고 주인님처럼 예쁘게 생긴 남자의 노예로 살면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요?”
“……진심이냐?”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주인님 제 스타일이라고.”
박나은의 태도가 더없이 진지했기에.
시현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진짜 싸이코네.’
시현이 그러든지 말든지.
박나은은 진짜 만족스럽다는 듯 실실 웃고 있었다.
“밤에 외로우시면 언제든지…….”
“그만. 더 듣기 싫어.”
시현의 명령이었기 때문에.
박나은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안내나 해. 보물 창고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시현의 명령에 따라 박나은은 이 산을 뚫고 만들어놓은 자신의 비밀 공간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인공적인 굴을 지나고 나니.
쿵.
저 앞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왔다.
키가 거의 4m는 되어 보이는 녀석은 무려 네 개의 팔을 가지고 있었는데.
각각 도끼, 검, 창, 방패를 들고 있었다.
키 큰 사람이라기보단 거인에 가까운 거병.
“알파병이라고 합니다.”
뒤에 있던 박나은이 설명했다.
일명 알파(Alpha)병.
박나은이 인간, 트롤, 고블린을 합쳐 만들어낸 일종의 키메라-스파르토이였다.
“다른 스파르토이들과 다르게 녀석에겐 충성도라는 수치와 강화라는 수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플레이어의 몸처럼 강해질 수 있다는 거죠.”
알파병은 시현도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회귀 전, 알파병은 박나은을 대신해 스파르토이들을 지휘하다 다른 플레이어들에 의해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때 장난 아니었지.’
물론 지금보다 훨씬 강해진 미래에 본 모습이었지만.
녀석의 위용과 전투력은 그야말로 엄청났었다.
-침……입자…… 발견.
지이이이잉.
알파병의 눈이 벌겋게 빛나더니 무기를 든 네 팔로 시현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조아려라.”
시현의 명령에.
박나은이 눈치껏 힘을 발휘했다.
파지지지직.
그러자 시현을 바라본 알파병의 온몸에 스파크가 튀더니.
“꿇어.”
쿵.
이어진 시현의 명령에 무릎을 꿇었다.
기존 명령은 삭제된 지 오래.
녀석은 이제 시현의 충실한 종이었다.
“크에에에엑!”
“사, 살려줘! 제발 살려줘!”
그렇게 알파병을 키비시스에 넣고 계속 걸어가자.
실험실로 개조된 우면산의 내부가 드러났다.
“누구냐!”
“일단 잡아!”
시현을 본 몇몇 플레이어들이 재빨리 달려왔다.
연구원.
박나은의 ‘비전투’ 정예로, 스파르토이 제작에 힘쓰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10명 남짓에 불과한 이들은 전부가 다 의대생이나 생명공학을 전공한 인물들이었고.
그 지식을 활용해 스파르토이를 제작하고 있었다.
산 사람을 재료로 해서 말이다.
“저놈 막아!”
연구원답다고 해야 할까?
부산역 아래 있던 플레이어들은 온갖 화학약품을 던져 시현을 막았다.
개중에는 마법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도 있었으나, 시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아이템, ‘천총운검(E)’이 울부짖기 시작합니다.]후우웅.
천총운검의 바람이 호흡에 치명적인 연기를 도로 연구원들에게 돌려주었다.
“크, 크하하학!”
“방독면…… 방독면!”
연구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녀석들은 멍청하게 쓰러지고 있었다.
“……이 녀석들은 싸워본 적이 없어서. 뭐. 이래요.”
박나은이 뒷머릴 긁으며 변명하듯 말했다.
그런 연구원들 사이로.
시현이 여유롭게 걸어 나갔다.
“박나은 명심해라. 지금까지 만든 건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론 인간을 재료로 한 스파르토이 제작은 금지다.”
“……제작은 하게 해주실 거예요?”
“마수들을 재료로 쓰면.”
이내 박나은의 안내를 받아.
시현은 깊고 어두운, 지하철역 가장 넓은 공동의 문을 열었다.
지이이잉.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건.
아직 출전 준비가 덜 된 백여 명의 스파르토이들이었다.
“좋아. 이제.”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나도 그놈의 ‘세력’이란 것 좀 만들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