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42)
신의 천적, 회귀하다 042화
36. 마녀(3)
시현이 현재까지 형성한 세력은 이러했다.
우선 강동, 송파구를 장악한 대천사 라미엘의 계약자.
랭킹 9위, 타락구원자 서영우.
그는 타락한 성기사와 사제, 그리고 천유리를 따르던 마법사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회귀 전 에덴의 성기사, 사제들에 비해 꿇리지 않는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얻은 서초구를 장악하고 있는 올림포스의 중급 신, 메데이아의 계약자.
랭킹 5위, 마녀 박나은.
그녀는 각지에 서초구 각지에 퍼져 있는 용아 길드원들과 강력한 힘을 가진 스파르토이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리고, 시현이 마수에 한정해서 스파르토이들을 만드는 걸 허락해 주었기에.
그녀 역시 회귀 전 올림포스의 전사, 용아병들에 비해 꿇리지 않는 세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좋아.’
[여덟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10일.]여덟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10일.
그 전에 준비해야 할 게 많았다.
일명, ‘스파르토이 제작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더 이상 인간의 시체를 사용하지 않아 인간 형태의 스파르토이가 만들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시현이 키비시스 안에 들어 있던 수많은 마수 사체들을 준 덕분에.
재료는 넘쳐났다.
고블린, 그린 스네이크, 프로그맨, 그렘린, 트롤, 자이언트 맨티스.
박나은은 마수들을 활용해 스파르토이를 만드는 데 심취해 있었다.
“흐흐흐흐…….”
스파르토이 제작이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박나은은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일에 열중했다.
‘안 그래도 메데이아 그년은 이것저것 시키는 게 많아서 귀찮았는데.’
시현의 권속이 되어 타락한 이후.
더 이상 메데이아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최소한이라곤 해도 메데이아는 계약에 의해 일정량의 자원을 박나은에게 줄 수밖에 없었다.
즉, 간섭은 사라졌지만 보상은 그대로인 것이다.
‘좋아……. 주인님 곁에 있으면 더 강한 마수들도 나올 거고. 흐흐흐. 그럼 내 아기들도 더 강하게…….’
그렇게 박나은이 흥얼거리고 있을 때.
옆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크, 크아아아!”
“제발…… 제발 한 번만!”
박나은 휘하 연구원들이 지르는 비명이었다.
“마, 마녀님 저희 한 번만!”
“시끄러! 난 이거 제작해야 한다고.”
박나은은 한때 자신의 아래에 있던 정예와 연구원들을 깡그리 무시했다.
그들은 박나은에게 있어 스파르토이 제작에 필요한 조수에 불과할 뿐.
그 가치 이상, 이하도 아니었으니.
“그리고 말이야. 너네가 스파르토이가 되면 내 말을 더 잘 듣고 지치지도 않을 거 아냐?”
“…….”
“근데 왜 봐줘야 해?”
물론 시현이 인간으로 스파르토이를 만들지 말라고 했지만.
그녀 휘하 연구원들은 예외였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우습게 여겨 희생시켰을 뿐 아니라.
박나은의 보조 역할이 아니면 쓸 곳도 없는 녀석이었기에.
시현이 예외적으로 허용해 줬던 것이다.
“그, 그건…….”
“할 말 없지?”
박나은의 말에. 연구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럼 잠자코 있어.”
재앙숲.
그 내부 서천 꽃밭.
제주도를 주 거점으로 삼아 지배하는 신이자.
한반도의 세 절대신 중 한 명, ‘마고’의 힘이 서울에서 가장 짙은 곳인 이곳은 일곱 번째 재앙을 아주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자이언트 맨티스 따위에게 당할 만큼 이곳의 재앙숲과 플레이어들은 약하지 않았으니까.
‘엄마가 그랬었구나…….’
꽃이 개화하는 듯한 모양의 마법진 중앙, 환자 침대 위에서.
천유리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를 낳아준 아버지이자 이곳 서천 꽃밭을 관리하는 직책의 플레이어.
랭킹 4위 꽃감관 천태수.
천유리는 그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왜 아버지가 술에 빠져 살 수밖에 없었는지.
왜 아버지가 의대에 그렇게 집착했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고 안 되는 부분도 있었으며.
단순히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서 해묵은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받았던 상처가 치유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후련한 기분이었다.
“꾸르?”
“아니야…….”
감정의 변화를 느낀 것일까?
천유리의 품에 있던 가살이 눈을 빛냈다.
그러곤 이내.
“꾸르르!”
입을 벌려 무언가를 먹기 시작했다.
“어?”
가살이는 전설 속 신수, 불가살이.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집어삼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날 위해 먹어준 거야? 고마워.”
“꾸르르르르…….”
천유리의 손길을 받으며.
가살이가 기분 좋은 듯 꾸르렁댔다.
그런데 별안간 갑작스럽게, 천유리의 품에서 삐져나오더니 어디론가 달려갔다.
“꾸르? 꾸르르르!”
이내 침대 아래로 뛰어내린 녀석이 짧은 네 다리로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엔.
“이 녀석.”
언제나처럼 웃고 있는 시현이 있었다.
“잘 있었냐?”
“꾸르르릉!”
주인에 품에 안긴 가살이 기분 좋은 듯 울었다.
“……시현 씨?”
“잘 있었어요?”
천유리의 시선이 있는 그곳엔.
시현이 언제나처럼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색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네. 이젠 더 이상 옛날처럼 피가 차진 않은 것 같아요. 살얼음 피도 많이 줄었고요.”
“뭐. 그래도 더 있으셔야죠. 환자신데.”
“그래도 3일 뒤부턴 돌아다닐 수 있어요. 잠이야 여기서 자야겠지만. 그건 그렇고……. 일은 잘 처리하셨어요?”
“그럼요.”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많이 나은 것 같아서 안심되네요.”
“시현 씨 일도 잘 마무리된 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그렇게 시현은 가살을 쓰다듬으며.
천유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몇십 분 뒤.
“아 참, 천태수 아저씨는요?”
“아빠요? 아빠는 지금…….”
같은 시각.
천태수는 바빴다.
일곱 번째 재앙을 클리어하자마자 꽃을 가꾸고, 영약을 만들고, 신들과도 대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심상치 않다.’
신들과의 대화라곤 하지만, 그들이 천태수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딱 하나였다.
‘타락악귀를 멀리하고 가능하면 죽여 버리라니…….’
사실, 천태수는 시현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우선 꽤나 잘생겨 자신의 딸과 그림도 어울렸고.
능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무려 랭킹 1위 아니겠는가?
‘녀석이라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겠지. 유리도 잘 지켜줄 거고.’
무엇보다 자신의 딸을 살려준 은인이었다.
이미 그를 신뢰하고 믿어버리기로 결심한 천태수였기에.
그를 제거할 순 없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확실히 녀석이 가진 힘은 모든 신들이 두려워할 만해.’
마고파의 신들의 말에 따르면.
시현은 신과 계약한 플레이어를 타락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신과 계약도 유지하면서 명령도 못 듣게 하는 힘이라니. 별의별 힘이 다 있네.’
한반도를 지배하는 세 명의 절대신 중 하나, 마고.
그녀와 그 휘하 세력들의 후원을 받는 천태수로선 그들의 말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마 지금은 그의 계약자인 사라도령이 시현을 죽이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현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있었다.
하지만 사라도령이 요구하는 그때, 천태수는 싫어도 시현을 적대할 수밖에 없을 터.
‘……어렵다. 어려워. 이시현 그 녀석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건가?’
그렇게 복잡한 심경과 함께 서류 작업을 처리하고 있을 때.
벌컥.
문이 열렸다.
“아저씨.”
“……너도 양반은 못 되는구나.”
“뭐. 누가 제 이야기라도 했어요?”
“아니다. 뭐. 무슨 일이냐?”
“그냥 저 왔다고요.”
“짜식.”
앞에 있는 기다란 교장실 책상에 앉는 시현을 보니.
‘지금이라도 말해줘야 하나?’
천태수의 고민이 점점 더 깊어졌다.
시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제 마수 사체 못 팔아요.”
“뭐? 왜?”
“따로 쓸 곳이 있어서요.”
“그건 좀 아쉬운데…….”
“뭐…… 가격이 조금 상승한다면 몇 개 팔 수도?”
“이 녀석이…….”
그 모습을 본 천태수가 피식 웃었다.
“트롤도 껴 있겠지?”
“물론이죠. 아, 천유리 씨랑 이야기는 나눴는데. 이제 가살이를 데리고 다니려고요.”
“뭐? 우리 집 마스코트는 왜?”
“……제 애완동물인데요? 뭐. 화염 속성 내성이 충분히 생겨서요. 부화시키느라 개고생한 만큼 써먹어야죠.”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가살이도 밥값 해야죠.”
“그래.”
잠시 시현을 쳐다본 천태수가 말했다.
“갈 땐 가더라도 이거 가지고 가라.”
“……이건?”
천태수가 건넨 건 아무런 장식도 없는 녹빛 반지였다.
“내 딸을 구해준 보상이다. 그리고…… 널 내가 신뢰한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이 귀한 걸……. 감사합니다.”
“그럼.”
천태수가 시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더 못 해줘서 미안하다.”
사실 시현이 알아서 떠나준다면, 천태수의 입장에선 좋았다.
더 이상 마고 휘하의 신들에게 잔소릴 듣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다만, 쫓아내는 것 같은 모양새라 마음이 무거웠다.
“또 뵙죠.”
“……또?”
“네. 또 와야죠. 지금 헤어진다고 평생 안 볼 건 아니니까요.”
“그래…… 그렇지.”
씨익.
“잘 가라.”
[아이템, ‘서천반지(A)’를 획득하였습니다.] [서천반지(A)]#사라도령의 계약자, 천태수가 직접 만든 신뢰의 증표. 단순한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장신구(반지).
▶효과
[마력 +10]마력을 부여해 서천 꽃밭을 지키는 재앙 숲 일부를 소환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2시간.
‘재앙숲 일부를 소환하다니……. 힘 좀 쓰셨네.’
꽤나 좋은 효과를 가진 서천 반지를 보며.
시현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꾸르!”
시현의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낀 가살도 실실 웃었다.
생각보다 귀엽게 생긴 녀석의 모습에.
시현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회귀 전에 본 불가살이는 그냥 괴물이었는데 말이야.’
시현이 가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 이제 다음 재앙에 대비해야지.”
천유리, 천태수와 가벼운 작별 인사를 한 뒤.
시현은 재앙 숲을 나왔다.
재앙숲을 나오니 이전과 마찬가지로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이 들어왔다.
‘언젠가 여기도 예전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겠지.’
실제로 재앙을 겪으면서 플레이어들은 강해진다.
각자의 특성과 힘, 스탯을 통해 인간을 초월한 초인, ‘플레이어’의 힘을 발휘해 문명을 재건하고.
일부 플레이어들을 제외하면 서로 견제하면서도 힘을 합쳐 재앙을 이겨냈다.
‘누가 그랬지. 서로 미친 듯이 싸우면서도 정작 위기가 오면 미친 듯이 뭉치는 게 한국인이라고.’
그렇게 작지만 강한 나라 한국은 멸망해 버린 북한까지 흡수해 더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다 헛된 짓이었지. 결국 마지막 재앙인 신들에 의해 모든 게 파괴되었으니까.’
올림포스의 제우스.
아스가르드의 오딘.
에덴의 미카엘.
지옥의 루시퍼.
각각 엄청난 세력을 가진 네 절대신들과 그 휘하의 신들에 의해.
인류는 멸망한다.
‘하지만 이건 회귀 전의 이야기.’
시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엔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시현이 회귀 전보다 미친 듯이 강해지고, 불길한 클래스인 ‘타락을 부르는 자’까지 획득한 이유.
다 저 녀석들에게 대항할 힘을 얻기 위함이었다.
“좋아.”
허공을 올려다본 후.
시현이 발걸음을 옮겼다.
여덟 번째 재앙의 상대는 오우거.
고작 100마리만으로도 드래곤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마수.
녀석을 상대하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충분한 준비가 필요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