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44)
신의 천적, 회귀하다 044화
38. 숲의 폭군(1)
‘오우거를 상대할 때 주의할 점 첫 번째는 녀석이 가진 힘.’
시현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감각.’
오우거는 감각이 뛰어나다.
단순히 시각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다.
코가 뭉개져 있는 주제에 개보다도 후각이 뛰어났으며.
청력도 고블린만큼 좋아 나뭇잎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다 들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 촉각은 둔감했는데, 이 때문에 고통을 잘 느끼지도 않았다.
그뿐인가?
트롤에 버금가는 재생력까지 가지고 있어 골칫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천총운검의 E등급 효과, [치유 감소>가 있으니 재생력이야 그렇다 쳐도……. 감각을 둔하게 만드는 건 꼭 필요해.’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면 역으로 이용하거나.’
대재앙이자 거대한 군단, ‘그린 스웜.’
그때 사용했던 방법을 한 번 더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린 스웜의 고블린 군단장, 플리쿠.
녀석은 고블린인 만큼 청력이 좋았다.
그때 당시 시현은 수많은 스피커를 사용해 녀석을 뇌를 쿵쿵 울리며 약화시켰지만, 남은 시간 안에 이곳 북한산에 스피커 수십 대를 놓기엔 무리였다.
게다가 오우거는 고블린과 달리 굉장히 빠르고 나무도 잘 타 이곳에서 벗어나면 그만이었다.
‘다 방법이 있지.’
[200,000포인트를 지불하였습니다.] [이벤트가 진행 중이므로 140,000포인트만 지불합니다.] [아이템, ‘감각 증폭 포션(A)’을 획득합니다.] [감각 증폭 포션(A)]#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기사, 성기사, 전사 클래스 전용 포션입니다.
▶소모 아이템
▶효과
섭취 시, 3시간 동안 모든 감각이 극대화됩니다.
A등급 아이템인 주제에 무려 20만 포인트나 하는 포션이었다.
물론 이전에 얻었던 ‘스킬 숙련도 증폭권(B)’은 B등급이면서 20만 포인트였지만, 이것과는 이야기가 달랐다.
‘스킬 증폭권은 그래도 지속 시간이 10일이었지. 이건 고작 3시간이야.’
다행히 성기사 클래스 전용 아이템이라 3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감각이 예민한 오우거한테 키비시스로 이걸 먹이면 어떻게 될까?”
“꾸릉?”
“좋아 죽겠지. 뭐.”
시현이 가살의 목덜미를 살살 긁어주며 웃었다.
“잘할 수 있지?”
“꾸릉!”
안 그래도 감각이 예민한 오우거에게 이걸 먹일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필시 모든 감각이 민감하다 못해 예민하게 될 터.
그렇다면 이를 약점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오우거를 상대할 때 주의할 점 세 번째. 끈질김.’
시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 미친놈은 잘 죽지도 않아.’
오우거는 트롤에 버금가는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건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을 때.
녀석은 피를 흘리면 흘릴수록 재생력이 증폭되었는데, 생명력을 10% 정도만 잃어도 트롤보다 빠르게 재생된다.
‘그야말로 미친 회복력…….’
게다가 생명력이 1% 아래면 소위 말하는 2페이즈에 돌입하기 때문에.
가만히 둘 순 없었다.
‘이제 이걸 쓸 때가 됐다.’
그렇게 중얼거린 시현이 키비시스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아이템, ‘키비시스(C)’가 피어납니다.]A등급 아이템 교환권.
플레티넘 아레나를 클리어한 뒤 받은 보상이었다.
[아이템, ‘A등급 아이템 교환권(A)’을 사용합니다.]…….
[아이템, ‘스킬북: 처형(A)’을 획득합니다.] [경고! ‘처형(A)’ 스킬을 익히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합니다.] [▶지능 스탯 50 이상.] [▶공격력 50 이상.]등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스킬은 그냥 익힐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조건이 붙는데, 거의 모든 스킬엔 ‘지능’이 조건으로 붙어 있었다.
물론 시현은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한 상태였기에.
별다른 제약 없이 스킬을 익힐 수 있었다.
‘신성지기 스킬이 큰 도움이 되었단 말이야.’
[스킬, ‘처형(A)’을 획득하였습니다.] [처형(A)]생명력 1% 이하의 적에게 마력을 사용한 공격을 적중시킬 시, 그 즉시 사망합니다.
짧고 간단한 효과였다.
하지만 효과적이었다.
특히 생명력이 조금 남은 상태에서 미친 듯이 힐을 해 살아나는 적들을 단번에 죽일 수 있었다.
소모 마력이 적지는 않았지만, 이것만 있으면 오우거의 2페이즈를 스킵해 버릴 수 있었다.
‘좋아 이제.’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애들이나 기다려 볼까.’
[여덟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2일.]북한산 어딘가.
한 사내가 눈을 감은 채 등산하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분명 눈을 감고 있음에도 사내는 앞이 보이는 것같이 거침없이 걸었던 것이다.
하얀 사제복을 입은 사내는 기다란 흑발을 휘날리며.
그렇게 몇 시간을 걸었다.
“후우…….”
플레이어가 된 그의 몸으로도 북한산 등반은 쉽지 않았는지.
사내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은 왜 이런 곳까지 오라고 하신 건지…….”
현재 서울 랭킹 9위.
타락구원자, 서영우.
굳게 닫힌 두 눈 위로.
문신 같은 검은 눈동자가 떠오르더니 거리를 가늠하고 있었다.
“이봐요. 여기예요!”
그런 그에게.
저 멀리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영우 씨!”
‘여자? 이런 곳에?’
낯선 여자의 목소리를 따라간 그곳으로 가니.
귀에 폭포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왔냐?”
상대의 목소리를 들은 서영우가 두 팔을 벌려 달려갔다.
“형니이이임!”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신을 라미엘에게서 해방시켜 주고.
누나를 완전히 치유시켜 줬으며.
재앙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을 최대한 많이 구해준 그의 형님.
이시현의 것이었다.
“좀 떨어지라니까. 눈도 안 보이는 게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 달려오는 거야?”
“맞아요. 떨어져요.”
누군가 시현을 꽉 끌어안으려는 서영우의 머리를 밀었다.
아까 저 위에서 서영우를 불렀던 여자의 목소리였다.
“아직 나도 안 안겼는데…….”
“뭐요? 넌 누군데?”
“나요? 박나은인데?”
“박나은이 누군데?”
“서영우는 누군데? 아 랭킹 9위따리?”
“뭐? 넌 랭킹 몇…….”
“그만들 해라.”
시현이 지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는 내가 기 빨린다.”
회귀 전.
서영우와 박나은 중 누가 더 위협적이었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에덴의 천사들과 광신도들, 평범한 플레이어들까지 전염시키는 스킬 ‘교리 전파’까지.
서영우는 말 그대로 한반도 플레이어들을 쥐락펴락했다.
반면 박나은은 수천, 수만 스파르토이와 불의 힘을 앞세워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죽였다.
박나은은 말 그대로 한반도 땅과 영토를 쥐락펴락했다.
물론 한반도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부를 만한 플레이어는 따로 있었지만.
둘 모두 그만큼 까다롭고 강력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만큼 카리스마도 있고, 어느 정도 무거운 모습을 보인 적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러냐…….’
마치 관심 가져달라는 강아지와 고양이처럼.
둘은 시현을 놓고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서로 인사나 해라. 이쪽은 서영우. 이쪽은 박나은.”
“후후후후.”
소개를 들은 서영우가 실실 웃었다.
“봤지? 형님이 나부터 소개하는 거?”
“……?!”
서영우의 말에 박나은의 표정이 진짜 마녀처럼 일그러졌다.
“……분하다!”
‘대체 뭐가?’
그렇게 한참 동안 투덕거리는 둘을 구경하며.
시현이 가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때.
“어?”
저 산 아래서 백인환이 걸어 올라왔다.
“다 오셨나 봅니다.”
“넌 또 뭐야?”
“너도 형님 동생이냐?”
“제발 그만들 좀 해.”
그렇게 둘을 진정시킨 뒤.
시현이 한껏 진지해진 표정으로 작전을 설명했다.
거의 2일 동안 이어진 작전 설명과 연습이 있었기에.
일행들은 이를 완벽히 숙지할 수 있었다.
‘천유리도 불렀다면 큰 힘이 될 수 있었겠지만…….’
천유리의 힘은 냉기를 다루는 힘.
오우거의 재생력을 억제시킬 뿐 아니라 움직임도 둔화시킬 수 있었고.
심지어는 얼음 방패를 설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몸도 다 낫지 않은 환자를 이런 위험한 곳에 부를 수는 없는 노릇.
안타깝지만 현재 가진 병력들만으로 해결해야 했다.
“다들 대략적인 계획은 알겠지?”
시현의 말에 서영우, 박나은, 백인환, 가살, 그리고 알파병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가살까진 그렇다 쳐도 저 거대한 스파르토이, 알파병이 고개를 끄덕이는 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모습이었다.
“좋아 그럼.”
스르릉.
시현이 천총운검을 길게 늘어뜨리자.
그의 몸 주변으로 검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가보자고.”
…….
[여덟 번째 재앙까지 남은 시간: 0초.] [여덟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여덟 번째 재앙은 ‘오우거’입니다.] [메인 퀘스트, [숲의 폭군>을 획득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 숲의 폭군>▶목표: 지역 내 오우거에게서 살아남기.
▶보상: 없음.
▶추가 보상: 오우거를 처치한 플레이어에게는 보상이 주어집니다.
▶실패 시: 페널티 없음.
[여덟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3일 12시간.] [현재 남은 오우거 수: 1] [여덟 번째 재앙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플레이어들이 ‘오우거’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쩌어어억…….
다른 그 어떤 재앙과도 달리.
이번엔 균열이 생겨나지 않았다.
북한산 정상에 있는 ‘저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저건……?”
균열의 크기를 본 백인환의 눈이 커졌다.
수십, 수백 마리의 마수들이 튀어나오는 그 어떤 균열보다도 거대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온 마수는 하나.
오우거였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
북한산 정상에 떨어진 오우거가 포효했다.
[경고! 오우거 피어에 노출되었습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주 스탯이 3 하락합니다.] [일시적으로 물리저항이 30 하락합니다.] [지능 10 미만의 플레이어들이 ‘공포’ 상태 이상에 빠집니다.]단순히 포효 한 번 했을 뿐이지만.
엄청난 디버프가 생성되었다.
“저, 저게 무슨…….”
지능 스탯이 딱 10이었기에 백인환은 공포 상태 이상에 걸리진 않았다.
그럼에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전에 봤던 트롤들이 어린아이로 보일 정도로 거대한 덩치.
거대한 어금니, 살기로 번뜩이는 눈.
거무죽죽한 초록빛 피부.
녀석은 일명 ‘숲의 폭군’이라 불리는 마수.
오우거(Ogre).
“괜히 클리어 조건이 ‘처치’가 아닌 ‘살아남기’란 건가?”
오우거의 피부는 자이언트 맨티스들보다도 훨씬 단단하고 질겼다.
재생력도 트롤보다 훨씬 강력했고.
지능까지 인간에 견줄 정도로 높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이 강했다.
바위 정도야 간단하게 으스러뜨리는 트롤보다도 강력할 정도.
녀석이 괜히 ‘1마리’만 나온 게 아니다.
“일단 여기로 불러볼까?”
오우거가 ‘숲의 폭군’이라 불리는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그만큼 성질이 더럽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성질이 더럽다는 건.
‘누가 본인을 건드렸을 때 참지 못한단 거지.’
지금 저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도.
뭘 먼저 부숴야 할지 고민하느라 저런 게 틀림없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변형됩니다.] [스킬, ‘투창(D)’을 발동합니다.]시현의 손에 검은 번개가 모인 후, 창을 만들어냈고.
그대로 오우거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콰드드득…… 쾅!
아스트라페가 정확히 오우거의 몸에 부딪쳤고.
“크워어어어어!”
그 결과 오우거가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오우거의 몸엔 상처 하나 나지 않았고.
드드득.
녀석의 살기 어린 눈은 이곳을 향하고 있었다.
“오, 온다…….”
오우거와 눈을 마주친 백인환이 침을 삼켰다.
퉁.
북한산 정상에서 가볍게 뛰어오른 오우거가 그대로 시현 일행이 있는 곳으로 착지했다.
콰아아앙!
마치 투석기에서 엄청난 크기의 돌을 던진 것처럼.
시현 일행 바로 앞에 떨어진 오우거가 엄청난 충격파를 내뿜었다.
“크흡!”
“이건?”
“으윽…….”
그 단순한 충격파만으로.
일행이 비틀거렸다.
오로지 시현만이 더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퀘스트 내용대로 피해만 다닐 거면 이렇게 준비하지도 않았어.”
[아이템, ‘아스트라페(C)’가 스며듭니다.] [아이템, ‘천총운검(E)’이 울부짖기 시작합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D)’이 이빨을 드러냅니다.]“가자고. 괴물 잡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