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5)
신의 천적, 회귀하다 005화
5. 히드라
파앗!
“쒸이익!”
“카악!”
뱀 구덩이.
그린 스네이크들의 등장과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가운데에 있는 ‘알’을 중심으로 생겨나는 일종의 구조물이었다.
마치 미로 같기도, 개미굴 같기도 한 구조물이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이곳에서 길을 잃기 쉬웠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뱀 구덩이에 왔을 때 알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은 무조건 강한 그린 스네이크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E)’가 변형됩니다.]아스트라페가 이번엔 채찍 모양으로 변했다.
채찍은 휘둘렀을 때 닿는 범위가 가장 넓은 무기.
시현의 아스트라페가 가지는 파괴력을 생각해 보면, 채찍으로 바꿨을 때 굴을 파기 가장 좋았다.
번쩍!
시현은 단순히 그린 스네이크들을 잡기만 하지 않았다.
녀석들을 잡으면서 채찍으로 굴 이곳저곳을 부딪쳤고.
이로 인해 뱀 구덩이는 의도치 않게 확장 공사를 당하고 있었다.
활짝.
뒤에선 키비시스가 그린 스네이크들의 시체와 아이템들을 흡입하고 있었다.
이따금씩 그걸 본 그린 스네이크들이 키비시스를 물어뜯으려 했지만.
녀석은 얄밉게도 공중을 떠다니며 요리조리 피해 다니고 있었다.
츠즈즉.
그렇게 몇 시간을 돌파한 결과.
희소식이 들려왔다.
[아이템, ‘아스트라페(E)’의 숙련도가 LV.10에 도달하였습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E)’가 D등급으로 승격됩니다.] [특성, ‘찬란한 신의 무기고(EX)’ 특수 효과가 발동됩니다.]워낙 많이 사용하고 많은 상대를 죽였기 때문일까?
아스트라페의 숙련도가 미친 듯이 상승해 벌써 D등급으로 승격되었다.
[아스트라페(D)]…….
▶착용 효과
[마력 10] [물리저항 10] [마법저항 10] [이동속도 +100%]▶D등급 특수 효과
[감전+>아스트라페가 부여하는 감전 효과가 2배로 상승합니다.
아스트라페가 분열할 수 있습니다.
아스트라페의 D등급 특수 효과.
어마어마했다.
‘괜히 제우스의 3대 벼락 중 하나가 아니지.’
당연한 소리지만, 평범한 플레이어들이 사용하는 아이템 등급은 E다.
D등급만 돼도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효과도 차원이 달라진다.
아스트라페라고 다를 게 없었다.
10만 올려주던 마력은 이제 20이나 올려주고.
물리저항과 마법저항도 10씩 올려준다.
‘이제 어지간한 공격으론 상처가 나지 않겠지.’
이동 속도도 100%나 올려주니 시현의 발재간이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감전 효과도 무려 2배!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제 아스트라페가 ‘분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지지지!
[아이템, ‘아스트라페(D)’가 분열합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D)’가 변형됩니다.]아이템이 새로운 효과를 받았으면 바로 사용해 주는 게 인지상정.
시현이 마력을 부여하자 아스트라페가 둘로 갈라졌다.
오른손엔 검, 왼손엔 창.
시현이 가장 많이 사용했던 두 무기였다.
번쩍!
시현이 창 형태의 아스트라페를 냅다 그린 스네이크들에게 던졌다.
그러곤 검 형태의 아스트라페를 마구 휘둘렀다.
‘좋아.’
타탁!
“가자.”
그렇게 시현이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그린 스네이크가 있는 공동이었다.
무너져 내린 올림픽 공원 한가운데.
무너져 내린 곳보다 훨씬 아래인 이곳에 메인 퀘스트에서 말한 ‘알’이 있었다.
“쉬이이익! 인간!”
“쌔애애액! 물러나라! 여긴 신성한 곳이다!”
녀석을 호위하는 건 작은 그린 스네이크들뿐만이 아니었다.
아나콘다는 우습게 보일 정도의 크기의 뱀들이 수십이었고.
그 뱀들조차 우습게 보일 정도의 거대한 아홉 마리의 뱀이 알을 품고 있었다.
‘아홉 마리가 아니네.’
자세히 보니.
녀석들은 몸이 하나고, 머리가 9개였기 때문이었다.
[뱀 구덩이 중심부에 도달하였습니다.] [경고! 히든 보스, ‘히드라’와 마주하였습니다.]“히드라라.”
히드라(Hydra).
머리가 9개나 달린 거대한 뱀으로.
뱀 형태를 가진 마수들 중 정점에 위치한 마수이다.
특히 저 머리들은 베어도 두 개로 불어나며.
가운데 있는 황금 머리는 아예 베어지지도 않는다.
“신성한 곳?”
파지지…….
“경기장 무너뜨려 놓고 할 말이냐?”
“쒸이익! 건방진 인간!”
“쌔애액! 벌을 받을 것이다.”
히드라의 신호와 함께 그린 스네이크들이 시현에게 몰려왔다.
번쩍!
[아이템, ‘아스트라페(D)’가 분열합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D)’가 변형됩니다.]검과 방패.
가장 균형 잡힌 조합을 든 시현이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촤아아아!
그린 스네이크들로 이뤄진 녹빛 파도가 시현을 덮치고.
그 사이사이로 거대한 개체들이 아가리를 벌리며 쏟아져 왔다.
“지금이다.”
[아이템, ‘키비시스(E)’가 피어납니다.]키비시스.
올림포스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 헤라의 모든 마법이 집약된 이 주머니는 단순히 아이템을 저장하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었다.
무한한 공간에 있는 무한한 물질을 보관했다 ‘꺼내는’ 기능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현이 이곳에서 꺼낸 물질은 바로 ‘물’이었다.
촤아아아!
틈날 때마다 키비시스를 석촌호수나 한강에 잠수시킨 후 입구를 열고 있었기 때문에.
안에 들어 있는 양이 생각보다 꽤 많았다.
파앗!
땅을 밟고 뛰어오른 시현이 검 형태의 아스트라페를 휘둘렀다.
번쩍!
아스트라페가 금빛 궤적을 남기며 그린 스네이크들의 파도 한가운데를 베었다.
“쒸애애액!”
“씨이이익!”
녀석들이 이룬 파도에 순간 틈이 생겼고.
시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파앗!
검을 아래로 떨궈 발판을 만들어 밟아서 뛰어오르고.
거대한 그린 스네이크들의 머리를 다시 밟았다.
그 후, 방패를 치켜들어 몸을 가린 채 시현이 히드라에게 돌진했다.
“쒸애애액! 막아라!”
히드라가 기겁하며 명령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D)’가 합쳐집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D)’가 변형됩니다.]땅에 떨어진 아스트라페가 다시 손으로 돌아왔고.
시현의 손에 거대한 금빛 대검이 생성되었다.
“그 알.”
씨익.
“언제까지 지킬 수 있는지 보자.”
번쩍!
파지지지지지!
검에 닿은 모든 그린 스네이크들이 베어지고, 타올랐다.
그리고 그 중엔 히드라의 머리도 두 개 있었다.
“쒸애애애애애애애액!”
히드라의 일곱 머리가 일제히 포효했다.
[경고! 강력한 마수의 포효에 30초간 모든 스탯이 1 감소합니다.]시현은 수많은 디버프를 겪어봤던 몸.
모든 스탯이 1 감소하는 것쯤이야 전투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었다.
꾸드드득.
히드라의 잘린 머리에서 두 개의 머리가 생성되려는 찰나.
[아이템, ‘아스트라페(D)’가 분열됩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D)’가 변형됩니다.]아스트라페가 세 개로 분열되었다.
콰지지직!
그중 두 개는 잘린 히드라의 머리에 그대로 명중했다.
파지지…… 화르르륵!
아스트라페가 품고 있던 열 때문에 히드라의 머리가 완전히 지져졌고.
이로 인해 히드라는 머리를 재생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가아안!”
“그래. 나 인간이다.”
콰득.
시현의 아스트라페가 한 번 더 히드라의 머리를 베고, 다른 아스트라페가 그곳을 지졌다.
이따금씩 키비시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 때문에 전류가 훨씬 잘 통해 위력도 강해진 상태였다.
“취애애액! 뭐 하고 있냐! 어서 날 도와라!”
“지금 오면.”
시현의 눈에 금빛 이채가 서렸다.
“알은 부서진다.”
시현의 말을 알아들은 그린 스네이크들이 얼어붙었다.
물론, 그들을 이끄는 히드라의 명령은 중요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녀석들이 지키는 ‘알’이었다.
알을 지키는 것.
그것은 본능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쒸, 쒸익!”
“쌔애액!”
시현의 협박은 통했다.
지능이 높은 그린 스네이크들은 히드라가 시현에게 밀리고 있단 걸 알았고.
저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알을 정말로 부숴 버릴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쒸애애액! 멍청한 놈들!”
“어서 오지 못해!”
시현에게 당하는 히드라는 죽을 맛이었다.
녀석의 움직임 때문에 벌써 세 개의 머리가 얽혔고.
네 개의 머리가 잘려 나간 후 지져졌다.
이제 자유로운 머리는 둘.
번쩍!
“취애애액!”
그중 하나마저도 아스트라페와 함께 잘려 나간 후 지져지고 있었다.
‘미, 믿을 수 없어.’
나머지 여덟 머리를 총괄하는 불사(不死)의 머리.
히드라의 본체라고 볼 수 있는 황금 머리는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가 없었다.
저 인간은 강했다.
단신으로 수많은 그린 스네이크들을 뚫고 이곳 뱀 구덩이의 중심부에 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영악했다.
그린 스네이크들이 알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를 활용해 자신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었다.
한 가지 의문점은 있었다.
‘왜 바로 알을 부수지 않는 거지? 설마……. 날 먼저 죽이려 하는 건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땐.
번쩍!
거대한 낫 형태의 아스트라페가 얽혀 있는 세 개의 머리를 동시에 베고.
세 갈래로 갈라져 머리 부분을 완전히 지지고 있었다.
그렇게 여덟 개의 머리가 전부 죽었다.
‘이, 이렇게 죽을 순 없어.’
황금 머리가 아가리를 벌렸다.
자신의 비늘은 그 무엇도 뚫을 수 없는 단단한 물질.
다른 그린 스네이크들이 덤비지 못한다곤 해도 승산은 있었다.
“너.”
그렇게 생각하고 달려드는 황금 머리를 향해.
시현이 씨익 웃었다.
“그거 알고 있지?”
“쒸애액! 죽어라 건방진 인간!”
“너네 ‘뱀’ 계열 마수들의 약점은 턱주가리 아래 있는 비늘이란 거.”
시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뱀 계열 마수들의 턱 아래 비늘.
다른 비늘에 비해 경도가 낮은 곳이었다.
“쒸애애액!”
“영광으로 알아. 지금까진 굳이 노리지 않았지만.”
[아이템, ‘아스트라페(D)’가 변형됩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D)’가 합쳐집니다.]“너한테만 해주는 거니까.”
시현의 손에 거대한 금빛 망치가 생성되었다.
번쩍!
그 망치를 이용해 히드라의 황금 머리를 올려 쳤다.
“취애애애애애액!”
히드라의 황금머리는 반응할 틈도 없이 자신의 약점을 드러냈고.
서걱.
순식간에 검 형태로 변한 시현의 아스트라페가 히드라의 턱 밑을 베었다.
단 일격.
불사를 자랑하는 황금 머리가 시현의 공격 단 한 번에 그대로 베어지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쿵.
그러곤 이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후우…….”
수많은 그린 스네이크와 녀석들의 우두머리, 히드라까지 처치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덕분에 경험치는 쓸어 담았지만.’
숨이 턱 끝까지 차 죽을 것 같았지만, 시현의 입꼬리는 저절로 올라가고 있었다.
목표한 바를 정확히 이뤘다는 쾌감.
그리고 이로 인해 쏟아질 보상을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히든 보스, ‘히드라’를 처치하였습니다.] [대단합니다! 전 지역에서 가장 먼저 히드라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추가로 2,000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히드라를 처치하니 보상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쒸, 쒸애액!”
“쌔애액!”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그린 스네이크들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린 스네이크들이 시현에게 달려들지 않았던 건 그가 알에 위협을 줄 수 있어서도 있었지만.
히드라가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한히 늘어나는 머리와 죽지 않는 금빛 머리.
저 두 조합이면 어떤 적이라도 이길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별안간 나타난 인간 하나가 히드라를 죽여 버렸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인간도 지치고, 자잘한 상처를 입었지만 그뿐.
그걸 빼면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이었다.
진짜 문제는 이제 ‘알’을 지키는 그린 스네이크가 없다는 것이었다.
“뱀 대가리 새끼들.”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곤 히드라가 품고 있던 보랏빛 알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비켜라. 싹 다 부숴 버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