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50)
신의 천적, 회귀하다 050화
42. 불나방
아홉 번째 재앙 오크.
살육과 전투에 미친 이 괴물들은 그 전투 의지만큼이나 강력했다.
세력을 가진 플레이어들은 그나마 맞서 싸웠지만, 그렇지 못한 플레이어들은 말 그대로 ‘사냥’당할 뿐이었다.
하지만 홀로 남은 플레이어들 모두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중 대표적인 존재, 랭킹 1위.
타락악귀 이시현.
수많은 오크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음에도.
그는 상황이 굉장히 만족스러운 듯 웃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씨익.
“어금니 괴물들아.”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번쩍!
시현의 왼손으로 아스트라페가 뭉치더니.
이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콰드드드득.
[오크 플레이어, ‘오카리’를 처치하였습니다.] [플레이어가 보유한 포인트의 절반(10,291)을 획득합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메인 퀘스트, [오크 침공>을 클리어하였습니다.]그런데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다 못해 수많은 오크들이 한 줌의 재로 변해 버렸다.
“이……건?”
“마법산가?”
“검을 들고 있는데?”
그 한 번의 위력에.
시현은 단번에 오크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
그리고 형형색색 신호탄 덕분에.
더 많은 오크들이 더 빠르게 시현이 있는 위치를 알았다.
“검은 번개다.”
“검은 새하얀데? 입술은 붉은색이고.”
“저놈이다! 저놈이 그 유명한 타락악귀, 이시현이야!”
“강자다! 강자!”
오크들에겐 싸움이나 전투를 좋아한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녀석들은 전쟁광, 말 그대로 전쟁에 미쳐 있었다.
오크들에게 있어 강자와의 싸움은 그 어떤 욕구보다 앞섰다.
싸우다 죽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만큼 영광스러웠으니.
“불나방 놈들.”
오크들이 달려들고 나서야 시현은 천총운검을 들어 올렸다.
‘랭킹 10위권 이내에 있는 녀석들은 세력이 있으니 알아서 잘 살아남을 거고.’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아이템, ‘천총운검(D)’이 폭풍을 일으킵니다.]천총운검에 피 냄새 섞인 바람이 모여들었다.
그러곤.
서걱. 서걱.
바람에 닿는 오크들의 몸이 그대로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하하하!”
“역시 강해! 역시 타락악귀야!”
“이 정도 강자면 같이 달려들어야겠어!”
오크들은 마치 개미 떼처럼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그 압도적인 물량에도, 시현은 묵묵히 천총운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부우웅.
흑풍과 무형풍이 돌풍을 일으켜 주변 오크들을 베었다.
이곳에 나오는 오크들은 이제 막 레벨 30을 달성해 클래스를 얻었거나, 그보다 약한 존재들.
아무리 많다 한들 시현의 상대가 될 순 없었다.
“흐흐흐흐…….”
“다른 놈들에게도 알려!”
“여기 대박인 놈이 있다고!”
다른 동료들이 죽든지 말든지.
오크들은 진심으로 행복하단 표정을 지으며 무기를 들이댈 뿐이었다.
사르르르.
이따금씩 보이는 오크 주술사들이 시현에게 저주를 걸었지만.
“꾸르르릉!”
시현의 어깨 위에 꼭 붙은 가살의 포효가 이를 차단했다.
자신들의 저주가 통하지 않는 걸 깨달은 오크 주술사들은 이내 여러 공격 주술을 내뿜기 시작했다.
화르륵.
불로 만들어진 뱀, 얼음 모양으로 된 창, 독을 품고 있는 나무줄기 등이 시현에게 달라붙었다.
그러나.
[스킬, ‘부정한 심판(A)’을 발동합니다.]이번엔 하늘에서 수많은 검은 벼락이 쏟아져 내렸다.
“크흐흑…….”
“몸이…….”
[경고! ‘상태이상: 중독’에 걸렸습니다!] [경고! 일시적으로 힘 스탯이 3 하락합니다!] [경고! ‘상태이상: 혼란’에 걸렸습니다!]…….
부정한 심판에 직격당한 오크들은 피부가 타버렸을 뿐 아니라.
수많은 상태이상과 디버프에 걸렸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검은 벼락은 마치 비처럼 내렸고, 오크들은 뭉친 상태라 발 디딜 틈도 없었으니까.
[아이템, ‘키비시스(C)’가 ‘형형색색 섬광탄(E)’을 터뜨립니다.] [[분출> 특수 효과로 인해 즉시 ‘생명력 포션(B)’을 섭취합니다.] [[분출> 특수 효과로 인해 즉시 ‘마력 포션(B)’을 섭취합니다.]이번 재앙에선 키비시스도 바빴다.
생명력 포션, 마력 포션을 주기도 했고.
오크들을 학살하는 시현 대신 형형색색 섬광탄을 터뜨리기도 했으니.
퍼엉!
그 와중에 형형색색 형광탄은 ‘부정한 심판’으로 인해 물든 검은 하늘에서도 환하게 터지고 있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번쩍!
아스트라페가 구체 형태로 퍼져 나갔다.
쿠구구구궁!
덕분에 그 주술들은 물론.
주변 건물과 오크들이 모조리 타 파괴되거나 죽었다.
“자.”
한 손엔 천총운검.
한 손엔 아스트라페를 들고.
시현이 달려오는 오크들에게 한 발자국 움직였다.
“들어와.”
‘이건…….’
오크 주술사이자 오크 천인장.
오론.
이 일대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그녀는 재빨리 상황을 살폈다.
‘벌써 150명 정도가 당한 건가?’
오론이 주름진 손으로 스태프에 기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전에 타락악귀가 보여준 거대한 검은 번개.
그 스킬을 본 순간 오론은 알 수 있었다.
저건 절대 못 이긴다는 것을.
“크하하하!”
“할망구! 뭐 해! 안 싸우고!”
옆에선 멍청한 동족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었다.
‘어리석은 놈들.’
그 모습을 본 늙은 오크, 오론이 조소를 지었다.
그녀는 늙었다.
오크들 사이에서 이만큼 늙을 때까지 살아남았다는 건, 그만큼 강하단 뜻이었다.
물론 단순히 강하다는 것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었다.
‘강자만 보면 발정 난 개새끼들처럼 달려드니 오래 살 수가 있나.’
혀를 끌끌 찬 오론이 주술을 전개했다.
사아아아.
이내 오론의 모습이 투명해졌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이면 이 정도만 되어도 아무도 모를 터.’
오크들은 강자를 보고 도망가는 걸 굉장한 수치로 생각한다.
하지만 오론이 생각할 땐 저렇게 죽는 게 더 수치였다.
다른 어떤 동족보다 강력한 주술을 사용할 수 있는 그녀였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동족을 위해 강한 주술을 쓰면 방해한다고 난리.
버프를 걸어주면 본인들의 힘만으로 싸우지 못하게 했다고 난리.
상대에게 저주를 걸면 상대를 약하게 했다고 난리.
이 오크 놈들은 그냥 진절머리가 났다.
‘이래서 오기 싫었는데.’
대군단, 프레데터를 지배하는 군단장이자 절대 군주, ‘오크쟌’의 명령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 니들이 죽어서 시간 벌어주는 동안…… 난 또다시 살아남으마.’
그렇게 등을 돌려 이 혼란스러운 장내를 빠져나가는 사이.
번쩍!
다시 한번 검은 번개가 사방을 휘감았다.
순간 모든 세상이 어두워졌다고 착각할 만큼 강력한 위력.
‘이건…….’
그 위력에 모여 있던 오크들 중 상당수가 또 죽음을 맞이했다.
“어디 가냐?”
그리고 오론의 귓가에.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인간은 단 한 명.
‘……설마. 투명화 주술을 쓴 날 발견할 순 없어.’
“너 말이야. 늙은 오크.”
새하얀 도를 휘두르면서.
시현은 점점 더 오론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주변에서 휘몰아치는 돌풍 덕분일까?
분명 여유롭게 걸어오는 것 같음에도 타락악귀는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크하하하!”
“덤벼!”
그 주변으로 멍청한 동족들이 달려들었지만.
단순한 시간 벌이도 되지 않았다.
서걱.
그냥 검은 돌풍에 썰려 나갈 뿐이었으니.
‘어, 어떻게…….’
오론은 몰랐다.
그녀가 사용한 주술은 단순히 주변과 동화되는 생김새만을 보여주는 효과.
그걸로는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천총운검을 사용하는 시현은 바람의 흐름으로 이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후우웅.
번쩍!
수많은 돌풍이 주변 오크들을 찢고.
검은 번개가 내리치며 녀석들을 불태웠다.
그리고 타락악귀는 점점 더 빠르게 다가왔다.
“으으으으…….”
그 모습을 본 오론의 다리가 떨렸다.
아무리 별종이라곤 하나 그녀 역시 오크.
강자를 보면 싸우고 싶은 마음이야 조금 있었지만.
‘저건 강자가 아니라 그냥…… 괴물, 아니 악귀잖아!’
새하얀 얼굴과 붉은 입술, 날카로운 검.
손에 닿는 모든 걸 검게 물들이고, 타락시키며, 소멸시키는 악귀.
대군단 프레데터의 지배자, 오크쟌이 지구에서 가장 경계하는 플레이어.
타락악귀(墮落惡鬼).
“으, 으아아아아!”
그런 녀석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겁에 질려 이성을 잃은 오론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상대도 내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
투명해진 채 오크들 사이로 숨은 그녀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래도 남은 수백 마리로 시간만 끌…….’
서걱.
그렇게 뒤돌아 도망치던 중.
무언가가 오론의 머리를 베었다.
“어……?”
분명 자신에겐 물리 피해 중 일부를 막아주는 목걸이와.
미리 걸어두었던 방어 주술이 있었다.
‘그런데 왜…….’
안타깝게도 오론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툭.
머리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오크 천인장, ‘오론’을 처치하였습니다.] [훌륭합니다! 전 지역 최초로, 그리고 홀로 오크 천인장을 처치하였습니다!] [추가로 9,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서브 퀘스트, [오크 천인장 처치>를 획득합니다.]‘이건 나중에 보고.’
오론을 벤 천총운검을 그대로 휘둘러 수많은 오크를 베어내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남은 놈들부터 모조리 처리해 볼까?”
번쩍!
오크들 중 대부분은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른 채 죽었다.
그나마 십인장 정도가 되어야 칼에 맞았는지, 번개에 맞았는지 알 수 있었고.
그나마 백인장 정도가 되어야 어떤 스킬이나 공격에 맞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녀석들의 결과는 모두 ‘죽음’으로 평등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흐음.”
키비시스 효과로 인해 생명력과 마력 포션을 즉시 섭취하며.
시현이 홀로그램 창을 띄웠다.
[서브(히든) 퀘스트: 오크 천인장 처치>▶목표: 제한 시간 내 천인장 처치.
▶보상: 처치한 천인장 수에 따라 지급.
▶추가 보상: ‘정복자’의 피를 가진 오크 천인장 사냥 시,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실패 시: 페널티 없음.
아홉 번째 재앙엔 두 가지 서브 퀘스트가 있다.
첫 번째 서브 퀘스트는 [랭커 처치>.
맨 처음 죽인 대상이 오크가 아닌 인간일 때 획득하는 것으로.
1,000위권 이내 서울 랭커들을 최대한 많이 잡는 퀘스트였다.
그리고 시현이 획득한 [오크 천인장 처치>.
창에 나와 있는 대로 오크 천인장을 한 마리 처치하면 얻을 수 있는 퀘스트로.
가장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퀘스트였다.
“자. 이제.”
천총운검을 장난스럽게 한 바퀴 돌린 뒤.
시현이 오론의 사체를 들어 올렸다.
“찾아.”
[아이템, ‘타락한 영광(D)’이 이빨을 드러냅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D)’이 피 냄새를 맡았습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D)’이 피 냄새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대상: 오크 정복자의 피.]시현이 가장 먼저 마주친 천인장, 오론은 ‘정복자’라 불리는 존재의 피를 이은 존재.
오크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며, 호전적이라 알려진 존재들이었다.
‘이 피를 잇고도 도망가려던 오론 이놈은 좀 별종이었고.’
시현이 박나은에게서 얻고 타락한 영광에 흡수시킨 ‘혈충’.
녀석들은 같은 피를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크 천인장, 그중에서도 ‘정복자’의 피를 가진 녀석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가자.”
남은 시간은 4일 9시간.
최대한 많은 천인장을 처치한 뒤, 보상을 쓸어 담아야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