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52)
신의 천적, 회귀하다 052화
43. 정복자(2)
[아이템, ‘밤의 장막(E)’이 올려주는 모든 능력치가 3배로 상승합니다.]닉스의 아이템, ‘밤의 장막’이 가진 E등급 특수 효과 [야행성>.
그 효과 덕분에 시현의 주 스탯은 이제 12씩 올라가며.
물리, 마법 저항은 150씩이나 올라갔다.
물리, 마법 저항이 150이면 이전에 착용했던 미카엘의 갑옷, ‘신성한 영광’과 맞먹는 수준.
이 정도 물리 저항이면 오크악의 온 힘을 담은 저 도끼쯤이야.
캉!
이렇게 단순히 팔을 뻗어 막아버릴 수 있었다.
“이게 무슨……?”
그 모습을 본 오크악의 눈이 커졌다.
콰드드득.
시현의 기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이내 검은 아스트라페가 뻗어나가더니.
오크악의 두 도끼에 서려 있는 혈기를 파괴한 뒤.
그 두 도끼를 멀리 날려 버렸다.
“크아아악!”
“피, 피해라!”
별안간 날아온 도끼에 오크들이 재빨리 몸을 날려 피했다.
“정복자의 피를 진하게 이었다고 했지?”
다른 오크들이 그러든지 말든지.
시현의 시선은 오크악에게만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그게 뭐?”
“뭐라?”
“그래서 어쩌라고?”
꿀꺽.
상대의 눈빛과 강함을 본 오크악이 마른침을 삼켰다.
‘심상치 않다.’
보기만 해도 불길한 보랏빛 밤.
상대의 압도적인 강함.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 아이템들.
오크악은 알 수 있었다.
‘난 여기서 살아남지 못한다.’
이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있을 순 없어.’
쿵.
이내 대검을 땅에 꽂은 후.
오크악이 시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타락악귀. 부탁이 있다.”
“부탁?”
전투에 미쳐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오크 종족이 ‘부탁’이란 걸 할 줄은 몰랐기에.
시현이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뭔데?”
오크 주제에 뭔 부탁이냐는 시현의 눈빛에.
오크악이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물론 인정한다. 네가 사용하는 번개도, 갑옷도, 모두 너의 힘이지. 네가 일궈낸 탑과 같은 상징.”
“하고 싶은 말이 뭐냐?”
“검만을 사용해 날 상대해다오.”
순간 반짝이는 오크악의 붉은 눈에.
시현은 알 수 묘한 감정을 느꼈다.
무(武)에 대한 순수한 열망.
‘그게 무림 쪽으로 넘어갔을 때였나?’
시현도 저런 눈빛을 한 채 하루 종일 수련과 대련만 했을 때가 있었다.
‘종천…… 그놈과 같은 무림인들이 저런 눈빛을 가지고 있었지.’
그 시간에 아이템이나 스킬을 얻었으면 훨씬 강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돌이켜 보면 그때 각종 무기를 다루는 법을 익힌 건 다 도움이 되었다.
뿌리.
시현과 같은 플레이어들에게 컨트롤 실력이란 자신을 단단하게 지탱해 주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뿌리와 같았으니까.
“물론 공짜로 이런 부탁은 하지 않겠다.”
“대가를 주겠단 소리냐?”
“그렇다. 일대일로 날 상대해 주는 대가. 날 이기면 주겠다.”
인간의 말이었다면 믿지 않았겠지만.
오크, 그것도 만인장의 말이었기에 믿을 수 있었다.
녀석들은 전투에 미친 만큼, 전투에 관련해선 명예를 지키고 거짓말은 하지 않는 종족이었으니까.
‘이놈도 지가 죽을 걸 알고 있을 거야.’
시현이 주변을 살폈다.
오크족 만인장이 제안한 일대일 싸움.
이를 알고 있는 한, 주변 오크들은 자신에게 달려들지 않을 것이다.
정복이고 재앙이고 나발이고.
전투를 중요하게 여기다 못해 신성하게 여기는 이 녀석들이라면.
정정당당한 일대일 싸움엔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
[아홉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12분.]어차피 남은 시간도 별로 없는 상황.
12분이면 현실적으론 오크악을 제외한 천인장이나 만인장을 만나기 힘들었다.
‘그럼 조금만 어울려 줄까?’
불꽃처럼 타오르는 오크악의 눈을 본 후.
시현이 키비시스를 열었다.
[아이템, ‘키비시스(C)’가 피어납니다.] [아이템, ‘성유물: 눈 잃은 천사의 검(B)’을 장착합니다.]휘리릭.
시현이 천총운검 대신 오랜만에 성유물을 들었다.
아스트라페가 그 모습을 완전히 감췄으며.
타락한 영광과 키비시스가 잠시 뒤로 물러났으며.
밤의 장막이 드리운 보랏빛 밤이 서서히 사라지며 다시 낮이 찾아왔다.
“마지막 칼춤쯤은 춰줄 수 있지.”
“고맙다. 그리고.”
오크악의 주변으로.
이전과도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한 붉은 기운, 혈기가 피어올랐다.
“방심은 하지 마라. 내가 네 목을 따고 이길 수도 있으니.”
쾅!
그렇게 말한 오크악이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오크들 중에선 붉은 눈동자를 가진 개체들이 있다.
일명 정복자 오크(Conqueror Orc).
같은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이 특이 오크들은 다른 오크들에 비해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오크들이 힘, 체력, 민첩 등의 스탯을 20, 10, 10으로 시작한다면.
정복자의 피를 이은 이 녀석들은 아무런 페널티 없이 25, 20, 20쯤에서 시작한다.
특수한 피를 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이렇게 강력한 힘이나 체력만 가지고 있기만 해도 주의하거나 경계할 필요가 있었지만.
이런 점이 정복자 오크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아니었다.
진정으로 무서운 점은 ‘광폭화’.
정복자의 피를 옅게나마 이은 오크거나, 어린 오우거들은 생명력이 1% 미만일 때 사용할 수 있는 이 강력한 스킬을.
정복자의 피를 강하게 이은 오크들은 어느 때나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크악은 이전과는 달리 온 힘을 다해 광폭화를 발동시킨 상태였다.
파앗.
콰아앙!
오크악의 거대한 검과 시현의 성유물이 부딪쳤다.
‘이건?’
검 너머로 전해져 오는 시현의 힘에.
오크악이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이 녀석은 다른 멍청한 놈들 말처럼 신들의 무기를 사용해서 강했던 게 아니야.’
오크악의 검과 시현의 검이 몇 번 부딪치더니.
시현이 몸을 한 바퀴 돌려 팔꿈치로 오크악의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급소에 맞아 머리가 띵해졌지만.
오크악은 정복자의 피를 이은 강력한 육체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이놈…….’
오크악이 시현의 검을 따라 검을 휘둘렀다.
‘이놈은…….’
하지만 관자놀이를 한 번 맞았다는 간단한 사실은.
이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오크악에게 커다란 피해를 주었다.
오크악의 눈에 상대가 두세 명으로 보이기 시작하며, 흔들렸던 것이다.
“정신 차려야지?”
어느새 오크악의 뒤로 온 시현이 웃었다.
서걱.
웃음과는 별개로, 자비는 없었다.
시현이 성유물로 녀석의 오금을 베어버렸다.
쿵.
덕분에 오크악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신의 무기를 사용해서 강한 게 아니라…… 애초에 강했기 때문에 이렇게 신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거다.’
벽.
살면서 마주친 어떤 벽보다도 단단하고 높은 벽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오크악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강자를 만났기에 전사의 혼이 그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물론 이 불꽃이 자신의 열망은 물론, 몸과 마음, 종국에는 목숨과 영혼까지 태워 버릴 건 알았지만.
오크악은 더더욱 전투에 몰입할 뿐이었다.
자신이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리고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는 부하 오크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전투에서 죽으면 명예로울 테니까.
“크아아아아!”
“와라!”
캉!캉!캉!캉!캉!
시현의 성유물과 오크악의 도끼가 수십 번 부딪쳤다.
하지만.
서걱.
오크악은 한쪽 무릎이 이미 베인 상태.
여태까진 덩치로 밀어붙였지만, 상대가 가지고 있는 힘이 생각보다 엄청났다.
‘이 정도면 결코 오우거까진 아니어도 트롤에 밀리지 않는 힘이다. 순수한 힘이 이 정도라니……!’
오크악이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되면 비장의 수를…….’
하지만 그 순간.
서걱.
시현의 성유물이 다른 쪽 다리를 베고 지나갔다.
“크아아아!”
서걱.
오크악이 비명을 지르는 사이.
시현의 검이 이번엔 팔 한쪽을 베었다.
쿠우웅.
그렇게 거대한 오크악의 몸이 쓰러졌다.
그 위로 시현이 검을 들고 왔다.
“하…….”
오크악이 후련하다는 듯 웃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군.”
양다리와 한쪽 팔이 잘려 나간 채.
오크악이 붉은 눈을 빛냈다.
“어쩌면…… 넌 유일하게 위대한 군주, ‘오크쟌’에 견줄 수 있을 존재겠구나.”
“오크쟌이라.”
녀석을 본 시현이 천총운검을 목에 댔다.
“내 이름은 오크악. 전사로서 타락악귀, 너와 겨룰 수 있어 영광이었다.”
“이시현.”
오크들 사이에선 전투 후에 이름을 알려주는 게 명예이자 영광인 법.
이를 알고 있는 시현이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나도 영광이었다.”
“강해져라. 타락악귀. 누구보다도 더.”
“…….”
“너에게 진 내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그래. 기대하라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서걱.
시현이 망설임 없이 오크악의 목을 베었다.
툭.
[믿을 수 없습니다! 오크 만인장, ‘오크악’을 처치하였습니다!] [서브 퀘스트, [오크 천인장 처치>의 공헌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칭호, [명예로운 전사(A)>를 획득합니다.] [새로운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이템, ‘밤의 장막(E)’이 주 스탯을 1씩 추가로 상승시킵니다.] [아이템, ‘밤의 장막(E)’이 새로운 별을 빛내기 시작합니다.] [명예로운 전사(A)>#명예로운 일대일 전투를 치른 자에게 전승되는 칭호입니다.
▶장착 효과
일대일 전투 시, 단 ‘일격’에 한해 대미지가 100% 상승합니다.
*소유한 자가 일대일 전투를 벌이다 죽었을 때만 그 상대에게 전승할 수 있습니다.
‘명예로운 전사라니.’
시현은 이 칭호를 알고 있었다.
A등급이라고 매겨져 있지만 상황에 따라선 SS등급에 견줄 정도로 좋은 칭호.
그 이유는 간단했다.
모든 ‘대미지’를 100%나, 즉 2배나 올려주기 때문이었다.
‘일격’ 한정이긴 하지만 이것만 있다면 어지간한 적에게 지지는 않았다.
‘엄청 얻기 힘든 건데 말이야…….’
‘명예로운 전사’가 칭호는 획득하기가 매우 힘들다.
우선 칭호를 가지고 있는 존재가 거의 없기도 했고.
자신이 죽었을 때만 상대에게 전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이득을 얻었네.’
오크악의 머리를 본 시현이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자신을 죽인 상대에게 이런 귀한 칭호를 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시현은 지금 진심으로 오크악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젠장…… 저 자리가 내 거였어야 했는데.”
“저런 강자라니.”
“먼저 간 놈들도 부끄럽진 않겠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오크악의 머리를 보며.
주변 오크들이 부러운 듯 중얼거렸다.
“우리도 싸울 수 있어!”
“그래! 아직 재앙은 끝나지 않았어.”
그렇게 중얼거린 오크들이 다시 한번 시현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의 몸이 타버릴 걸 알면서도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녀석들은 시현과 검 한 번 섞어보기 위해 미친 듯이 돌격했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조져!”
그렇게 다시 달려오는 오크들을 보며.
신의 아이템들이 다시 시현에게 달라붙었다.
검은 벼락이 온몸을 휘감았고.
붉은 자루가 성유물과 주변 아이템, 오크 시체를 집어삼켰고.
검은 와이셔츠가 다시 온몸을 휘감으며 촉수를 들이댔고.
천총운검이 폭풍을 일으켰으며.
보랏빛 코트가 장막을 드러웠다.
“그래.”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들어와.”
[아이템, ‘천총운검(D)’이 폭풍을 일으킵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번쩍!
그렇게 짧은 8분여간의 전투 끝에.
아홉 번째 재앙이 종료되었다.
[분배 가능 스탯 5개를 획득합니다.] [아홉 번째 재앙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서브 퀘스트, [오크 천인장 처치>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오크들이 원래 세계로 돌아갑니다.] [아홉 번째 재앙이 끝나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이번에도 신들의 계약을 무시한 후.
시현은 여유롭게 MVP 보상을 기다릴 뿐이었다.
‘이미 명예로운 전사라는 좋은 칭호를 받았지만.’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MVP 보상은 별개지.’
[MVP: 플레이어 이시현.] [MVP 보상으로 9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개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타락악귀 이시현 님께선 총…….]……
[타락악귀 이시현 님께선 총 7명의 오크 천인장을 처치하였습니다.] [타락악귀 이시현 님께선 총 1명의 오크 만인장을 처치하였습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혼자서 수천의 오크를 베어 넘겼다 보니, 이번 MVP도 시현이었다.
[아이템, ‘오우거의 옅은 피(A)’를 획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