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56)
신의 천적, 회귀하다 056화
46. 자이언트 맨티스 군단장 크루치
서울에 있는 인간 플레이어들에게 랭킹 1~10위가 있다면.
서울로 파견된 프레데터엔 10명의 군단장들이 있었다.
이들은 오크쟌에게서 각자 서울을 정복하라는 명령을 받은 채 플레이어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기껏 세운 작전이고 뭐고…… 필요도 없겠네.”
“그러게 말입니다. 헤헤헤.”
“인간 두개골이 그렇게 맛있던데. 그거라도 먹어야겠어.”
“다른 놈들은 잘하고 있을는지 모르겠네요.”
서울 노원구.
이곳엔 총 열 명의 군단장 중 넷이 모여 있었다.
트롤 제1 군단장, ‘쿤터’.
오크 제2 군단장, ‘오퀴아나’.
자이언트 맨티스 군단장, ‘크루치’.
그리고 오우거 군단장, ‘롬’.
특히 오우거 군단장의 힘은 대단했다.
조그만 오우거 한 마리만 있어도 어지간한 지역을 헤집어놓을 수 있다.
그런데 롬은 무려 오우거 군단을 이끄는 군단장이었다.
“너넨 가라.”
“크르르릉…….”
“알겠습니다.”
롬의 명령에 옆에 있던 두 오우거가 자리를 벗어났다.
녀석들은 전부 30살이 넘도록 살아남은 베테랑 중 베테랑.
롬의 명령이 없더라도 알아서 잘할 것이었다.
“우리도 슬슬 가보자고.”
롬이 심드렁하게 건물을 걷어찼다.
대충 차도 무너지는 건물에 노원구 플레이어들의 전의가 싹 사라지기 시작했다.
“저, 저 괴물…….”
“어떻게 이겨 저걸…….”
하지만 전의가 상실된 건 롬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플레이어를 만만히 보면 안 된다는 프레데터의 지배자, 오크쟌의 경고가 있었으나.
이곳 플레이어들의 수준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낮았다.
“심심하네.”
“너무 방심하진 마시지요. 오크쟌께서 괜히 하신 말씀이 아닐 테니.”
“흐음……. 말대꾸나 하다니. 많이 컸구나, 오퀴아나.”
“……죄송합니다.”
옆에서 고개를 숙이는 오크 군단장, 오퀴아나를 보며.
롬이 특별히 들고 온 자신의 쇠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그냥 빨리 끝내자.”
각기 퍼져 있는 여섯 군단장들과 두 오우거가 시선을 끄는 사이.
이들 넷은 한곳에 뭉쳐 서울을 싹 밀어버릴 생각이었다.
“하암…… 응?”
그렇게 다시 하품을 하며 롬이 플레이어들을 학살하려는 그 순간.
번쩍!
그의 예민한 감각에 검은빛이 들어왔다.
‘이건?’
롬이 재빨리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가 아무리 빠르다 한들 벼락보단 빠를 순 없는 법.
콰직!
결국 검은 번개에 맞은 롬의 가슴팍에 검게 물들었다.
이내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이 느껴져 왔다.
‘내 회복력으로도 이 정도라니.’
롬이 웃었다.
“만만치 않은 놈이 왔군.”
“뭘 쪼개고 있어.”
저 건너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흉측한 괴물 새끼가.”
“크크크…… 와라!”
롬이 시현에게 달려들며 포효했다.
“크아아아!”
녀석이 내뿜는 오우거 피어는 여덟 번째 재앙 당시 만났던 다섯 살짜리 오우거와 차원이 달랐지만.
“꾸르르르르!”
지난 30일 동안 철을 열심히 흡수한 가살도 만만치 않았다.
[경고! 오우거 군단장, ‘롬’이 포효합니다.] [신수, ‘불가살이’가 포효합니다.] [포효가 상쇄됩니다.]“잘했어.”
“꾸르!”
그렇게 가살이 뒤따라 온 천유리에게 돌아갔다.
“각자 미리 말한 대로 달라붙어.”
천유리, 서영우, 박나은, 백인환, 케이시 류.
그 뒤를 따라온 그림자 암살자들까지.
시현의 말대로 일행이 각자의 상대 앞에 섰다.
“……뭐 하는 거지?”
롬이 어이없다는 듯 시현을 쳐다봤다.
“날 상대하겠다고? 혼자?”
“너 까짓거 상대하는 데 뭘 둘이나 붙냐?”
스르릉.
천총운검을 들어 올리며.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하하하하! 그래! 검은 번개와 도, 보랏빛 코트…… 네놈이 소문의 타락악귀 이시현이구나.”
롬이 쇠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미친놈이라더니 사실이었어. 감히 오우거…… 그것도 군단장인 나한테 혼자 덤벼?”
롬이 진심으로 웃었다.
“그래! 덤벼라! 내 여기서 오크쟌이 경계하는 다섯 플레이어 중 하나를 잡고 녀석에게 정식으로 도전하겠다.”
“말 많네.”
[아이템, ‘아스트라페(B)’가 스며듭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D)’이 이빨을 드러냅니다.] [아이템, ‘천총운검(D)’이 폭풍을 일으킵니다.] [아이템, ‘밤의 장막(E)’이 드리웁니다.]사아아…….
검은 번개가 몰아치고, 검붉은 촉수가 넘실거렸다.
주변엔 거대한 폭풍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불길한 보랏빛 밤이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스킬, ‘고양이의 눈(E)’이 발동됩니다.] [아이템, ‘밤의 장막(E)’이 올려주는 모든 능력치가 3배로 상승합니다.]모든 준비는 끝났다.
서울을 습격한 군단, 프레데터에 가장 위협이 되는 오우거 군단장 롬.
이젠 녀석을 처리할 일만 남았다.
사아아.
갑자기 드리우는 보랏빛 밤의 장막에.
맨티스 군단장 크루치가 겹눈으로 상황을 살폈다.
‘심상치 않다.’
녀석은 본능적으로 약자와 강자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도망치지 않고 앞에 서 있는 플레이어는 저 은발 여자.
‘내가 군단장들 중 가장 약하고, 저 여자도 약해 보인다. 게다가.’
크루치가 낫과 같은 앞발을 들어 올렸다.
‘저 코끼리 같은 놈이 거슬려.’
가살, 그리고 천유리를 본 자이언트 맨티스 군단장, 크루치가 재빨리 날아갔다.
오우거 피어는 상대에게 유의미한 디버프를 주는 스킬.
굳이 이 스킬 없이 싸울 필요는 없었다.
‘디버프를 상쇄시키는 저놈부터 죽인다.’
그렇게 가살에게 달려가던 찰나.
녀석의 머리 위에 붉은 꽃이 피더니, 그 안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적. 발견. 말살.
콰아아아아앙!
허공에서 내려온 그 ‘무언가’는 인간 형태를 가진 거대한 무언가였다.
네 팔에 각각 사슬낫, 방패, 검, 도끼를 들고 있는 거병(巨兵).
박나은이 자랑하는 역작, 알파병이었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쾅!쾅!쾅!쾅!
네 개의 팔로 크루치의 단단한 외피를 내려치는 알파병을 보며.
박나은이 소리쳤다.
“감히 첫째 부인께!”
“네에?”
한 손엔 노란 부적을, 한 손엔 단검을 들어 올리며.
박나은의 황금 양털이 빛나기 시작했다.
“일단 가세요. 첫째 부인님! 계획대로 하셔야죠.”
“……뭔 소린진 모르겠지만 일단…… 고마워요.”
‘첫째 부인’이란 말이 조금 거슬렸지만.
천유리는 가살을 품에 안고 몸을 날렸다.
정확히 ‘계획대로’였다.
자이언트 맨티스 군단장, 크루치.
그 상대는 박나은이었다.
“……빌어먹을 년이.”
서걱.
크루치가 앞발을 휘둘러 몸에 달라붙은 알파병을 떼어냈다.
“치르르르르!”
쿵.
녀석의 거대하고 단단한 앞발은 알파병의 몸을 베기엔 충분히 날카로웠다.
‘이건……?’
서걱.
크루치는 결국 알파병의 팔 하나를 떨어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츠즈즈즉.
그 뒤에 있는 붉은 머리의 인간 여자, 박나은.
그녀의 어깨에 둘린 황금 양털이 빛나더니, 떨어진 팔이 다시 달라붙었다.
“이런 미친?”
“이걸로 놀라긴 이른데?”
박나은의 황금 양털이 더욱더 환한 빛을 내뿜자.
알파병의 몸에 새겨진 룬 문자에선 푸르스름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가.”
박나은의 마력으로 덕분에 알파병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한 모습으로.
크루치를 밀어붙였다.
“크흐흑…….”
“후후후…… 저 대검은 트롤 사체로, 방패는 프로그맨 사체로, 도끼는 다른 스파르토이들로 직접 만든 거야. 맛이 어때? 매콤해? 스파이시 해?”
“…….”
“그리고 사슬낫은 주인님께서 직접 주신 ‘인섹트 슬러터’지. 아, 불 속성에 너 같은 벌레한테 주는 추가 대미지까지 있으니 걱정 마. 뭐랄까? 매운 만두에 캡사이신 추가한 맛이랄까?”
박나은이 낄낄 웃었다.
“너네 벌레들은 안 그래도 불 속성에 약하지?”
박나은의 몸 주변으로.
불꽃을 일으키는 부적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박나은의 말대로였다.
시현이 박나은을 홀로 보내 군단장, 크루치를 상대하라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상성.
박나은은 벌레 계열인 크루치를 상대로 상성이 좋았다.
유일하게 군단장 하나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말이 많군……. 하지만 말뿐만으로 날 상대할 수 있을까!”
콰아아앙!
하지만 크루치도 군단장은 군단장.
결코 만만치 않았다.
맨티스 프레이어들처럼 기괴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 평범한 사마귀가 거대해진 모습이었지만.
대신 그만큼 단단한 외피와 날카로운 앞발, 끈질긴 맷집을 가지고 있었다.
제아무리 벌레라고는 하지만 크루치도 엄연한 군단장.
“나는 자이언트 맨티스 군단장! 크루치! 고작 인간 하나와 그 소환수에게 당할 짬이 아니란 말이다!”
“아, 말 안 해줬나?”
박나은이 피식 웃었다.
“알파병은 소환수가 아니야. 내 병기지. 그것도.”
콰드득.
“무려 어린 오우거의 사체를 흡수한.”
파아아앗!
박나은의 두 눈이 푸른 빛으로 빛났다.
그러자 정말 놀랍게도.
알파병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크루치를 몰아붙였다.
특히 불길에 휩싸인 사슬낫과 때때로 날아오는 부적이 문제였는데.
이 불 속성 콤보로 인해 크루치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거의 모든 감각기관이 마비되거나 파괴된 상태였다.
‘이, 이대론 안 된다.’
크루치가 날개를 떨어 페로몬을 내뿜었다.
그는 마수이자 군단장.
상대가 홀로 왔다고는 하나 자신도 홀로 싸워줄 생각은 없었다.
‘와라!’
치르르르!
크루치의 부름에 주변 자이언트 맨티스들이 그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보랏빛 밤하늘을 날아다니던 사마귀들이 한곳에 모이는 건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하지만.
“어디서 개수작이야?”
“뭐?”
치르르르르를!
박나은의 왼쪽 눈이 밤하늘을 닮은 보랏빛으로 빛나더니.
이내 자이언트 맨티스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치르를?”
“차르르?”
녀석들은 혼란에 빠진 듯 이곳저곳을 방황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크루치가 당황해 말까지 더듬었다.
“이, 이, 이게 어떻게……?”
“너만 벌레들 다룰 수 있는 줄 아냐?”
“너, 너…… 설마?”
“그래.”
씨익.
“나이스 투 미츄. 나도 사마귀 군주야.”
사마귀 군주(Mantis Lord).
수만, 수십만을 이끄는 자이언트 맨티스 우두머리를 지칭하는 말로.
그 개체가 되기 위한 조건은 두 가지.
동족 수만 마리의 정신체를 감당할 수 있는 정신력과.
그 정신력을 감당할 수 있는 육체.
“어떻게? 인간이 사마귀의 정신을 흡수할 수 있을 수 없을 텐데?”
“약간의 주술과, ‘사마귀 정신체’라는 S등급 아이템의 콜라보레이션이랄까?”
“……?”
“네가 뭘 알겠냐? 못생긴 벌레가.”
크루치의 입장에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순 없었지만.
상대, 박나은이 ‘사마귀 군주’가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 증거로 지금 자이언트 맨티스 중 일부가 동족이나 다른 마수들을 공격하고 있었으니까.
새로운 사마귀 군주, 박나은의 정신에 지배당한 탓이었다.
“하찮은 인간 주제에…….”
크루치가 이를 갈았다.
“감히!”
박나은이 각성했다곤 하나 크루치는 그보다 훨씬 전에 각성한 개체.
세월이 주는 완숙과 노련함은 쉽게 따라잡을 수 없었다.
치르르르르르르!
이내 크루치가 내뿜는 페로몬과 함께.
주변 자이언트 맨티스들이 움찔했다.
“사마귀 군주로서의 능력은 내가 천 년은 앞선다!”
이내 크루치는 모든 걸 포기하고 자이언트 맨티스들을 지배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치르르르!”
“차르르!”
녀석의 노력이 통했던 것일까?
자이언트 맨티스들은 박나은의 명령은 무시한 채 크루치의 명령만 듣고 있었다.
“하하하하! 멍청한 인간! 이게 바로 완숙미란…….”
서걱.
그리고 그 순간.
알파병의 거대한 검이 크루치의 목을 베었다.
“……어?”
“멍청하긴.”
녀석의 잘린 목에 다시 부적을 날려 지지면서.
박나은이 웃었다.
“벌레들 왜 다루냐? 그러느라 정신 팔려 뒤질 거면.”
[믿을 수 없습니다! 자이언트 맨티스 군단장, ‘크루치’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처치하고 얻은 경험치와 포인트의 20%가 타락악귀 ‘이시현’ 님께 부여됩니다.]“좋아.”
땅에 떨어진 크루치의 머리를 집어 든 뒤.
박나은이 웃으며 입을 벌렸다.
그러곤.
콰드드득.
그대로 그것을 베어 물었다.
[자이언트 맨티스 군단장의 머리를 섭취하였습니다!] [자이언트 맨티스에 대한 지배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야미.”
시현이 말했던 대로 자존심 싸움을 걸어 빈틈을 만들고, 자이언트 맨티스 군단장을 죽였다.
상성이 워낙 유리했기에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임무는 하나.
저 위에 피어난 키비시스 안에서 나오는 스파르토이들과 자이언트 맨티스들을 가지고.
다른 마수들을 학살하며 전장이 넓어지는 걸 막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