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57)
신의 천적, 회귀하다 057화
47. 트롤 군단장 쿤터
“유리 언니!”
“왔어.”
박나은이 막아준 덕분에.
천유리는 가살과 함께 자신의 상대를 찾아갈 수 있었다.
시현이 정해준 천유리의 상대는 트롤 군단장, ‘쿤터’.
그리고 그녀와 함께 싸울 플레이어는 랭킹 9위, 그림자 사신 ‘케이시 류’.
그리고 그녀 휘하에 있는 수많은 그림자 암살자 플레이어들이었다.
[스킬, ‘아이스 필드(A)’를 발동합니다.]뒤쪽에서 느껴지는 냉기에.
열심히 건물을 부수고 있던 쿤터가 뒤를 돌아봤다.
“누구냐!”
평범한 트롤의 체격, 별다를 것 없는 외모.
얼핏 보면 군단장이 아닌 평범한 트롤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간다.’
‘그래. 계획대로.’
천유리의 마법과 동시에.
검은 야행복으로 얼굴을 가린 그림자 암살자들이 주변으로 숨어들었다.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그 모습에 감탄한 것도 잠시.
이내 천유리는 마력을 활용해 쿤터의 몸을 완전히 얼려 버렸다.
하지만.
쩌어어억.
아니나 다를까, 트롤 군단장씩이나 되는 녀석이 이 정도에 당할 리 없었다.
“상황은 나쁘지 않아요. 언니.”
어느새 다가온 케이시가 천유리에게 말했다.
“계획대로만 하면 될 거 같아요.”
“알았어. 고생 많았어. 그럼.”
천유리가 양손을 모으니.
그 중심으로 씨앗 모양의 구체 하나가 생겨났다.
“계획대로 해보자.”
“네.”
트롤 군단장 쿤터.
시현이 케이시와 천유리에게 녀석을 맡긴 이유는 간단했다.
쿵!
둘의 조합이면 쿤터를 ‘확실히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걱.
“크흐흑…… 죽여 버리겠다!”
쿤터가 미친 듯이 포효했다.
“가살아!”
“꾸르릉!”
[경고! 트롤 제1 군단장, ‘쿤터’가 포효합니다.] [신수, ‘불가살이’가 포효합니다.] [포효가 상쇄됩니다.]쿤터 역시 트롤 군단장의 위치까지 올라간 존재였기에.
포효에 특별한 힘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건 가살에게 막혀 상쇄되었다.
그리고 쿤터는 아직 몰랐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살벌하게도 생겼네.”
천유리의 양손.
그 가운데에 있는 얼음 씨앗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부정 특성, ‘냉혈(A)’이 삭제되고 새로이 생겨난 특성 ‘마력꽃(S)’.
그 첫 번째 모습, ‘씨앗’이었다.
‘아직 발아는커녕 작은 씨앗 하나 만드는 거에 불과하지만.’
씨앗 중심으로 방대한 마력과 냉기가 휘몰아쳤다.
‘이 정도면 충분해!’
사아아아!
천유리의 마법은 강력했다.
이전엔 간신히 발동시켰던 A등급 스킬, ‘아이스 필드’는 기본이고.
그 위로 아이스 애로우, 아이스 스피어, 아이스 스트라이크 등 온갖 냉기 마법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 목표는 하나.
눈앞의 트롤 군단장, 쿤터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는 것이었다.
“크흐흑…….”
쿤터가 이를 갈며 냉기를 버텨냈다.
‘상성이 좋지 않다.’
쿤터가 군단장의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이기지는 못해도 지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쿤터는 일반적인 트롤보다 힘이 약했다.
덩치는 평범했고, 감각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무기를 잘 다루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트롤들을 이길 수 있었는가?
맷집.
오로지 맷집 하나뿐이었다.
다른 모든 능력이 떨어짐에도 뛰어난 재생력 덕분에.
그는 군단장이 될 수 있었다.
트롤 군단장을 뽑는 방식은 철저한 1대1 전투였던 덕분이었다.
그리고 시현은 이 점을 노렸다.
‘시현 씨께서 그랬지. 이놈은 그냥…….’
천유리가 입꼬리를 올렸다.
씨앗이 더욱더 빠른 속도로 돌아갔고, 그녀의 긴 은발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냥 덩치만 큰 샌드백이라고.’
천유리의 힘은 냉기.
‘거의’ 만능에 가까운 힘이었다.
날카롭게 형성해 공격에 사용할 수도 있었고.
단단하게 뭉쳐 방어에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뿐인가? 물과 함께 사용해 형태를 마음대로 변형시켜 유틸성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상대방의 움직임을 느리게’ 한다는 것.
즉, 천유리가 계속해 쿤터에게 냉기를 쏟아붓는 한.
쿤터는 아무것도 못 하고 느려지기만 할 뿐이었다.
“크흐흑……!”
어떤 상처도 재생시켜 버리고,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쿤터였지만.
계속되는 한기에 몸을 움직이지 못해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포효도 통하지 않고, 몸은 얼어간다. 그리고…….’
쿤터가 이를 갈았다.
‘이 쥐새끼 같은 놈들.’
케이시 류가 이끄는 암살자 집단.
그림자 암살자들.
하나같이 ‘암살자’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어둠과 그림자 속에 숨어 쿤터의 살갗을 베어가고 있었다.
쿤터의 몸에 상처가 하나하나 늘어갔으며, 신체로 독이 들어오고 있었다.
타고난 힘과 감각이 평범한 트롤보다 안 좋다곤 하지만 그 역시 군단장의 위치까지 올라온 트롤.
랭킹 100위권에 간신히 걸치는 이깟 암살자들의 공격이야 단번에 막고 머리를 터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놈의 냉기가 문제였다.
천유리가 사용하는 냉기가 몸을 느리게 만들었고, 감각을 둔하게 만드는 바람에.
쿤터는 그림자 암살자들을 잡기는커녕,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좋아.’
‘할 수 있다.’
서로 눈짓을 보낸 그림자 암살자들이 계속해 단검을 휘둘렀다.
시현이 사용한 닉스의 아이템, ‘밤의 장막’ 덕분에 이곳엔 밤이 드리운 상태.
그림자 암살자들은 어둠 속에선 모든 능력치가 2배나 상승하기 때문에, 엄청난 버프 효과를 받은 상태였다.
시현이 일행들에게 준 ‘고양이의 눈(E)’ 스킬과 비슷하지만,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은 ‘암살자의 눈(C)’까지.
어둠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스킬, 아이템 등도 있었기에.
쿤터가 이들을 막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심지어 냉기까지 뚫고 말이다.
‘더 몰아붙여. 우리가 상처를 내면 낼수록 그 안으로 냉기가 파고든다.’
‘네.’
계획했던 대로, 천유리는 인정사정없이 냉기를 내뿜었다.
이따금씩 날아오는 화살이나, 창 등은 그림자 암살자들이 알아서 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림자 암살자들은 케이시 류의 지휘에 따라 계속해 달라붙었고.
결국 제아무리 쿤터라도 점점 상처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좋아.’
상황을 본 케이시 류가 입꼬리를 올렸다.
‘순조로워.’
암살자들은 온갖 독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 중 이번엔 ‘상처 회복 속도를 지연시키는’ 독만 가지고 온 상태.
다른 독은 사용해 봤자 회복해 버리니 쓸 필요도 없었다.
쩌어억.
‘시현 씨 말대로야.’
쿤터의 몸에 난 상처의 회복 속도가 점점 더 느려지고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군단장 하나를 무난히 잡을 수 있어.’
옆에선 수많은 트롤들이 쿤터를 도우러 오고 있었지만.
박나은이 스파르토이와 자이언트 맨티스들을 조종하고 있는 덕분에, 전투에 영향이 오진 않았다.
츠즈즉.
계속된 공격에 쿤터도 지친 것일까?
그림자 암살자들이 낸 상처는 이제 무려 3초나 유지되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그 사이로 천유리의 냉기가 파고들었다.
이전에 ‘냉혈(A)’ 특성을 가지고 있었을 때보다 더한 냉기가 쿤터를 휘감고 있는 상태.
그 냉기는 녀석의 벌어진 상처 속으로 들어가 몸을 내부에서부터 얼리기 시작했다.
“크흐흐흑!”
쿤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면 갈수록 냉기는 거세졌고, 암살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플레이어.
케이시는 서서히 마무리할 준비를 했다.
‘시현 씨가 이놈한테 우릴 붙여준 이유.’
케이시가 입꼬리를 올렸다.
‘유리 언니와 나라면…… 트롤 군단장을 잡는 데 조금 시간이 오래 걸려도 확실하게 해치울 수 있어.’
쿤터의 가장 큰 강점은 맷집.
반대로 말하면 맷집만 세고 별게 없었다.
그리고 맷집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계속 맞다 보면 지치는 법.
‘시현 씨가 만들어주신 밤. 이 안에선 절대 우리 그림자 암살자들을 잡을 수도, 따라잡을 수도 없지. 특히 이렇게 거대한 몸집을 가진 녀석이면 말이야.’
상성이 완벽했다.
물론 시간적으로 보면 가장 느리고 천천히 잡을 순 있지만.
가장 안전하면서 확실한 방법이었다.
슬슬 지쳐 한쪽 무릎을 꿇는 쿤터를 보며.
케이시가 외쳤다.
“언니!”
“준비됐어.”
쿵!
케이시의 신호에 천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마지막 한 방을 날려야 할 때였다.
긴장은 되지 않았다.
이 상황을 대비해 케이시, 그림자 암살자들과 수십 번 합을 맞췄으니까.
[특성, ‘마력꽃(S)’이 발아합니다.]츠즈즉.
천유리의 양손에 있는 씨앗이 회전을 멈추더니.
이내 그 가운데 역방향으로 된 비늘 하나가 솟아났다.
SS등급 아이템, ‘화룡의 역린’.
천유리의 구음절맥을 치료해 줄 정도로 엄청난 화기를 담은 아이템.
그 화기는 이내 씨앗에 있던 냉기와 어울리더니.
정확히 반을 집어삼켰다.
콰드드드득!
묘한 일이었다.
혼자선 씨앗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얼음의 마력꽃이.
불의 힘을 받으니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슥.
이내 드러난 건 아직 어린 잎을 가지고 있는 한 식물이었다.
두 잎을 가진 식물의 각 잎에서 냉기와 화기가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왔다.
“크흐흑…….”
아직은 무리였던 것일까?
단순히 기운을 내뿜는 것만으로도 천유리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내부의 마력이 뒤틀리고, 상반된 기운이 충돌하며 장기에 손상이 가고 있었다.
‘시현 씨가 미리 알려준 대로 체력 스탯을 올리지 않았다면 큰 피해를 입었을 거야.’
그렇게 이를 악물고.
천유리가 스킬을 발동시켰다.
[스킬, ‘파이어 스톰(A)’을 발동합니다.] [스킬. ‘아이스 필드(A)’를 발동합니다.]‘피해!’
‘네.’
케이시의 신호와 함께.
쿤터를 둘러싸고 있던 그림자 암살자들이 몸을 뺐다.
그리고 그 위로 거대한 화염 폭풍이 일었다.
“크아아아아!”
계속 얼어 있던 상태에서 가슴팍에 불의 폭풍을 맞으니.
쿤터는 죽을 맛이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그를 괴롭혀 왔던 A등급 스킬, 아이스 필드도 계속해 그의 하체를 얼렸다.
‘……심지어 여태까지 맞았던 얼음장보다 훨씬 차갑다!’
하체는 얼음장, 상체는 불의 폭풍.
상반된 두 힘이 몸을 완전히 갈아버리자.
제아무리 강한 회복력을 가지고 있는 쿤터도 버틸 수 없었다.
까드득.
이내 쿤터의 온몸이 갈려 나갔다.
무려 상반된 두 속성이 부딪쳐 만들어낸 공격이니만큼.
엄청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그 재료가 무려 A등급 스킬 2개.
저 일격 하나로 주변 모든 것이 말 그대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멸해 버렸다.
하지만.
꾸드득.
“이대로…….”
온 힘을 다한 천유리의 일격에도 쿤터는 기어코 몸을 회복했다.
“끝날 거 같으냐…….”
쿤터.
녀석은 괜히 군단장 자리에 오른 게 아니라는 듯.
어떻게든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경고! 사신의 눈에 발각되었습니다.]“……응?”
이내 쿤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목이 잘려 있는 자신의 몸뚱어리였다.
“이게 무슨……?”
“끝나지 않기는.”
쿤터의 뒤에서.
케이시가 거대한 낫을 휘두르며 말했다.
“그건 네 생각이지.”
서걱.
이내 케이시의 거대한 낫과 함께.
쿤터의 머리가 반으로 갈라졌다.
암살자와 사신 클래스를 합쳐놓은 듯한 히든 클래스.
그림자 사신.
어둠 속에서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며, 미리 남겨둔 표식으로 추가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케이시의 S등급 스킬, 어두운 사신의 낫.
그것에 맞은 쿤터는 자신의 목이 잘려 나간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믿을 수 없습니다! 트롤 제1 군단장 , ‘쿤터’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고생하셨어요. 언니.”
“응. 고생 많았어.”
케이시가 재빨리 달려가 천유리를 부축해 주었다.
“상반된 속성 2개를 다루면서 클래스도 2개나 가지고 있다니…… 언닌 진짜 사기캐예요.”
“네 스킬이 더 무섭던데? 그 낫 맞고 산 사람이 있긴 해?”
“아직은 없어요.”
그렇게 손을 맞잡은 후.
두 여자가 시선을 옮겼다.
“그럼 계획대로.”
“네. 군단장 처리했으니, 주변 잡몹들이나 잡아야죠.”
잡몹이라고 무시할 순 없었다.
군단장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게 강력한 만인장.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천인장, 백인장 등이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걱정이네요.”
“……영우랑 인환이?”
“네. 그 바보 오빠들 맨날 싸우기만 해서.”
케이시가 한숨을 쉬었다.
“끝까지 합도 못 맞추고 삐걱거리던데.”
케이시의 말을 들은 천유리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믿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