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59)
신의 천적, 회귀하다 059화
49. 오우거 군단장 롬
‘이건?’
어느덧 자신의 주변을 뒤덮고 있는 보랏빛 어둠을 보며.
오퀴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광폭화를 발동시킨 다음에 그 짐승 같은 놈하고 싸우고 있었는데……. 그래. 그렇게 디버프에 당해 가슴팍을 베인 다음엔…… 어떻게 됐더라.’
그렇게 오퀴아나가 상황 파악을 못 하고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저벅저벅.
누군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버지?”
다 늙은 오크, 익숙한 얼굴.
상대는 오퀴아나를 낳아준 그녀의 아버지 오크였다.
심지어 그 상대는 하나가 아니었다.
마치 분신술을 사용한 것처럼 셋으로 늘어난 아버지가 각각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여자 오크는 번식에 필요한 존재일 뿐. 결코 전사가 될 수 없다.
-넌 네 오빠와 동생들이나 보조해라. 여자 오크가 무슨 전사가 되려는 것이냐?
-그래. 그렇게 전사가 되고 싶다면 이 아비를 베어봐라. 그 정도 각오도 되지 않은 것이냐?
오래전.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의 모습.
진정한 전사가 되고 군단장의 위치에까지 오른 오퀴아나였지만.
어렸을 때부터 이어졌던 이 트라우마에선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건 환상이다!”
오퀴아나가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쿠구구.
오퀴아나의 대검이 아버지의 머리통을 뚫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머리통이 뚫린 채.
아버지의 수가 계속해 늘어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늘어난 수는 상관없었다.
모조리 죽여 버리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오퀴아나가 환영과 진짜를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죽어! 죽어!”
아버지를 손으로 직접 죽임으로써 트라우마를 완벽히 극복했다 생각했지만.
계속되는 환영, 아니, 악몽은 그녀의 마음속을 점점 더 헤집어놨다.
“크아아아아!”
콰아아아앙!
오퀴아나의 몸 주변으로 붉은 기운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이내 주변 모든 악몽이 가루로 변했다.
“하아…… 하아…….”
오퀴아나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모든 힘을 사용한 덕분에 모든 악몽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주변은 전혀 밝아지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이때쯤이면 어둠에 눈이 익숙해져 주변 사물이 보일 법도 했으나.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신이 드나?”
그런 오퀴아나의 앞에.
누군가 여유롭게 다가왔다.
“으으으…….”
그녀가 그렇게 보기 싫어했던 존재.
아버지였다.
“뭐. 장난은 여기까지 할까?”
“그게 무슨?”
츠즈즈즉.
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눈을 감고 있는 한 사내의 얼굴로 변했다.
“타락구원자……!”
“재밌었나?”
“죽여 버리겠다!”
오퀴아나가 서영우를 베러 땅을 박차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목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벌컥…… 벌컥…….
이내 오퀴아나가 가진 모든 구멍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오크 제2 군단장, ‘오퀴아나’를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처치하고 얻은 경험치와 포인트의 20%가 타락악귀 ‘이시현’님께 부여됩니다.]쾅!쾅!쾅!쾅!쾅!쾅!
그렇게 시현 일행이 각자의 상대를 마주하고, 하나하나씩 처리하는 데 성공했을 때.
“크하하하하!”
롬은 미친 듯이 쇠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녀석은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껄껄 웃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오랜만에 호적수를 만나보는구나!”
상대는 작은 인간에 불과했지만, 강력했다.
들고 있는 검은 폭풍을 일으켜 자신의 피부를 사정없이 베었고.
코트는 확장되더니 밤을 만들어내 무대를 만들었고.
안쪽에 있는 옷에선 촉수가 나와 자신의 움직임을 제한함과 동시에 온몸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그뿐인가?
검은 번개는 계속해 사정없이 내리쳐 몸을 약하게 만들었고.
상처 사이사이로 파고들어 자신의 내부를 파괴시켰다.
‘이걸로 끝이면 실망했겠지만…….’
롬은 무려 오우거 군단장이다.
물론 상대의 아이템 하나하나가 롬이 봤던 어떤 아이템보다 뛰어난 건 인정했지만.
그것뿐이었다면 상대는 이미 머리통이 부서졌을 것이다.
무릇 아이템이나 장비를 다루기 위해선 그만한 실력이 받쳐줘야 하는 법이었으니.
‘아이템이 좋으면 좋을수록 그에 맞는 실력이 필요하지. 어설프거나 모자란 실력으론 저 아이템 하나조차도 다룰 수 없을 거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롬은 진심으로 즐길 수 있었다.
자신이 휘두르는 쇠몽둥이를 이렇게 받아칠 수 있는 상대를 만난 게 얼마 만이던가?
같은 오우거는 물론, 타 종족의 군단장이라고 알려진 녀석들조차 몇 번 견디지 못했다.
그나마 트롤 제1 군단장인 쿤터 녀석만 조금 버텼지만 그뿐.
이내 정신을 잃고 나가떨어질 뿐이었다.
‘그런데 이놈은…….’
콰아아아앙!
‘물건이다.’
번쩍!
그 검은 벼락에 맞으니 오랜만에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드디어 싸워볼 만한 놈이 생겼어!”
“말 많네. 아가리로 군단장 달았나.”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콰아아아앙!
롬의 쇠몽둥이와.
폭풍과 벼락이 휘몰아치는 시현의 천총운검이 충돌했다.
“피, 피해!”
“휘말린다!”
충격파를 본 마수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시현을 제외한 일행들은 미리 말해놨던 대로 멀리 빠져 있는 상황.
이 싸움에 휘말리지 말라는 시현의 경고를 잘 듣고 있었다.
[아이템, ‘천총운검(D)’이 폭풍을 일으킵니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D)’이 이빨을 드러냅니다.]서걱.
천총운검을 휘둘러 추가로 오는 충격파마저 잘라 버린 뒤.
시현이 천총운검을 순간적으로 비틀어 롬의 쇠몽둥이를 떨쳐냈다.
캉!
쇠몽둥이는 그 크기만큼 묵직했지만, 폭풍의 힘이 있는 시현에겐 이 정도야 별것 아니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번쩍!
뒤이어 검은 벼락이 롬의 몸 곳곳에 적중했고, 롬의 몸이 그대로 타올랐다.
[스킬, ‘부정한 심판(A)’을 발동합니다.] [아이템, ‘아스트라페(B)’가 합쳐집니다.]번쩍!
이내 한 곳으로 뭉친 검은 벼락이 내리쳤고.
그대로 롬의 머리에 직격했다.
“흐흐흐흐…….”
하지만 롬은 그 모든 공격을 버텨냈다.
물론 멀쩡하다곤 할 수 없었지만.
어떻게든 버텨냈다.
‘지금이다!’
상대가 방심했다고 판단한 지금.
롬이 온 힘을 다해 두 손으로 쇠몽둥이를 잡았다.
그러곤.
[스킬, ‘산 부수기(B)’를 발동합니다.]콰아아아아아앙!
쇠몽둥이를 그대로 내려쳤다.
B등급 스킬, 산 부수기.
기본적인 E등급 스킬, ‘내려치기’의 상위 버전 스킬로.
롬은 몸 안의 혈기를 이용해 이 스킬의 위력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
‘피하기엔 늦었어.’
자신의 눈앞으로 온 쇠몽둥이를 본 시현이 눈을 빛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아이템, ‘아스트라페(B)’가 분열됩니다.]타락한 영광에서 나온 촉수들이 뭉치고 뭉쳐 이내 방어막을 형성했다.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롬의 머리에 머물며 디버프를 주던 아스트라페 중 일부가 촉수에 스며들어 방패 모양을 형성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시현은 충격을 상당히 흡수하고, 막을 수 있었다.
키비시스의 B등급 특수 효과, [장비 흡수> 덕분에 ‘슬라임 투구’의 특수 효과를 가져온 상태.
모든 물리 대미지가 50%나 경감되었기에, 시현에게 들어온 대미지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렇게 ‘산 부수기(B)’라는 공격을 한 번 막은 뒤.
시현은 촉수와 아스트라페를 치운 뒤,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서걱.
“크아아악!”
시현의 천총운검이 자비 없이 롬의 가슴팍을 베었다.
천총운검은 폭풍을 일으키며 롬의 가슴팍 부근을 완전히 헤집어놓았다.
[치유 감소> 효과까지 있었기 때문에, 제아무리 오우거 군단장의 치유력이 있어도 그리 쉽게 상처가 아물진 않았다.그리고 그 상처 틈으로.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아스트라페가 쏘아져 나갔다.
번쩍!
쿠구구궁…….
그렇게 상처가 벌어지고 아스트라페에 적중당하면서도.
“크하하하하하!”
롬은 웃으며 시현에게 달려왔다.
“와라!”
쾅!쾅!쾅!쾅!
이내 이어진 건 고상한 말론 난타전.
쉽게 말하면 개싸움이었다.
시현과 롬은 서로 무기를 부딪치고 온갖 수를 쓰며 서로를 공략했다.
롬은 거대한 몸집과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시현을 밟거나 밀치며, 밀어냈고.
시현은 작은 몸과 아이템을 이용해 롬을 차근차근 공략해 나갔다.
그리고 승기를 잡은 건 시현이었다.
키비시스가 흡수한 슬라임 투구가 물리 피해를 막아주었고.
역전된 검으로 인해 공격력과 마기가 미친 듯이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물론 이따금씩 나는 상처와 떨어지는 생명력과 마기는 키비시스가 채워주기까지 했다.
‘그래도 시간이 별로 없다.’
그렇게 차근차근 롬의 몸을 베어나가며.
시현이 이를 악물었다.
‘슬슬 승부를 봐야 해.’
회귀 전.
녀석은 시현을 포함해 이시은, 고영수, 천태수, 케이시 류, 이원정과 그들의 부하들이 합심해 처리했던 괴물.
녀석 하나 때문에 랭킹 100위권 이내 플레이어들 중 40명가량이 죽었었다.
이곳, 서울에 온 프레데터 중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1인자.
그런 놈을 혼자서 상대하는 건 쉽지 않았다.
회귀 전이었다면 그냥 몸이 찌부러져 죽었을 것이다.
“네 모든 걸 쏟아내라! 아니면.”
롬의 몸 주변으로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광폭화 상태에 접어든 덕분이었다.
“죽는다!”
[아이템, ‘타락한 영광(D)’이 입맛을 다십니다.]쩌어어억.
촉수 여러 개와 함께 시현이 롬과 부딪혔다.
“그래.”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아이템, ‘아스트라페(B)’가 ‘밤의 장막(E)’에 깃듭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 [스킬, ‘부정한 심판(A)’을 발동합니다.]번쩍!
밤 그 자체에 깃든 아스트라페가 계속해 롬에게 쏟아졌다.
이렇게 넓은 범위에 아스트라페를 부여해 계속해 스킬을 발동시키는 건 마기는 물론, 몸에까지 부담이 갔지만.
현재 시현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였다.
“크아아아아!”
검은 번개, 날카로운 검과 폭풍, 그리고 어두운 밤 그 자체가 롬을 옥죄어왔다.
‘젠장……!’
모든 공격에 노출된 롬이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당할 순 없다.’
롬에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오크쟌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녀석을 죽여 프레데터를 우리 오우거가 지배하게 해야 한다.’
롬에겐 의무가 있었다.
오우거 동족을 오크의 노예 신세로부터 해방시켜야 하는 의무.
‘오크쟌도 아닌 이런 인간 따위에게 절대 질 순 없어. 아직은…… 아직은 아니야!’
그리고 그때.
목 뒤에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윽고 뒤를 돌아보자 보인 건 검은 번개와 폭풍을 한곳에 집중시켜, 하나의 칼날을 형성한 천총운검.
그리고 흑발을 휘날리며 검을 뻗고 있는 그의 적수, 시현이었다.
“안…… 돼……!”
[믿을 수 없습니다! 오우거 군단장, ‘롬’을 처치하였습니다!]툭.
이윽고 롬의 머리가 떨어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눈은 부릅떠진 상태였다.
“제아무리 오우거 군단장이라 해도, 목이 잘리고는 살아남을 수 없지.”
이내 키비시스가 피어나며 오우거 사체를 집어삼키고.
보랏빛 밤이 시현의 코트에 모여들었다.
“일단 하나 해치웠네.”
아직 남은 군단장이 여섯이나 있고, 수많은 마수들도 있기 때문에.
열 번째 재앙 자체가 끝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별 피해 없이 무려 네 군단장을 없앴으며, 가장 강력한 오우거 군단장 ‘롬’까지 잡았기에.
남은 대재앙은 여태까지보단 쉬울 수밖에 없었다.
‘라고 생각하겠지.’
시현이 맑아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시현 일행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열 번째 재앙은 5의 배수가 되는 대재앙.
‘아직.’
시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신들이 개입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