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61)
신의 천적, 회귀하다 061화
50. 정복자 오크쟌(2)
오크쟌(Orc-Zan).
날 때부터 유독 진한 붉은 눈동자를 타고난 그는 모두의 축복 속에서 태어났다.
고대 오우거의 피를 절반, 고대 오크의 피를 절반 이어받은 그는.
주술사의 축복과 예언자들의 찬사로 남부럽지 않은 출발을 했다.
2살 때부터 오크 부락 내 최고의 전사들과 직접 대련을 했고.
전략, 전술에 능한 고블린들에게서 그것들을 배웠다.
다섯 살 땐 홀로 성인 트롤을 잡을 정도였고.
열 살 땐 성인 오우거를.
스무 살 땐 전대 오크 정복자인 자신의 아버지를 직접 죽일 정도로 강력해졌다.
그로부터 5년 후.
오크쟌은 그 어떤 오크도 세우지 못했던 업적을 세웠다.
고블린, 그린 스네이크, 프로그맨, 그렘린으로 이뤄진 군단, ‘그린 스웜’.
추가로 트롤, 자이언트 맨티스, 오우거 등 가이아스에 살고 있는 다른 마수들을 차례로 지배하고 정복하는 데 성공해 버린 것이다.
가이아스 전역을 지배해 버린 이 오크 대군단의 이름은 포식자를 뜻하는 단어, ‘프레데터’.
오크쟌은 가이아스 차원 절반 이상을 지배하는 정복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인간, 엘프, 드워프 등은 계속해 반항하고 있었지만.
오우거 지배자인 롬을 비롯한 트롤 지배자 쿤터, 바실리스크, 고블린의 엘리멘탈플라워 가문 등을 자신의 아래로 들였다.
그렇기에 지루했다.
인간, 엘프, 드워프 등의 땅은 바다가 가로막고 있었기에 추가로 정복하기 힘들었고.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자신은 전투나 전쟁보다는 정치에 찌들어갔다.
각 종족의 다툼은 끊이지 않았으니까.
각 종족과 마수들의 갈등을 조정하는 건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고, 오크쟌의 적성은 아니었다.
‘다시 싸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쟌의 염원은 이뤄졌다.
그와 오크족이 숭배하는 신, ‘오즈라’가 그를 찾아와 제안한 것이다.
[나와 함께 재앙을 일으키자. 아홉 번의 재앙 후, 새로이 정복할 땅 ‘지구’를 건네주겠다.]새로운 정복지를 찾은 오크쟌은 망설이지 않고 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신과 계약하면서 더 큰 힘을 얻게 되었고.
이젠 자신이 하나하나 힘겹게 쓰러뜨렸던 세 명의 강력한 마수.
오우거 지배자 롬을 비롯한 쿤터, 바실리스크, 빅프로그 등을 한꺼번에 이길 정도였다.
오크쟌은 그렇게 그린 스웜을 시작으로.
자신의 군단을 하나하나 지구에 보내며 오랜 시간을 기다려 왔다.
“드디어 나를 뛰어넘는 적수를 만났다.”
오크쟌이 웃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모든 힘을 사용할 뿐. 신의 힘을 사용하는 게 불만이라면…… 너부터 그 아이템들을 사용하지 말도록.”
스윽.
쾅.
오크쟌이 단순히 망치를 휘둘렀을 뿐인데 상대는 이전과 달리 힘없이 날아갔다.
쿠우웅!
땅을 박차고 상대에게 달려들며.
오크쟌이 소리쳤다.
“신의 힘을 쓴다면 네까짓 것조차…… 아무것도 아니다! 타락악귀!”
오크쟌의 단단한 맷집과 받은 대미지를 축적하는 건, 오로지 그의 특성과 아이템 효과였다.
그가 계약한 ‘신’에게서 받은 힘은 이를 상회하는 것이었다.
오크쟌이 계약한 신은 오크들 사이에서 전쟁의 여신이라 불리는 주신, ‘오즈라’.
그녀의 권능으로 인해 오크쟌은 모든 힘이 2배로 강력해졌다.
물리, 마법 저항력, 체력 맷집이 각각 2배.
게다가 자신이 받는 피해량의 50%가 아닌 100%를 상대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
각 능력치의 2배라고는 하나 이렇게 되면 사실상 수십 배로 강해질 터.
‘지금의 나는 서울에 있는 10명의 군단장들이 모두 덤벼도 이기지 못할 존재.’
오크쟌이 힘없이 몰리는 시현을 보며 웃었다.
“살짝은 아쉽구나. 타락악귀. 어쩌면 너는 나와 일대일로 겨룰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오크쟌이 망치를 휘둘렀다.
“이젠 끝이다. 이제 난 너를 비롯한 서울의 플레이어들을 모두 죽이고, 한반도,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인간들을 죽이고 정복하겠다.”
오크쟌이 타고난 진한 정복자의 피가 끓어올랐다.
“가라.”
콰아아아앙!
오크쟌의 망치질에 시현이 만든 ‘밤’이 찢겨 나갔다.
밤의 장막이 너덜너덜해졌고.
와이셔츠 형태의 타락한 영광이 살짝 찢겼다.
촉수가 으깨졌으며, 아스트라페도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회귀 후 처음 맞아보는 위기였다.
“정복자라.”
하지만 그런 위기 속에서도.
시현은 웃었다.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시현에게 있어서 위기는 기회로 이어지는 통로일 뿐.
지옥에서 레비아탄에게 삼켜졌을 때에도.
에덴에서 세 명의 대천사와 싸웠을 때에도.
포세이돈, 인드라와 2 대 1로 싸웠을 때에도.
마지막에 절대신들과 마주했을 때에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시현은 이 수많은 위기를 뚫고 신들의 턱밑에 검을 들이밀었던 유일한 플레이어.
고작 프레데터의 정복자 따위에게 쫄 필요는 없었다.
“지 힘 하나론 지구 플레이어를 이길 수 없을까 봐 신과 계약한 놈이 말은.”
“……뭐라?”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 [스킬, ‘부정한 심판(A)’을 발동합니다.]수많은 검은 벼락이 내리쳤다.
쿠르르르릉!
“으으윽…….”
[경고! 현재 가진 주 스탯 중 가장 높은 스탯(체력)이 10 하락합니다.] [경고! 물리 저항이 50 감소합니다.] [경고! …….]마치 비처럼 내리는 검은 벼락들은 오크쟌의 혈기를 깎을 뿐 아니라 유의미한 디버프까지 주고 있었다.
시현이 가진 강력한 전격 스킬과 아스트라페가 조합되어 오크쟌을 두드렸다.
“크아아아아아!”
하지만 오크쟌은 기어코 그 번개들을 뚫어내고 시현에게 망치를 휘둘렀다.
우우우웅.
시현의 강력한 대미지를 흡수한 망치가 번개를 갈랐다.
콰드드드득!
망치가 번개를 포함한 주변 모든 걸 짓이기며 시현에게 날아들었다.
카아아앙!
오크쟌의 망치를 막은 건 특유의 날카로움을 유지하며 빛나는 천총운검이었다.
[아이템, ‘천총운검(D)’이 폭풍을 일으킵니다.]“크아아아아!”
“흐읍!”
캉!
오크쟌의 망치와 시현의 검이 다시 한번 부딪쳤다.
하지만 이미 대세는 기운 상태였다.
서걱…… 서걱…….
디버프와 누적된 대미지로 인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오크쟌은 순식간에 밀리기 시작했다.
번쩍!
부정한 심판에 마기를 굳이 불어넣을 것도 없었다.
아스트라페 효과로 인해 부정한 심판은 알아서 창 형태를 띠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수많은 번개의 창들은.’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하나하나가 라이트닝 티어의 하위 스킬인 투창 효과가 적용된다.’
즉, 지금 시현이 사용하는 부정한 심판은 시현의 이동, 공격 속도만큼 추가 대미지와 디버프를 주고 있었다.
‘이, 이럴 순 없어.’
오크쟌의 눈이 커졌다.
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은 일대일로 시현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온 힘을 발휘한 걸로도 모자라 전쟁의 여신, 오즈라의 힘까지 빌려왔는데 이렇게 밀리다니.
‘이놈은 대체…….’
자신이 오즈라에게 받은 정보에 의하면, 지구의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군단 ‘프레데터’ 이외의 적을 만나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런 강함이라니.
‘강한 건 그렇다 쳐도……. 이 움직임과 마기 컨트롤은 고작 몇 달 만에 이룰 수 있는 게 결코 아니야.’
서걱.
오크쟌의 피부가 벗겨지고, 몸 군데군데에 생채기가 생겨났다.
그 생채기 사이로 검은 벼락이 스며들어 내부에서부터 그를 뒤흔들었다.
그러는 와중에 온몸의 무게가 따로 놀았다.
‘……재능이란 건가? 오크 정복자의 적자로 태어나 아버지까지 죽인 나보다 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오크쟌이 이를 악물었다.
디버프와 제멋대로 날뛰는 중력 때문에 머리가 혼란스러움은 물론, 속이 뒤집혀 토가 나올 것만 같았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지만.
아직 포기할 순 없었다.
“그럴 리가…… 없다!”
[경고! 과도한 힘이 모여듭니다.] [스킬, ‘최후의 일격(SS)’을 발동합니다.] [대상은 타락악귀 ‘이시현’입니다.]콰아아아앙!
망치를 두 손으로 잡은 오크쟌이 온 힘을 다해 시현의 머리를 찍어 눌렀다.
자신이 가진 모든 혈기를 응축해 지정한 대상에게 내려치는 일격.
무려 SS등급 스킬로, 오크쟌이 가지고 있는 스킬 중 가장 강력한 스킬이었다.
이 스킬은 3일 동안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기력을 소모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절대 적중.
이 스킬의 대상이 된 상대는 이 공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오크쟌의 온 힘이 담긴 ‘최후의 일격’이 시현의 머리를 향해 다가왔다.
녀석의 몸을 둘러싼 흑풍, 검은 벼락, 타락한 촉수.
그 모든 걸 찢어버리며, 오크쟌의 망치가 무섭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게 네 최선이냐?”
시현은 감정 없이 왼손을 펼칠 뿐이었다.
파앗.
[아이템, ‘서천반지(A)’를 사용합니다.] [재앙숲이 소환됩니다.]시현의 왼손 검지에 달린 녹색 반지가 빛나더니.
오크쟌 주변으로 온갖 식인 식물들이 소환되었다.
그렇게 식물들이 오크쟌의 몸을 옥죄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럼에도 오크쟌의 망치는 멈추지 않았다.
오로지 시현을 없애기 위해.
녀석의 망치는 계속해 돌격했다.
[스킬, ‘라이트닝 티어(S)’를 발동합니다.]시현의 왼손을 타고 뻗친 검고 짙은 벼락이 내리쳤다.
사아아아아!
이내 번개에 닿는 모든 것이 소멸했다.
오크쟌의 망치에 응축되었던 혈기가 끝까지 저항해 봤지만, 더 버틸 순 없었다.
압도적인 어둠.
고작 너 따위가 피워 올린 붉은빛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시현의 마기가 오크쟌의 ‘최후의 일격’을 그대로 소멸시켰다.
파스슥.
시현의 마기는 그것도 모자라 오크쟌이 가지고 있던 망치 그 자체를 소멸시켰다.
그러곤.
[스킬, ‘신격 말살(EX)’을 발동합니다.]까드드드드드득.
시현의 마기가 오크쟌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이거 놔라!”
오크쟌이 저항했다.
망치는 이미 남아 있지 않았지만 주먹은 풀지 않았고.
미친 듯이 포효했다.
하지만 녀석은 이미 재앙 숲의 식인 식물들에게 잡혀 있는 상황.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츠즈즈즉.
넓게 퍼진 시현의 마기가 오크쟌의 눈, 코, 입, 귀 구멍을 파고들었다.
끈적한 마기가 녀석의 두개골을 지나 뇌 속으로 직접 파고들었고.
갈비뼈를 지나 심장 속으로 직접 파고들었다.
“크아아아아!”
오크쟌이 아무리 프레데터를 지배하는 정복자이자 수많은 세월을 살아온 플레이어라곤 하나.
신과 계약한 이상, 시현에게 있어선 타락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 신이 지구의 신이 아닌 이계의 신이라도 말이다.
강력한 정복자의 피는 검붉은색으로 타락했고.
고결한 전사의 영혼은 검게 물들고 있었다.
그가 계약한 신, 오즈라와의 연결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녀석이 타락하며 오즈라의 힘은 기이한 형태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커, 커헉!”
오크쟌이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만만치 않아.’
왼손을 펼친 시현의 이마에도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시현은 이미 권속을 두 번 만든 전적이 있다.
서영우와 박나은.
솔직히 녀석들을 권속으로 만드는 데엔 이만한 힘이 필요치 않았다.
미래의 전성기 때라면 모를까, 당시 녀석들은 그렇게 강해지기 전이었으니까.
하지만 오크쟌은 지금이 전성기.
지금 강함이 녀석이 제일 강할 때였고, 녀석이 계약한 신도 무려 주신급의 신이었다.
그런 만큼 상대하기 만만치가 않았다.
츠즈즈즉.
‘조금만 더…….’
하지만 시간은 시현의 편이었다.
오크쟌.
오크의 피 중 가장 진하다는 정복자의 피가 흐르는 녀석은 시현이 혼자 있는 걸 알고 이곳에 혼자 왔다.
일대일로 싸워 진정한 승부를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곳엔 시현의 신격 말살을 방해할 마수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크쟌의 눈이 검붉은색으로 물들기 전.
[겸손의 대천사, ‘미카엘’이 개입합니다.] [‘타락을 벌하는 빛(SS)’이 오크쟌에게 깃든 타락을 물리칩니다.]본격적으로 지구의 신들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