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69)
신의 천적, 회귀하다 069화
55. 엔트 장로(1)
빙염화(氷炎花), 천유리.
대재앙 당시 트롤 군단장을 잡은 덕분일까?
새로운 이명과 함께 그녀의 랭킹은 24위로 엄청나게 뛴 상황이었다.
‘이곳은.’
천유리가 이를 악물고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내가 막아야 해.’
[스킬, ‘파이어 스톰(A)’을 발동합니다.] [스킬, ‘파이어 월(B)’을 발동합니다.]…….
화르르륵.
오른 손바닥 위에 떠 있는 ‘화룡의 역린’이 천천히 회전함과 동시에.
수많은 화염 마법이 발동되고 있었다.
-치르르!
천유리의 어깨 위에선 하급 정령, 샐러맨더가 화염 마법의 위력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단순히 샐러맨더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 플레이어들의 화염 속성이 강화되었기에.
천유리를 비롯한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엔트들을 상대로 전례 없는 화력(火力)을 발휘하고 있었다.
“앞 라인엔 화염 마법을 사용하지 마세요! 저희 플레이어들도 휘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천유리의 명령에 따라.
플레이어들은 엔트 한복판에 화염 마법을 전개할 뿐이었다.
이곳 재앙숲 가까이에 있는 엔트들은 탱커 플레이어들이 막아줄 수밖에 없었다.
화염 마법은 피아를 가리지 않고 모든 걸 파괴해 버리는 힘이었으니.
‘아빠는 엔트들을 막고 있으니……여긴 내가 버텨야 해.’
[아이템, ‘드라우프니르-복제품(D)’의 지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오딘의 3번째 룬 마법, ‘룬 마법: 방어의 룬(??)’을 발동합니다.]시현이 준 노란빛 팔찌와 함께.
최전방에서 엔트를 막고 있는 탱커들에게 보호막이 씌워졌다.
“오…… 이건?”
“보호막이다! 몸 사리지 마!”
“천유리 님이 마법을 써주신 거야!”
시현이 주문한 대로 엔트들을 불태우랴, 최전방 플레이어들을 막으랴.
천유리는 정신없었다.
‘시현 씨는 괜찮을까?’
그리고 그 와중에도.
천유리는 내심 시현이 걱정되었다.
‘저 안이 만만치는 않을 텐데.’
엔트는 온몸, 온 생명이 나무로 이뤄져 있었기에.
녀석들의 몸은 말 그대로 활활 타고 있었다.
현재 시현은 저렇게 활활 타고 있는 엔트의 숲 한가운데 있는 상태.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긴, 내가 누굴 걱정해.’
걱정도 잠시.
이내 천유리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상대가 그 시현 씨인데.’
천유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
이곳에서 최대한 엔트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아이템, ‘천총운검(D)’이 폭풍을 일으킵니다.]후우우웅.
오른손에 잡힌 천총운검에서 검은 폭풍이 흘러나왔다.
서걱.
엔트 한가운데 둘러싸인 채.
시현은 혼자 천총운검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크워어어…….”
“카아아아…….”
시현이 일으킨 검은 바람으로 인해.
천유리와 마법사들이 일으킨 화염 마법이 더 널리 퍼지고 있었다.
붉은 불꽃과 검은 폭풍이 어우러져 나무 모양의 마수, 엔트들을 휩쓸어 버리는 모습은.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엔트를 처치하였습니다.] [11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후우우우웅.
화르르륵.
이런 불지옥 가운데에선 제아무리 ‘타락한 영광’이라도 모든 화염 공격을 막아줄 순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지금의 시현에겐 황금빛 팔찌가 있었으니까.
[아이템, ‘드라우프니르(D)’의 지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오딘의 7번째 룬 마법, ‘룬 마법: 화염 저항의 룬(??)’을 발동합니다.]EX등급 스킬, 신격 말살 덕분에 시현은 룬 마법도 마기로 일으킬 수 있는 상태.
더군다나 타락한 영광이 막은 후 들어오는 약간의 화기와 열기만 막으면 되었기에.
이 불지옥은 시현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었다.
‘좋아.’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대로 나아간다.’
이제는 든든해진 천유리의 화염 마법과 함께.
시현이 다시 한번 천총운검을 휘둘렀다.
‘재앙숲에 뿌리내린 놈들을 완전히 제거해야 해. 그러기 위해선.’
씨익.
‘그냥 다 쓸어버리는 수밖에.’
엔트들을 제거하기 위해선 심장부에 있는 마정석을 제거해야 하는데.
녀석들은 영악하게도 재앙 숲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래서 육안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크워어어어!”
이미 재앙숲에 뿌리내린 엔트들이 시현을 향해 수많은 식물들을 휘둘렀다.
[아이템, ‘천총운검(D)’이 폭풍을 일으킵니다.]쩌어어억!
시현의 힘 앞에 굴복할 뿐이었다.
푸슝.
엔트들은 단순히 나무줄기를 휘두르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가시를 뱉거나 식인 식물로 아가리를 벌리거나.
산성이나 독무를 내뿜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수를 써도 시현에게 닿을 순 없었다.
화르르르륵.
그렇게 언제 끝날지 모를 불지옥이 이어지고, 이어진 후에.
“크우우우…….”
“커어어어…….”
엔트들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생각한 것과는 달리 상대의 검붉은 불의 폭풍이 적아를 가리지 않았기에.
그리고 그러지 않아도 될 만큼 너무나 강력했기에.
이곳에서 물러나는 선택지를 택한 것이다.
“어딜 도망가려고?”
[아이템, ‘타락한 영광(C)’이 이빨을 드러냅니다.]하지만 시현은 녀석들을 순순히 보내주지 않았다.
쩌어어억.
시현의 와이셔츠에서 촉수들이 튀어나와 엔트들의 발을 묶었다.
원래 기운만 흡수하던 촉수들은 타락한 영광이 C등급으로 승격되고 난 뒤, 물리적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아이템, ‘키비시스(B)’가 피어납니다.]키비시스는 시현의 힘에 의해 타락하기 전, 엔트들의 마정석을 열심히 모았다.
녀석들의 마정석은 자연 친화력을 가지고 있기에, 세계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게 틀림없었다.
“후우…….”
이전에 그렘린을 상대했을 때처럼.
이번 재앙에선 체력 분배가 중요했다.
물론 키비시스 덕분에 생명력 포션을 계속해 섭취하고는 있다지만.
어지럽게 얽혀오는 식물들을 파괴하고 피하는 건 은근히 정신적 피로를 주었다.
“크워어어어어!”
수세에 몰린 엔트들은 다시 뒤돌아 시현을 공격했고.
시현은 엔트들을 공격했다.
인간과 마수.
마수와 인간.
대화는 필요 없었다.
시스템에 의해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이 ‘재앙’ 속에선.
살아남기 위해, 그저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태우면 될 뿐이었다.
-역시…… 대단하군. 온 세상을 불태우고 있어. 저게 바로 타락악귀. 과연 하이 엘프들이 가장 경계할 만한 재목이로다.
엔트들 사이.
긴 나무줄기와 풍성한 잎사귀들이 마치 수염처럼 길게 나 있는 한 개체가 있었다.
엔트 장로.
마력이나 자연력 등 특수한 힘이 뭉쳐 강한 자아를 가지게 된 다른 엔트들과는 다르게.
‘장로’는 수백 년 묵은 나무가 스스로 자아를 깨우친 존재였다.
그런 만큼 다른 엔트들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우드드드득.
“커, 커허허헉…….”
“어떻게 이런…….”
엔트 장로의 뿌리와 줄기에 꿰뚫린 서울 플레이어들의 미라처럼 말라갔다.
녀석들의 안에 있는 마력과 생명력, 수분 등을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들은 약하다. 더 강한 개체가 필요해.
츠즈즈즉.
멀리서 재앙숲을 바라보고 있던 엔트 장로가 자신의 힘을 다른 엔트들에게 나눠주었다.
-장로시여…….
-감사합니다.
자신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음파로 소통하며.
엔트들이 다시 재앙숲으로 다가갔다.
-재앙숲을 무너뜨리고, 저 안 서천꽃밭에 있는 인간들을 잡아와라. 녀석들은 특히나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니.
엔트 장로가 웃었다.
제아무리 녀석들이 버티고 있다 한들 자신이 힘을 주는 한 엔트들은 계속해 생성된다.
이 지역엔 산과 자연도 많아 특히나 이들이 힘을 발휘하기 좋았다.
‘저곳은…… 보물 창고나 다름없다. 강력한 생명의 기운이 느껴져.’
엔트 장로, 쥬레이.
그는 본능적으로 자연의 힘이 강한 곳을 알았다.
재앙숲 외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진짜 중요한 건 그 안에 있는 꽃밭.
그리고 그곳에 핀 수많은 꽃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조차 안에 있는 ‘무언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최근에 심어진 걸로 보이는 작은 씨앗.
아직 작지만 확실했다.
엘프들의 성지에 있던 그 거대한 나무.
세계수였다.
‘저것만 흡수한다면…… 무적의 존재가 될 수 있다.’
“허튼 생각 하는 건 아니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쥬레이가 슬쩍 옆을 쳐다봤다.
온몸이 하얀 나무를 깎아 만든 목재로 되어 있는 목각 인형, ‘엘로아’.
엔트 종족을 지배하고 있는 엘프 군단에서 보내온 협력자임과 동시에 감시자였다.
“도난당한 세계수의 씨앗은 우리 하이 엘프들 거라고.”
‘갇혀 있는 하이 엘프 주제에…….’
엔트 장로가 속으로 비웃었다.
-알고 있습니다. 세계수는 하이 엘프들의 것이지요.
“그럼. 모든 건 자연의 어머니를 위한 것.”
표정 없는 목각 인형에 불과했지만.
쥬레이는 그가 웃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허튼 생각은 말도록.”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아쉽단 말이야.”
-무엇이 말입니까?
“타락악귀 저놈. 있잖아. 한판 붙어보고 싶었는데 저기서 죽게 생겼잖아.”
-그건 그렇죠. 서울 지역으로 온 모든 엔트가 저곳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제아무리 그 유명한 타락악귀라 해도……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죠.
“그래. 꼴에 신의 아이템들을 다룬다길래 기대했…….”
그런데 그때.
번쩍!
그렇게 가만히 있던 엔트 장로와 엘로아의 앞으로 검은 벼락 하나가 내리쳤다.
‘이게 무슨?’
‘검은 번개? 설마…….’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있다고 생각했던 ‘누군가’에게서 검은 벼락이 쏘아져 왔다.
번쩍!
번쩍!
이내 몇 번의 벼락이 더 쏘아지고 나서야.
쥬레이가 몸을 일으키고, 엘로아가 활을 들어 올렸다.
“바람의 정령, 실프여. 내게 길을.”
스르륵.
엘로아의 말과 동시에.
고깔모자를 쓴 채 등 뒤에 나비 날개를 달고 있는 어린 요정이 바람을 일으키며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의 하급 정령, 실프.
목각 인형에 갇혀 있다곤 하나 하이 엘프 출신인 엘로아였기에.
이렇게 하급 정령쯤이야 어렵지 않게 불러낼 수 있었다.
“어딜.”
파파팟.
목각 엘프, 엘로아가 벼락을 피하며 시현에게 화살을 쐈다.
순식간에 다섯 개의 화살을 날릴 정도로 그의 궁술 실력은 대단했지만.
파스슥.
나무로 된 화살들은 시현의 몸 근처에 닿지도 못한 채 바스러질 뿐이었다.
‘으음?’
엘로아의 특기는 바람 궁술.
‘신궁’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프와 함께 바람을 조종해 목표한 대상에 화살을 꽂아 넣는 게 그의 주특기였다.
하이 엘프인 그는 5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살아오며 자신의 목표물을 놓친 적이 거의 없다 자신했지만.
‘이게 뭔……?’
상대를 보니 그런 자신감이 쏙 들어갔다.
실프를 이용한 바람 화살이고 뭐고.
상대가 들고 있는 기다란 도에서 나오는 폭풍이 모든 걸 집어삼켰으니까.
-크흑…… 이대론 안 되겠는데?
“실프!”
-저 검…… 엄청난 힘을 담고 있어.
천총운검에서 시작된 폭풍.
그것은 실프의 바람이고 화살이고 모든 걸 날려 버렸기에.
실프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역소환되었고, 화살은 전부 부서졌다.
“목각 엘프냐?”
녀석을 본 시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멍청한 범죄자 새끼.”
“……네 녀석!”
엘프들 중 정당한 사유 없이 자연을 훼손하거나 살생을 저지른 이들은 눈앞의 엘로아처럼 나무로 만들어진 인형에 갇히게 된다.
녀석들은 최소 100년 동안 자신의 몸을 되찾지 못한 채 저 답답한 삶을 살아야 했다.
어떻게 보면 시현이 제작 중인 스파르토이와 비슷한 생명체였다.
즉, 녀석은 엘프 사이에선 중범죄자 취급을 받는 개체.
그 벌로 목각 인형에 갇혀 엔트를 돕고 있는 것이었다.
[스킬, ‘부정한 심판(A)’을 발동합니다.]번쩍!
“크아아아아!”
주변을 뛰어다니던 엘로아가 아스트라페에 그대로 직격당했다.
‘이, 이건?’
당황한 엘로아가 어떻게든 정신을 차린 뒤.
검은 번개에서 빠져나왔다.
‘이건 괴물이다! 이길 수 없어.’
엘로아가 재빨리 이곳을 벗어났다.
오크, 그리고 드워프, 이름 모를 마수들.
수많은 전쟁을 치른 엘로아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이 플레이어는.
어떤 수를 써도 이길 수 없다고.
‘난 여기서 죽으면 영혼이 소멸된다.’
목각 인형에 영혼이 든 채 죽으면 영혼이 소멸되기 때문에.
엘로아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서걱.
“어?”
순간 뒤바뀌는 시야에.
엘로아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왜 세상이 뒤집히…….’
툭.
엘로아의 혼을 담고 있던 목각 인형의 머리가 그대로 떨어졌다.
천총운검이 목을 베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엘로아의 눈앞이 컴컴해졌다.
[훌륭합니다! 하이 엘프, ‘엘로아’를 처치하였습니다.]…….
엘로아가 죽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시현이 천총운검을 내리그었다.
-타락악귀 님!
그 모습을 본 쥬레이가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당신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