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natural enemy returns RAW novel - Chapter (71)
신의 천적, 회귀하다 071화
56. 새로운 몸
“으으으……으으으으…….”
엔트 장로, 쥬레이.
엘프의 몸을 차지한 녀석은 끊임없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직 묘목이었을 당시 주변 나무들이 벌목당했던 기억.
수많은 인간들이 자신의 몸을 자르고 밑동에 오줌을 싸고 도망간 기억까지.
‘게다가 이건…….’
게다가, 그에겐 엘프 몸의 주인이었던 엘로아의 악몽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으으…….”
그렇게 쥬레이가 악몽이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때.
뒤에서 악몽의 주체인 한 남성.
서영우가 미소 짓고 있었다.
“형님이 보내신 선물……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시현은 듣고 있지 않았지만.
서영우는 기쁜 듯 말하고 있었다.
“역시, 형님이 예상하신 대로 어떻게든 몰래 숨어서 세계수까지 왔어. 엘프의 몸과 엔트의 영혼을 가졌으면 세계수를 보고 못 참을 거란 말이 맞았네.”
그렇게 녀석의 목덜미를 잡은 채.
서영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가자.”
이윽고 서영우가 도착한 곳은 서초구, 예술의 전당.
박나은의 연구 시설이 있는 곳이었다.
이미 시현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이 서초, 강남 일대의 엔트들을 모조리 죽여 버린 상태였기에.
서영우는 별 무리 없이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왔어?”
예술의 전당 내부.
연구실.
한창 스파르토이를 제작 중이던 박나은이 서영우를 반겼다.
“참 나, 가끔 보면 주인님은 나한테 일을 너무 많이 시킨단 말이야. 야근 수당도 안 주면서.”
“대신 포인트 지원 많이 해주시잖아.”
“그건 그래. 후후후.”
박나은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우리 서영우 씨는 마음의 준비는 끝내셨나?”
“그럼.”
서영우가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이놈을 단번에 잡아왔지.”
“좋아. 그러면 시작해 볼까?”
“조심해라. 영혼을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야.”
킬킬대는 둘에게.
오크쟌이 말했다.
오크쟌은 현재 거무죽죽한 피로 된 항아리 안에 있었는데.
이 또한 시현의 명령 때문이었다.
오크쟌은 오크 ‘정복자’의 피를 타고난 개체.
특별한 주술을 이용해 성체 오우거의 피를 흡수하면 더 강력한 신체를 가질 수 있다.
서영우와 박나은은 시현의 명령에 따라 오우거 군단장, 롬과 여덟 번째 재앙 당시 나왔던 어린 오우거의 피를 오크쟌에게 흡수시키고 있었다.
“항아리에 갇혀만 있는 게 말은.”
“나오면 가장 먼저 그 혀부터 뽑아주지.”
“어머. 어머. 저 흉측한 괴물 말하는 것 봐? 말을 그렇게 험하게 해서 얼굴도 못생긴 건가?”
“…….”
“내가 내단 만들고 남은 피들로 강화시켜 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이래서 초록 피부 짐승은 거두면 안 되는 건데.”
그 모습을 본 서영우가 고개를 저었다.
“말로는 이길 생각 마.”
“……그래야겠군.”
오크쟌의 걱정과 함께.
박나은과 서영우가 눈을 마주쳤다.
시현이 서영우에게 준 선물은 이 하이 엘프 그 자체였다.
적어도 1,000년은 살 수 있는 종족이자 자연을 잘 받아들이는 이종족.
그 육체를 선물로 준 것이다.
서영우가 계약한 대천사는 라미엘.
영혼을 다루는 천사이다.
그런 만큼 서영우는 영혼에 대해 어느 정도 다룰 수 있었는데.
그중엔 자신의 영혼을 옮기는 것도 있었다.
물론 그 대상은 이종족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이종족이라 해도 오크의 몸은 별로란 말이지.’
오크의 몸.
미적인 건 둘째 치더라도, 오크는 보통 마법이나 흑마법, 악몽 등을 다루는 데 특화된 종족이 아니었다.
‘오크 종족이 특화된 건 어디까지나 근접 전투. 나하곤 맞지 않아.’
그래서 시현과 서영우가 선택한 이종족은 엘프였다.
엘프는 신성한 기운과 자연의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서영우의 특기인 ‘악몽’과 시현의 특기인 ‘타락’이 더 잘 먹혔다.
게다가 서영우가 사용하는 ‘마법’에 특화되어 있는 종족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열한 번째 재앙에 등장한 엘로아는 더없이 완벽한 인물이었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몰라도 영혼이 텅텅 빈 몸이라 자신이 장악하기 쉬웠던 것이다.
‘이런 완벽한 육체를 주시다니.’
서영우가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형님.’
“준비됐어?”
“그래.”
서영우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가자.”
[경고! 타락구원자 ‘서영우’ 님의 영혼이 이동합니다.]츠즈즈즈즉.
이내 서영우의 눈에 보인 건 자신의 몸이었다.
유체이탈(幽體離脫).
그의 영혼은 몸에서 벗어나 점점 더 위로 솟고 있었다.
‘그럴 순 없지.’
이대로 영혼이 아예 위로 올라가 버리면 서영우는 죽는다.
“지금이다, 마녀.”
“좋아!”
박나은은 서영우가 미리 준 장갑을 사용해 서영우의 영혼을 잡았다.
콰드드득.
그러곤 그걸 그대로 엘프, 엘로아의 몸에 쑤셔 넣었다.
“성공인가?”
“아직 아니니까 설레발 좀 치지 마. 이 오크 놈아.”
츠즈즉!
박나은의 투덜거리는 소리와 함께.
서영우의 영혼이 엘로아의 몸에 스며들었다.
“됐다!”
“성공인가?”
“야 이 오크 놈아!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몰라?”
“뭔 소리냐 마녀?”
“끄허어어어억!”
그때, 엘로아의 몸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녀석이 가진 혈관이 부풀어 오르고 머리가 터질 듯이 커졌다.
“어떻게 좀 해봐라. 마녀.”
“항아리에서 찜질이나 하고 있는 주제에 훈수는……. 기다려 봐.”
츠즈즉.
박나은이 미리 준비한 포션과 성수로 엘로아의 몸을 진정시켰다.
“저 안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거 같으니까.”
[회색 지대에 입장하였습니다.] [회색 지대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총 1시간입니다.]-여긴?
서영우가 도착한 곳은 어느 한 숲.
온통 초록빛만이 가득한 곳이었다.
회색 지대.
이곳은 이 몸의 주인인 엘로아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이 발현된 세계였다.
-엘프 아니랄까 봐 풀만 가득하군.
서영우가 중얼거렸다.
서영우는 이 무의식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타락하기 전 환상을 보여줬을 때에도 자주 사용했던 영역이었고.
그가 타락한 후에 악몽을 보여줬을 때에도 자주 사용했던 영역이었기 때문이었다.
-왔군.
구우웅…….
그렇게 나무가 많은 숲 속 어딘가.
거대한 모습을 가진 무언가가 있었다.
엔트 장로 쥬레이.
엘로아의 몸과 무의식을 미리 차지하고, 다뤄왔던 존재.
시현에게 육체가 죽었다 하지만 녀석의 자아는 마정석에 남아 여전히 살아 있었다.
-멍청한 것.
쥬레이가 웃었다.
-알아서 이곳에 먼저 들어오다니. 무의식의 영역에선 먼저 자리 잡고 있는 존재가 유리한 것도 모르나?
-유리하다고? 그건 맞지.
서영우가 웃었다.
-근데 네까짓 게 유리하다고 날 이길 생각부터 하는 게.
츠즈즈즈즉.
서영우의 양손으로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무의식의 영역 속에 있는 하늘이 양 갈래로 쪼개지더니, 이내 그곳에서도 검은 안개가 쏟아져 나왔다.
-그것부터가 웃긴 일이지.
-이, 이건?
당황한 쥬레이가 재빨리 줄기와 뿌리들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은 안개에는 물리력이 없는 법.
쥬레이가 아무리 자신의 힘을 써도 검은 안개를 막을 순 없었다.
츠즈즉.
서영우의 검은 안개가 헤일로 모양을 형성하더니, 이내 녀석의 머리 위를 감쌌다.
그리고 그 모습이 마치 긴고아를 장착한 손오공 같았다.
-나무 덩어리 주제에 분수도 모르고 나랑 정면으로 맞서려 해?
쥬레이의 뿌리가 서영우의 몸을 감쌌다.
하지만 이미 서영우는 온몸이 검은 안개로 변한 상태.
주변 검은 안개와 완전히 동화된 그는 마치 거대한 악령과도 같은 모습으로 주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콰드득.
나무, 초록빛, 엔트 장로.
모든 게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쥬레이와 엘로아의 악몽 속에 나타났던 적들이 실체화되어 쥬레이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서영우에겐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콰직.
이내 서영우가 쥬레이의 거대한 몸체를 집어삼켰다.
-아, 안 돼. 이렇게는…….
그렇게 쥬레이의 눈동자가 탁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곤 온몸이 가루가 되어 소멸했다.
-별것도 아닌 게.
쿵.
서영우가 검은 안개를 더욱 퍼뜨렸다.
그와 동시에 엘로아의 무의식이 확장되며, 검게 물들었다.
-이 몸은 이제.
씨익.
-내가 장악한다.
번뜩.
엘프, 엘로아가 눈을 떴다.
“흐음…….”
엘로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풍성하고 붉은 머리를 가지고 있는 박나은이었다.
“이 냄새……. 네가 박나은?”
“뭐요? 나한테 냄새가 났었어요?”
“……너한텐 진한 마력과 약초 냄새가 났었지.”
엘로아, 아니, 서영우가 피식 웃었다.
‘어?’
하이 엘프의 몸을 가지게 된 서영우의 눈동자를 본 박나은이 순간 얼어붙었다.
“뭐야? 왜 그렇게 얼어붙어 있어?”
이윽고 몸을 일으킨 서영우가 주변을 둘러봤다.
“오랜만이네, 어둠이 아닌 풍경을 보는 건.”
서영우가 하이 엘프의 몸을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
이렇게 주변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걱정은 없었다.
가지고 있는 스탯과 레벨 등은 하이 엘프의 몸에 옮겨오면서 달라지겠지만.
이는 오히려 원래 인간의 몸일 때보다 월등히 높아진 상태였다.
‘특히 지능과 마력 부분이 엄청나게 높아. 자연 친화력 스탯도 그렇고.’
아이템이야 원래 육체에서 바꿔 착용하면 되는 것이고.
스킬과 라미엘과의 계약관계는 육체가 아닌 영혼에 새겨지는 것이었으므로.
그대로 유지되었다.
“성공이군.”
항아리 안에 있는 오크쟌이 고개를 끄덕였다.
“축하한다.”
“고맙다.”
“근데 저 마녀는 왜 고장 나 있는 거지?”
“……모르겠는데?”
서영우가 박나은의 어깨를 툭툭 쳤다.
“괜찮냐? 영혼 옮기느라 무리한 건가?”
“어어? 괘, 괜찮아.”
‘……예쁜데?’
박나은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서영우의 미모는 빛나고 있었다.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하이 엘프라는 본판 덕분에 엘로아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서영우의 영혼이 들어가니, 서영우의 원래 얼굴이 가지고 있는 특징도 섞인 상태였다.
두 얼굴의 장점만 섞어놓은 듯한 생김새였다.
그리고 그 얼굴은 정확히 박나은의 취향이었다.
‘어쩌면 주인님보다 더…….’
특히 흰자와 검은자가 뒤바뀐 서영우의 두 눈이 신비로운 느낌을 더해주고 있었다.
‘어어……?’
예쁘게 생긴 남자가 취향인 박나은이었기에.
서영우의 새로운 몸을 본 순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만큼 취향에 맞았던 것이다.
‘……서영우. 내 하렘 1순위……. 주인님에서 너로 바뀌었다. 영광으로 알아라.’
아직도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는 서영우를 보며.
박나은이 입맛을 다셨다.
번쩍!
[열한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10분.]서울은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었다.
“허억…… 허억…….”
천태수는 끝끝내 이곳으로 몰려드는 엔트들을 상대로 재앙숲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도움이 있다곤 해도 엔트의 수가 수천, 수만인 걸 생각해 보면 엄청난 업적이었다.
“고생하셨어요.”
천총운검을 회수하며.
시현이 천태수에게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너야말로 고생 많았다. 이곳을 지켜주느라.”
“저야 뭐…… 평소처럼 했을 뿐이죠.”
“고생하셨어요. 아빠, 시현 씨.”
시현의 뒤에서 천유리가 다가와 말했다.
“천유리 씨의 화염 마법. 이제 수준급이던데요?”
“후후. 감사해요.”
“천유리 씨도 고생 많으셨어요.”
“꾸릉!”
“후후. 그래 너도.”
시현이 가살을 들어 올려 안은 뒤 쓰다듬었다.
[열한 번째 재앙 종료까지 남은 시간: 0초.] [현재 정화율: 34%] [메인 퀘스트, [정화숲>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레벨이 2 올랐습니다!] [아이템, ‘B등급 아이템 교환권(B)’을 획득합니다.] [열한 번째 재앙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엔트들이 원래 세계로 돌아갑니다.] [열한 번째 재앙이 끝나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레벨이 무려 2개나 오르는 보상.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는 시현에겐 더없이 좋은 보상이었다.
‘이건?’
오랜만에 계약 제의가 온 신들을 살펴본 시현이 웃었다.
‘재밌네.’